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하태식 한돈협회장] "한돈농가 누구도 ASF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어"
[특별인터뷰-하태식 한돈협회장] "한돈농가 누구도 ASF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어"
  • 옥미영 기자
  • 승인 2020.10.19 1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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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육돼지서 1년 만에 ASF…경각심‧위기의식 갖는 계기로 삼을 터

경기·강원 북부 및 인접 시군 358호 전건 ‘음성’

바이러스 최대 잠복기 3주 뒤 발생없으면 예정대로 재입식 추진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백서 작업 추진할 터
하태식 대한한돈협회장
하태식 대한한돈협회장

[팜인사이트= 옥미영 기자] 사육돼지에서 마지막으로 ASF가 검출된 지 1년만인 지난 10월 9일 강원도 화천 양돈장에서 ASF 양성축이 나오면서 방역당국은 물론 전국의 양돈농가들에 비상이 걸렸다.

한돈협회 역시 예외일 수 없었다.

ASF 양성이 최종 확진된 10월 9일 한글날을 포함해 주말까지 꼬박 3일간 하태식 회장과 한돈협회 전 직원들은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10월 10일 축산국장과 각 과장들이 동행한 야생멧돼지 방역대(양성개체 발견지점 반경 10km 이내) 내 양돈장 173개에 대한 현장 점검 결과, “방역이 미흡한 농가가 다수”라는 상황을 전달 받은 하태식 회장은 그날 밤 김태환 농협 경제지주 축산대표에게 생석회 지원을 긴급 요청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중앙수습본부(이하 중수본)는 이후 지자체·한돈협회와 함께 경기·강원 북부 및 인접 14개 시·군 양돈농장 395호의 농장 내외부 소독상태를 날마다 점검했다. 이 가운데 한돈협회는 외부인의 출입이 잦아 감염과 전파 우려가 높은 모돈사에 대해선 ‘모돈사 전용 방역복’을 농장 당 24벌씩 제공하는 등 정부 방역에 긴밀하게 협조해 나갔다.

다행스럽게도 경기·강원 북부와 인접 14개 시·군 358호 양돈장은 물론 강원도 화천 발생농가와 역학관계에 놓인 농장 50호에 대한 ASF 정밀검사결과 모두 음성으로 판정되면서(10월 14일 기준) 한돈협회 역시 긴장과 안도감 속에 냉정함을 잃지 않으려는 분위기다.

하태식 회장은 “(사육돼지에서)ASF가 1년 여 간 잠잠하면서 양돈업계는 물론 우리협회 역시 경기북부지역의 재입식 농가와 절차에 관심을 집중했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ASF가 다시 발생한 부분은 뭐라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충격적이고 또한 가슴 아프지만, 전국의 한돈농가들이 ASF에 대해 다시 한 번 경각심과 위기의식을 갖고 빈틈없는 방역 의식을 다지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고 말했다.

하 회장은 또 “지속가능한 한돈사업 발전과 더 이상 ASF로 인한 한돈농가와 업계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ASF 백서 제작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다음은 하태식 회장과의 1문 1답이다.
(하태식 회장과의 인터뷰는 ASF 발생 이전 한돈산업 현안 인터뷰로 진행됐으나, ASF 발생으로 인해 추가 인터뷰 등 2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1주제는 ASF와 관련한 현안, 2주제는 한돈산업과 관련 현안 및 이슈로 두 차례에 나눠 게재한다).
 

―지난해 정부는 ASF의 예방조처의 하나로 멧돼지 ASF 양성축이 발생한 지역의 반경 3km이내 집돼지에 대한 살처분 법안을 마련코자 했으나 한돈협회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습니다. 이번에 발생한 강원도 화천 농장의 경우 야생멧돼지 발생지점으로부터 250m 떨어진 농장으로 확인되면서 농식품부 내부에서도 법안을 마련했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는데요.

▲결과만 놓고 보면 그런 의견도 있을 순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멧돼지 양성축 발견지역을 위험지역으로 간주해 초강력 살처분 정책을 실시하자는 것은 원인과 결과를 잘못 이해하는 것입니다. 질병 발생이 멧돼지의 ASF 발생에 있다면 정부는 야생멧돼지의 포획에 더 많은 공을 들이는 게 맞습니다. 당시 정부 정책(안)에 저를 비롯한 전국의 양돈농가 모두가 반대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후회는 없습니다.

