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신청만 350여 농가…한돈산업 어려움 ‘반증’
폐업신청만 350여 농가…한돈산업 어려움 ‘반증’
  • 옥미영 기자
  • 승인 2020.10.26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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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환경 문제에 한돈산업 성패 달려…능동적 해결 ‘최선’
[특별인터뷰-하태식 한돈협회장2] 하반기 돈가 안정 '총력'
하태식 한돈협회장.
하태식 한돈협회장.

지난 8월말까지 FTA 페업지원금 신청 접수결과 약 350여 농가(64만두수준)가 페업을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종 실사과정을 마쳐야 확실한 폐업농가숫자를 파악할 수 있겠지만, 양돈업계 내부에서도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하태식 회장은 “이 정도 수준까지 많은 농가들이 폐업을 선택할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면서 “현재 양돈업계가 처한 현실이 절박한 가운데 앞으로의 한돈산업 역시 험난할 것으로 농가들은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어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최근 FTA 폐업지원금 신청 결과 10%에 가까운 양돈 농가들이 폐업신청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농가가 피해보전직불금을 받는 대신 폐업을 선택했는데 이유는 어디 있고,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시는지요.

▲현지 실사과정을 마쳐야겠지만 농림축산식품부 집계에 따르면 350여 농가(64만두)가 폐업지원금을 신청했습니다.

폐업 신청 농가가 어느 정도 될 거라곤 짐작했지만, 이렇게 많은 양돈농가들이 신청했다는데 놀랍고 또한 안타까웠습니다.

최근 한돈산업은 접경지역의 ASF 발병이후 방역 지침은 날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데다 환경문제가 주요 이슈로 부각되면서 양돈장의 시설재투자에 대한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후계자가 없는 농가와 앞으로 강화되는 방역시설을 맞추기 어려운 농가 등은 갈수록 강화될 것으로 보이는 분뇨, 냄새 등 각종 규제 앞에서 양돈업을 포기하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마디로 금번 폐업신청은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한 피해가 누적된 결과로 앞으로 국내 한돈산업이 상당히 험난할 것으로 농가들이 인식하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한돈 가격 안정을 위해 올해 모돈 10% 감축을 추진해 오셨지만, 계열화업체들이 공정거래법 저촉 등을 이유로 협조를 거부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농가들이 노력으로 이룬 수급조절의 열매를 대기업들이 더 차지하게 됐는데, 대기업 규제할 수 있는 대안은 어떤 것이 있을지요.

▲폐업지원금 신청농가와 연관 지어 생각해보면 이들은 이 땅에서 돼지를 더 키우고 싶어도 키우지 못하는 절박한 심정으로 폐업을 신청했을 것입니다. 이는 남겨진 우리 한돈농가들은 폐업농가들의 눈물과 땀 위에서 산업을 영위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돈농가와 산업의 안정을 위한 모돈 수 감축에서 대기업이 책무를 지지 않겠다는 것은 농가들의 수급조절에 의한 열매는 물론 폐업 농가들의 희생까지도 자신들의 양분으로 삼겠다는 것으로 밖에 이해할 수 없습니다.

대기업이 법의 테두리 뒤에 숨어 무임승차자가 된다면 이는 절대 용납할 수 없습니다.

농가들이 뼈를 깎는 결심으로 스스로 수급조절에 나선 것은 한돈산업 공동체를 위한 결단이었습니다. 대기업들도 한돈산업의 구성원이라면 공정거래법이라는 핑계를 댈 것이 아니라 스스로 사육규모 감축에 동참해야만 합니다.

협회에서는 앞으로 대기업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마련하여 법제화 등 추진할 계획에 있습니다. 대기업 자본이 일부라도 들어간 농장에 대해서는 대기업의 범주에 포함시키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대기업이 사육하는 형태 등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대기업이 무리하게 사육부문에까지 적극 가담하면서 농가들과 갈등을 빚고 있지만 앞으로 이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지난 2월 김현수 농식품부장관과 농업계 단체장 소통 간담회에서 하태식 회장이 한돈산업 현안 해결에 대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지난 2월 김현수 농식품부장관과 농업계 단체장 소통 간담회에서 하태식 회장이 한돈산업 현안 해결에 대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코로나19 위기로 외식 소비는 물론 학교급식 중단 등 전통적인 소비패턴이 무너지고 있다는 진단입니다. 특히 갈비와 후지 부위는 적체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소비를 활성화하기 위해 어떤 고민을 하고 계시는지요.

▲육가공업체들의 경영상 난맥은 곧 한돈업계와 농가들의 어려움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업계의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이 많습니다.

지난 3월 2차 육가공업체를 대상으로 kg당 300원을 지원해 뒷다리살 구매비축 사업을 진행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실시된 것입니다.

육가공업계는 최근 자조금을 통한 수매비축 지원 등을 얘기하고 있지만, 비축은 시간을 더 늦출 뿐이지 근본적인 소비촉진책이 될 수 없다고 봅니다. 더욱이 최근엔 외국산 보다 한돈정육부위가 더 싸기 때문에 지원자체가 무의미 한 실정입니다.

때문에 수출에 대한 지원이나, 열처리 가공품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민 중에 있습니다.

