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값 하락 하면 누가 책임지나요?
한우 값 하락 하면 누가 책임지나요?
  • 옥미영 기자
  • 승인 2018.08.31 1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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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산업, 위험에 대비한 농가 보호장치 없어 불안감 증폭

“수급조절 프로그램 한우산업진흥법으로 제도화해야”
경북도 한우협회 주최 토론회서 전문가들 제기

8월 30일 안동 그랜드 호텔에서 열린 '한우산업 정책토론회-한우산업 생존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종합 토론 전경.
8월 30일 안동 그랜드 호텔에서 열린 '한우산업 정책토론회-한우산업 생존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종합 토론 전경.

[팜인사이트=옥미영 기자] 현재 고공세를 지속하고 있는 한우 소 값과 송아지 가격 이면에 내재된 한우산업의 가장 큰 문제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라는 진단이다.

최근 몇 년 간 소 값 상승으로 인한 번식 의향 증가와 암소도축 감소는 약간의 시차를 둔 사육두수 증가로 이어지면서 급진적인 가격 하락의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현재 한우산업의 틀 안에서는 경영 불안정으로부터 농가를 보호할 제도나 정책이 전혀 없어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는 것이다.

가격 하락기의 정부 개입, 되려 가격 하락 부추겨

8월 30일 한우협회와 한우협회 경북도지회가 주관한 ‘한우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토론회’ 에서 전상곤 경상대학교 교수와 김재민 농장과 식탁 정책연구실장은 한우산업이 당면한 가장 큰 문제를 ‘위험으로부터 농가를 보호할 수 없는 대책의 부재’로 꼽았다.

전상곤 경상대 교수는 “2012~14년 소 값 하락으로 인해 번식농가가 대거 이탈하면서 일관사육 비율 증가라는 구조적 변화를 가져왔다”면서 “현재 한우농가들은 번식농가와 일관사육 농가 모두 높은 시세로 호기를 지내고 있지만 사육두수 증가로 인한 가격이 하락의 위험성이 높아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한우협회가 주장하는 미경산 한우 비육의 문제는 적절한 암소도태를 통해 가격을 조절해 나갈 것인지, 아니면 과거와 같이 가격하락기에 암소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상황을 지켜볼 것인지에 대한 고찰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 교수는 한우산업에 있어 농가의 경영 안정은 매우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송아지안정제 작동 불가 등 농가의 경영 위험을 분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전무하다고 밝혔다.

김재민 농장과 식탁 정책연구실장은 “지금까지 정부가 추진해온 농가의 경영 안정대책은 가격 하락기 사육두수 조절을 위한 암소 도태와 물량 비축이었다”면서 “그러나 공급량 증가로 인한 가격 하락기 정부의 개입은 암소 도축 물량 증가로 인한 소 값 하락과 송아지 값 하락으로 이어져 위험을 분산할 수 없는 번식농가에게 피해가 집중됐다”고 지적했다.

비육우 농가는 하락한 송아지 가격으로 큰 소 값에서 발생한 소득 감소분을 낮아진 송아지 가격으로 분산할 수 있었지만 번식우 농가는 고스란히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한우산업은 비육우 가격이 하락하면 송아지 가격이 하락하고, 비육우 가격이 상승하면 송아지 가격이 상승하는 연동성을 가지고 있는 만큼 번식농가의 안정책은 바로 비육우 가격 안정제도”라면서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을 경우 번식농가의 이탈은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위기가 오기 전에 농가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장 전경 모습.
토론회장 전경 모습.

상시 가동 할 수 있는 수급조절시스템 만들어야

김재민 실장은 지금까지 정부의 농가 경영 안정대책은 농가의 집단 행동 등 위험이 눈앞에 닥칠 때야 수급조절에 나서는 등 문제발견에서부터 정책 시행까지 최소 수개월의 시차가 발생으로 피해를 키워온 만큼 선제적으로 대책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위험을 극복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 지자체, 농가가 함께 ‘한우수급조절펀드’를 조성하는 수급조절사업 모델을 제안하면서 과잉 기조일 때는 암송아지 비육 활성화자금을 풀어 과잉된 번식 열기를 식히고, 부족 상황에선 번식활성화 자금으로 기반을 안정화 하는 방식을 내놓았다.

김 실장은 “정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지금은 시기가 아니다라는 접근이 아니라 어느 시점에서 대책을 쓸 수 있는 방법의 유무가 더욱 중요하다”면서 “그나마 만들어진 정책은 정부 훈령으로 자금이 많이 들어가면 없애버리고 만다. 한우산업 진흥법을 제도화해 강력한 수급조절 시스템 을 제도화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전상곤 교수는 “비육농가의 경영 안정 없이 번식농가의 경영 안정은 없다. 농가들의 경영 안정이 곧 사육두수의 안정과 산업의 안정을 의미한다”면서 “이런 측면에서 볼 때 현재 위험 보호 수단이 전무한 한우산업에서는 송아지생산안정제를 정상화해서 작동될 수 있게 개편하는 한편, 비육우 농가 역시 수입보장보험을 통해 경영을 안정시켜 송아지에 대한 수요를 유지해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경북도 한우 농가들이 한우산업 생존을 위해 한우농가 자율 수급조절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경북도 한우 농가들이 한우산업 생존을 위해 한우농가 자율 수급조절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한편, 토론회를 주관한 김삼주 한우협회장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고 소 있을 때 외양간을 지켜내야 한다”면서 한우농가 경영 안정과 산업 기반 유지를 위한 선제적 수급조절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경북도 한우농가들은 토론회에 앞서 한우 선제적 수급조절 사업 결의대회를 갖고 한우협회가 추진하는 선제적 수급조절 사업의 적극적인 동참과 저능력 암소 도태 사업에 적극 동참할 것을 결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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