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동제 이후 원유가격 얼마나 올랐나 봤더니
연동제 이후 원유가격 얼마나 올랐나 봤더니
  • 김지연 기자
  • 승인 2020.08.26 0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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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연동제 시행 이후 낙농가 수취가격 오히려 하락
유업체는 시장상황 반영 안된다 하지만 협의 통해 결정
원유가연동제 뛰어 넘는 새로운 가격체제 도입 어려울 것

*본 기사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2020년 8월호에도 동시 게재되었습니다.

 

[팜인사이트=김지연 기자] 우리나라 국민들이 1년 동안 쌀보다 많이 먹는 것이 있다. 바로 유제품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양곡소비량 조사결과’에 따르면 가구부문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9.2kg, 지난 2018년 기준 국민 1인당 연간 유제품 소비량은 80.1kg으로 무려 쌀보다 20kg이나 많다. 1인당 쌀 소비량이 50kg대로 들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쌀 소비량은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는데 유제품 소비량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만큼 유제품은 삶에 그만큼 중요한 식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원유는 일일 배달을 해야 하는 식품원료로 일단 상품의 저장성이 낮다. 더불어 변질 우려가 높아 단시간 내에 생산·가공·소비가 이뤄져야 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또 원유는 ‘젖소’에서 얻어지기 때문에 한 번 생산이 시작되면 인위적으로 유량을 조절할 수 없다. 무엇보다 젖소는 생리적 특성으로 인해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지 않는다.

여름철엔 생산량 감소로 수요가 증가하고 겨울철엔 생산량 증가로 수요가 감소한다.

그래서 우유산업은 2~3년 이상 장기간의 생산계획이 필요하며 기상여건, 낙농 주변여건 등 생산적 측면뿐 아니라 가공·보관 관리가 어려운 수급관리의 취약점까지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산업에 속한다.

이처럼 낙농은 장기간 생산계획이 필요하고 수급관리의 취약점을 갖고 있어 안정적으로 일정 소득을 올리면서 생산을 지속할 수 있는 일정가격 보장이 필요한 것이다.

낙농선진국인 영국, 일본, 캐나다 등에서도 생산비를 고려해 원유가격을 결정하는 산정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 원유가격연동제 도입 배경 및 개요

과거 우리나라는 3~5년마다 생산자와 유업체 간 협상으로 원유가격을 결정해 왔다. 그래서 협상을 할 때마다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일으켜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했었다.

국내 대부분의 농축산물은 시장기구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지만 낙농가들이 생산하는 우유만은 고정된 가격으로 거래가 되다 보니 가격 변동요인이 발생할 때마다 원유가격 인상을 요구하는 극한의 투쟁이 일어났다.

원유가격을 정부가 고시하던 1990년대까지는 대정부 투쟁이 주기적으로 일어났고, 원유가격을 민간 자율로 결정하도록 한 이후부터는 원유가격 협상장인 낙농진흥회 그리고 협상의 파트너인 주요 유업체에서 농가들의 투쟁이 일어났다.

 

협상이 고착상태에 빠졌을 때는 낙농가대표인 낙농육우협회 회장이 단식하며 협상 대표들을 압박하기도 수차례였고 갈등이 정점에 달했을 때 정부가 양측의 요구안을 수렴한 절충안을 제시해 합의를 종용하면서 어렵게 가격이 정해지는 게 순서였다.

낙농가들은 원유가격 협상을 할 때마다 가격인상을 높고 협상투쟁을 벌였고 당시 회장이었던 낙농육우협회 이승호 회장은 10일이 넘는 단식을 진행하다 병원에 실려가기도 했었다.

몇 달씩 진행되는 끝나지 않는 협상은 낙농가들도 유업체도 또 중재하는 정부와 낙농진흥회 관계자들도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낙농 산업의 파트너들 간의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것은 두 번째고, 여론전이 지속되면서 유업체는 낙농가들에게 갑질을 하거나 야박하게 구는 좋지 않은 기업으로 소비자들에게 인식되면서 우유 판매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렇듯 원유가격 결정을 두고 낙농가와 유가공업체들의 갈등이 심화되자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013년 ‘원유가격연동제’를 도입하게 됐다.

◈ ‘원유가격연동제’ 본격 도입

‘원유가격연동제’는 우유 생산비 지표, 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해 낙농가로부터 유가공업체가 사들이는 원유가격을 결정하는 제도로 우선 관련 단체들이 원유가격을 협상하고, 그 결과를 낙농진흥회에 넘기면 이사회에서 통과시켜 원유가격을 결정한다.

