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수급조절사업 제동 건 농식품부의 '모순'
한우수급조절사업 제동 건 농식품부의 '모순'
  • 옥미영 기자
  • 승인 2020.06.12 12: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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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경산우 자연적으로 비육된다면서도 시장반응 우려

번식농가 지원은 되고 비육농가는 안된다

정부의 이분법적 사고 한우수급조절 ‘난맥’ 초래

[팜인사이트= 옥미영 기자] 현재의 가임암소 마릿수와 증감률을 토대로 한우사육두수가 증가할 경우 2022년 한우 도축마릿수는 92만두에 달할 것이라는 농촌경제연구원의 전망이 나왔다. 이는 최대 도축마릿수를 기록해 가격이 폭락했던 2013년 96만두 수준에 육박한 것이어서 소 값 하락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한우업계의 우려와 달리 정작 정부는 한우수급조절에 대한 이렇다 할 시기나 수단조차 제시하지 못한 채 한우협회와 농협 등 생산자단체가 실시키로 했던 미경산우비육사업과 경산우비육사업 모두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업계의 선제적인 수급조절 움직임에 오히려 정부가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가 검토를 마쳐 확정하고, 한우자조관리위원회 승인까지 마무리된 미경산우비육지원 사업이 왜 돌연 중단되었는지, 정부의 입장과 이러한 입장에 모순은 없는지 짚어본다.

수급조절 효과 없다면서도 부작용 우려?

정부가 미경산우비육지원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선언한 가장 직접적 배경은 ‘수급조절효과가 매우 적다’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미경산우의 경우 별도의 지원사업이 아니라도 1년에 7~8만여두의 미경산 암소가 도축되고 있는 만큼 한우협회가 요구하는 미경산우비육지원사업은 예산낭비라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즉, 수급조절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부분에 정부 예산(자조금)을 투입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6월 9일 열린 한우수급조절관련 전문가 토론회에서 박홍식 축산경영과장은 “미경산우비육지원 사업을 실시할 경우 상승추세에 있는 송아지 가격을 더욱 올리는 역효과가 날 수 있어 예산이 효과적으로 쓰이는 부분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한쪽으론 ‘수급조절 효과가 없어’ 지원이 불가하다면서도 한쪽에선 ‘(추가적인 송아지 매입으로)가격 상승이 우려되고 있다’는 모순된 입장을 나타내고 있는 셈이다.

또다른 한편에서 보면 지금 정부는 향후 공급과잉으로 닥쳐올 송아지 값 하락을 우려하는 대신 송아지 가격 상승을 걱정하는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비육농가는 한우업계 공공의 적인가

사업시행을 코앞에 두고 미경산우비육지원 사업이 중단위기에 처하게 된 또 다른 배경은 미경산우 비육을 위한 지원금(자조금)이 ‘비육농가’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정부의 우려에서다.

박홍식 축산경영과장은 "번식농가들이 미경산우비육지원 사업을 지원 받아 수급조절 효과가 있다면 좋지만, 비육농가들에게 지원금을 주는 사업이 되어선 곤란하다”고 말했다.

조재성 서기관 역시 수급조절과 관련한 각종 토론회에서 “한우농가 모두가 조성한 자조금을 일부 비육농가에게만 혜택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줄곧 ‘비육농가 지원 반대’를 강조해왔다.

하지만 안정적인 수급을 위한 정부와 업계의 최대 목표가 암소를 이용한 수급조절이 핵심임을 감안할 때 가장 효율적 수단은 비육농가들의 암송아지 혹은 암소 구매를 통한 비육과 출하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현재의 높은 송아지 가격을 감안할 때 번식농가들에겐 당장의 지원금 30만원 보다 송아지 생산을 통한 이익이 훨씬 크기 때문에 사업참여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처럼 암소감축을 통한 사육두수 조절은 비육농가들을 활용해 암소를 번식에서 격리시켜 비육시키는 것이 가장 효과적 수단임에도 정부는 번식농가 지원은 온당하며, 비육농가들에게 정부자금이 지원되는 것을 극도로 꺼려하는 ‘이분법적 사고’를 드러내고 있다.

소 한 마리에 천만원이 넘는 시기, 부를 축적하고 있는 비육농가들에게 정부가 자금까지 지원해야할 이유가 있겠느냐는 인식이 정부관계자들의 기저에 깊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비육농가들은 예산의 절반인 자조금 조성액의 절대부분에 기여하고 있음에도 수혜는커녕 철저히 배제되어야만 하는 ‘공공의 적’으로 취급받고 있다.

정부는 비육농가를 번식농가를 착취하는 집단이나, 불로소득을 올리는 비윤리적 집단이 아니라 한우산업의 핵심구성원임을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지금의 상황을 풀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이 흰 쥐, 검은 쥐를 가릴때인가

정부의 입장을 백번 수긍한다 하더라도 한번 확정한 사안을 손바닥 뒤집듯 번복하는것은 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도 또한 정책의 신뢰 문제에 있어서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사업이 돌연 중단된 이유에 대해 정부관계자가 단순히 ''나의 책임이다''라는 말로 해결될 일도 아니다.

농식품부 스스로가 농가의 대표조직인 한우협회와의 약속을 하루아침에 저버리고 불신을 초래한 상황에서 정부의 바람대로 농가 스스로 자율적인 두수 조절에 나서달라는 기대자체가 어불성설 아닐까.

지금까지 정부의 한우농가 경영 안정대책은 농가의 집단 행동 등 위험이 눈앞에 닥칠 때야 수급조절에 나서는 등 문제발견에서부터 정책 시행까지 최소 수개월의 시차 발생으로 피해를 키워온 측면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전문가와 업계 모두가 한 목소리로 수급조절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속에서도 여전히 ‘흰쥐를 잡을 것인지, 검은쥐를 잡을지’를 놓고 '검토'중이라는 입장만 내놓고 있다.

선제적인 수급조절은 큰 소 가격 안정으로 인해 비육농가의 경영을 안정적으로 유지시킬 수 있으며, 비육농가의 경영안정은 결국 송아지를 구매하는 수요시장을 견고하게 유지함으로써 송아지 가격 안정과 번식농가의 경영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

정부는 바로 지금 중장기적인 수급조절을 위해 가능한 모든 프로그램을 총 동원해야 한다.

번식농가, 비육농가, 미경산우, 경산우 등 흰쥐, 검은쥐를 따지지 말고 가장 강력한 수급조절 효과가 무엇인지에 골몰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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