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사료・카길, 고객과 경쟁 대신 협력 통한 성장 추구
농협사료・카길, 고객과 경쟁 대신 협력 통한 성장 추구
  • 옥미영‧김재민 기자
  • 승인 2020.07.02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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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합사료 업계 ‘사육업 진출에도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기업 철학 고수

[팜인사이트=옥미영・김재민 기자] 배합사료 회사의 상업적 가축 생산은 어느새 일반화되었다.

이종산업 또는 연관산업과의 융합과 결합이 대세라 하지만 배합사료 회사의 고객이 축산농장은 고객인 것을 고려하면 어딘가 어색한 면이 있다.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자신의 고객을 설정하는 것이다. 자신이 생산하는 상품이나 판매하고자 하는 서비스를 누가 사용하는지 아는 것은 사업의 기본 중의 기본이다.

두 번째는 고객들이 어떤 상품과 서비스를 찾고 있는지 분석해야 한다.

그리고 세 번째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해 공급하는 일이다.

즉 기업의 생존은 고객의 만족에 있는데, 국내 배합사료 회사들은 스스로 기업이자 고객이 되는 길을 선택했고, 고객들과 축산물이라는 상품을 가지고 치열히 경쟁하기 시작했다.

충돌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2000년대 내내 양계농가와 계열화업체와의 갈등이 있었고, 2000년대 후반 양돈농가들과 농장을 소유하기 시작한 배합사료업계와의 갈등도 있었다.

고객과 기업의 갈등도 장기화 한 가운데, 돈가의 상승, 구제역 발병, 자유무역협정 등 크고 작은 일들이 벌어지면서 문제를 제기하는 농가들의 대응은 무뎌지기 시작했고, 기업들은 이제 고객의 눈치도 보지 않고 영역을 넓혀가는 수준까지 다다랗다.

현재의 사료 시장의 구조는 배합사료업체들로써는 매우 힘든 시장 즉 레드오션이다. 갈수록 농장의 수는 줄어들고 대신 농장의 규모는 커졌는데 사료회사의 구조조정은 더디게 진행된 탓이다. 고객인 농장의 파워가 커지면서 사료 회사들은 농장에 자금도 공급하고, 사료도 공급하고, 축산물도 팔아줘야 하는 축산업과 관련된 종합 서비스를 제공해야 겨우 생존할 수 있는 길이 보일 정도다.

 

“수직계열화를 거부하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사료 회사들 중 상위 메이저 업체들은 스스로 농장을 운영하기 시작했고, 자사에 종속된 농장에 사료를 팔아 매출을 올리고 또 농장에서는 축산물을 팔아 매출을 올리는 전략을 통해 쉽게 영업하는 길을 선택하고 있다.

사료 회사들이 생존전략으로 고객의 영역인 농장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는 게 이제는 필연적인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배합사료 회사들의 농장 매입이 연일 뉴스거리가 되고 있음에도 이례적인 행보를 하는 업체들이 있다.

바로 농협사료와 카길이다. 두 회사는 종합사료 회사이지만 주 종목은 다르다.

농협사료가 한우 번식 및 비육 사료를 중심으로 한 축우사료 점유율이 높다면, 카길의 사료 브랜드들은 양돈 시장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 모두 경쟁업체들이 사육 분야에 진출해 쉽게 사료를 판매하려는 경향을 보이는 것과 다르게 묵묵히 배합사료의 생산과 공급 그리고 거기서 파생되는 각종 축산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열중하고 있다.

 

농협사료, 공동생산・판매 협동조합 철학 구현이 경쟁력

농협사료는 축산농가들이 조합원으로 가입된 협동조합이 최대 주주로 있는 농협경제지주의 자회사다. 협동조합의 기본 철학은 공동생산, 공동구매, 공동이용, 공동판매를 통해 개별 농가들이 도달하기 어려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조합원들의 경제적, 사회적 수준을 향상하는 데 있다.

즉 조합원 간 경제적 협력이 기본이 되는 것이 협동조합이고 농협사료는 배합사료의 공동생산 그리고 농가들은 이를 공동이용이라는 철학을 잘 실천할 때 성장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농협사료는 농협중앙회 회원 농축협이 대리점 역할을 맡고 있으며, 개별 농축협들이 공동으로 출자해 설립한 사료 회사로 보면 된다.

지역 농축협들은 농협사료가 생산한 배합사료를 농가들의 이용계획에 따라 공동구매하고 농가는 이를 이용하게 되며 사료가 생산, 유통되는 과정에서 수수료를 지불하는 방식이다.

농협은 계속 경영을 위한 최소한의 이윤만을 추구하기 때문에 배합사료 가격이 경쟁 사료 회사보다 저렴한 측면이 있다.