통계청의 우유 생산비가 발표되면 원가에서 4% 이상 인상 또는 인하요인이 발생했을 때 자동으로 원유가격을 조정하는 제도로 누적적용을 허용해 지난해 3%, 올해 2% 인상요인이 발생하면 합산해 인상하거나, 반대로 지난해 –3%, 올해 –2% 인하요인이 발생했다면 합산해 가격을 조정하기도 한다.

지난해 –2%, 올해 5% 인상요인이 발생하면 합산해 인상은 다음해로 이월되는 식이다.

(원유가격 결정체계) 원유가격 = 원유기본가격 + 위생성분옵션)

* 전년 원유기본가격 + 우유생산비 증감액 ± 우유생산비 증감액의 10%

(조정기준) 우유 생산비 증감률이 ±4% 이상 시 조정, 미만시는 2년마다 조정

이로 인해 지난 10년간 원유가격을 살펴보면 별로 인상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시행 첫해인 2013년에는 원유가격이 L당 834원에서 940원으로 인상됐으며 2014, 2015년에는 가격이 동결됐다.

지난 2016년에는 우유 소비 감소에 따라 18원 내린 922원으로 결정돼 원유가격연동제가 시행된 이후 처음으로 인하한 바 있다.

이후 2017년 역시 922원으로 동결됐고 2018년 4원 인상된 926원으로 결정됐으며 2019년, 2020년에는 가격이 동결됐다.

2020년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동결된 것이고 지난 7월 21일 열린 세종시 낙농진흥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2020 원유기본가격조정 8차 협상’에서 내년 8월 1일부터 현행 리터당 926원에서 21원 인상된 947원으로 조정됐다.

(단위 : /)

 

구분

’13

’14

’15

’16

’17

’18

’19

’20

원유기본가격

940

940

940

922

922

926

926

926

 

◈ 2016년 우유 소비 감소로 18원 인하 결정

원유가격연동제가 시행된 이후 2013년, 2014년, 2015년은 모두 가격이 동결됐다.

그러다 지난 2016년 낙농진흥회 소속농가에서 구입할 원유 기본가격을 지난해보다 18원 인하한 922원로 결정됐다.

2016년 5월 27일 통계청이 ‘15년 우유 생산비 조사결과(’14 : 796원 → ‘15 : 763원, △33원)를 발표함에 따라 낙농진흥회는 이사회를 개최하여 원유가격조정협상위원회(7인)를 설치하고, 생산자대표(3인), 유업체대표(3인), 학계대표(1인)로 약 1개월간 협상을 진행해 왔었다.

약 1개월 동안의 협상위원회에서는 지난해 인상 유보액(15원), 소비자물가 변동률(증 0.7%), 어려운 원유 수급상황 등을 고려해 합의안을 도출했으며 낙농진흥회 이사회에 원유가격 조정(안)이 제출돼 결정됐다.

지난 2013년 ‘원유기본가격 계산방식(원유가격연동제)’ 개선 이후 처음으로 가격결정을 위한 협상이 진행됐으며 과거와 같이 협상과정에서 커다란 갈등이나 반목은 없었고 상호 신뢰 속에서 원만하게 협상이 진행된 것으로 평가된다.

아울러 당시 낙농진흥회 이사회에서는 ‘우리 낙농산업의 문제점 발굴과 대책마련을 위한 소위원회’를 구성키로 의결했다.

◈ 2018년 다시 4원 인상된 ‘926원’ 확정

2018년 낙농 생산자와 유업체는 원유가격 4~5원 사이의 인상안을 갖고 원유기본가격협상 8차 회의를 진행했고 그 결과 4원을 올리기로 최종 협의했다.

이에 따라 낙농진흥회는 이사회를 열고 원유기본가격 926원을 승인했다.

그동안 원유기본가격을 놓고 낙농 생산자와 유업체들은 팽팽한 대립을 보이기도 했다.

낙농가들은 2017년 원유 생산비가 상승했기 때문에 원유기본가격 산정 체계에 따라 인상을 주장한 반면 우유 소비감소와 각종 원가 상승 등을 이유로 동결해야 한다는 유업체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았었다.

이 때문에 협상이 결렬되는 등 양측의 대립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원유기본가격을 결정하는 낙농진흥회가 임시이사회를 통해 지난해 생산비 상승을 감안한 1리터당 4~5원 사이의 기본가격 인상 안을 제안했었다.

이를 근거로 생산자와 유업체들은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아 4원 인상을 최종 확정하게 된 것이다.

원유기본 가격이 4원 오르는 것으로 결정되면서 소비자들에게 판매되는 우유가격이 인상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왔었다.

