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축장, 상상 그 이상을 구현하다 ‘도드람김제FMC’
도축장, 상상 그 이상을 구현하다 ‘도드람김제FMC’
  • 옥미영 기자
  • 승인 2020.09.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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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LPC 운영 노하우 집약시켜 2년 만에 성공 신화를 쓰다

(*본 기사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2020년 8월호에도 수록되었습니다.)

[팜인사이트=옥미영 기자] 수도권 육류유통의 핵심 전초기지인 안성LPC를 20여년 넘게 운영해온 도드람양돈농협(조합장 박광욱)이 축적된 경험과 기술을 바탕으로 호남을 권역으로 하는 종합식육가공센터(김제FMC)를 완성해 성공적으로 운영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20년 8월 준공 2년을 맞은 도드람김제FMC는 사업 시작 2년 만에 도축장 가동률 100%를 달성하며 최첨단 도축시스템을 활용한 ‘도드람한돈’의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도드람김제FMC(이하 김제FMC)의 순항 비결과 경쟁력의 원천은 무엇인지 심층 분석해본다.

 

도드람김제FMC는 김제 지평선 일반산업단지 내 1만6천 평 대지에 건축면적만 8천여 평 규모로 외관의 위용부터 남다르다. 돼지를 싣고 들어오는 차량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전자회사나 자동차회사 정도로 착각하기 십상이다.
도드람김제FMC는 김제 지평선 일반산업단지 내 1만6천 평 대지에 건축면적만 8천여 평 규모로 외관의 위용부터 남다르다. 돼지를 싣고 들어오는 차량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전자회사나 자동차회사 정도로 착각하기 십상이다((사진은 도드람김제FMC조감도, 제공:도드람김제FMC).

호남 권역의 종합식육 가공센터 건립

도드람양돈농협의 안성LPC는 기존 도축장들의 현대화 모델이자 수도권 축산물 유통의 중심거점으로 역할을 다했지만, 호남지역 조합원들에게는 ‘남의 떡’과 다름없었다.

결국 호남지역을 거점으로 한 도축장 건설이 필요하다는 데 모두가 공감하면서 수년 전부터 도축장 건립을 위한 부지확보에 나섰지만, 반겨주는 곳은 없었다.

기존의 도축장 인수 등 모든 사업 방식을 열어두었던 찰라, 김제시에서 “90만 평 규모의 산업단지에 도축장을 세워도 좋다”고 나서면서 조합의 숙원사업은 마침내 물꼬를 트게 됐다.

광활한 부지에서 사업을 시작하게 된 만큼 도드람은 큰 그림을 그렸다.

당초의 사업계획은 1000~1500두의 작업장이었지만, 일일 3천여 두를 도축과 가공, 내장처리까지 전 과정을 외부 반출 없이 작업하는 등 축산물종합처리장의 새로운 모델을 완성하겠다는 계획으로 대폭 수정됐다.

개장 2년 만에 김제FMC는 당초의 계획에 성큼 다가섰다.

조합원들의 자체물량 2천여 두와 외부에서 출하하는 임도축 물량 1천여 두의 작업이 이뤄지는 가운데 일일 2600두의 부분육 가공과 완벽한 수준의 내장처리도 5백여 두에 달한다.

도드람한돈의 경쟁력뿐만 아니라 한돈의 품질을 함께 업그레이드하고 있다는 평가를 얻는 이유다.
 

최첨단 도축 시설 그대로 도입·운영

도드람김제FMC의 도축 및 위생부문에 대한 시설투자는 과감하게 진행됐다.

도축공정 중 중요한 과정으로 꼽히는 ‘탕박과정’은 김제FMC의 차별화된 시스템 중 하나다.

기존 작업장에선 도체에 물을 뿌리는 워터 스프레이 방식으로 모근을 제거하는 것이 가장 최신식이었지만 김제FMC엔 ‘스팀 탕박기’가 설치·가동 중이다.

전살 및 방혈 과정을 거친 돼지도체들은 1차 세척을 마친 뒤 약 60도씨 내외의 스팀 방사 터널을 약 8분간 지나게 되는데, 이때 습한 열기가 가해지면서 털을 잡고 있는 지방의 모낭이 열리게 된다.

다음단계인 탈모기에서 털을 커팅하면, 완벽할 만한 수준의 탈모작업이 이뤄지게 된다.

스팀방사기는 물의 재순환 없이 배출하는 방식이어서 탕박수로 인한 오염 가능성이 없고, 스팀을 통한 소량의 용수만을 사용함으로써 기존의 워터스프레이 방식에 비해 폐수 절감 효과도 크다.