특히 대부분의 사료 회사들이 여러 조건에 따라 수많은 가격 조건이 만들어지고 집행되는데 보통은 대군사양가는 중소 농장보다 사료를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이와 달리 농협사료는 많이 이용하는 농가나 적게 이용하는 농가나 차별하지 않고 같은 가격을 책정하고 있어 영세 소농에게 매우 유리한 면이 있다.

그렇다고 중대형 농장이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는 것도 아니다. 협동조합은 공동이용이라는 철학을 실천한 농가를 우대하는 제도가 있는데 바로 이용고 배당이다. 각 회원 농축협은 중대형 농가에게 보다 많은 이용고 배당을 실시해 민간사료를 사용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구매비용 절감분을 보전해 주고 있다.

농협사료가 고품질의 사료를 합리적 가격에 공급하면 회원 축협들은 이를 농가에 공급해 주고, 농가는 고품질의 축산물을 생산해 소득을 올리는 선순환 구조로 농협사료는 어떻게 하면 사료를 더 잘 만들 것인가 그리고 회원농축협은 어떻게 하면 합리적 가격에 공급할 것인가만 고민하면 된다.

농가가 돈을 벌면, 조합도, 농협사료도 활성화되는 구조가 가져다준 행동전략이다.

농협사료는 단순히 좋은 품질의 사료를 합리적 가격에 공급하는 역할에서 그치지 않는다. 농협사료는 배합사료 가격의 기준을 제시하는 공익적 기능 또한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합사료 가격 공시제도가 시행됐지만, 농가들이 투명하게 사료 가격을 알 수는 없다. 영업비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농협사료는 투명하게 가격을 공시하고 있어 소비자인 농가들이 농협사료를 쓰지 않고 있다 하더라도 자신이 쓰고 있는 사료의 가격이 어느 수준인지 인지할 수 있다.

농협사료가 이러한 기능을 수행하게 된 데는 역사적 배경도 있다. 1980년 이전까지 국내 배합사료 가격은 정부가 고시해왔으나 이후 민간 자율결정 체계로 전환하면서 농가들의 불안이 클 수밖에 없었다. 소규모 농가가 대부분이었던 1980년대 상황을 감안하면 농가들의 정보 접근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사료 유통과정에서 농가들이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농후했다.

하지만 그 당시 배합사료 시장에서 가장 큰 점유율을 가지고 있던 축협중앙회(농협사료 전신)가 투명한 가격 공시를 통해 기준 가격을 제시하면서 민간 배합사료업체들의 과도한 이윤추구를 어렵게 했다.

농협사료의 가격정책은 2% 이내의 곡물가・환율 변동에 따른 인상요인은 자구 노력으로 흡수하고 이를 초과하는 경우 원가연동을 통해 인상은 최소화 하고, 인하요인 발생 시에는 신속한 할인 및 인하를 단행하고 있다.

이러한 농협사료의 가격정책 때문에 농협사료의 시장 영향력이 큰 축우사료의 경우 민간배합사료 회사들이 장사 못 해 먹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시장점유율이 높은 농협사료의 가격정책이 전체 배합사료 업체들의 사료 가격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최근 3년 년 동안의 농협사료 가격 조정현황을 살펴보면 2016년부터 2019년 3월까지 1회 인하 및 6회 할인을 통해 총 605억 원의 농가 생산비 절감 효과를 거두게 된다.

또한, 경쟁 배합사료업체의 사료 가격 인상을 억제하고 인하를 촉진하는 시장에서 견제자 역할을 하는 등 선도업체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기능과 역할에도 농협사료도 불안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많은 배합사료 메이커들이 사육업에 진출해 사료 시장을 축소하는 등 영업환경이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농협사료가 전략적으로 사용할 카드는 많지 않다. 농협사료를 이용해주는 회원 농축협과 조합원들의 요구를 파악하고 이를 신속히 해결해 주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조합원 지원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큰 전략일 수밖에 없다.

농협사료는 이러한 기조 속에 지난해 가축 생체정보수집 센서를 활용한 데이터 기반 한우 사양을 농가들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한우올인원’ 프로그램을 개발해 농가에 보급하고 있다.

지금까지 감에 의지해온 농장관리가 이뤄졌고, 농협의 컨설턴트들도 제한된 정보를 가지고 대응할 수밖에 없었으나 한우올인원 사업을 통해 실시간으로 소의 상태를 파악하고 조치함으로써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농장관리를 더욱 과학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농협사료는 이러한 농가 지원사업을 계속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농가의 경쟁력 향상이 곧 농협사료의 경쟁력이 되는 만큼 협동조합 철학 구현을 가장 큰 전략으로 놓고 있는 것이다.

 

카길, “고객의 사업영역에서 경쟁하지 않는다”

협동조합 계열 사료회사들이 농민이 지배구조의 상층에 자리하고 있으므로 사육 분야에 진입해 농가와 경쟁하지 않고 동반자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동반자 관계라는 것이 민간 배합사료 회사의 경우에는 조금 이야기가 달라진다.

