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 강동구 김천 서부농장 대표
[사례1] 강동구 김천 서부농장 대표
  • 김재민 기자
  • 승인 2020.07.06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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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농가도 이제 일과 삶의 균형 찾을 수 있어
로봇착유, 노동강도 낮추는 건 기본... 데이터 기반 목장 전환은 축복

[팜인사이트=김재민 기자] 수학교사로 일하다가 부모님의 목장을 승계해 경영하고 있는 강동구 대표는 요즘 목장에 출근하는 게 즐겁다고 말한다.

2013년 부모님의 목장을 이어받기로 하고 안정적인 교편을 내려놓고 목장에 막 들어왔을 때만 해도 막막했던 시간을 보내야 했던 때와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아이들 교육 때문에 목장이 아닌 목장에서 20여 분 떨어진 김제 시내에서 출퇴근했던 강 대표는 새벽 5시에 기상해 목장으로 향했다가 새벽 착유를 끝내고 남은 일을 마치고는 10시쯤 집으로 돌아와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오후 3시쯤 다시 목장으로 출근해 오후 착유를 준비하는 식의 패턴이 반복됐다고 한다.

4년여간 이어진 이러한 생활은 교사로 일할 때보다 강한 노동강도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고 목장으로 출근하는 것도 즐겁지 않았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목장을 경영해야 하는데 목장 전체를 둘러볼 여유가 없었고 말이 경영 승계이지 목장 노동자와 다를 게 없는 생활의 연속이었다.

부모님의 방식대로 목장 운영을 계속하다가는 본인 스스로 목장을 어느 순간 접을 것 같다는 생각이 앞서면서 조금씩 목장에 새로운 시도를 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시도한 것이 목장 자동화의 기초라 할 수 있는 개체식별기와 사료 자동급이기를 도입하는 것이었다. 개체식별기를 통해 소의 번식 관리, 반추 관리가 가능해졌고, 사료의 섭취량 등이 계량되어 데이터가 쌓이기 시작하자 이전에 보지 못했던 목장 상황이 한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우리 목장 상황 그리고 각 소 한 마리 한 마리의 상황을 볼 수 있게 되면서 착유 후 퇴근이 아니라 컴퓨터를 켜 놓고 목장 상황을 관찰하는 게 그의 일과가 되었다.

소의 이상 징후를 데이터를 통해 찾아내고 신속히 조치할 수 있게 되면서 당연히 목장의 생산성은 눈에 띄게 좋아지기 시작했으며, 이렇게 데이터 기반의 목장 경영이 시작된 것이다.

2018년 로봇 착유 시스템 도입을 결정은 서부목장이 데이터 기반 목장 경영을 더욱 가속했다. 목장원유 유질은 물론 원유 온도를 가지고 소의 체온을 감시할 수 있게 되었다.

 

강동구 서부농장 대표가 컨설턴트와 스마트 패드를 보며 농장 상황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강동구 서부농장 대표가 컨설턴트와 스마트 패드를 보며 농장 상황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로봇착유 시스템의 도입은 높은 투자 비용과 초기 로봇착유기를 설치했다가 실패한 농장에 대한 소문 등으로 인해 부모님의 반대도 많았다.

하지만 같은 인원으로 더 많은 소를 사육할 수 있으므로 투자비는 회수할 수 있다는 판단을 했고 가장 매력적인 것은 이전에 알 수 없었던 착유 과정에 생성되는 여러 데이터로 인해 좀 더 정밀한 가축 사육이 가능할 거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투자 이후 목장의 성적은 눈에 띄게 좋아졌고 사고로 인한 긴급도축은 사라지고 경제수명을 다한 소에 대한 계획 도축만 있을 정도로 예측 가능한 목장 경영이 가능해졌다.

이는 소가 격을 수 있는 질병이나 부상 등을 조기에 발견하고 조기에 처치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강동구 대표는 로봇착유기가 목장 경영에 정답은 아닐 수 있다고 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축산, 지속 가능한 낙농목장이 되기 위해서는 데이터 기반 농장으로 전환은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요즘은 코로나 19로 아이들이 등교하지 않으면서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는데, 학교 다니는 큰아이와 둘째 아이는 오전에 목장으로 함께 출근해 제가 온라인 수업을 지도해 주고 있다고 전했다.

착유라는 고강도의 노동에 짓눌려 있던 시절에는 상상하기 힘든 모습인데, 이제 육아나 가정일도 아내와 분담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가 생겼다고 전했다.

코로나 19 사태 전에는 아이들 등교도 시켜주고, 가족들과 저녁에 외식도 할 수 있을 정도로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늘었다고 전한다.

낙농목장의 지속가능성은 어쩌면 낙농가들의 착유라는 무거운 짐을 덜어주는 일에서 시작되고, 또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기면서 목장에서 생성되는 여러 데이터를 관찰하고 목장을 지속해서 개선해 나가는 목장 경영자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전 목장의 자동화는 단순히 노동의 강도를 조금 낮춰주는 수준이었다면, 앞으로의 목장 풍경은 목장 일과 개인의 삶이라는 일과 삶의 균형을 가능케 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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