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조금운동 그리고 자조금제도의 발전 방향은?
자조금운동 그리고 자조금제도의 발전 방향은?
  • 김재민 기자
  • 승인 2020.09.04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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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들이 조성하고 농가들이 집행하는 원칙 강화 해야
정부는 지원은 하되 간섭은 최소화하는 방향 제도 개선 필요

 

자조금, 스스로 이겨내보자

[팜인사이트=김재민 기자] 자조(自助)는 자기의 발전을 위해 스스로 애쓴다는 의미와 국가가 자력으로 국제법상의 권리를 확보하는 일이라는 뜻이 있다.

국가든 개인이든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노력으로 서겠다는 게 자조이다.

축산업계는 1980년대부터 자조를 이야기했다.

자신들의 발전을 돕기 위한 기금 조성이 필요성을 절감했다. 왜냐하면, 1980년대는 정부가 시장개방을 검토하는 시기였고, 외부로부터 축산물 시장개방을 강력히 요구받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개도국에 불과했던 우리나라의 상황을 고려할 때, 정부가 시장개방 이후 축산농가들을 보호할 수 없다는 생각이 앞섰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스스로 돕기 위한 기금 조성이 필요하다 인식했고, 정부에 제도로써 이를 뒷받침해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그렇게 시장개방이 기정사실화된 1990년 자조금은 제도화됐다.
 

 

자조금 1989년 구상

자조금을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한 정부의 계획은1989년에 자조금 제도를 어떻게 활용하려 하는지에서 볼 수 있다.

현행 자조금은 소비촉진사업을 중심으로 농가 교육, 소비자 정보제공, 조사연구사업 등에 쓰이고 있으며, 2010년대 들어 몇몇 품목에서 수급조절 사업에도 활용하기 시작했다.

매일경제신문 1989년 6월 21일 자 15면의 ‘농축산 자조금제 도입’이라는 기사를 보면 정부가 구상 중인 자조금은 농축산물의 기준가격을 설정하고 도매시장 경락가격이 기준가격을 상회할 때 가격 차액의 일정 비율을 생산자들로부터 징수해 적립하고 가격 하락할 때 이를 보전해주는 용도로 사용하겠다는 내용이다.

이외에도 농축산물의 수매 및 비축 실시, 유통구조개선 사업, 수출 결손 보전, 가공산업 육성, 소비촉진 등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1990년 제정된 농어촌발전특별조치법 13조에도 ‘농수산물의 판로확대, 수급조절 및 가격안정’을 위해 자조금을 조성 운영한다고 나왔다.

그리고 이 자조금의 조성과 운영은 생산자 단체가 하도록 하겠다는 게 이 제도를 설계할 당시의 목표였다.

사실상 농림부가 주도의 축산정책 중 상당 부분을 생산자 조직에 위임하겠다는 게 자조금을 도입하던 당시 정부의 생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처음 의도와 달리 초기 자조금은 소비촉진 활동과 조사연구사업을 통한 정책개발에 대부분이 사용되었고, 그나마도 농가들의 참여가 저조해 지속해서 운영되지는 못했다.

그러던 중 낙농자조금이 1998년 큰 성과를 내고, 의무자조금제도 도입에 성공하면서 자조금의 사용처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소비촉진을 중심으로 농가 교육이 큰 비중을 차지하기 시작했고, 조사연구사업, 소비자 정보제공, 수급조절 등으로 사용되기 시작했고 2010년대 들어서는 수급조절위원회도 자조금 산하에 두면서 초기 구상처럼 되어가는 듯했다.
 

 

자조금, 정부 통제 강화시도

초기 자조금 도입 당시 정부의 구상은 민간이 축산행정에서 상당한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생각은 자조금이 활성화되기 전의 생각이었고, 막상 2000년대 후반 자조금 사업이 활성화되고 이를 통해 축산생산자협회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자조금 운영의 큰 틀을 바꾸려 했다.

축산단체의 끊질긴 노력의 결과물로 의무자조금제도가 도입되었고, 기존 생산자협회들의 대 농가 선전과 교육을 통해 한돈, 한우, 낙농, 양계 순으로 의무자조금이 출범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역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자조금에서 축산단체들의 영향력을 축소하려는 시도를 계속해왔다.

2009년 농림부는 축산생산자협회는 일부 농가들이 참여하고 있지만, 자조금은 모든 농가가 참여하는 만큼 축산단체가 자조금을 운영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축산생산자협회장의 자조금 관리위원장 겸직을 금지하려 했다.

대신 전문 경영인이 자조금관리위원회를 운영하고 관리위원회도 법인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이외에도 관리위원의 대의원 직접 선출, 관리위원장 대의원 직선제 등 여러 가지가 개혁에 포함되었는데, 그중 가장 핵심은 법인화와 전문경영인제도였다.

정부의 이러한 시도는 사실상 축산생산자협회와 자조금 간의 거리 두기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축산단체들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축산단체장 자조금 위원장 겸직 금지, 자조금의 법인화와 같은 독소조항은 막아내게 되었다.
 

