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지향 기업’ ‘이윤추구 집단’ 갈림길에 선 배합사료업계
‘고객 지향 기업’ ‘이윤추구 집단’ 갈림길에 선 배합사료업계
  • 김재민 기자
  • 승인 2020.09.02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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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기사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2020년 8월호에 동시 게재되었습니다.

 

‘고객’에 대하여

고객 만족이라는 말을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Peter Ferdinand Drucker, 1909년 11월 19일 ~ 2005년 11월 11일)의 거의 모든 저서를 관통하는 내용도 ‘고객’이다.

기업의 존재 이유를 경제학자들은 이윤추구로 보았지만, 피터 드러커를 비롯한 경영학자들은 ‘고객’이 존재 이유라 주장했다.

피터 드러커의 이러한 주장은 ‘뉴 포디즘 (New- Fordism)’이라 하며 경영의 중심에 고객을 두고 근로자를 비용이 아니 자산(인적자산)으로 인식을 전환 시켰다.

 

고객 지향의 경영학 이론은 일반화되어 ‘고객 중심 경영’이라는 말을 쉽게 하게 댔지만, 이를 자세히 숙고해 보면 기업의 생존전략이 이 말에 함축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자신을 우유 회사 경영자라 생각해보자.

무턱대고 제품을 마구 생산한다면 아마도 망하는 지름길일 것이다. 이미 시장에는 많은 우유 회사들이 경쟁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 상품을 구매해 줄 고객을 누구로 할지를 정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고객이 필요로 하는 제품을 만들어야 하고, 만든 제품이 고객의 마음에 들어야 한다. 그러면 해당 제품은 판매될 것이다.

가격 정책도 중요할 것이다. 다 마음에 드는데 가격이 너무 비싸다면 경쟁사 제품을 구매할 수도 있고, 너무 가격이 낮으면 제품의 품질에 의심을 받을 수도 있다.

만약 당신의 고객을 20~30대 여성으로 정했고, 고객 분석을 해보니 모두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다이어트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일반적인 제품보다 조금 더 높은 금액을 지불할 의사가 있음이 파악되었다.

이러한 고객 설정과 분석을 바탕으로 당신 회사의 제품은 모두 저지방 제품이나 저열량 제품으로 개발되어야 한다.

타깃으로 하는 소비자들의 경제 사정을 고려해 가격을 책정해야 한다. 시장에 이미 출시된 경쟁회사의 제품과 비교해 이러한 모든 요소 중 일부는 최소한 같거나 몇 가지는 우수할 때 귀 회사의 제품은 팔리게 될 것이다.

고객을 만족시킨 대가로 귀하의 회사는 매출과 이윤이 증가하게 되고 회사의 발전을 이루게 된다.

국내 축산업계에서 자신의 고객을 가장 잘 알고 또 대처한 분야를 꼽으라면, B2C 사업에서는 유업체가 될 것이고 B2B 시장에서는 배합사료업계를 들 수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배합사료 업계의 고객 만족 사례를 설명하고 시사점을 나누고자 한다.
 

축산인들의 스승이나 멘토가 된 사료회사 지역부장

우리 농축산업을 측면에서 지원하고 높은 생산성을 올릴 수 있도록 조언하는 그룹은 매우 중요하다. 이들 지원조직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 농업은 전업화 등 발전이 가능했다. 농업 분야의 경우 지역농협이 지도계라는 부서가 오랫동안 있었고, 농업기술센터의 농촌지도사들이 농업인들의 멘토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유독 축산 부분만은 농업기술센터 축산분야 지도사나 축협의 지도부서의 역할이 매우 제한적이었다. 이들 공적 조직 대신 배합사료 회사들이 우리 축산농장의 성장을 도왔고 멘토로써 활동을 해왔기 때문이다. 축산분야 공적 컨설팅 조직이 힘을 발휘하지 못한 것은 가축의 영양과 농장운영과 관련한 솔루션 제공에서는 배합사료 회사의 전문성을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료회사 지역부장들은 축산업 초창기 축산인들의 멘토로써 역할을 하게 된다.
사료회사 지역부장들은 축산업 초창기 축산인들의 멘토로써 역할을 하게 된다.