그러나 우유 소비자 가격을 올리는 이유로 원유기본가격을 들어선 안 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번에 결정된 원유기본가격 4원의 인상률이 0.433%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당시 낙농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가격 책정은 해당 업체의 마케팅으로 간섭할 수 없는 측면이 있지만 마치 원유기본가격이 우유가격을 올리는 것으로 내세우는 것은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원유기본가격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원유가격체계를 재점검하자는 의견도 제기됐었다.

◈ 올해까지 동결, 내년 21원 인상 합의

지난 2018년 우유 생산비가 775원으로 2017년(767원) 대비 1.1% 증가해 2019년 협상이 없었고 동결됐다.

양측은 지난 5월부터 첨예하게 대립했다.

낙농가들은 지난 2013년 도입한 원유 기본가격 연동제에 따라 지난해 생산비가 오른 만큼 올해 리터당 21∼26원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지난 2018년 우유 생산비가 775원으로 2017년(767원) 대비 1.1% 증가해 지난해 협상이 없었던 만큼 올해는 반드시 협상을 해야 했다.

그러나 유가공업계는 가격 동결 또는 인하를 주장했다.

 

수년간 우유 소비가 줄어들고 있으며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로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학교급식 우유 공급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이 기간 유가공업계는 600억원 규모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당초 5차로 예정됐던 협상은 시한을 넘겨 8차까지 진행됐고 결국 양측은 올해 동결하는 대신 내년 8월 1일부터 리터당 21원 올리는 중재안을 마련한 것이다.

이로써 내년 8월 1일부터는 현행 리터당 926원에서 21원 인상된 947원으로 조정됐다.

이같은 합의안은 지난 7월 28일 열린 낙농진흥회 ‘2020 3차 이사회’에서 안건으로 상정하고 확정됐다.

◈ 원유가격연동제 농가에 일방적 유리한 제도 아니야

3~4년에 한 번씩 원유가격 협상이 이뤄지고 인상이 될 때마다 원유가격연동제에 대한 우려섞인 목소리들은 제기됐었다.

그렇기에 낙농진흥회는 협상이 끝나고 나면 항상 소위원회를 구성해 가격체계를 논의하거나 낙농‧유가공산업이 지속 발전하기 위한 방안들을 토론해 왔다.

그러나 원유가격연동제가 시행된 이후의 원유가격을 살펴보면 지난 2013년 940원으로 시작해 2015년까지 쭉 동결이었고 2016년 18원이나 하락한 922원이었다.

이후 2017년도 동결, 2018년 4원 오른 926원에서 올해까지 쭉 동결인 상황인 것이다.

연동제 초창기 시작가격과 비교해보면 인상폭이 거의 없고 오히려 14원이 하락한 가격이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본다면 가격이 올랐어야 맞다고 보는데 동결시키거나 하락했으니 낙농가들한테 큰 혜택이 돌아갔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만큼 낙농가들도 유업체들도 서로 양보하고 협상하면서 가격결정을 해 온 것이다.

이로써 원유가격연동제는 투쟁에 의한 가격조정시스템이 아닌 시스템에 의한 가격조정시스템이고 시스템이 할 수 없는 부분은 협의를 통해 미세 조정하는 논의의 틀이 만들어졌다 할 수 있다.

생산비에 근거를 두고 양측이 합의 하에 결정하는 가격체계라 할 수 있다.

◈ 원유가격연동제 개편 쉽지 않을 것

최근 낙농진흥회는 원유가격연동제를 손보겠다고 밝혔다.

낙농진흥회 관계자는 “현재 유가공업계는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며 “연동제 시행 이후 소비층의 붕괴, 시장의 다변화에 이어 코로나 19 등 국가재난상황까지 이어지면서 악재가 겹쳐 더더욱 회복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더 이상 제도개선을 미룰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7년간 원유가격은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 가격이나 명목 가격 모두 하락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일방적으로 생산자에 유리한 제도가 아니다.

대신 유업체는 자신들의 원가 상승 요인을 반영해 제품 가격을 올려왔다.

이를 종합할 때 현재의 가격 결정구조를 뛰어넘는 새로운 가격 프로그램은 나오기 힘들다고 봐야 한다.

그냥 유업체는 조금이라도 원가 절감을 위해 가격이 저렴한 원유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농가들이 여기에 대응할 수 있는 것은 농장의 규모를 키워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생산성을 높여 생산비를 조금이라도 낮춰주는 것 외에는 답이 없다.

유업체도 낮은 가격의 원유만을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경쟁력 있는 상품 개발에 더욱 집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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