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부, 사료 업계 담합 면죄부 주나
농림부, 사료 업계 담합 면죄부 주나
  • 김재민 기자
  • 승인 2020.07.05 23: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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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도 농가도 실익 없는 원료 공동구매 종용

사료업계 협의회 정례화... 정보교류 활성화 추진

 

[팜인사이트= 김재민 기자] 농림축산식품부 주제로 개최된 ‘사료산업발전협의회’에서 농협사료와 한국사료협회 회원사 간 사료 원료 공동구매와 정보교류 활성화에 합의한 것을 두고 사실상 정부가 나서 사료업계 간 담합을 용인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0년 7월 1일 농협사료, 한국사료협회(이하 사협), 농촌경제연구원 등이 참여하는 ‘사료산업발전협의회’를 개최하고 ‘사료 원료 공동구매’와 ‘사료 시장 정보교류 확대’, ‘사료산업발전협의회 정례화’ 등에 관련 기관이 합의했다며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나섰다.

농협사료와 농협계통사료공장, 한국사료협회 소속 민간배합사료회사들은 국내 사료 시장을 두고 치열히 경쟁하고 있는데, 보통 정부의 정책은 제품의 품질이나 서비스 수준은 높이고 가격은 낮추는 효과를 보기 위해 경쟁을 촉진하는 정책을 펼치는 것이 일반적이나 이번 조치는 경쟁을 촉진하기보다는 경쟁을 축소하는 조치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미 민간배합사료업계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사료 가격 담합 등의 협의로 고강도 조사를 받은 바 있어 정부가 사료 회사 간 정보교류나 원재료 공동구매라는 그럴싸한 이름으로 면죄부를 주려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따져 볼 필요가 있다.

특히 농협사료는 자사 필요 원료를 포함해 농협계통사료공장에서 사용되는 원료의 구매 대행을 하고 있으며, 한국사료협회는 회원사 사료 원료의 구매 대행을 하는 기관으로 두 기관 모두 30년 이상 배합사료 원료구매 업무를 해오면서 구매와 관련한 노하우와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공동구매는 보통 규모의 경제를 통해 구매하고자 하는 상품의 가격을 낮추기 위한 행동으로 주로 시카고 거래소에서 사료원료를 구매하고 있어 공동구매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구매 부분에서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사료업계가 원료 곡물 구매 시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는 곳은 운송 분야인데 벌크선 한 척을 모두 채울 수 있는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지만 양쪽 진영 모두 물량 확보에는 어려움이 없을 정도로 충분해 공동구매로 인한 실익은 별로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실제로 곡물 수입량이 적었던 시절 농협이 옥수수 등을 전량 구매하여 업계에 배분한 적이 있으나 1982년 이후 축협과 사협으로 구매 창구가 이원화된 바 있다. 이는 급변함에도 불구하고 구매창구가 단일화로 관료화되면서 능동적으로 대처가 이뤄지지 못했고 구매 실패에 대한 책임도지지 않으면서 결국 사료 구매 창구 이원화라는 조치가 단행된바 있다.

현재 각 주체는 상대 진영보다 조금이라도 더 유리한 가격으로 수입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나, 농협과 사협이 공동구매에 협력하게 되면 원료를 사실상 같은 가격에 구매하게 됨으로써 원료구매 부분에서 장기적으로 경쟁이 사라지면서 사료 원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몇 차례 사료가격 담합으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까지 받았던 사료업계가 상호 정보교류라는 이름으로 정례협의회까지 개최할 경우 정부가 나서 사실상 담합의 장을 마련해 주는 꼴이 되고 있다.

현재 배합사료업계는 농장의 규모화로 과도한 판매경쟁에 놓여 있다. 사료시장에서 경쟁을 완화할 부분은 안정된 원료구매 부분이 아닌 판매 부분으로 이는 농장의 규모화, 계열화의 영향으로 사료 물량은 늘었으나 판매할 수 있는 시장은 축소됐지만, 사료 회사의 구조조정은 여기에 맞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나타난 것으로 배합사료 산업이 국내 축산 구조에 맞게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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