현재로선 코로나로 인해 즉석육가공 교육사업도 중단된 상황 인만큼 기업들과 협력해 정육부위를 활용해 소비자 입맛에 맞는 가공품 개발을 활성화하고 이를 소비로 연결시킬 수 있는 방안도 지속적으로 협의 중에 있습니다.

특히 최근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이 편의성 중심으로 더욱 가속화하고 있는데 착안해 직접 돼지를 재료로 한 것 보다 2차 가공품 개발에 더 전력하고자 합니다. 한돈을 활용한 햄과 소시지 소비가 진작되면 전체적인 한돈산업 안정에도 기여하는 부분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선 좀 더 소비자들의 입맛과 취향에 맞는 제품 개발이 선행돼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10월 1일부터 한돈자조금 모델로 백종원씨가 활약하게 되었는데, ‘김치찌개용 햄’ 개발 등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춘 2차 육가공품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해서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대한한돈협회 하태식 회장.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는 한돈의 소비촉진을 위해 편의점 ‘세븐일레븐’과 지난 9월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업무협약은 지난 7월 선보인 ‘한돈 간편식 시리즈’가 소비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자, 한돈 활동 상품을 더욱 활발하게 출시하고자 마련됐다.

 

―정부는 ASF 발생 농가의 재입식과 관련해 매우 강도 높은 방역 기준을 설정 한 바 있습니다. 일부에선 이런 기준이 과도하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전체 한돈 농가로 확대해 모델링하는 등 방역과 위생, 냄새, 분뇨처리에 있어 한돈 산업이 향후 약점 없는 산업으로 도약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회장님의 견해는 어떠십니까.

▲방역이 시설에 대한 문제라면, 냄새는 다른 영역이라 볼 수 있습니다.

다만, 한돈농가들이 직면해 있는 가장 중요한 문제라는 점은 같습니다.

우선 방역 문제를 따져보면, 강도 높은 방역 기준이 설정돼 중점방역관리지구로 지정된 경기 강원 북부지역에 대해서 적용되고 있습니다. 사실 정부가 요구하는 기준이 농가 입장에서는 수용하기가 상당히 어렵고 고통스러운 측면이 많습니다.

하지만 질병방역 문제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하기에 농가들도 성실하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농가들의 생계가 달린 재입식이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입니다.

강화된 방역 기준은 접경지역농가 395개 농가에 해당하지만 이는 전체 한돈농가와도 직결된문제로 보고 있습니다. 야생멧돼지가 언제 어디에서 출몰해 농장에 피해를 줄 수 있을지 알기 어렵고 자칫 농장내 ASF가 발병할 경우 한돈농가와 한돈산업에 미칠 영향은 상상하기 어려운수준이기 때문입니다.

한돈협회에선 전문가 컨설팅 지원 등을 통해 정부가 제시한 방역설치기준을 준수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해 나갈 계획입니다.

이밖에 질병과 악취, 분뇨문제가 한돈산업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더욱 능동적으로 해결해 나갈 계획입니다.

―어느덧 회장님의 임기가 1년 남았습니다. 축단협 대표와 한돈협회장으로서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한돈혁신센터가 오는 8월 초순 첫 새끼의 분만이 이뤄지는 등 본격적인 궤도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처음 계획했던 대로 한돈혁신센터가 연구와 교육사업의 산실로서 생산부문의 새로운 모델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남은 1년간 기반을 닦는 것이 큰 목표입니다.

현재 혁신센터는 제1 검정소 사업자번호를 승계해 운영 중으로 사업 활성화에 애로사항이 많습니다. 먼저, 한돈혁신센터를 영농조합법인이나 농업회사 법인 형태의 법인화를 추진해 계획했던 사업들이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축단협 입장에선 축산물 수급안정을 위한 제도적 보완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습니다. 산업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선 가격안정과 이를 위한 수급조절이 필수적인데, 지금의 제도로 안정적인 수급관리를 기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입니다.

더욱이 대기업들은 법적·제도적 허점을 이용해 수급조절 사업을 회피한 채 생산부문 진출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이들을 제어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을 위해 축산단체와 함께 노력할 계획입니다.

지난 6월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마사회와 축산발전과 도농교류를 위한 협약식을 개최했다.
지난 6월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마사회와 축산발전과 도농교류를 위한 협약식을 개최했다.

―전국의 한돈 농가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하반기엔 시기적으로 소비가 둔화되는 시기입니다. 이런 때일수록 적정한 사육두수 유지를 위해 올 초부터 협회가 계획했던 모돈감축 운동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야 합니다.

방역과 위생, 악취 등과 관련한 국민들의 눈높이와 요구는 점점 높아지고 있는 만큼 한돈농가 여러분들의 고민과 어려움도 커지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시설보완 등 적절한 투자를 통해 이웃과 상생하는 건강한 한돈산업을 만들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ASF와 관련해선 한돈농가 중 그 어떤 사람도 ASF로부터 결코 안전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합니다. 더불어 ASF 발생 농가나 비발생 농가나 우리는 한돈산업의 일원으로서 모두 하나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한돈농가들이 가격 등락에 영향 없이 안전하고 깨끗한 돼지 생산에만 전념할 수 있기 위해 한돈자조금을 활용한 전방위 소비활성화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각자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해 달라는 당부의 말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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