탈모를 거친 도체들은 본격적인 도축과정에 돌입하기 직전 자동넘버링기를 통해 개체별 무선인식(RFID) 시스템으로 자동 입력된다.

개체별로 이뤄지는 위생관리 시스템이 본격 시작되는 것이다.

 

스팀탕박기의 경유시간은 약 8분이다. 약 60도의 터널을 지나는 동안 습한 열기가 가해지면서 털을 잡고 있는 지방의 모낭이 열리고, 털이 쉽게 빠진다.
스팀탕박기의 경유시간은 약 8분이다. 약 60도의 터널을 지나는 동안 습한 열기가 가해지면서 털을 잡고 있는 지방의 모낭이 열리고, 털이 쉽게 빠진다(사진제공:도드람김제FMC).


개복작업과 이분체 라인엔 최첨단 ‘로봇’ 설치

도축라인에서 차별화된 부분은 개복(가슴절개)과 도체의 이분체 하는 라인이다.

독일산 로봇 기계를 설치해 개복 과정에서 내장이 터지거나 손상되는 것을 막고, 이분체 작업에선 로봇이 커팅 위치를 자동 계산해 절단함으로써 정확도를 높였다.

이들 작업 모두 도체의 자동 이동 과정에서 자동 절단됨으로써 시간당 작업효율을 올리고, 위생수준은 더욱 높였다. 시간당 450두의 도체작업을 가능하게 만든 대목이다.

로봇기계를 설치하게 된 건 작업효율과 위생 수준 향상은 물론 인력난을 최소화하기 위함이었다.

김경환 도드람김제FMC 대표이사는 “도축작업에선 ‘연습’이 없고 ‘실전’만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로봇을 이용한 도축시스템은 인력난 해결과 교차오염 방지 차원에서도 매우 효율적”이라면서 “시스템을 설정하면, 한 치의 오차 없이 작업을 이행하는 데다 칼날의 자동 세척과 소독까지 자동적으로 이뤄져 더욱 강화된 위생관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개복작업과 이분체 라인엔 최첨단 ‘로봇’을 설치해 위생과 작업효율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개복작업과 이분체 라인엔 최첨단 ‘로봇’을 설치해 위생과 작업효율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사진제공:도드람김제FMC).


완벽한 세척·온도시스템으로 철저한 품질·위생관리

도축과정에서 돼지의 품질과 위생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온도와 세척이다.

방혈을 마친 도체는 1차 세척작업을 거친 뒤 탈모 작업 후에 다시 2차 세척을 거치게 된다.

1,2차 세척이 기계를 통해 자동작업으로 이뤄졌다면, 내장적출 후 이분체로 나눠진 도체는 다시 3차 세척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땐 작업자가 직접 물을 뿌려 세척한다.

자동과 수동 시스템을 결합시켜 완벽한 세척과정을 도모한 것이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도축공정의 마무리 단계에서 알코올 75% 수준으로 도체표면을 전체 소독작업 하는 것으로 작업을 마치게 된다.

이광호 생산관리부장은 “알코올 소독은 단순한 물 세척보다 비용 부담이 크지만, 위생·안전 수준을 최고로 높이기 위해 진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온도관리를 위한 시스템도 완벽하다.

급랭 라인은 3단계로 설계된 가운데 1, 2단계는 영하 20℃로 세팅되어 도체 온도를 신속하게 떨어뜨린다. 3단계에선 온도를 영하 8℃로 유지한다. 2시간의 급랭 터널을 통과한 돼지 도체의 표면 온도는 1-2-3단계 라인을 거치며 영하 5℃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

5천 두의 보관능력을 갖춘 예냉실은 냉기가 나오는 구멍이 사방으로 뚫린 ‘덕트형 냉기 송풍기’를 천장에 설치해 균일한 냉장온도 유지를 가능하게 했다.

 

사진은 내장 적출작업 후 작업자가 직접 씻는 3차 세척과정 모습. 1.2차 자동과 3차 수동 시스템을 결합해 완벽한 세척과정을 도모했다.
사진은 내장 적출작업 후 작업자가 직접 씻는 3차 세척과정 모습. 1.2차 자동과 3차 수동 시스템을 결합해 완벽한 세척과정을 도모했다.


작업자의 안전성·작업능률도 극대화

자동화 설비를 도입과 함께 작업자들이 편리하고 안전한 작업도 최대한 고려했다.

컨베이어 라인의 작업대 발판은 작업자들이 자신의 신체조건에 따라 발판의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게 했다. 김원산 도드람FMC 부사장이 직접 작업대 발판 위에서 시범을 보이는 모습.
컨베이어 라인의 작업대 발판은 작업자들이 자신의 신체조건에 따라 발판의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게 했다. 김원산 도드람FMC 부사장이 직접 작업대 발판 위에서 시범을 보이는 모습.

