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도축장을 꿈꾸다- 참푸른글로벌
작지만 강한 도축장을 꿈꾸다- 참푸른글로벌
  • 옥미영 기자
  • 승인 2020.09.0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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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난 허덕이던 부실 도축장의 ‘환골탈태’기
전남지역 친환경작업장 대표모델로 '우뚝'

[팜인사이트=옥미영 기자] “제 손으로 직접 키운 돼지를 소비자들에게 자신 있게 공급하고 싶었습니다.”

3년 전 전남 담양의 도축장을 인수해 운영하고 있는 송석찬 대표가 험하고, 어렵고, 돈도 되지 않는다는 도축업계에 뛰어든 이유다.

참푸른글로벌은 ‘농장에서 식탁까지’라는 슬로건을 전면에 세우고 운영 중인 전남 담양의 돼지전문 도축장이다. 작은 규모이지만 이곳에서 하루 1000~1500두의 돼지가 작업돼 나간다.

20여 년 전부터 돼지 임신 진단과 컨설팅을 비롯해 축산 자재 취급과 건축 등 축산과 관련해 다양한 일을 해오던 송석찬 대표는 2001년 양돈장을 처음 인수하며 돼지를 키우기 시작했다. 이후 2010년 구제역 파동 등을 거치며 양돈업을 포기하는 농가들이 속출할 당시에도 오히려 농장을 인수하는 등 규모를 키워갔던 송 대표는 ‘보성녹돈’ 생산과 브랜드 상표 등록까지 마치며 차별화된 브랜드 돈육 생산에 몰두해 갔다.

‘내가 생산한 돼지를 더욱 위생적이고 안전한 식품으로 공급하고 싶다’는 바람을 키워왔던 그는 결국 2017년 지금의 도축장을 인수하며 ‘농장에서 식탁까지’라는 그의 계획에 한 걸음 가까이 내딛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도축장 인수

하지만 그가 그렸던 큰 꿈은 단번에 완성되지 않았다.

송석찬 참푸른글로벌 대표.
송석찬 참푸른글로벌 대표.

송석찬 대표가 인수하기 이전의 도축장은 열악한 도축업계 현실에서 저가의 도축 수수료 경쟁에 허덕이며 하루하루 연명해오다 보니 위생과 안전에 대한 재투자 여력이 없었고, 이로 인해 도축장 시설과 여건은 그야말로 바닥이었다.

주위에선 도축장의 ‘도’자도 모르는 초보가 빚더미 작업장을 인수하게 됐다며 수근거렸다.

하지만 20여 년 전 양돈업을 시작할 당시부터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팔겠다’는 신념을 내려놓지 않았던 송 대표는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을 정도로 볼품없는 도축장이었지만 육가공 작업장을 갖추고 있다는 데 큰 매력을 느껴 선뜻 인수에 나섰다.

역사는 그 이후부터 차근히 완성되어갔다.

도축장 인수로 자금여력이 바닥난 상태였지만 송 대표는 대규모 시설 투자를 감행했다.

그가 도축장 투자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작업자들의 안전 문제였다.

에폭시 바닥은 습기에 약해서 들뜸 등의 하자가 발생할 수 있는데 작업장을 오래 쓰다 보니 틈 사이를 통해 이물질이 끼어 묵은 냄새가 심했던 데다 작업박스 등의 잦은 이동으로 인한 마찰로 바닥이 미끄러워지면서 직원들의 안전에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컸던 것이다.

송 대표는 도축작업장 바닥을 의약품공장의 위생 규격에서 사용하는 유크리트 계열 자재로 전면 재시공해 미끄러짐을 방지하는 등 작업자들의 안전부터 돌봤다. 이는 내수성이 높은 데다 세균서식을 방지할 수 있어 1석 3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직원들의 안전관리 못지않게 도축장의 생명인 ‘신선한 돼지고기 생산’ 역시 포기할 수 없었다.

송 대표는 “도축장은 곧 온도와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적정한 온도가 유지가 곧 신선함과 품질을 좌우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품질저하나 세균번식으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돼지를 도축할 시 높아진 심부온도를 빠르게 낮추지 못하면 도체의 냉각 속도가 저하되면서 단백질의 변성이 일어나고 PSE육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

송 대표는 ‘온도관리’를 위한 시설에도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했다.

돼지도체 온도가 빠른 시간 내 떨어질 수 있도록 급냉 시설을 보완하는 한편, 출하 직전까지 돼지의 냉장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예냉실 온도관리를 완벽하게 셋팅했다.

냉장시설에 대한 투자로 도축공정과 보관시설을 일정수준 이상으로 향상시켜 놓은 그는 공사이후에도 수시로 작업장을 드나들며 각 공정에서의 온도를 직접 체크했다.

도축 이후 온도가 잘 떨어지지 않는 엉덩이 살이 4℃를 넘지 않는지, 출하직전 돼지도체의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지를 수시로 살폈다.

이렇게 시설부문에 투자에 들어간 자금만 3년간 25억에 달한다.

직원들을 위한 안전한 작업장 그리고 신선한 돼지고기 생산‧공급을 위한 그의 집념을 오롯이 쏟아낸 것이다.

예냉실에서 출고 대기 중인 돼지도체.
예냉실에서 출고 대기 중인 돼지도체.

도축·육가공팀의 소통 강화로 품질 높여

‘참푸른글로벌’로 새롭게 바뀐 도축장의 변신 이후 이곳에서 생산된 돈육에 당장 변화가 생겼다. 가장 빠른 변화는 시장 반응으로 나타났다.

