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자본의 축산진출 역사와 문제점
기업자본의 축산진출 역사와 문제점
  • 김재민 기자
  • 승인 2020.07.02 15:2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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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합사료 회사 농장 소유 어떻게 봐야 할까?

[팜인사이트=김재민 기자] 2000년대 중반 이후 국내 축산업계는 엄청난 내홍에 휩싸인다.

배합사료 회사들이 잇따라 사육 분야에 진출하며 농가들과 갈등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1980년대 대기업의 축산진출로 한바탕 일전을 치른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2000년대 중후반 전개된 사료 회사들의 사육업 진출과 관련한 논란은 진입을 반대하는 농가들과 여러 이유를 들어 산업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업 측의 팽팽한 신경전이 지속됐다.

2000년대 후반 불거진 사육업 진출 문제가 기업들이 양돈장을 매입해 일어난 일이라면 그보다 앞서 벌어진 양계 농가들과 육계 수직계열업체와의 갈등의 역사까지 따진다면 2000년대 내내 기업과 농가와의 옥신각신은 계속되었다 볼 수 있다.

육계수직계열화업체들의 경우 유통(도계장)이 중심이 된 것과 달리 2000년대 후반 불거진 양돈업계와의 갈등은 배합사료 회사들의 사육업 진출이어서 그 파급력은 매우 달랐다.

이러한 갈등은 2010년대 들어 한우농가들이 한우위탁 사육과 관련한 문제 제기로 이어지기도 했다.

위탁 사육의 경우 어떻게 보면 농가와 기업이 협업을 통해 가축을 생산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덜 될 수 있으나 농장을 직접 운영하는 방식의 경우 한정된 축산시장을 두고 기업들이 농가들과 경쟁을 벌이는 것이어서 논란이 격해지기도 했다.

특히 해당 품목의 가격이 좋지 못하면 농가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는 양상으로 흐르게 되는데, 극심한 갈등을 겪었던 사료 회사들과 양돈업계의 갈등은 2012년 이후 약 6년간 돼지고기 가격이 높게 형성되면서 농가와 사료 회사와의 갈등은 무뎌졌다.

이러면서 2010년대 들어 사료 회사들의 사육업 진출은 이제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다.

같은 시기 국내 배합사료 업계는 하림그룹, 이지바이오그룹, 사조그룹이 배합사료 회사 인수합병에 경쟁적으로 나섰고 이들 기업은 동시에 사육업에 속속 진입하게 된다.

대기업의 축산진출 역사

 

기업자본의 축산진출은 크게 3회에 걸쳐 일어났으며 1기는 1990년을 전후해 기업들이 철수하면서 종료되지만 1990년을 전후해 시작된 2기, 2005년을 전후해 시작된 3기는 현재도 진행형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재벌 40명에게 축산농장을 해볼 것 지시. 경향신문 1968. 6. 29자 1면<br>
박정희 대통령이 재벌 40명에게 축산농장을 해볼 것 지시. 경향신문 1968. 6. 29자 1면

 

기업자본의 축산진출 1기 시대는 1970년~1990년 약 20년간으로 1960년대 경제성장 과정에서 도시로 인구가 집중하면서 촉발된 축산물 부족 상황을 정부가 타개하고자 재벌 등 대기업에 축산 투자 요청을 하면서 시작된다.

1970년대에는 한우, 낙농, 양돈 등 여러 품목에 도전했으나 1980년대 들어서는 가축 증식과 성장 속도가 빠르고 사료산업과 연계가 가능한 양돈으로 집중되었다.

삼성그룹이 용인에 대규모 양돈장을 건설하는 등, 이 당시 축산진출은 삼성, 현대와 같은 대재벌이 주축이 되었으며. 1980년대 후반 민주화 과정에서 대재벌의 축산진출에 대한 전업 양돈 농가들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와 축산농장이 대재벌의 부동산투기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여론으로 인해 축산법 개정을 통해 대기업 축산 참여를 제안하는 조치가 이뤄지면서 대기업의 축산업 철수가 1990년을 전후해 시작된다.

축산법 21조 [1989~2009]

제21조 (대기업의 축산업 참여 제한) ①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회사 및 기업체(이하 "大企業"이라 한다)는 농림부령이 정하는 사육 규모 이상의 축산업을 영위하여서는 아니 된다.

