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농산물 인증제 어떻게 변화돼 왔을까?
친환경농산물 인증제 어떻게 변화돼 왔을까?
  • 김지연 기자
  • 승인 2020.09.02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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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기 유기농산물이 ‘유기농산물’에 흡수
저농약인증제 폐지…친환경 인증제 ‘단순화’
친환경농산물 부실인증 문제 극복 개선 필요

[팜인사이트=김지연 기자] 친환경농산물은 소비자에게 안전한 농산물을 공급하기 위해 농약과 화학비료 및 사료첨가제 등 합성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거나, 최소량만 사용해 생산한 농산물을 말한다.

친환경농산물은 생산방식과 사용 자재에 따라 크게 유기농산물과 무농약농산물, 유기축산물 및 무항생제축산물로 분류한다.

먼저 농산물은 전환기간(다년생 작물 3년, 그외 작물 2년) 이상을 유기합성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재배한 유기농산물과 유기합성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화학비료는 권장 시비량의 1/3 이하로 사용한 무농약농산물이 친환경농산물에 해당한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친환경농산물이 담고 있는 가치는 크다. 볼품없어 보여도 건강한 먹거리가 바로 친환경농산물이다. 농산물의 표준규격과는 획일적으로 비교할 수 없는 것이 친환경농산물이다. 크기, 모양, 색태 등의 품위가 일반 표준규격과는 당연히 달라야 한다. 우리가 더욱 신경써야 하는 것은 친환경농산물이 가지는 가치를 확산시키는 일이다.

 

그렇지만 친환경농산물이 어떤 과정으로 재배되고 무엇을 중요하게 평가받아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농촌을 경험하지 못하고 농업을 알지 못하는 아이들, 그리고 어른들이 너무나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에서 자란 농산물이 다양한 모양과 크기를 가질 수 있다는 것, 벌레가 먹을 수 있는 생산물이 건강한 먹거리라는 것을 우리가 먼저 알아야 한다. 농사의 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친환경농업에 대한 교육의 중요성이 더욱 커져가고 있다.

친환경의 중요성을 인지라도 하듯 정부가 친환경무상급식을 확대하면서 친환경농업은 큰 성장을 이뤘다.

또한 지역을 중심으로 시작된 로컬푸드 운동으로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관심은 지속적으로 증대돼 왔다.

이후 친환경재배 농민들은 친환경농업의 영역 확장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왔다.

이렇게 성장해 온 친환경농산물은 전문인증기관이 선별·검사해 정부가 인증함으로써 안정성을 보증한다. 이것이 바로 친환경농산물 인증제이다.

◈ 소비자 혼란 줄이기 위해 친환경인증제도 ‘단순화’

친환경농산물 인증제는 비료‧농약 사용을 줄임으로써 환경친화적으로 재배한 농산물임을 인증해 주는 제도로써 전문인증기관은 친환경농업육성법에 따라 필요한 인력과 시설을 갖춘 자로 정부가 지정한다.

인증기관은 토양과 물, 생육과 수확 등 생산 및 출하단계에서 인증기준을 준수했는지 품질검사를 실시한다.

또 시중에 유통된 농산물에 대하여 허위표시나 규정준수 여부 등을 조사한다. 친환경농산물로 인증이 되면 인증마크를 표시할 수 있다.

국내의 친환경농산물 인증제도는 지난 1999년 처음 도입됐지만 현재까지 오면서 크고 작은 변화들이 있었다.

최초 도입 당시 ‘유기, 전환 유기, 무농약, 저농약’ 등 4가지 종류가 있었지만 이후 소비자들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전환기 유기농산물’이 ‘유기농산물’에 흡수, 통합돼 ‘유기, 무농약, 저농약’ 인증제도의 틀을 갖췄다.

그러나 이후 2010년에는 국제기준에 맞게 인증제도를 개선하겠다는 취지에서 저농약 인증제까지 폐지됐고 친환경인증제도는 단순화됐다.

축산물의 경우 2001년 유기축산물 인증이 도입됐고, 무항생제 인증은 2007년부터 시작됐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단독으로 친환경 인증 업무를 하다가, 2002년부터 민간 기관이 참여했다.

이후 농관원이 인증기관의 ‘인정’ 업무와 ‘인증’ 업무를 함께하는 게 국제 기준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지난 2017년 6월부터는 민간 기관에 전면 이양했다.

 

 

◈ 무농약 농산물 가공식품 인증제 도입…관리·감독 강화

이렇게 변화해 온 친환경농산물 인증제도는 지난해 8월 또 한 번의 변화를 시도했다.

정부가 무농약 농산물을 이용해 만든 가공식품을 인증해 친환경 농식품 가공산업 활성화에 나선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친환경농어업 육성 및 유기식품의 관리·지원에 관한 법률’을 지난해 8월 27일 공포하고 올해 8월 28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지난 20년간 친환경농업은 안전한 농산물 생산에 치중해 농업 생태계의 건강, 생물 다양성, 환경 보전 등 공익적 가치 실현에는 미흡한 점이 있었다며 지난 2017년 살충제 계란 사태 이후 식품안전개선 종합대책 후속 조치의 하나로 관리·감독 강화를 법률로 명시해 국민의 신뢰를 되찾고자 한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이번 법은 우선 친환경 농어업의 정의를 건강한 생태계 유지, 생물 다양성 증진 등 생태 환경 보전 중심으로 재설정했다.

친환경농산물 대부분을 차지하는 무농약농산물을 활용한 가공식품을 인증하는 제도를 도입해, 국내산 무농약농산물의 수요를 확대하면서 관련 산업 활성화를 꾀하기로 한 것이다.

