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동목장 50년 역사와 제주 한우산업
제동목장 50년 역사와 제주 한우산업
  • 옥미영 기자
  • 승인 2020.10.13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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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 이익만 추구하는 기업축산 폐해..농가들에게 귀결
지난 2017년 서울시내 모 백화점에서 열린 제동목장의 한우와 토종닭 프로모션 모습. 방목·방사해 키웠다며 차별성을 강조했다.
지난 2017년 서울시내 모 백화점에서 열린 제동목장의 한우와 토종닭 프로모션 모습. 방목·방사해 키웠다며 차별성을 강조했다.

[팜인사이트= 옥미영 기자] 제동목장은 한진그룹의 항공부문 주요계열사인 한국공항의 축산사업장이다.

한진그룹의 목장 사업은 1960대 우리나라 경제성장 과정에서 촉발된 축산물 부족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직접 나서 재벌 등 대기업에 사업 투자 요청을 하면서 시작된 '기업의 사육부문 진출'의 초기 역사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80년대 들어 기업축산농장의 엄청난 공급물량 영향으로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면서 축산농가들은 대기업 반대 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게 됐고, 여기에 당시 민주화 바람 영향이 더해져 결국 기업의 농장들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정부와 정치권의 압력에 못 이겨 삼성의 양돈사업 철수 등 축산업 포기 선언 이어지고, 농장을 헌납하는 탈 축산업 현상이 일어났지만 유일하게 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한진그룹의 제동목장이다.

제동목장, 도내 사육기반은 5% 미만

제동목장의 사육규모만 놓고 보면 제주도내 한우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제동목장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공항의 경영공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6월말을 기준해 소비용 생물자산(한우 비육우)은 1100마리이며, 생산용 생물자산(번식우) 465마리 등 모두 1550여두다.

전기말 기준엔 약 1700여두가 사육 중이었다.

같은 시점 제주도내 총 한우사육두수가 3만4300여두인 점을 감안할 때 제동목장이 도내에서 차지하는 생산비중은 4.3~5% 수준이다.

공급물량면에선 이보다는 조금 높은 수준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제주도내에서 도축된 한우의 평균 작업 두수는 약 5500여마리였다.

한국공항의 경영공시 자료에 따르면 제동목장은 올 당반기 464마리를, 전기말엔 573마리를 매각(출하)했다.

연간 출하두수가 1천여두에 미치지 못한다.

이는 제주도에서 공급되는 한우물량의 8~9%를 차지하는 수준이며 이 가운데 일부는 서울시내 유명 백화점과 호텔에 납품되고 있다. 

자사 이익만 쫓는 기업 민낯 '고스란히'

이처럼 한진그룹의 한우사업이 도내 생산기반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 않음에도 제주도 한우농가들이 불편한 심기를 갖고 있는 데는 자사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기업의 민낯때문이라는게 도내 농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신세계백화점 등 서울시내 유명백화점과 호텔은 물론 모기업인 대한항공 기내식에도 '청정제주산 제동한우'를 공급한다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고급육은 육지로, 나머지 자투리 한우고기(근출혈, 저등급)는 제주도내 시장에 풀면서 제주도 한우고기의 이미지와 소비자 인식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 농가들의 주장이다.

더욱이 내륙과 달리 소 내장 등 부산물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제주소비 시장임에도 제동한우의 부산물 덤핑판매로 시장 가격이 무너지면서 한진그룹의 한우사업에 대한 농가들의 원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안석찬 전국한우협회 제주도지회장은 "제동목장이 자사가 필요로 하는 높은 등급의 한우고기를 제외한 나머지 낮은 등급 한우는 도내 시장에 풀고, 부산물의 경우 덤핑판매까지 하면서 제주도내 한우고기 이미지가 추락하고 부산물 시세까지 무너진 상황"이라면서 "제동목장의 부산물 가격 덤핑 영향으로 제주도내에서 우피는 무상으로 거래되는 등 한우농가들의 피해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점유율 높지 않지만 부작용 커질 수 있어 '우려'

제동목장의 제주도내 사육기반은 비록 위협적 수준은 아니지만 자사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업 방식이 도내 한우농가들에게 불이익으로 귀결되면서 기업의 사육부문에 대한 윤리적 책임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제동목장은 '한라산 산기슭 해발 400m에 위치한 천혜의 자연환경에 자란 제동한우'를 강조하며 프리미엄 매장에서도 우위를 차지하는 전략에 성공한데 이어 대한항공 기내식 공급 활용 등을 홍보하며 계열사들의 이미지 제고와 매출 확대에도 목장을 활용하고 있지만 정작 제주도내 한우산업과 농가와의 상생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안석찬 제주도지회장은 "현재 제주도내 한우 자급률(총 한우공급량 중 제주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45~50% 수준으로 생산기반이 많이 부족한 현실때문에 그동안 제동목장의 사육부문에 대해 농가들도 문제삼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서 "하지만 고급육을 제외한 낮은 등급의 도내 유통 방식과 비즈니스석에만 공급하는 한우를 마치 대한항공 전석에 공급하는 것처럼 과장홍보하는 부분은 공정한 거래방법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안 지회장은 또 "현재는 제동한우의 도내 시장 점유율이 높지 않지만 성장 지향적인 기업의 특성을 감안할 때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사육두수가 많지 않은 제주지역의 경우 피해가 더욱 우려된다"면서 "한진그룹은 도내 한우농가들과 상생하고 공존할 수 있는 중장기 계획을 마련해 이를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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