배합사료업계는 고객 만족 경영을 오래전 도입해, 농장의 성장과 발전을 돕기 시작했고, 더불어 사료 판매량 증가로 배합사료 산업의 성장도 이뤄내는 선순환의 구조를 일찍이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배합사료가 가축 사육에 필수품이었지만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배합사료는 가축의 사료로 쓸 수 있는 여러 수단 중 하나였다.

소 사육 농가는 지천에 널리 있는 생풀과 짚을 아무런 값도 치르지 않고 얻을 수 있었고, 돼지는 도시, 군부대 등에서 쏟아져 나오는 남은 음식물이 사료로 더 각광을 받았다.

1970년대 축산업이 태동하던 시기 농가들은 배합사료와 대체 품 사이에서 저울질하기 일쑤였다.

1970년대 1980년대 가축 사육이 벌이가 좋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많은 청년 농민들이 축산업에 뛰어들었는데, 가축 사양, 번식, 가축 사육에 필요한 여러 가지 지식이 필요했다.

이때 축산농가들의 멘토가 되어준 이들이 배합사료 회사 영업사원들이었다.

초기 배합사료 회사는 방앗간이라는 이름으로 불릴 정도로 열악했다. 단순히 수입 곡물을 섞어서 제공하는 수준일 정도로 국내 배합사료 산업은 축산업만큼이나 전문적이지 못했다.

1960년대 국내에 진출한 퓨리나코리아와 카길은 그런 의미에서 우리 축산업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게 되는데, 글로벌 기업인 만큼 우리나라보다 축산업이 발전한 해외 주요 나라의 선진 사양기술을 농가들에게 소개할 수 있었고, 퓨리나코리아와 카길의 지역부장들은 선진 사양기술을 실제 농가에 전수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퓨리나는 당시 자사 고객인 우리나라 축산농장들이 가축 사육과 관련한 정보에 목말라하는 것을 알고 지식 제공을 위한 솔루션들을 내놓기 시작한다.

축산 관련 전문 잡지나 신문도 창간되기 이전이었기 때문에 당시 퓨리나 코리아가 창간한 ‘퓨리나서비스’는 축산농가들의 지적 갈등을 해소해 주는 유용한 도구가 되었다.

특히 퓨리나는 사료공장보다 양계장에 먼저 투자를 하는데, 당시 양계장 운영 원칙은 지금 축산농장에 적용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앞서 있었다.

우수한 가축, 합리적 관리, 철저한 방역, 완전한 영양으로 요약되는 퓨리나코리아의 농장운영 원칙은 시작단계인 국내 축산농장의 운영 기준이 된다.

1970년대~1980년대 사료 회사의 영업사원들은 농장을 실제로 다니며 농가들과 동고동락했고, 새로운 기술, 정보를 전파하면서 우리 축산농가를 가르치는 선생님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배합사료업계 사관학교 ‘퓨리나 코리아’

퓨리나코리아는 국내 배합사료 산업의 사관학교와 같은 역할을 한다. 1970~1980년대 신산업들이 시작되었는데 당시 기업들은 자본도 기술도 없던 시절인지라 외국기업과의 합작 또는 기술이전은 매우 중요했다.

자동차, 화학, 중공업, 전자, 식품, 농기계, 농자재까지 외국계와 합작을 통해 노하우를 전수 받아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고 또 기술을 축적할 수 있었다.

 

1973년 1월 창간된 ‘퓨리나서비스’는 마땅한 축산관련 전문지 하나 없던 시절 양축가들의 지적욕구를 채우주는 유용한 도구가 된다.
1973년 1월 창간된 ‘퓨리나서비스’는 마땅한 축산관련 전문지 하나 없던 시절 양축가들의 지적욕구를 채우주는 유용한 도구가 된다.

국내 배합사료 산업은 외국기업과의 합작보다는 외국계 기업의 국내 직접 투자로 선도업체로써 자리를 미리 굳히게 된다. 퓨리나와 카길은 우리 축산업의 태동기에 직접 투자를 단행했고, 우수한 축산학도들을 선발해 훈련하면서 국내 배합사료 산업의 발전을 인도하게 된다.

외국계 기업의 직접 투자로 국내 배합사료 산업은 타 산업 분야와 달리 쉬운 길을 걷게 된다. 퓨리나가 새로운 설비를 들여놓으면 국내 업체들도 새로운 설비를 들여놓았고, 퓨리나가 신제품을 내놓으면 비슷한 카피 제품을 내놓았다.