더욱 탄탄하고 튼실한 영업기반을 갖추게 된 가운데 참푸른에서 생산한 부분육의 상당량을 별도의 시설라인을 통해 직접 공급받고 있는 동원홈푸드 등 대기업으로부터 품질과 위생, 신선함을 인정받고 있다.

돼지의 신선도와 품질이 향상된 것은 위생과 안전 부문에 대한 획기적인 투자가 큰 몫을 차지했지만 품질 관리와 개선을 위한 치밀한 계획과 지속적인 노력이 어우러졌기 때문이라는 게 송대표의 설명이다.

도축사업부와 육가공사업부 여기에 내장사업부까지 각각의 자체 사업부문에 대한 모니터링 작업을 기본으로 매주 정기적으로 전 사업부가 함께 회의를 진행하며 품질에 대한 ‘피드백 시스템’을 완성했다.

육가공 작업이나, 내장 작업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거나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생기면 그때그때 의견을 도축사업부에 의견을 개진하면서 잘못된 공정을 찾고 이를 개선하며 품질을 높여나간 것이 주효한 것이다.

 

참푸른글로벌은 가공작업장 내부 모습. 도축사업부와 가공사업부와의 긴밀한 협력과 피드백 시스템으로 고품질 위생적인 돈육 생산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참푸른글로벌은 가공작업장 내부 모습. 도축사업부와 가공사업부와의 긴밀한 협력과 피드백 시스템으로 고품질 위생적인 돈육 생산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예냉시설 보완 등의 시설부문의 투자 외에도 도축장의 실질적인 HACCP 적용을 상시 실천하기 위해 전문 인력을 보강했다. 작업장에서 실질적인 HACCP 적용이 이뤄질 수 있도록 박사급 수의사를 채용한 것이다.

빠듯한 도축장 살림살이에 고급인력까지 채용하는 것은 도축장 운영면에서도 부담일 수밖에 없지만 이 역시 작업장의 위생수준 제고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여겼다.

도축장에선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도 무시해선 안 된다는 게 송 대표의 철학이다.

송석찬 대표는 “정부의 점검을 위한 HACCP이 아니라 엄격한 위생관리 수준을 우리 스스로 실천하는 것을 목표로 두었다”면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 아닌, 매일매일 위생과 안전에 대한 직원들의 의식을 마인드를 새롭게 무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튼튼한 석축 쌓기 위해선 큰 돌, 작은 돌 모두 필요

‘농장에서 식탁까지’의 큰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쉼 없이 달려왔지만 여전히 갈 일이 멀다고 송 대표는 말했다. 작업장 내에서의 냄새를 더욱 저감시키고, 도축공정에서 아쉬운 부분으로 생각되는 방혈작업 등의 부족한 부분을 조금씩 줄여나가는 게 앞으로의 계획이다.

특히 폐수 수질 측정지표 가운데 하나로 활용돼온 ‘화학적 산소 요구량(COD)’이 유기물질을 더욱 정밀하게 걸러내는 ‘총유기탄소량(TOC)’로 바뀌는 등 앞으로 강화되는 폐수 관리에 대비하기 위해 1천톤 규모의 폐수처리탱크 설치를 준비 중에 있다.

‘더욱 안전하고 신선한 축산물 공급’을 위해 위해요소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항시 만전을 기하는 것은 물론 지역의 로컬브랜드로서 참푸른글로벌이 확실한 역할을 해내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풍부한 먹거리와 음식이 자랑인 전남지역 그리고 관광지역으로 각광받고 있는 담양의 지리적 강점을 배경으로 두고 있는 만큼 도축장에서 생산된 신선한 고기를 원료로 햄과 소시지, 기타

육가공품 등 다양한 가공식품을 개발해 선보이는 등 ‘관광과 육가공제품’을 연계한 새로운 식문화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계획이 그것이다.

 

참푸른글로벌의 폐수처리 역시 깐깐했다. 전라남도의 청정지역인만큼 엄격한 수질관리를 준수하고 있는 참푸른글로벌의 폐수는 처리과정을 거쳐 부레식물이 살 수 있는 만큼 맑게 관리 된다. 이 깨끗한 물에서 다시 한 번 여과처리를 거치고 있다.
참푸른글로벌은 도축공정 만큼이나 폐수처리 등 환경 대응에 있어서도 완벽을 추구한다. 사진은 친환경 처리방법 중 하나인 정화식물을 이용한 폐수처리 공정 모습.
이 깨끗한 물에서 다시 한 번 여과처리를 거치고 있다.

양돈장을 운영해왔던 양돈농가로서 이제 만 3년차의 도축장 경영인이 된 송 대표는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국내 도축산업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지반이 흔들리면 집이 무너지고, 기반과 기초가 튼튼하면 어떤 환경에서도 흔들림이 없는 것처럼 가축이 식품이 되는 ‘축산물 유통’의 시작점이자 토목에 해당하는 도축장의 위생여건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철학을 갖게 됐다.

대형 패커 위주의 국내 도축사업 재편과 관련해선 어쩔 수 없는 기류임을 인정하면서도 ‘작지만 강한 도축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튼튼한 석축을 쌓기 위해선 큰 돌만 가지고는 역부족입니다. 큰 돌로 쌓아올리면서 중간중간 작은돌로 메워나가야 비로서 완성할 수 있습니다. 국내 도축산업 역시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대형 도축장이 속속 들어서고 있지만 비록 규모는 작지만 내실 있는 지역의 도축장도 그 역할이 있습니다. 각자의 방식대로 공존할 수 있도록 정부와 업계가 관심을 가질 때 국내 도축산업은 더욱 발전할 것이라 확신합니다.”

※이 기사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8월호에 실린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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