고객과 함께 성장한다는 신조는 기업의 가장 기본적인 경영전략이지만, 연관산업과 합병과 융합이 경쟁력이 되는 시대에서 고객이 경쟁자가 되기도 하고 고객이 사업부서로 바뀌기도 하는 복잡한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배합사료 영업환경이 극도로 나빠지고 있는 2000년대 중반 이후 많은 배합사료 회사들이 직접 농장을 소유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내부화하는 쪽에 공을 들여오고 있으나 카길만은 대형 업체 중 유일하게 지금도 배합사료의 생산과 공급 그리고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통적 영업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사료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경쟁 회사보다 품질, 가격, 서비스 무엇이라도 하나 더 나은 것이 있어야만 한다. 이것을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보다는 경쟁 회사들은 농장을 내부화하는 것이 지금은 기본적인 전략이 되고 말았다. 그런 회사가 더 다수이기 때문이다.

카길에 다른 배합사료 메이커들과 다르게 왜 사육업에 진출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은 조금 단호해 보였다.

“고객의 사업영역에서 경쟁하지 않는다”라는 사업 방향과 원칙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원칙 속에 핵심 역량을 동물영양 분야의 전문성을 강화에 두고 고객 농장과 동반 성장하는 것을 핵심가치로 두고 있다는 것이다.

카길을 분석한 책이 2000년대 중반 국내에 번역되어 판매되고 있다. 해당 책을 보면 카길은 일찍 사육업에 진출했었고 성과도 있었는데, 어느 순관 사육과 관련한 모든 사업에서 철수하는 결정을 하게 된다.

이러한 한국카길의 모기업 차원에서 내려진 결정이 원칙이 된 것이 아닌지 궁금해지는 대목이었다.

이와 관련해 카길이 가장 곤혹스럽게 생각하는 부분인 것 같다. 1867년 사업을 시작한 이후 150년 넘게 농축산 분야에서 카길이 보여준 성과와 비전 그리고 카길의 영향력이 부정적이거나 위협적으로 비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카길이 사육업에 진출했다가 철수했던 부분도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카길이 사육업에서 철수를 결정한 데는 농장을 직접 소유하는 모델은 장기적으로 볼 때 자신들의 고객과 경쟁하는 구조로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됐다는 것이다.

대신 협력적 파트너십 모델을 강화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했고 카길이 지속적인 성장의 비결이다.

카길의 농장 소유사례는 단 하나 각국 상황에 맞는 영양 솔루션 개발을 목적으로 연구농장을 운영하는 사례 정도인데, 한국카길은 그마저도 소유하지 않고 있다.

카길이 사육업 진출과 관련해 검토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2010년대 들어 치열하게 이 부분에 대한 검토와 내부 토론이 있었지만 결국 도돌이표처럼 “농장 소유보다는 파트너십을 통한 동반 성장”이라는 명확한 원칙에 따라 농장을 소유하는 것과 관련한 검토는 끝을 냈다.

카길이 이러한 결정에 내린데는 어딘가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2011년 구제역 이후 시장이 회복되기 시작한 2013년 부터 전체 양돈배합사료 시장은 11.6% 성장했지만 카길은 35.9%가 성장해 3배 이상 성장했다. 경쟁업체들이 농장을 매입하고 있을 때 카길은 농장 소유 없이도 큰 폭의 성장을 한 것이다.

이러한 경쟁력의 원천은 제품력과 차별화된 서비스다. 카길은 자사와 거래하는 농가를 5개 이상으로 세분화해 대응을 달리하고 있다고 한다. 이를 경영학에서는 고객 세분화라 이야기하지만 이를 다른 관점서 보면 고객이 필요에 따라 맞춤형 서비스를 한다고 볼 수 있다.

카길은 수직적 계열화 대신 수평적 협력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고객 농가의 성장을 위한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더욱 강화하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고객 농가들의 안정적인 출하를 돕기 위해 ‘한이음’ 서비스를 출범시켰고 분뇨나 악취로 인한 농가의 고민을 해소하기 위한 컨설팅 조직의 강화나 고객 농가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첨단 디지털 팜 기술 개발에도 최근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요즘 경영학자들은 기업 생존 전략을 고객 만족을 넘어, 고객 감동을 이야기 하는데, 우리 배합사료업계에선 카길이 가장 근접한 모습을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치열한 경쟁에서 벗어나는 방편으로써 좀 더 쉬워 보이는 농장의 소유라는 방식을 포기하며 지속 가능한 사업의 방향으로 농가와의 동반 성장이라는 길을 선택한 한국카길의 전략이 어쩌면 지금까지의 성공적인 결과로 나타났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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