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코로나 19 세계적 분업체계가 정답이 아닐 수도
[칼럼] 코로나 19 세계적 분업체계가 정답이 아닐 수도
  • 김재민 기자
  • 승인 2020.07.02 14: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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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의 글로벌 조달 언제나 유효하다 장담 못해

[팜인사이트=김재민 기자] 코로나 19 이후 세계경제에 대한 전망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우리 농업계도 코로나 19 이후가 궁금해지는 것은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세계 경제는 세계화라는 미명 아래 30년 넘게 달려왔다.

세계경제가 마치 하나의 거대 단일 국가처럼 되기 위해 WTO를 출범시켰고, 1단계 세계화에서 좀 더 진전을 이루기 위해 예외 없는 관세 철폐를 모토로하는 DDA가 꾸려져 협상을 펼치기도 했다. 다자간 협상인 DDA가 진전이 없자 마음 맞는 곳끼리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해 세계화를 더욱 가속시켰고, EU와 비슷한 지역 단위 경제공동체를 꾸리기 위한 노력도 곳곳에서 시도되었다.

하나의 거대한 시장, 하나의 국가처럼 인적, 물적 자원이 마음대로 이동할 수 있는 세계화는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는 듯 했다.

세계화의 영향은 세계적 분업체계의 고도화로 이어졌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물류산업과 ICT 기술의 발전 덕분이었다.

소재, 중간재, 완제품이 만들어지는 곳이 전부 다르고 소비되는 지역 또한 달랐다.

아이폰의 경우 미국에서 설계가 된 이후 일본의 소재를 가지고 대한민국에서 중간재 즉 부품을 만들면, 이를 중국과 대만, 베트남에서 조립해 완제품으로 만들어 미국을 비롯한 세계에서 판매가 되는 방식이다.

다국적 분업체계는 비단 스마트폰과 같은 첨단 제품만의 일이 아니다. 선진국은 원천기술을 가지고 상품을 설계 또는 기획하고 신흥국으로부터 부품과 소재를 구입해 인건비가 저렴한 개도국에서 조립해 상품화를 하는 식이다.

경제성 있는 유전이 없는 우리나라가 중동 등 산유국으로부터 대규모로 원유를 수입하고 이를 다시 정제해서 해외에 판매하는 식의 영업 활동은 매우 일반적인 모델이 되었다.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해외를 나가는 것은 몇몇 특권층에만 허락된 일이었고 유학도, 비즈니스를 위한 출국도 엄격히 통제하던 시절이었다.

세계화 이후 비즈니스와 유학은 물론이고 단기 연수와 여행까지 내전 등으로 치안상태가 불안한 아주 위험한 국가 몇몇을 제외하고는 어디든 갈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코로나 19는 지난 30여년 간 이어온 자유무역, 분업체계, 자유로운 이동에 균열을 가하고 있다.

자유무역, 분업체계 종말

코로나 19의 확산과 함께 각국이 가장 먼저 한 것은 국경을 닫는 일이었다.

엄격한 질병 검사를 기반으로 국경을 닫지 않았던 우리나라가 이상한 나라가 될 지경이었다.

30여년 간 하나의 국가처럼 자유롭게 국경을 왕래했던 EU회원국들도 국경폐쇄에 연쇄적으로 참여했다.

국경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경제활동도 중단시켰다.

외출을 금지하는 국가들이 있는가하면, 직장을 폐쇄한 곳도 있었다. 이렇게 되자 경제활동이 중단되면서 실업이 급등하는 등 여러 부작용이 발생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제일 눈에 띄는 현상은 보호무역주의의 득세, 분업체계의 종말이다.

지금까지 세계는 이른바 비교우위 이론을 바탕으로 각국이 모든 산업을 전부 다 할 필요는 없다. 모든 기업이 제품 생산의 모든 프로세서에 참여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상품 생산에 있어 분업과 협업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고도화되었다.

자동차 하나만 보더라도 대부분의 자동차 회사는 엔진 등 핵심 부품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협력업체 또는 하청업체로부터 부품을 구매해 상품화 한다.

이번 코로나 19사태로 인해 몇몇 사소한 부품을 중국으로부터 조달받지 못해 자동차 공장이 서는 아찔한 일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이를 경험한 각국들은 분업체계가 정답이 아닐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듯하다.

