조선시대 '핫플' 합격으로 가는 지름길? 아니 숲길! 조령산자연휴양림
조선시대 '핫플' 합격으로 가는 지름길? 아니 숲길! 조령산자연휴양림
  • 박현욱 기자
  • 승인 2020.06.11 1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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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과거길 걸으며 힐링, 수험생 발길 북적
마패봉 등 역사 살아 숨 쉬는 숲길이 ‘특색’
수준 높은 숲해설···교육적 가치 높아 인기
연풍새재에서 출발해 문경새재까지 옛길을 찾는 관광객이 부쩍 늘었다. 이곳은 조선시대 과거길뿐만 아니라 보부상들의 주요 통로가 되면서 정치·경제·문화가 교류되는 조선시대 실크로드라 해도 손색이 없었다.
연풍새재에서 출발해 문경새재까지 옛길을 찾는 관광객이 부쩍 늘었다. 이곳은 조선시대 과거길뿐만 아니라 보부상들의 주요 통로가 되면서 정치·경제·문화가 교류되는 조선시대 실크로드라 해도 손색이 없었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과거 출신의 장벽을 넘기 위해서 장원급제는 필수 코스였다. 호남 영남을 비롯한 전국의 수많은 과거시험 지망생들이 시험을 치르기 위해 천리길을 마다 않고 한양으로 발걸음을 재촉한 이유다.

서울로 올라오기 위해 경부고속도로나 서해안고속도로를 선택하듯 과거 수험생들이 선호하는 길은 따로 있었다. 특히 조선시대 한양으로 통하는 10개의 도로가 있었는데, 그중 수험생들은 영남대로, 즉 문경새재를 유독 고집했다.

이 길을 중심으로 위로는 추풍령 밑으로는 죽령이 있었으나, 사람들은 영남대로로 모였다. 낙엽이 연상되는 추풍령은 낙엽처럼 우수수 떨어진다는 소문이 있었고 대나무가 연상되는 죽령은 대나무에 미끄러지듯 낙방한다는 징크스 때문이다.

조령산자연휴양림 인근에 위치한 제3관문은 문경새재 중 하나의 관문으로 수많은 수험생의 땀과 눈물이 서려있는 곳이다. 이곳을 통과한 이의 절반은 합격한다는 소문 때문에 이곳은 조선시대 수험생의 '핫플레이스'이자 '금의환향(錦衣還鄕)길'로 인기가 높았다.

호남지방 수험생도 이곳을 통과하기 위해 굳이 가까운 길을 마다하고 발길을 돌릴 정도였다고 하니 예나 지금이나 시험과 관련된 징크스를 그냥 지나치는 강심장은 드문듯하다.
 

조령산자연휴양림에는 금낭화, 양지꽃, 구상나무, 박달나무, 산딸나무 등 다양한 산림 작목이 곳곳에 숨어 있어 이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조령산자연휴양림에는 금낭화, 양지꽃, 구상나무, 박달나무, 산딸나무 등 다양한 산림 작목이 곳곳에 숨어 있어 이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곳에서 숲해설을 하는 노재훈 씨는 "수능뿐만 아니라 공무원 시험 등 입시를 앞두고 있는 많은 수험생들이 이곳을 찾는다"면서 "조령산자연휴양림에 와서 힐링하고 재충전의 기회로 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합격하고 싶다면 이곳에 와서 숲길을 걸으며 타임슬립 해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이곳의 관광 포인트는 역사와의 컬래버레이션이다. 1km 가까운 높이를 자랑하는 마패봉은 그중 백미로 꼽히는데, 암행어사 박문수가 잠시 휴식을 취할 때 마패를 걸어놓았다고 해서 생긴 지명이다.

