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 발상지 임실에서 국내산 치즈의 부흥을 꿈꾸다
치즈 발상지 임실에서 국내산 치즈의 부흥을 꿈꾸다
  • 팜인사이트
  • 승인 2018.08.31 17:00
  • 호수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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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실치즈&식품연구소

[농장에서 식탁까지= 옥미영 기자] 가구 1만4천여 세대, 인구 3만명. 서울 등 도심권 대단지 아파트 규모에 불과한 작은 농촌, 임실이다. 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소규모 지역이지만 ‘임실치즈’라는 막강한 지역 브랜드를 가진 곳이다.

국내의 치즈 역사는 전통적인 치즈 소비 강국인 유럽이나 미국 등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짧지만, 국내 치즈산업에서 ‘임실’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알려진 바와 같이 임실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치즈 제조가 시작된 곳이다. 1964년 한국 내 선교 활동을 위해 임실성당의 주임신부로 부임한 벨기에 지정환 신부가 가난한 임실의 농부들을 돕기 위해 산양 두 마리를 보급한 것이 국내 치즈 역사의 첫 발자국이다.

신부님과 임실의 농민들은 산양유를 이용해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치즈를 만들었고, 산양협동조합까지 만들며 치즈 제조에 열정을 바쳤다. 그동안 우리네 생활에선 먹어본 적도 만들어 본 적도 없는 신비의 음식, 치즈. 치즈를 만드는 과정에선 수많은 실패가 반복됐고 결국 지정환 신부는 제대로 된 치즈를 만들기 위해 치즈의 본고장 유럽으로 다시 향했다.

프랑스와 이태리 등 몇 개국을 전전하며 결국 우여곡절 끝에 치즈 제조를 위한 레시피 노트를 얻는데 성공, 이를 임실의 농민들에게 전수한 것이 ‘임실치즈’ 역사의 서막이다.

벨기에 지정환 신부를 그린 벽화.
벨기에 지정환 신부를 그린 벽화.

임실치즈, 그치지 않는 연구와 열정

다행스럽게도 신부님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60~70년대 국내에서의 치즈 소비는 희소할 정도로 드문 일이었지만 국내산 치즈 생산을 위한 임실 낙농가들의 노력들이 차곡차곡 쌓이며 임실치즈의 명성을 이어왔다.

국내 소비자들이 치즈의 맛에 조금씩 눈뜨기 시작할 무렵 국내 치즈산업에 임실치즈가 있었다. 임실치즈를 태동시킨 산파 역할에 지정환 신부가 있었다면, 현재 임실치즈 발전의 핵심 동력에는 ‘임실치즈&식품연구소’가 있다.

임실군에는 임실치즈로 유명세를 떨친 임실치즈농협을 비롯해 15곳의 목장형 유가공목장이 운영 중이다. 임실치즈&식품연구소는 신제품 개발과 기술 이전, 각종 치즈 아카데미를 통해 목장형 유가공 목장에서 생산되는 임실치즈의 고품질화와 차별화를 위한 전방위 지원을 펼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우유수급 불균형으로 잉여원유 처리를 놓고 새로운 소비처를 찾거나 부가가치를 찾는 방법에 열중했던 일부 낙농가들은 해외에서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목장만의 고유한 치즈 생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국내에서의 치즈 교육도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때마침 치즈소비가 크게 늘면서 북부지역에서는 국립축산과학원을 중심으로 한 치즈 교육이, 중부지역에서는 연암대와 충남대를 중심으로, 남부지역은 순천대를 중심으로 제조기술 연수가 이뤄졌다.

2011년 설립된 임실치즈&식품연구소는 국내에선 보기 드문 시설을 갖춘 전문형 교육기관으로 꼽힌다. 연구소내엔 정밀기기분석실과 제품개발실을 비롯해 대형 치즈 숙성실까지 갖춰져 있다. 여기에 총 76종 117대의 연구 연구분석과 시험 생산장비 그리고 치즈배트와 균질기, 크림분리기, 가공치즈 커터 등 치즈 생산을 위한 맞춤형 교육 장비가 마련되어 있다.