가공라인에선 일일이 물량을 이동시키지 않아도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도마 자체가 이동하면 작업자는 자신의 공정을 진행하면 된다. 원료육에 닿는 손길을 최소화해 오염을 방지하고 작업자들의 능률을 올리기 위해서다.

컨베이어 라인의 작업대 발판은 작업자들이 자신의 신체조건에 따라 발판의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게 했다. 장시간 서서 일하는 작업자들의 환경의 편리함을 위해 설계된 것인데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데다 잔여육이 바닥에 떨어질 때 작업자의 장화 등으로 인한 교차오염과 미끄럼을 방지할 수 있다.

가공작업을 마친 부분육들은 자동 선별 작업을 거쳐 이송도 자동으로 진행된다.

최첨단 돼지 도축과 가공 설비가 단연 눈길을 끄는 가운데 교차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입고와 출하 단계에서의 철저한 관리는 더욱 주목할 만하다.

일반적인 도축장들의 차량 출입이 출입문 하나로 이뤄지는 것과 달리 김제FMC의 출입문은 무려 4개로 설계됐다.

생축차량이 들어오는 문과 가축을 계류장에 내린 뒤 나가는 차량의 문이 별도로 분리되어 있다. 부분육 운반차와 일반 승용차가 다니는 문이 모두 다르다.

출입문 한 곳으로 운영할 경우 아무리 위생적인 세척이 이뤄진다 해도 바퀴가 지나간 자리를 통한 교차오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축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냄새의 원인과 관련한 시설은 모두 계류장 지하로 묻었다.

폐수처리장과 집수조, 폭기조 등은 모두 지하에 설치하고 여기에서 발생하는 모든 냄새는 별도로 포집하고, 이는 탈취탑을 통해 정화하면서 악취와 관련된 고민을 해결했다.


집약된 경험, 도드람FMC의 성공신화 쓰다

김경환 도드람FMC대표이사.
김경환 도드람FMC대표이사.

하루 수천 마리의 가축을 작업하는 도축장이 크고 작업 사고 없이 가동률 100%를 달성하며 순항할 수 있는 비결에 대해 김경환 대표는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미 안성LPC를 통해 도축과 부분육 작업에 오랫동안 몸담아왔던 직원들의 경험을 신규 사업에 그대로 녹아냈다는 것이다.

도드람양돈농협은 김제FMC 설립 이전부터 도축장 사업팀과 부분육 사업팀 그리고 기획조정실 구성원들로 TF를 구성해 도축장과 육가공공장의 밑그림에서부터 설치와 작업에 단계에 이르기까지 성공적인 도축 및 작업라인 완성을 위해 수십 차례 회의를 진행했다.

김경환 대표이사는 “도드람 안에서 도축장과 관련한 모든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고 토의하며 최적의 안을 만들어갔다. 누구도 독단적으로 정할 수 없는 회의였다”면서 “유럽의 도축장을 견학할 당시에도 시공업체 관계자들과 함께 가 정보를 공유하고 설명하며, 이를 공사단계에서 현실화했다”라고 말했다.

도드람김제FMC는 협동조합 팩커의 성공적인 안착을 알리며 새로운 롤모델으로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특히 도드람 한돈의 품질 경쟁력 뿐만 아니라 한돈의 품질경쟁력과 이미지를 함께 높이고 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김제FMC의 시설을 직접 둘러보기 위해 소비자단체 원로 대표자 20여 명이 이곳을 방문한 뒤 피력한 소감은 전 직원들에게 자부심과 긍지를 심어주기에 충분했다고.

소비자단체 대표들은 “우리나라에 이렇게 최첨단의 선진기술들이 도입되어 실용화되고 있다는 것에 자랑스럽다”라면서 “국내산 축산물과 축산업에 깊은 신뢰가 더해진다.”라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민간 기업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의 과감한 투자는 ‘도드람 양돈농협’ 이었기에 가능했다고 김경환 대표는 말했다.

단순한 순익 계산을 넘어 ‘가장 깨끗하고 가장 안전한 축산물의 공급 기지를 만들겠다’라는 도드람의 신념이 아니었다면 적당한 수준의 도축장을 건설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으리라는 것이다.

협동조합형 패커가 향후 도축산업을 장악하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업계의 우려와 관련해선 “시장은 결코 어느 한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양돈농협들이 중심에 된 도축장에 대한 과감한 투자는 국내 도축업계의 위생수준을 점진적으로 상향 평준화 시켜 나가는 순기능 효과가 반드시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월간 농장에서 식탁까지 8월호 특집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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