1.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 제14조제1항의 규정에 의한 대규모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

2. 은행법 제35조제5항의 규정에 의하여 금융감독위원회가 정하는 동일계열기업군에 속하는 기업체

② 농림부장관은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사육 규모를 정하고자 하는 때에는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위탁 사육 통한 사육업 진출

축산법 시행규칙 제26조 [1989~2009]

제26조 (대기업의 축산업참여 제한규모) 법 제21조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대기업의 참여가 제한되는 축산업의 규모는 다음 각호와 같다. 다만, 대기업이 종돈업또는 종계업을 영위하는 경우 및 가축사육농가와 위탁사육계약을 맺고 계약농가에 새끼돼지를 공급하기 위하여 모돈(새끼돼지를 생산하기 위한 번식용 암퇘지중1회이상수정된 것 또는 체중 130킬로그램이상의 것으로서 종돈을제외한 것을 말한다. 이하 같다)을 사육하는 경우를 제외한다.

1. 모돈 500두 이상의 양돈업

2. 닭 5만수 이상의 양계업

2기 기업자본의 축산진출 방법은 위탁 사육이었다.

1989년 축산법 개정을 통해 기업자본의 축산업 진출을 사실상 불허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종축업과 가축을 농가에 위탁시켜 사육하는 방식은 허용하게 된다.

대기업도 위탁 사육을 통해서는 사육업에 간접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었으나 이 당시 축산계열화사업에 관심을 보인 기업은 지금의 대상인 미원뿐이었다. 위탁 사육은 대부분 중소, 중견기업들이 중심이 되었다.

위탁 사육의 경우 농가들이 소유한 축사와 농가들의 노동력, 계열화 사업 주체의 자본이 결합한 모델이다. 계열화 주체가 농가와 위탁 사육계약을 체결하고 배합사료와 병아리를 외상 형식으로 무상 제공하고 일정 기간 사육 후 계열 주체에게 육계를 전속 출하하는 방식이다.

농가는 계열 주체에게 육계를 출하하면 계열 주체는 사육에 필요한 경비(약품, 난방, 전기, 수도, 농장 감가상각 등)와 수수료(농가 보수)를 농가에 지급하게 된다.

당시 계열화 사업은 농가 조직화와 경영안정을 목적으로 양계와 양돈 두 품목을 중심으로 진행되었으나 상대적으로 자본축적이 되어 있던 양돈 농가들의 위탁 사육 참여는 저조하지만, 가격의 진폭이 심했던 육계의 경우 농가들의 가격 변동에서 오는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위탁 사육 참여가 많았으며 2000년대 후반 전체 육계 사육의 80% 이상을 점유하면서 닭고기 생산의 표준 모델로 자리 잡게 된다.

 

육계계열화사업의 경우 기업 간 경쟁 등으로 인해 만성적인 공급과잉 상황에 놓이게 되면서 계열 주체의 경영난이 반복해 발생했는데, 이 과정에서 계열 주체들이 도산하기도 하고, 생산비 절감을 목적으로 농가를 여러 인센티브와 페널티를 활용해 농가를 압박하기도 하고, 사육수수료가 오랜 시간 인상되지 못하거나, 계열 주체가 공급하는 사료나 병아리의 품질 문제 등이 박복 적으로 발생했다.

 

배합사료 회사의 농장 직접 소유

3기 기업자본의 축산진출은 2005년을 전후해서 시작된다.

이 당시 모 사료 회사가 사료대금 회수 과정에서 한계 양돈장을 인수하면서 시작됐고 이후 비슷한 사례가 연이어 터지면서 양돈협회를 비롯한 농가들이 강력히 반발한 바 있다.

이러한 가운데 하림그룹은 양돈계열화사업체인 선진과 팜스코를 인수한 이후 직영양돈장 건설, 매물로 나온 양돈장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사육업에 직접 진출하기 시작한다.

2008년 대한한돈협회가 진행한 하림의 양돈장 진입 반대 운동
2008년 대한한돈협회가 진행한 하림의 양돈장 진입 반대 운동

 

제일제당도 돈돈팜이라는 자회사를 설립하고 양돈계열화사업과 직영양돈장을 운영하는 등 사료 회사를 중심으로 양돈업 진출이 2000년대 중후반 화두가 된다.