2020년 다시 법인화 이야기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한돈·한우·우유·육우·오리·달걀·닭고기 등 축산자조금 사무국 실무자로 구성된 ‘축산자조금 발전협의회’를 열고 축산자조금 개선 방향을 밝혔다.

축산자조금은 축산농가들이 낸 기금과 정부의 보조금으로 운영되는 공적인 자금인 만큼 정부가 자조금 용도와 관리에 대한 책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농림부 관계자가 밝힌 것이다.

축산자조금의 용도를 기존 사업에 방역, 축산환경 개선, 수급조절 등을 추가해 해당 용도에 대한 사업 비중을 강화하고, 축산자조금의 독립성 강화를 위해 생산자 단체와 연관이 없는 별도 법인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2009년 자조금에 대한 정부의 관리 감독 강화 시도가 10년 만에 다시 시도되고 있다.

회의 내용이 각 단체로 보고되면서 정부는 발 빠르게 큰 의미 없는 회의였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2009년 전례가 있는 만큼 정부의 자조금 통제 강화는 지금도 계속 검토되고 있다는 것으로 봐야 한다.

자조금 독립성 강화?

농림부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자조금의 독립성 강화를 위해 별도의 법인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자조금의 법인화 그리고 정부의 역할 강화라는 기조는 자조금 운영 주체를 축산농민에서 정부로 가져온다는 이야기가 된다.

지금도 자조금의 조성과 그리고 예산 및 사업계획 수립에 축산단체들이 하고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조금에 정부의 재정이 투입된다는 이유로 인해 대의원회, 관리위원회를 통과한 사업계획도 마지막에 농림부의 승인을 받아야만 집행이 될 수 있다.

과거 정부가 대의원회까지 통과한 자조금 예산에 대한 승인을 무기한 보류한 적이 있었고, 이미 통과된 사업계획을 수정하는 일도 빈번했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자 지금은 사업기획단계부터 농림부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하고 있다. 대의원회까지 통과한 사업계획이 사후 수정되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실질적으로 정부가 사업과 예산에 대한 통제를 정부의 보조금을 활용해서 하고 있다.

법인화, 정부의 역할 강화는 그렇다면 마지막 남은 권한인 인사권에까지 영향을 끼치겠다는 것으로 이어지게 된다.
 

자조금 요직 농피아 자리로 전락?

즉 자조금에 대한 정부의 통제가 강화되고, 자조금이 법인화될 경우 자조금 조직은 퇴임 농림부 공무원들의 낙하산 자리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한때 민간주도로 운영될 것처럼 보였던 낙농진흥회, 축산물품질평가원, 가축방역위생지원본부 모두 세월이 흐르면서 주요 요직을 퇴직 농림부 공무원들이 차지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결국, 축종별 자조금 단체도 이러한 전례를 따르게 될 가능성이 크다.

법인화 초기에는 기존 생산자협회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하겠지만, 점차 힘의 균형추가 정부로 기울면서 얼마 가지 않아 위원장과 사무국장과 같은 직위는 퇴직공무원들이 장악하게 되는 수순을 밟게 될 것이다.
 

정부의 역할 축소가 자조금의 발전 방향

이전 정부 시절 부산국제영화제가 좌초 위기에 빠진 적이 있었다. 몇몇 작품을 문제 삼으며 부산시가 특정 영화의 상영 중단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이후 부산시가 집행위원장을 해촉하고 영화단체들은 부산국제영화제 참여를 거부하는 등 극한의 갈등을 겪은 바 있다.

이러한 갈등을 봉합하면서 최근 정부는 새로운 문화예술산업에 대한 지원 방향을 발표한 바 있다.

정부의 문화예술산업에 대한 지원 방침은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겠다”로 요약된다..

우리나라 드라마와 K팝이 해외에서 호평받을 수 있었던 것은 정부가 이 산업에 대해 잘 몰라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었다.

이는 정부가 주도했다면 예술 문화인들의 창작성은 줄어들고 정부의 입맛에 맞는 콘텐츠만이 생산되면서 다양성을 상실했으리라는 것으로 정리될 수 있다.

자조금은 처음 설계될 당시부터 민간이 주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다. 그리고 초기 정부의 자금지원도 자조금 사업의 활성화를 위한 마중물과 같은 역할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이 자금을 활용해 실질적으로 자조금을 통제하고 있는데, 이제는 사업뿐만 아니라 인사까지도 좌지우지하겠다는 속내를 비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자조금의 진정한 발전 방향이 아니다. 자조금의 독립성은 축산단체로부터의 독립이 아닌 정부의 간섭에서의 독립이 되어야 한다.

정부의 역할이 강화되면 될수록 자조금은 조세적인 성격으로 변질하면서 농가들의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농가 스스로 납부하고, 농가 스스로 운영한다는 자조금의 원칙을 깨뜨리게 되면서 자조금 기금 조성에 적극성을 띄었던 농가들은 소극적으로 변하다가 그 동력을 상실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조금만큼은 정부의 간섭에서 벗어나 농민이 주체가 되어 조성하고, 농민이 주체가 되어 운영한다는 원칙이 더 확립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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