효율성과 비용절감을 위해 해외생산을 확대해온 기존의 생산모델이 코로나 19로 인해 약점이 드러났고, 의료용품, 핵심산업의 국내 생산을 늘리고 해외에 흩어져 있는 주요산업을 자국으로 복귀시키려는 노력이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를 리쇼어링 정책이라 부르고 있는데, EU는 의약품의 역내 생산 확대를 위한 제약업 리쇼어링 정책 검토에 들어갔고, 미국은 중국으로부터 의약품 수입을 억제하고 미국 내에서 의료장비와 약품의 생산을 확대하는 법안이 발의된 상황이다. 일본도 주요 제품과 소재 생산기업의 국내 복귀시 비용을 지원하는 정책을 발표한바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일본과의 무역갈등을 통해 효율성 중시의 공급망 보다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비해 핵심물자 재고를 확보하고 핵심 소재와 부품의 공급선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교훈을 뼈저리게 느낀바 있고, 핵심 소재와 부품을 개발하거나 생산하는 업체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WTO 체제 농산물

WTO 체제는 이전까지 농업에 있어서 예외를 두고 보호무역을 허용하였던 이전 GATT체제와 달리 농산물도 예외 없는 자유무역을 추진하였다.

WTO 출범 이전까지 대부분 선진국들은 식량안보와 자국 농민 보호를 위해 막대한 보조금을 지출하고 수입을 억제하였다.

WTO 출범 이후 가입국들은 하나 같이 농업 보조금을 감축해야 하는 어려운 정치적 결정을 내려야 했다.

농업 경쟁력이 있는 선진국들의 경우 강력한 수출 드라이브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지만, 개도국의 경우 유일한 산업인 농업이 망가지면서 빈곤율이 급등했고, 우리나라와 같은 신흥국들도 식량자급률이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했다.

세계 거의 모든 나라들이 미국, 호주, 뉴질랜드, 브라질, 아르헨티나, 캐나다 같은 몇몇 나라로부터 주요 식량자원을 의존하면서 몇 차례 위기에 속수무책인 상황에 빠진 때도 있었다.

코로나 19 대확산으로 일각에서는 엄청난 식량난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으나 실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각 국의 물류 등 식량의 운송, 가공 등의 시설이 멈추면서 국지적 식량 위기가 발생하고 있다.

축산물의 경우 미국 등에서 도축작업이 원활하지 못하면서 미국 내는 물론이고 미국으로부터 축산물을 수입하는 여러나라들이 영향을 받고 있고, 지금이야 지난해 농산물의 작황이 좋아 문제가 덜 되지만 기후변화 등의 영향으로 식량 생산에 문제가 생기면 지금의 분위기로 봐서는 주요 식량의 수출을 금지가 일상화 될 수 있다는 쪽으로 생각이 흐르게 된다.

특히 각국이 자유무역 기조에서 보호무역으로 전환한 지금 주요 수출국들이 과거와 같이 모든 식량을 자유롭게 거래하도록 내버려 둔다는 보장 또한 할수 없게 되었다.

코로나 19의 확산은 단돈 몇백원짜리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전세계가 혼란에 빠뜨렸다.

핵심 산업, 필수 산업은 자국에서 해야한다는 이 기조는 당연히 농업에도 적용될 것이다.

식량은 생명연장을 위한 필수재임에도 지금까지 자유로운 무역의 혜택을 입어 필요로 하는 식량의 70% 가까이를 해외에서 도입해 해결함으로써 공기처럼 느낄 정도로 결핍을 경험하지 못하였다.

하지만 코로나 19는 단돈 몇백원(원가 기준)짜리 마스크도 구하지 못해 대혼란을 초래했던 것처럼 글로벌 조달 또한 언제나 유효하다는 생각을 버릴때가 되었다.

비근한 예로 우리와 철책을 사이에 두고 있는 북한만 보더라도 상시 식량 위기에 놓여 있는것만 봐도 지금의 풍요가 당연하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그렇다면 우리 농촌 그리고 농업은 이러한 새로운 기조에 적합한 구조를 가지고 있나 살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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