이러한 장비 모두가 맛있고 질 좋은 임실치즈를 생산하기 위함인데 경쟁력 있는 임실치즈 생산을 위한 이론교육뿐만 아니라 실전에서 완벽한 치즈 생산을 돕기 위해서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임실치즈연구소의 자연치즈숙성실
임실치즈연구소의 자연치즈숙성실

맛있는 임실치즈를 생산하기 위한 노력

임실치즈 아카데미는 젖을 짜는 일에만 열중하다 새롭게 치즈 생산에 참여하는 초급자반과 치즈 생산 경험을 갖춘 중급자반, 그리고 일정 수준 이상의 기술을 보유한 고급자반으로 나눠 각 단계에 맞는 맞춤형 교육이 진행된다.

초급 낙농가를 위해서는 치즈 생산 입문을 위한 이론교육과 실습교육이, ‘임실치즈농협’이나 ‘숲골 유가공’ 등과 같이 이미 임실치즈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목장 유가공업체나 농가들과는 신제품 개발을 위한 아이디어와 개발을 함께 진행하는 형식이다.

치즈 생산이 초보자인 농가들로서는 실습교육을 모두 마친 상황에서도 막상 농장에서 실패를 겪게 되는 사례들도 더러 있는데 이 경우 연구소에서는 연구원을 현장에 파견해 생산 과정에서 어떤 문제점이 있었는지를 점검하고 지도하는 등 현장밀착형 지원사업을 한다는 점이 여느 교육센터와의 차별점이다.

임실치즈&식품연구소가 임실치즈 생산 농가들을 대상으로 각 단계 및 수준에 맞게 지원할 수 있는 것은 치즈 생산을 위한 완벽한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연구소에는 낙농과 유가공 석·박사급 인력 14명을 비롯해 17명의 연구원들이 임실치즈의 차별화를 위한 신제품 개발과 목장형 유가공 농가들의 이론 및 실무교육과 현장지도 등을 전담하고 있다.

임실치즈&식품연구소 금종수 박사(제품개발팀장)가 치즈 숙성실에서 숙성치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임실치즈&식품연구소 금종수 박사(제품개발팀장)가 치즈 숙성실에서 숙성치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특허출원만 40여개…농가들에 전수

연구소는 초창기 임실치즈과학연구소로 출발했다. 2004년 지식경제부의 시·군 육성사업에 임실군이 포함되어 국비를 지원받게 되면서 군은 임실 치즈를 산업화하고 더욱 발전시킨다는 목표를 두고 연구소를 세웠다.

국내 최초의 치즈 생산이 시작된 역사적 스토리에 체험문화를 엮어 활성화한다는 계획으로 사업화된 ‘임실치즈테마파크’가 준공된 2011년, 임실치즈과학연구소는 10만여평 규모의 테마파크 내에 자리를 잡고 임실치즈의 고품질·고품격화를 위한 총지휘관 역할을 맡았다.

임실의 치즈 생산은 국내 낙농업계에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국내 치즈 생산량은 16년 기준 2만8,842톤(자연+가공치즈 포함)으로 이 가운데 임실군 내 목장형 유가공 공장에서 생산된 치즈 제품은 4,224톤에 달한다.

작은 농촌지역에서 생산하는 치즈 생산량이 국내 치즈 생산량 전체의 15%를 차지하고 있다. 임실치즈 연구소는 임실치즈가 소비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유제품브랜드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도우며 이를 바탕으로 국내산 치즈 소비를 활성화하는 데도 적지 않은 역할을 해 온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연구소는 치즈와 관련한 각종 논문과 학술발표 등은 물론 2011년 개소 이래 현재까지 109건의 치즈 신제품 개발을 완료했다.

이 가운데는 특허를 출원해 등록한 치즈가 40여개에 달하는 가운데 연구소는 농가들에 신제품 기술을 전수하면서 국내의 최고 치즈를 자부하는 ‘임실치즈’ 발전과 국내 치즈산업 부흥을 위해 조력자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