사람 열 명이 도둑 1명 잡기 힘든 것처럼 가축 방역 역시 100% 완벽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더욱이 농장내 전파와 감염이 심각한 구제역과 달리 ASF는 발생 상황과 전이가 달라 ASF는 지금처럼 ‘핀셋방역’을 실시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며, 이같은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지난해 9월 17일부터 최근까지 경기북부지역와 강원에서 발생한 야생 멧돼지 발생이 760여건으로 특히 연천지역의 경우 3분의 1수준인 286건이 집중돼 있는 등 연천지역 농가들의 경우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생업전선에서 악전고투 하고 있는 만큼 정부는 멧돼지 포획과 소탕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전국의 양돈농가들이 적지 않은 충격에 휩싸였지만 특히 오랜 기간 재입식만을 손꼽아온 경기북부지역 농가들은 허탈감이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ASF농가들의 재입식 절차는 어떻게 되는겁니까.

▲경기북부지역 양돈장들은 당초 10월 중순부터 재입식에 들어갈 계획이었습니다만, ASF 발생으로 인해 현재 재입식이 잠정 중단된 상태입니다.

다만, 경기강원 북부는 물론 인접 14개 시‧군 358호에 대한 ASF 정밀검사 결과 전건이 음성으로 확인되는 등 더 이상의 추가 발생이 없을 것으로 보여 현재로선 정부와 협회 또 해당 농가들 역시 방역 상황을 예의주시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돈협회는 정부와 방역은 물론 경기북부지역 농가들의 재입식에 대해서도 금번 ASF 발생으로 인해 큰 피해가 없도록 의견을 나누고 있습니다. 우선적으로 협회는 이동제한과 수매를 비롯한 소독과 방역 등 더이상의 ASF 발생을 막기 위해 정부에 초당적으로 협력하고 있습니다.

ASF 바이러스의 잠복기가 최대 3주인만큼 이달 말까지 농장에서 추가로 ASF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다음 달부터 재입식 절차를 다시 진행하는 것으로 협의된 상태입니다. 그때까지는 경기북부지역 농가는 물론 전국의 한돈 농가 모두가 ASF 방역에 최대한 집중할 계획입니다.

―정확히 1년 만에 사육돼지에서 ASF가 발생한 것을 두고 농가들의 방역 의식이 다소 느슨해진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한돈농가들도 그렇고 우리협회도 마찬가지로 그동안 지난해 ASF로 살처분과 수매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기북부지역 농가들의 재입식에 집중해 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여름철 성수기와 가을을 지내고 또 추석 명절을 맞으면서 방역대를 보다 철저하게 강화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지난 10월 10일 중대본이 야생멧돼지 방역대(양성개체 발견지점 반경 10km) 내 양돈농장 175호에 대해 긴급 방역실태 점검 결과, 생석회 도포가 미흡한 농가가 다수임으로 확인되면서, 당일 밤 김태환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 대표에게 협조를 구해 곧바로 생석회를 지원하는 등 ASF 확산을 막기 위해 발 빠르게 대응했습니다.

저를 비롯해 많은 농가들이 금번 돼지농장에서의 ASF 발생으로 충격을 받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전국의 한돈농가들에게 위기감과 경각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사육돼지의 ASF 발생이라는 위중한 상황을 겪게 되면서 더 이상 피해를 막기 위해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ASF 백서’ 제작을 추진 할 생각입니다.

―출하 전 ASF 검사에서 음성이 나온 양돈장 돼지가 도축장에서 감염 개체로 확인되고(1차 감염농장), 이틀 전 검사에선 음성으로 확인됐음에도 예방적 살처분 중 ASF가 검출(2차 감염 농장)되는 등 출하 전 ASF 검사에 허점이 많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전체 사육돼지를 출하 전에 일제히 검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지만 샘플링 검사하는 부분에 한계가 있는 건 분명합니다. 때문에 출하 1주일 전의 ASF 검사를 출하전날 검사로 변경하자는 전문가들의 제안도 뒷 따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 표본검사로 진행되기 때문에 허점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여러가지로 고민이 많은 부분입니다.

현재로선 농장내 ASF 감염이 일어나지 않도록 방역에 좀 더 올인해 농장에서 필요로 하는 생석회와 소독제, 멧돼지 기피제, 장화 등 원활한 방역용품 보급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ASF 검사와 관련해선 정부와 전문가들과 충분한 논의를 통해 보완점을 찾아 나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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