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 칼럼] 한우농가의 전업화 그리고 횡성축협 사태
[편집인 칼럼] 한우농가의 전업화 그리고 횡성축협 사태
  • 김재민
  • 승인 2020.09.11 1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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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축협 전업농 포용하는 큰 그릇 될 필요 있어

한우 대표브랜드라 할 수 있는 횡성한우의 고장 횡성에서 횡성축협과 지역 한우농가와의 갈등이 첨예하다.

양측의 첨예한 갈등 속에 축협 측에서 조합원 일부를 제명 처리하였고, 이에 제명된 조합원들은 반발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축협이 2심은 제명된 농가들이 승소하였지만 어떤 식으로 판결이 나던 큰 상처를 입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깊은 속사정이야 다 이야기할 수 없지만, 이는 축산업의 발전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는 성장통으로 보인다.

국내 축산분야 협동조합은 지역을 중심으로 조직되어 가축을 키우면 누구나 가입이 가능한 지역축협이 있고, 전문품목을 중심으로 조직된 품목 축협이 있다. 참고로 횡성축협은 지역축협이다.

국내 품목 축협에는 낙농 및 우유축협 등이 12개소, 양계축협이 2개소, 양돈축협 7개소가 운영 중이다.

축협과 축산농가와의 관계는 축산농가는 주식회사의 주주와 같은 조합원으로 인적조직인 협동조합의 구성원이 되며, 축협을 통해 가축사육에 필요한 원자재를 공동구매하고, 사육한 가축을 공동판매하며, 축협의 금융사업을 공동이용해 구매가격을 낮추고, 판매 시 독점력을 높이고, 금융상품을 농가들에게 유리한 금리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공동구매, 공동판매와 같은 서비스는 과거 축산농가들이 전업화, 규모화되기 이전에는 매우 유리했지만, 전업화가 진행되면서 지역축협이 제공하는 상품과 서비스가 규모가 큰 농가에는 맞지 않게 되었고, 전업 양돈, 양계농가, 낙농가는 일부는 품목 축협으로 일부는 민간업체의 서비스를 이용하며 지역축협과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된다.

2000년대 이러한 구조 변화가 마무리되면서 지역축협은 한우축협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한우농가 중심의 조합으로 변모하게 된다.

문제는 타 축종보다 10~20년 늦게 전업화가 시작된 한우농가들도 양돈과 양계농가와 마찬가지로 비슷한 불편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경쟁 관계에 있는 민간사료업체들이 전업 한우농가에 축협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며 거래를 성사시키기 시작했고, 이들 전업농가 중심의 새로운 조직체들이 만들어지면서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 새로운 한우조직들은 사료, 출하, 분뇨처리 등의 사업에 있어서 축협보다 전업농가의 눈높이에서 서비스를 설계하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지역축협을 이탈하거나, 축협 이용을 줄여나가는 식으로 반응하는 한우농가들이 많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일부 축협에 애정이 있는 농가들은 서비스 개선 등을 강력히 요구하다가 갈등을 빚기 시작했고, 횡성축협처럼 한우회 또는 한우농가들과 축협 간 극한의 갈등으로 이어지며 회복하기 힘든 상황에까지 치닫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기 시작했다.

앞으로도 새로운 조직은 계속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농장이 어느 정도 규모가 커진 만큼 많은 농가들이 연대할 필요가 사라졌기 때문에 마음 맞는 농가끼로 모여 새로운 경영체를 조직해도 충분히 규모의 경제를 이룰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마음 맞추기 힘든 큰 조직보다는 마음에 맞는 사람들끼로 슬림한 조직을 구성해 나가는게 사업 추진에 있어서 용이하기 때문이다.

지역축협은 기로에 서 있다. 농가들이 계속해서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 조합 사업에서 이탈하거나 축협 이용을 줄여나간다면 생존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축협이 혁신을 통해 전업화, 규모화된 조합원들의 필요를 충분히 채워줄 수 있는 조직으로 거듭난다면 좋겠지만, 다양한 생각과 요구를 모두 수용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보는게 합리적이다.

그리고 조합이 모든걸 다 잘해 낼 수 있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결국 축협의 생존을 위해 축협에 호의적인 농가들을 중심으로 정예화 할건지 아니면 어떻게 해서든 이탈하려는 농가를 끌어 안는 대신 결속을 느슨하게 가져갈 건지를 판단해야 한다.

개인적인 생각은 지역축협은 배제보다는 각기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지역 축산농가와 지역내 여러 축산 조직과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

작은 조직체로 전락하는 것보다는 지역 축산업을 포용하는 큰 그릇이 되어 내외의 크고 작은 조직과 협력해 조합의 약점을 보완하고 농가들에게는 더욱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으로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축산뿐만 아니라 경종농업부문에서도 전업농들의 탈농협 현상은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우리 농업은 세대가 바뀔 때마다 전업농 중심으로 농업 구조는 바뀔수 밖에 없다. 산업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전업농과 함께 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지역 농축협들이 생존할 수 있는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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