법은 이 외에도 친환경 농업 교육 훈련기관을 지정하는 근거를 마련하고, 인증 사업자에 대한 관리·감독도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더불어 최근 10년 동안 3회 이상 또는 고의·중대 과실로 농약 잔류허용 기준을 넘겨 인증이 취소된 사람은 5년간 인증신청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거짓·부정한 방법으로 인증을 받거나, 농약 안전성 기준을 위반해 최근 3년간 2회 이상 인증이 취소된 상습 위반자에 대해서는 판매금액의 50%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친환경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은 ‘친환경’ 문구를 함부로 쓸 수 없도록 해 소비자 혼란을 방지하고, 이를 어기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무농약 원료 가공식품 인증제 도입으로 소비자는 인증을 받은 친환경 가공식품을 신뢰하고 살 수 있게 되므로 인해 소비 확대 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 친환경농산물 시장 급성장…2025년 2조6000억 규모

‘웰빙 시대’를 맞아 국내 친환경농산물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 때 친환경농산물 인증제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인증 실적이 저조했지만 최근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추구하는 시대상이 반영되면서 연평균 5.3% 성장세다.

친환경농산물 인증관리 강화도 한몫했다. 5년 뒤엔 2조6200억 원을 넘는 시장 규모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한다. 정부도 친환경농산물의 소비 저변 확대와 농가의 활로 개척을 위한 각종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국내 친환경농산물 시장은 암울한 시절이었다.

이 기간 친환경농산물 인증 면적과 출하량의 연평균 감소율은 각각 12.3%와 17.8%에 달했다. 2008년 이후 지속해서 일어난 부실인증 사례로 친환경농산물 인증제에 대한 신뢰도가 저하됐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여기에 친환경농산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2013년 ‘친환경 농어업 육성 및 유기식품 등의 관리 지원에 관한 법률’이 도입됐고, 법률안이 시행되면서 친환경농산물 인증관리가 강화됐다. 생산기술이 부족한 친환경 농가들은 친환경 인증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친환경농산물 인증 실적은 2016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친환경농산물 인증 면적은 1년 전보다 5.8% 증가했고, 출하량은 24.2% 급증했다.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인식이 확산하는 가운데 정책적 노력까지 더해진 결과다.

당시 친환경농산물 시장 규모는 친환경농산물의 출하량과 가격 상승으로 1년 전보다 30.1% 증가한 1조6546억 원으로 늘었다.

품목별로 곡류(6633억 원)가 가장 큰 시장 규모를 차지했다. 이어 채소류(4085억 원)와 특작 기타(3387억 원)가 뒤를 이었다.

특히 친환경 과실류의 시장 규모는 1년 전 대비 출하량의 급격한 증가로 인해 친환경농산물 품목 중 가장 가파르게 성장했다. 친환경농산물 시장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지난해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친환경농산물 시장 규모는 연평균 5.3% 성장해 올해 2조2224억 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조사됐고 오는 2025년에는 2조6286억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부문별로 유기농산물 시장 규모는 연평균 3.7%씩 증가해 오는 2025년 5948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무농약농산물의 시장 규모는 유기농산물보다 빠르게 증가해 오는 2025년 2조338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 민간기관 통폐합 통해 인증업무 전문성 높여야

이렇듯 친환경인증제도로 인해 친환경농산물 시장이 급성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 살충제 성분 검출 달걀 사태 이후 친환경농산물 인증제도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었다.

이에 정부는 친환경인증기관을 전수조사를 강화해 실시해왔고 규정‧절차를 위반한 곳을 적발했다. 이쯤에서 궁금해지는 것이 친환경농산물 인증제가 도입된 지 수십 년이 지났는데 과연 얼마나 많은 농민이 친환경농산물 인증제를 제대로 숙지하고 인증을 받고 있을까?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친환경농산물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논리적·과학적·합법적 검증철자를 거쳐야 하고, 또 충분한 지식과 준비해야 한다. 그런데 법 제도나 사회교육으로부터 소외돼 온 많은 농민이 친환경농산물 인증제를 정확히 따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농민에게는 인증을 받지 않더라도 친환경 농업을 실천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만약 어떤 농민이 농약이 싫어 농약 없이 농사를 지었는데 복잡한 인증서류를 갖출만한 능력이 없다면 그에게 농약을 다시 사용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다.

살충제 성분 검출 달걀 사태 이전과 이후에도 계속해서 거론되고 있는 친환경농산물 부실인증 문제는 정부의 친환경농산물 민간인증기관 부실지정에도 원인이 없지는 않아 보인다.

정부는 법적 요건만 갖추면 민간인증기관을 지정해 왔다. 그 결과 민간인증기관이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다. 민간인증기관의 지정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한편, 기존 민간인증기관의 과감한 통폐합을 통해 인증업무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여갈 필요가 있어 보인다.

독일의 경우 유기농산물 최저공통기준을 준용한 국가인증(EU 인증)이 있지만, 민간인증기관별 각기 공통기준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데메테르, 비오란트, 나투르란트, 비오크라이스 등의 민간인증이 있다. 인증기관 간 선의의 경쟁도 벌이고 있다. 물론 인증기관별 인증마크도 각기 다르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친환경농산물 인증제도 이런 인증체계를 적극적으로 도입해서 개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친환경농산물 부실인증 문제를 극복하고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소비자 불만을 해소할 수 있다면 정부는 다양한 시도를 해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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