조령산은 임진왜란 때 전사한 신립 장군의 한이 서려있는 곳이기도 하다. 조선시대 최고의 명장으로 꼽혔던 신립 장군은 왜구가 쳐들어올 때 산이 험준한 이곳 조령과 평야지대인 탄금대를 저울질하며 방어선을 구축했는데 결국 탄금대를 선택하면서 왜구에게 패한 쓰라린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일제 강점기 일본인들이 약재와 등불의 원료였던 소나무 송진을 탈취한 역사도 그대로 재현돼 있다. 조령 2관문과 3관문 사이 환상적인 금강송이 병풍처럼 서있지만 소나무 곳곳에 V자 형태의 상처 자국이 드러나 있어 일본 만행의 쓰라린 기억을 곱씹으며 '와신상담'했던 독립군의 마음을 새겨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조령산자연휴양림 임지은 주무관은 “역사가 서려있는 휴양림인 만큼 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모님들의 관심이 높다”면서 “휴양림에서도 아이들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인 짚신밟기, 아로마 체험, 밧줄 놀이터 등 산에서 할 수 있는 이색 프로그램 발굴에 적극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힐링플레이와의 협업으로 관광객들에게 긍정적인 피드백을 많이 받았다”고 덧붙였다.
 

나무를 훼손하지 않고 지은 숙박시설은 자연 친화적이어서 관람객으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나무를 훼손하지 않고 지은 숙박시설은 자연 친화적이어서 관람객으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역사의 산교육장이 펼쳐진 만큼 조령산자연휴양림은 살아 숨 쉬는 교육 교보재로의 활용가치도 높다. 매년 고등학교에서 문의가 올 정도로 양질의 시청각 자료실과 세미나실, 생태교육장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으며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수준 높은 숲해설을 들을 수 있다.

김완중 산림환경연구소 휴양림 팀장은 "과거 인근 고등학교에서 숲체험 프로그램을 한 후 매년 공문을 돌리지 않아도 지속적으로 체험 요청이 들어온다"면서 "이곳에는 238명을 수용할 수 있는 숙박시설을 갖추고 있는데 환경을 최대한 보전하면서 나무와 나무 사이에 숙박 시설을 건립, 마치 나무에서 먹고 자는 체험을 할 수 있어 관람객들로부터 재방문 문의가 끊이질 않는다"고 설명했다.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조령산자연휴양림. 합격을 원한다면 한 번쯤 발길을 돌려볼 만한 가치가 있다.

“조령산자연휴양림에서 수준 높은 숲해설 들어 보세요”

“조령산자연휴양림에서 수준 높은 숲해설 들어 보세요”노재훈(우), 차은희 씨는 조령산자연휴양림에서 숲해설을 하는 전문가다. 두 숲해설가는 역사가 샘솟는 이곳을 수험생이라면 반드시 들러보아야 할 명소로 꼽는다. 이들은 이곳을 방문하는 아이들에게 하모니카를 불러주기도 하고 깊은 산에 누워 별을 보는 체험도 한다. 간절한 수험생의 마음을 숲해설로 다독이고 숲을 돌며 역사를 반추하는 것도 수험 생활에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게 두 숲해설가들의 설명이다. 산세가 험준하고 자연 생태 그대로의 보존 가치가 높은 조령산자연휴양림. 숲의 진면목을 느끼고 싶다면 이곳을 점찍어 두자.
노재훈(우), 차은희 씨는 조령산자연휴양림에서 숲해설을 하는 전문가다. 두 숲해설가는 역사가 샘솟는 이곳을 수험생이라면 반드시 들러보아야 할 명소로 꼽는다. 이들은 이곳을 방문하는 아이들에게 하모니카를 불러주기도 하고 깊은 산에 누워 별을 보는 체험도 한다. 간절한 수험생의 마음을 숲해설로 다독이고 숲을 돌며 역사를 반추하는 것도 수험 생활에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게 두 숲해설가들의 설명이다. 산세가 험준하고 자연 생태 그대로의 보존 가치가 높은 조령산자연휴양림. 숲의 진면목을 느끼고 싶다면 이곳을 점찍어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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