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 자조금 발전 방안 수립 필요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 자조금 발전 방안 수립 필요
  • 김재민
  • 승인 2020.07.29 14: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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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부, 축산자조금 관리 강화 명목.... 법인화 추진
자조금사업 정부 주도 자칫 자조금 거출 동력 상실
농림부 관피아 자리로 전락 등도 우려
예산, 사업 좌지우지 농림부 권한 축소가 오히려 개혁 방향

[팜인사이트=김재민] 농림축산식품부가 축산자조금 단체의 법인화를 통해 정부의 관리와 감독을 강화하고, 자조금의 사용 범위도 방역과 환경으로 확대를 추진하면서 자조금을 실질 운영하는 축산단체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은 6월 말 농림축산식품부가 축산자조금 단체, 축산단체 실무자들과 회의에서 처음 거론되었고, 회의 내용이 외부로 확산되면서 공론화되고 있다.

 

자조금 취지와 맞지 않아 자조금 사업 와해
 

자조금은 농가 스스로가 각 품목의 발전을 위해 수입의 일부를 자발적으로 내놓아 펀드를 조성, 집행하는 사업으로 정부의 관리와 감독 강화는 자조금 제도 취지와도 맞지 않아 자칫 자조금 사업이 와해 될 수도 있다.

현재는 농가들의 동의하에 자신이 판매하는 축산물 대금에서 자조금이 자동 공제되도록 운영되고 있는데, 정부가 법인화 등의 조치를 만약 강행할 경우 대규모 자조금 거출 반대 운동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행 축산자조금은 농가 거출금에 축발기금에서 일부 금액이 보조되어 기금이 마련되며 축발기금에서 출현되는 기금 규모는 전체 사업 예산의 50%를 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마련된 기금은 주로 소비촉진 활동에 쓰이고 있고 이외에 농가 및 소비자 교육, 조사연구, 수급조절 등의 사업에 활용되고 있다.

현재 축산자조금의 사업계획과 예산은 참여 축산단체와 사무국이 중심이 되어 편성하고, 관리위원회와 대의원회에서 인준되지만, 실질적인 사업 승인은 농림부가 가지고 있다. 대의원회 인준까지 마친 사업계획을 정부가 승인을 해주지 않아 대대적인 손질을 본 예도 있어, 오히려 정부의 과도한 개입을 축소하고 독립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자조금 발전 방안으로 제기되고 있다.

거출율을 높이고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자조금 조성에 기여하고 있는 축산농민과 축산단체가 마련된 자금의 집행을 하는 프로세서는 존중될 필요가 있다. 돈은 농가가 집행 권한은 정부가 행사한다면, 축산단체와 농가들이 자금조성에 기여할 이유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관피아 낙하산 자리로 전락
 

자조금단체의 법인화와 정부의 통제 강화의 끝은 인사권의 행사를 의미한다. 현재 농림부는 사업과 예산에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농림부가 인사권까지 행사하면서 주요 의사결정을 하는 자리에 농가대표가 아닌 농림부 퇴직 인사들이 배치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로 낙농진흥회, 축산물품질평가원, 방역지원본부 등은 발족 당시 민간출신들이 주요 요직에 배치되었던 것과 달리 각 기관들이 공공기관으로 지정이 되면서 주요 요직에 농림부 퇴직공무원들이 장악한 사례가 수도 없이 많다.

 

축산단체 힘빼기?
 

품목축산단체들은 농가들의 회비로 운영되다 보니 200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협회 운영을 위한 예산 확보에도 빠듯한 상황이었다.

각 품목의 발전을 위해서는 정책 제안도 하고, 잘못된 정부 정책에 대해서는 개선도 요구하는 활동을 하여야 하지만, 빠듯한 예산으로는 우수한 인력을 채용하기도 힘들고, 많은 돈이 드는 연구 조사사업을 진행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과거 정부와 농축협에 손 벌린 일이 많았고, 정부와 정부산하 기관, 농축협 등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자조금 사업 시행 이후 각 단체는 많은 예산을 조사연구와 정책 개발 등에 사용하기 시작했고, 여론 확인과 조성을 위한 농가 회의도 자주 개최할 수 있게 되면서, 정부나 농축협과 대등한 파워를 가지게 되었다.

축산단체들의 힘의 원천인 자조금을 정부가 통제하지 않는다면, 축산단체에 정부가 휘둘리는 일이 계속될 수도 있다.

의도야 어떻든간에 자조금단체에 대한 정부의 관리 권한 강화는 축산단체의 힘을 빼놓는 결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자조금 발전 방안은
 

축산자조금 법인화 시도, 정부의 관리 강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의무자조금이 시작된지 4년 차에 접어든 2009년에도 정부는 축산자조금단체의 법인와 전문경영인 제도 도입 등을 들고 나왔다가 축산단체들의 거센 반발에 물러 선적이 있다.

어쩌면 이번 시도 또한 간보기로 그칠 수도 있다.

축산단체 실무자들과 회의에서 슬그머니 안을 꺼내 놓았고 공식적으로 이를 공표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 또 다시 정부의 시도가 무산된다면, 정부의 사업과 예산 관리에 간섭을 강하게 하는 방법으로 괴롭힐 공산이 크다.

자조금단체 실무자들이 괴롭힘을 당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간섭으로 파행을 겪었던 이전 정부의 잘못을 반성하면서 문화체육관광부는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밝힌바 있다.

신한류정책을 최근 수립하면서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계속 견지하고 있다.

자조금 사업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통제를 강하게 하면 결국 자조금 사업은 그냥 정부의 그저 그런 사업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농가들 그리고 자조금 단체와 축산단체의 역량을 믿고,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 자조금 정책 기조를 이 참에 만들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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