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칼럼] 농림부 행정의 후진성, 한우 파동 부채질 하나
[편집자 칼럼] 농림부 행정의 후진성, 한우 파동 부채질 하나
  • 김재민
  • 승인 2020.06.12 11: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이 운영하는 한우 이력 정보 관련 누리집을 살펴보면 하반기 한우공급량은 전년 대비 증가할 것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이력 정보의 정확성을 따지는 분들이 있기도 하지만 과거 통계청이 조사했던 과거 방식보다 매우 정확해 공급과 관련한 전망을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게 됐다.

한우 공급증가는 내년 상반기에는 더욱 극심해져 가격 하락이 예상되고, 불안감을 느낀 번식 농가들이 만약 암소를 시장에 홍수 출하할 경우 가격 폭락까지 예측되고 있다.

문제는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격 안정을 위한 수급조절사업이 난항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농림부, 한우 수급조절 사업 딴지만
 

전국한우협회는 이러한 이력 정부를 기초로 하여 2018년부터 선제적 수급조절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수급조절의 핵심은 암소의 도축인데 전국한우협회는 암소 중에서도 아직 새끼를 배지 않은 암송아지를 비육하자는 안을 내놓았다 이를 미경산우 비육사업으로 부르는데 2018년 한우협회가 제안한 수급조절 필요성과 수급조절 방법론을 두고 농림부는 시기상조라는 주장을 펼치며 2018년 자조금을 활용한 암송아지 비육 사업에 대한 예산 승인을 거부하였다.

사업은 해를 넘겨 2019년 여러 조건을 붙여 사업시행을 조금 까다롭게 하는 선에서 시행하게 되었다.

문제는 2020년 사업 시행을 두고 농림부가 전격적으로 미경산우 비육사업 예산 집행을 가로 막고 나선 것이다.

미경산우 비육사업이 수급조절에 효과가 없다는게 이유다.

정부와 한우업계는 2011년~2015년 한우 파동을 겪으면서 선제적 수급조절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낸 바 있고 수급 상황에 따라 행동수칙인 한우 수급조절 설명서를 한우 수급조절협의회 차원에서 수립한 바 있다.

한우수급조절협의회에는 농림부, 농촌경제연구원, 농협, 한우협회, 소비자단체, 한우자조금, 유통업계 등이 광범위하게 참여하고 있다.

한우협회가 추진하고 있는 미경산한우비육사업은 송아지 생산에 가담할 암송아지를 비육시켜 단기적으로는 한우고기 공급량을 늘리고 중장기적으로는 송아지 공급량을 감소시켜 가격을 안정시키자는 방안이다.

암송아지가 비육되어 시장에 나오려면 35개월 정도가 걸리는데, 암송아지가 비육되지 않고 번식용 활용될 경우 송아지 2마리를 생산할 수 있는 시간이다.

이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번식농가가 태어난 암송아지를 번식용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하는데, 정부는 미경산우 비육사업 대상자로 번식농가로만 한정했다. 번식농가에 보조금을 주어 번식 대신 비육을 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 번식 농가의 경우 한우를 비육할 만한 공간을 가지고 있지 않아, 보통은 우시장에 출하해 현금화 하는데 이들 농가를 비육사업 대상자로 삼다 보니 참여가 저조할 수밖에 없다.

암송아지가 비육용으로 더 이용되도록 하려면 비육 농가까지 사업대상 농가를 확대했어야 한다. 비육 농가는 비육을 공간을 이미 확보했기 때문에 사업성과가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부는 사업대상을 번식 농가로 한정함으로써 미경산우비육사업이 활성화될 수 없도록 했고, 사업성과가 미진하다는 이유로 수급조절이 매우 필요한 시점에 수급조절 사업을 중단시켜 버렸다.

정부는 미경산우비육 대신 농가 자율로 경산우 비육에 나서도록 하겠다는 뜻이나 경산우는 5~6개월 비육을 해야 상품성이 생기는데 하반기 경산우 비육 사업을 진행하면 출하가 내년 상반기 집중될 수밖에 없어 오히려 내년 가격 하락을 부채질할 수밖에 없다.

수급조절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를 낳게 된 것은 정부가 그동안 합의된 수급조절과 관련할 룰을 무시하고 현장 목소리에 귀를 닫은 결과다.

당초 한우수급조절메뉴얼에 따라 각 단계마다 행동요령이 나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정부는 이를 무력화 시키는 쪽으로 행동해 왔다. 한우가격이 좋다는 게 반대 의견이었다.

하지만 한우수급조절사업의 효과는 2~3년 뒤에 나타난다. 2018년 이후 단계마다 경산우 비육, 미경산우 비육사업을 시행하였다면 2021년 이후 가격이 조금 조정이 이뤄졌더라도 2021년 하반기 이후 공급량 증가를 제어하였을 것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은 2021년 85만두, 2022년 90만두의 한우가 시장에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 바라보는 적정 공급량은 80만두 미만으로 보고 있다.

 

수급조절 제도, 수단 확립 필요
 

정부는 1999년 축산법 내에 있던 축산물 수급조절과 가격 안정을 위한 기능을 제거하는 축산법 개정안을 발의해 통과시켰다. 과거 수급조절을 위해 가격과 생산물량 등을 모니터링 해왔던 정부가 이를 내려놓으면서 축산물의 가격 파동에 따른 정부의 역할은 축소됐고, 여론이 들끓어야 마지못해 개입하는 방식이다.

이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축산물 수급조절사업이 정부의 재량에 맡겨져 버렸다는 것이다. 수급조절이 필요하더라도 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담당 공무원의 결정으로는 불가능하다. 없는 기능을 수행해야 하다 보니 농림부 축산국을 벗어나 예산담당하는 부서는 물론 장관까지 보고가 되어야 하고, 농림부 내에서 논의가 끝나면 다시 농림부를 벗어나 예산을 관장하는 기재부, 국회까지 보고가 되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한마디로 수급조절을 결정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과 조직이 관여하면서 수급조절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쳐 버리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정부가 필요하면 신속히 개입할 수 있는 시스템(제도)이 만들어져야 하고, 실제로 상황에 따라 가격을 조절하고, 생산물량을 조절할 수 있는 수급조절 수단도 확립해야 한다.

지금은 수급조절을 결정하는 기준도 불명확 한데다가 너무 장시간이 소요되고, 수급조절 수단을 결정하는데도 갑론을박의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고 있다.

이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후진적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가금 관련 회사들과 단체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수급조절 활동은 담합이라며 과징금을 두 번이나 맞았고,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 폭락은 축종을 가리지 않고 파동에 시달리게 했다.

지금이라도 농림부는 후진적 행정에서 벗어나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