퓨리나와 카길이 국내에 선보인 동물영양프로그램, 농가 컨설팅 프로그램은 경쟁업체들이 카피하기 시작했고, 또 퓨리나와 카길에서 일했던 인재들이 경쟁업체로 스카우트 되면서 퓨리나는 국내 배합사료 산업의 표준이 되고 또 사관학교가 된다.

필자의 부모님은 1978, 1979년 양돈과 낙농업에 뛰어들게 되는데, 가나안농군학교에서 가르침은 축산업을 해보겠다는 결심으로 이어졌고, 퓨리나코리아 지역 부장님의 도움으로 젖소와 돼지사육에 대해 전혀 몰랐던 부친은 실수를 줄여가며 농장을 운영할 수 있게 된다.

1980년대 초 우리 농장은 모돈 스톨이라 불리는 분만틀을 설치하게 되는데, 당시 우리 양돈장뿐만 아니라 국내 양돈장에 분만틀이 본격 보급되는 시기였다.

어미돼지가 눕는 과정에서 새끼돼지를 깔아뭉개는 사고가 빈번히 발생했었는데, 분만틀의 보급으로 새끼돼지가 상처를 입거나 폐사하는 빈도를 크게 줄이게 된다.

이러한 혁신적인 기술도 사료 회사를 통해 농가에 보급됐는데, 이를 국내에 처음 알린 곳이 퓨리나였고, 이를 독점 판매할 수도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퓨리나가 제공한 분만틀은 이후 국내 양돈업계의 표준 모돈 관리 설비로 자리 잡았고, 이를 취급하는 양돈 관리 기자재업체들이 생겨나기도 했다.

필자의 부모님은 소규모이지만 양돈업과 낙농업을 함께 했던 터라 당시 우리 농장을 담당하는 지역 부장님은 매우 골치가 아팠을 것이다. 늘 농장운영과 관련하여 퓨리나 지역 부장님과 상의를 했는데, 돼지와 관련된 솔루션을 제공하기도 벅찼을 텐데, 예민하고 까다롭기로 소문난 낙농목장 운영을 위한 솔루션도 함께 제공해야 했기 때문이다.

특히 낙농목장은 매일매일 사양 관리, 영양 관리의 결과물이 원유라는 결과물로 나타나기 때문에 어떤 기술을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농장 수입이 달라진다.

저녁 착유를 마치고 지역 부장님과 부모님이 한 마리 한 마리 젖소의 비유 곡선을 그리며 토론하던 모습이 지금도 기억 속에 남아 있는데, 그런 인연 때문인지 우리 농장은 지역 부장님이 직장을 옮길 때마다 사용하는 사료도 바뀌는 일이 벌어졌다.

퓨리나에 근무할 때는 퓨리나 사료를 1990년대 우성사료 옮기자 우성사료로, 다시 선진사료로 자리를 옮기자 선진사료로 바꾸면서 인연을 이어갔고, 사료 회사를 그만두고 호주로 이민을 떠나자 2000년대에는 카길로 거래처를 옮겼던 기억이 있다.

카길애그리퓨리나는 새로운 축산기술에 목말라 있는 농가들을 대응하기 위해 영업사원에 대한 교육으로 전문성을 높였고, 우수목장의 날 행사를 통해 선도농장의 목장운영 노하우를 전파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고객의 필요에 대응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전문성 ‘고객 만족’의 기본

배합사료 회사들은 축산농장 운영에 필요한 솔루션이 늘 준비되어 있었다.

퓨리나의 경우 품질이 균일한 돼지고기가 필요할 당시 ‘3원 교잡종’과 3원 교잡종에 필요한 영양솔루션을 국내에 소개했다. 한우가 농우에서 비육우로 본격 전환되던 시기 비육우 전문 프로그램을 선보였고, 등급제가 시행되고 고급육 생산이 시장개방에 꼭 필요한 시기에는 한우와 육우를 위한 고급육 사양 프로그램을 선보였는데, 우리나라보다 40~50년 앞서 소의 거세와 고급육 생산이 시작된 미국 등 축우 산업이 발전한 국가의 솔루션을 우리 한우에 응용해 재빠르게 제시할 수 있었다.