하림의 양돈장 건설 문제는 정치권으로까지 확전되어 2008년 국회 국정 감사에 김홍국 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상황을 설명해야 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3기 기업자본의 사육업 진출은 1기 사육업 진출과 흡사한 점이 있는데, 농장을 직접 소유한다는 것이다. 다른 점은 3기 사육업 진출 기업은 하나 같이 배합사료 회사이거나 기업 집단 내에 사료 회사를 소유하고 있는 곳이라는 게 특징이다.

육계계열화사업도 초기 계열화 사업의 중심은 도계장 등 유통이 중심이 되었지만 이후 이들 기업은 사료 사업에 진출하거나 사료 회사가 육계계열업체를 인수하는 등 사료 회사 중심으로 산업이 재편된다.

2010년대 들어서 하림과 이지바이오 등의 양돈농장 인수는 더욱 확대되었고 2010년 축산업 진출을 선언한 사조그룹도 양돈장과 배합사료 회사 인수를 시작으로 사육업을 중심에 두고 있다.

 

 

배합사료 회사 왜 사육업에 진출했을까?

배합사료 회사들의 2000년 중반부터 시작된 양돈장 인수 경쟁의 원인은 영업환경 악화에서 찾을 수 있다.

1990년대 초 10만 호가 넘던 양돈 농가 수는 2000년 2만 호 대까지 감소하고 2000년대 후반 1만 호가 붕괴한다. 구제역에 따른 돼지고기 수출 중단으로 양돈업 호경기가 2000년 종료되고, 2000년대 중반 이후 한미 FTA를 비롯해 EU 등 돼지고기 주요 수출국과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면서 양돈 농가의 폐업이 줄을 이었다.

이러한 가운데 전체 돼지 사육두수는 증가하면서 농장의 규모가 확대되었는데, 1990년 1000두 이상 사육 농가 수가 400여 호로 전체 농가의 30%에 불과했으나 2019년 1000두 이상 사육하는 농가 수는 3358 농가로 전체 농가 6133호의 55%에 달한다.

5000두 이상 사육하는 농가 수도 1990년 38 농가에 불과했지만, 2019년 405 농가로 10배 이상 많아졌다.

 

양돈 농가 수 감소로 영업대상이 줄어든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개별 농장의 볼륨이 함께 커지면서 사료 회사 차원에서는 농장 한곳과 거래가 끊기게 되면 20여 년 전 10여 개 농장과 거래가 끊기는 것 이상의 충격이 사료 회사에 가해지는 것이다.

사료 회사 차원에서는 사료유통경로 상 플레이어 중 소비자인 농가의 힘이 어느 때보다 강해졌다 느낄 수밖에 없다.

배합사료업계에 필요한 것은 당연히 구조조정이다. 농가 수는 줄어들고 호당 사육 마릿수는 증가에 발맞춰 사료 회사도 인수합병 그리고 규모화로 균형을 맞춰야 하지만 구조조정보다는 배합사료업계는 직접 돼지를 키우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4년 전 <농장에서 식탁까지>에서는 배합사료업계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현재의 영업환경과 그에 따른 각 메이커의 전략에 대해 설문 조사를 한 적이 있다.

당시 사료업계 종사자들은 35%는 핵심역량인 배합사료 생산과 농가지원 등 전문성을 강화하겠다고 답했고, 31%는 사육업에 진출하고 있다고 답했다. 11%가 사료 회사 인수합병을 5%가 기존 영업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각 사료 메이커의 전략 말고 설문응답자들이 생각하는 전략은 어떤 것인지 물었는데 전문성 강화에는 7%만이 답했고 60%가 사육 분야 진출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사료 회사 인수합병 11% 등 회사의 전략과 구성원들이 생각하는 전략은 이렇게 차이가 났다.

배합사료업계의 사육업 진출은 200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고객인 농가들 눈치를 보느라 주저하는 모습이 보였으나 2010년대 들어서는 축종을 불문하고 사육업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는 모습이다.

 

독과점 문제 발생

기업이 축산사육 분야에 진출할 경우 대부분 보유한 전후방산업이 효율적으로 가동되는 수준까지 공급량을 확대하므로 기업부문의 비중이 높아지면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 하락이 만성화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중소규모의 농장은 대규모 농장보다 생산비를 상대적으로 많이 지출하는 경향이 있고, 축산농장은 가축이나 축산물 판매가 소득의 전부이지만, 기업은 전후방산업에서 매출이 발생하기 때문에 가격 하락에서 오는 경영압박이 상대적으로 덜해 수급조절에 비협조적인 경우가 많다.

