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농자재 토털 케어 시대 ‘활짝’···농약회사 경농의 스마트한 영농생활
[기획] 농자재 토털 케어 시대 ‘활짝’···농약회사 경농의 스마트한 영농생활
  • 박현욱 기자
  • 승인 2020.07.08 10: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발포성 정제로 제초작업 단 ‘5분’
지속적인 기술 개발로 노동 절감
관수 시스템에 작물보호제 접목
천적곤충·종자활용·수확후관리까지

[팜인사이트=박현욱 기자] 과거 농림축산식품부 농림기술개발 연구과제에 ‘던지는 농약’이 선정된 적이 있다. 일반인들은 다소 엉뚱한 과제로 생각하기 쉽지만 여기에는 수많은 과학 기술이 숨어있다.

이미 국내에서는 1990년대 농업 인구 고령화와 농약 살포 기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포성 정제 농약 개발이 화두로 떠올랐다.

논둑에서 논안으로 농약을 던져 넣으면 자동으로 퍼지는 투척형 제초제는 2003년 개발이 완료돼 이후 실용 제품 출시로까지 이어졌다. 농민의 일손을 덜어줄 뿐만 아니라 환경친화적이기까지 한 생력형(laborsaving, 일손을 덜어주는 일) 발포성 정제는 농약산업의 발전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2000년 (주)경농은 ‘안정한 발포성 수도용 제초제 조성물 및 이를 이용한 제조방법’을 특허 출원하고 2004년 등록을 마쳤다.

1998년부터 3년에 걸친 기술 개발 노력의 결과다. 2004년 ‘주먹탄 점보제’라는 시제품을 출시하면서 투척형 농약 개발의 새 역사를 장식한 것이다.

국내 최초 국산 투척형 제초제라는 점은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컸고 기존 수도용 제초제의 사용방법을 혁신적으로 개선하고, 기술 도입국에서 기술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남달랐다.

 

농약을 살포하고 있는 농민(사진제공=농촌진흥청).

발포성 정제는 물과 접촉할 경우 화학 반응을 일으켜 이산화탄소 가스를 방출하면서 정제 스스로 물에 용해되는 과정을 거친다.

물속에 들어가야만 발포가 시작돼 액상수화제처럼 원액이 직접 벼에 묻어 생기는 약해 발생 가능성까지 차단한 것이다. 논에 직접 들어가지 않고 논둑에서 300평당 25~50g 수준의 대형 정제를 20~40개 정도 일정 간격으로 던져 넣는 것만으로도 약제 처리가 되는 셈이다.

수도용 농약 제형 중 입제의 경우 300평에 대한 살포 소요시간이 평균 50분, 수화제나 유제가 평균 120분 정도인데 비해 발포성 정제는 5분이면 작업이 끝나 노동력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평가받는다.

경농은 이후 ‘황금볼 점보제’, ‘이편한 점보제’ 등 점보제 제형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면서 농민 일손을 덜어주고 있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농자재 기업들이 단일 상품의 품질을 높이거나 정밀함과 안전성을 높이는 데 주목했다면 이제는 농자재 전반의 토털 케어 시스템에 주목하고 있다.

경농은 농자재 토털 솔루션을 도입하면서 미래 농업 컨설턴트로 입지를 굳히겠다는 포부다. 경농의 주 종목인 농약, 비료 외에도 종자, 관수, 천적곤충, 친환경, 신선도 유지제 등 사업을 다각화해 농자재 원스톱 공급과 사업 간 전문 기술의 융복합 개발에 뛰어든 것이다.

농업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관수 자재 활용은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다.

농업과 ICT와의 결합은 보통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되는 유리온실과 같은 첨단 인프라와의 결합을 생각하기 쉽지만 노지에서도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관수 자재를 활용하면 농촌의 스마트팜을 앞당길 수 있다는 아이디어다.

2000년 중반 이후 관수는 단순히 작물에 물을 주는 데에서 나아가 농약 살포나 영양제를 공급하는 창구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기 시작했는데 경농은 지난해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이 주관하는 ‘노지작물과원 스마트영농 모델개발 사업’의 주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농업계 전 분야를 망라하는 디지털 농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경농이 보유하고 있는 전국 180여 개의 전문 서비스 네트워크 ▲정보 보안 및 식량안보를 위한 핵심자재의 100% 국산화 ▲노지에 적합한 모델 개발 및 현실성 있는 시스템 ▲분야별 전문가(KT 등)와 연계된 스마트 시스템 제안 등이 높은 평가를 받으면서 주 사업자로 선정, 스마트팜 시스템 적용이 어려웠던 노지작물까지 정밀한 영농 관리가 가능하다는 콘셉트다.

농약 판매에 뿌리를 둔 농약회사가 농약 사용량을 줄이는 천적곤충(IPM)이나 종자를 활용하겠다는 것도 이색적인 전략 포인트다. 천적곤충의 경우 약효 발현 속도는 느리지만 방제 지속성이나 잔효 성능이 탁월해 노동력 절감 등 다양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경농 측의 설명이다.

경농은 해충의 발생량과 종류를 진단하고 관련 약제 처리 시기를 제시하며, 발생 해충 밀도에 따른 천적 활용법을 컨설팅하는 등 종합 해충방제 시스템 보급을 서두르고 있다. 또한 경농의 자회사 동오시드(주)를 활용해 고품질, 내병성, 생산성이 우수한 품종을 공급, 노동력 절감과 농민 소득 증진에 기여하는 청사진을 그려내고 있다.

농약 기업이 농산물 생산의 주축인 농민을 측면 지원하는 데에서 나아가 친환경 자재, 수확 후 관리 기술로 소비자까지 겨냥하고 있는 점도 관전 포인트다.

2017년 친환경·바이오 기술과 제품을 전문으로 하는 ‘글로벌아그로(주)’ 설립으로 식물 활력 강화제, 병해충 기능성 제제, 수분관리용 자재, 토양개량 및 작물 생육 촉진제 등을 공급하면서 화학농약이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있다.

또한 농산물 장기저장제인 ‘1-MCP’를 국내 최초로 상품화해 수확 후 관리 기술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도 받는다. 2007년 설립된 ㈜탑프레쉬는 농산물 장기저장제 1-MCP를 비롯, 유통 중 신선도 유지제 ‘후레쉬 업’, 가정용 ‘후레쉬 볼’, 후숙 연화제 ‘후레쉬라이프’, 포도 블루베리의 곰팡이 발생 억제 포장재 ‘유황패드’ 등을 공급하면서 농산물이 소비자들의 식탁까지 도착하는 데까지 관리하겠다는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스마트한 영농생활을 가능케 하는 경농의 사업 전략. 토털 솔루션으로 무장한 농약회사의 변신은 농자재 업계의 조용한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 가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