전문성과 고객 그리고 축산업이 필요로 하는 시기에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은 앞서 ‘피터 드러커’의 뉴포디즘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결국은 고객 만족 경영을 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인적자원의 확보 그리고 인적자원의 끊임 없는 고객 지향 자기 계발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사료업계의 고객 만족 경영은 결과적으로 축산업도 발전하고, 사료 산업도 발전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카길애그리퓨리나는 새로운 축산기술에 목말라 있는 농가들을 대응하기 위해 영업사원에 대한 교육으로 전문성을 높였고, 우수목장의 날 행사를 통해 선도농장의 목장운영 노하우를 전파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고객의 필요에 대응한 사례라 할 수 있다.


고객이 전문가인 시대 고객 만족 경영이란?

우리 축산업의 태동기 그리고 성장기 배합사료업계는 축산업의 발전을 도운 멘토이자 스승이었다.

능력이 있는 멘토의 말만 잘 따라도 농장은 수익을 낼 수 있었고, 배합사료 회사도 농장의 성장과 함께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부터 이러한 과거의 모습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축산농가들도 시간이 흐르면서 기술이 축적되고 대형화되면서 사육에서는 전문성을 발휘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사료 회사들이 과거의 방식으로는 고객들을 만족시키기 쉽지 않아졌다는 이야기다.

좋은 멘토이자 선생과 같은 관계도 일찌감치 청산된 지 오래지만, 국내 배합사료 업계는 전문가가 된 농장과 어떤 식으로 관계를 설정해야 하는지 결론 내리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국내 배합사료업체들 중 상당수는 사육 전문가 집단이 된 농장을 만족시키기 쉽지 않자 사육업에 뛰어들어 축산업자로 변신하기 시작했다.

아니 본래 이들 회사는 배합사료 회사의 본질을 고객 농장의 만족에 두지 않고 이윤추구가 목적이었음을 스스로 내보이는 중이다. 자신들이 생산한 사료를 자신들이 운영하는 농장에 공급해 쉽게 돈을 벌고자 하기 때문이다.

이 방법이 지속 가능한 방법인지는 더 두고 봐야겠지만, 피터 드러커가 금과옥조처럼 여겼던 고객을 기업의 존재 이유로 두는 회사가 아닌 만큼 장기적 성장은 어려워야 한다.

직접 가축 생산에 뛰어든 사료 회사들이 우리의 고객은 축산농가가 아니라 고기를 구매하는 소비자라 반론할 수 있겠으나 현재 사료 회사들이 생산해 내는 축산물의 품질을 볼 때, 고객을 크게 만족시키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농민들이 생산한 축산물이나 배합사료 회사들이 생산한 축산물이나 품질의 차이, 가격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사료 회사들의 강점은 영양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그에 맞게 배합사료를 생산하는 것이지 사육이 아니기에 사료 회사가 생산한 축산물에서 별다른 가치를 발견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배합사료업계는 이윤추구 집단이 될 것인지 고객 지향 기업의 철학을 굳건히 할지 갈림길에 서 있으며, 이는 축산업계가 처한 현실과 매우 유사하다. 축산업은 현재 성숙기를 지나고 있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해 쇠퇴할 수도 있다.

고객이 전문화되어가는 시기 지난 특집에서 소개했던 것처럼 고객의 시장에 뛰어들어 쉽게 돈을 벌려는 이윤추구 집단이 되는 걸 거부하고 축산농가와의 동반성장을 추구하는 카길애그리퓨리나와 농협사료와 같은 전문배합사료업체들은 더더욱 본질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전문화된 축산업계와의 관계설정은 고객 지향 배합사료 업체들의 위치를 다시 생각하는데서 시작해야 한다.

고객 지향 배합사료업계는 축산업계와 공동운명으로 묶여 있다. 한배를 타고 있기에 축산업이 쇠퇴하면 축소될 수 밖에 없는 운명에 처해 있는 것이다.

현재의 축산업을 철저히 분석하고 함께 성장의 방법을 찾아내는 일 또한 배합사료업계가 해야 할 일이고, 축산농가들과 상호작용하며 성장을 모색해야 한다.

이는 변화한 시장에서 고객 지향 배합사료업계의 관계설정 방법이고 조금 거창하게 이야기하면 운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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