 

장기적으로 중소농가, 중소공급업체는 산업에서 퇴출당하고 산업의 독과점화를 촉진해 산업의 효율성을 저하하는 문제를 유발한다.

전후방산업 특히 축산물 유통 경로를 이들 기업이 장악하면서 가족농과 중소공급자들이 자생할 수 있는 산업생태계가 파괴되어 기업과 협력하는 것 외에는 산업에서 생존할 방안이 원천적으로 막히게 된다.

 

다원적 기능 약화, 공장형 축산 비난 고조

농업의 ‘다원적 기능’은 농업 생산물 중 시장을 통해 거래되는 상품(쌀. 과일, 채소, 육류, 유제품과 같은 식량 그리고 면화, 비단, 양모, 가죽 등의 의류용 소재)이 아닌 비상품재(식량안보, 농촌 지역사회 유지, 경관 및 전통문화, 농촌환경 등)를 말하며, 이들 비상품재는 농축산물과 결합 되어 생산되는 특징이 있다. 기업의 농축산물 생산은 농민 대신 수행할 수 있으나 다원적 기능은 약화하거나 최악의 경우 수행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농업의 다원적 기능 대부분은 농가들이 농업생산현장인 농촌에 거주하며 농산물과 함께 생산해 내는 것인데, 자본이 주도하는 축산업은 외부 투입 재와 노동자, 자동화 시설에 의존해 가축을 생산하는 ‘공장형 축산’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축산구조는 축산업을 공격하는 동물권 운동가들과 채식주의자들의 쉬운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다.

 

누가 농민인가?

농업에서 발생한 소득은 농민에게 지급되어야 한다는 그간의 명제는 약화하고, 자본을 투자한 사람에게 가야 한다는 새로운 명제가 일반화됨. 가축 생산에서 농지(축사)와 농민의 기여도는 배합사료와 종축의 구매 비용보다 낮으며 종축(병아리, 송아지)과 위탁 사육프로그램을 통해 발생한 이윤 대부분을 기업자본이 독식하고 있다.

그동안 사육을 하고, 재배하는 농민이 생산자 지위를 가졌다면, 앞으로는 농산물 생산에서 가장 크게 기여한 자본가가 농민이며 생산자의 지위를 가지게 된다.

 

효율만 따지다 축산물 가치 상실

산업에서 효율은 생산성이라는 말과 연결되며, 산업이 지속할 수 있으려면 생산성을 높여 적정한 이윤이 보장되어야 한다.

문제는 기업 중심의 생태계가 구축되어가는 과정 중 축산물의 만성적인 공급과잉 상황은 축산물의 가격을 낮추고 이에 적응하는 과정은 산업이 가치 중심이 아닌 효율 중심으로 고착화하는 문제를 일으킨다.

실제 자본이 중심이 된 육계, 계란, 돼지의 경우 생산성을 중시 여겨 출하일령을 단축하고, 사료 효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지만, 대량생산으로 인해 희소성을 잃어버리면서 원가를 조금 상회하는 가격이 형성될 뿐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더욱 효율을 중시하게 되면서, 시설투자를 하지 못하는 가족농의 퇴출을 앞당겼다.

 

 

결론 및 시사점

대기업의 축산진출과 점유율 확대는 시장 개방보다 축산농민들에게 더 큰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독점력은 점유율 10% 정도가 되면 조금씩 생겨나고 15%가 넘어서면 의미 있는 독점력을 시장에서 행사할 수 있으며, 30%가 넘어서면 시장을 지배하기 시작한다.

현재 국내 축산시장에서 의미 있는 독점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업체로는 닭고기 시장에서 하림과 동우(참프레), 유가공시장에서 서울우유와 매일유업, 오리에서 다솔과 정다운 정도가 있다.

개별 기업이 아니더라도 기업부문의 점유율이 30%를 넘어서게 되면 기업들은 성장 지향적이기 때문에 경영 계획에 따라 가격에 영향을 받기 시작하고, 종국에는 기업에 협력하지 않으면 사육을 지속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기업의 무분별한 사육업 진출을 제어하고, 기업부문의 성장과 농민 부문이 함께 성장하고 공존할 수 있는 안전장치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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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흔 2020-08-03 11:17:50
서울우유는 협동조합입니다.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