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능평 휩쓴 KPN 950, 1009번...종모우 위력 맞나
한능평 휩쓴 KPN 950, 1009번...종모우 위력 맞나
  • 옥미영 기자
  • 승인 2020.10.23 16: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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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능력평가대회 입상축 12마리 중 8마리가 950,1009번 후대축
육종 전문가들 "종모우 영향 무시 못 하지만 계획교배가 핵심"

[팜인사이트= 옥미영 기자]

"KPN950, 1009번의 위력을 실감합니다."

올해 한우능력평가대회 출품축들의 최종 평가 결과가 알려지면서 한우농가들 사이에서 전설의 종모우로 불리는 'KPN950'이 다시 회자 되고 있다.

대회 수상축들의 등급판정과 경매가 진행된 이후 한우농가들의 각종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선 "올해 최고의 고급육 역시 'KPN950' 후대축 이었다"며 "KPN950과 1009번의 위엄을 입증한 것"이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농협한우개량사업소 내 KPN950
농협한우개량사업소 내 KPN 종모우

죽어서도 이름을 남기다 ‘KPN950’

대회를 주관한 한국종축개량협회에 따르면 총 출품두수 255마리 중 12마리의 수상축들 가운데 대통령상을 비롯한 한국종축개량협회장상과 농촌진흥청장상, 축산물품질평가원장상, 축산관련단체협의회장상 등 5마리의 입상축 아비가 'KPN950'이다.

950의 형제로 알려진 KPN 1009번의 후대축도 국무총리상과 농림축산식품부장관상을 비롯해 3마리나 수상축에 이름을 올렸다.

총 12마리의 수상축 가운데 무려 8마리가 KPN950과 1009번의 후대축으로 올해 한능평 대회를 '평정'한 것이다.

수상축들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우농가들 사이에선 "역시 950이었다. 950과 1009번의 유전적 우월성을 입증한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KPN 950, 1009번 우리는 ‘형제’

KPN950번과 1009번은 모두 KPN642의 후대축으로 형제지간이다. 950은 2014년에 종모우로 선발됐으며, 1009번은 이듬해인 2015년 종모우로 최종 선정됐다.

아버지 KPN642는 자손들(KPN950, 1009)처럼 두각을 나타내진 못했지만 육량면에서 좋은 형질을 가진 개체로 확인된다. 950과 1009번은 아비에 비해 뛰어난 유전능력을 보유한 가운데 특히 등심단면적과 미세마블링 등 육질부문에서 탁월한 능력을 입증하며 한우업계와 농가들사이에선 역대급 종모우 중 하나로 손꼽힌다.

실제로 KPN950의 경우 유명세 속에 입소문을 타면서 정액을 얻기 위한 농가들의 경쟁과 민원이 극심했고, 950을 얻기 위해 1백만원을 호가하는 뒷거래가 성행하기도 했다.

지난해에 전북의 모 수정란 생산·공급업체에서 정식 종모우가 아닌 후대 수소의 정액을 농가들에게 공급하고 판매하는 사례가 적발돼 문제가 됐는데, 이 역시 KPN950의 후대축 활용이 말썽이 된 것이었다.

당시 사건은 정액공급체계에 대한 근본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 가운데 결국 '950의 후광'을 활용해 농가들을 호도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정말 KPN 950의 위력일까

살아생전은 물론 죽어서까지 이름을 떨치고 있는 KPN950.

종모우의 위력은 그만큼 지대한 것일까.

하지만 이번 한우능력평가대회 출품축들 가운데 아비가 KPN950인 출품축들은 21마리로 전체 출품우 중 8.2%에 달했다. KPN1009번은 무려 26마리로 전체의 10.2%를 차지했다.

950과 1009번의 출품우 숫자가 다른 종모우에 비해 월등히 높은 만큼 수상축에 들어갈 확률이 그만큼 높았다는 분석이다.

육종전문가들은 종모우의 영향력을 무시할 순 없지만 후대축들의 개체 성적을 좌우할 수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아비의 영향력이 절반을 차지하고, 우월한 유전력이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선 밑소인 암소의 개량과 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용호 한국종축개량협회 전무(육종학박사)는 "종모우의 유전능력을 무시할 순 없지만 절대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면서 "한우 보증씨수소의 유전적 개량이 한계점에 도달해 가는 상황에서 암소의 개량과 맞춤형 계획교배 없이는 우량 송아지 생산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KPN950과 1009번의 총 출품축 47마리 가운데 수상축 8마리를 제외하면 나머지 상당수의 950, 1009번 후대 출품축들이 하위권에 자리했다.

송규봉 종축개량협회 한우개량부 팀장은 "950과 1009번의 경우 아비 비율이 전체의 1,2위를 차지하며 18.4%에 달하는 등 월등히 높았던 점 등이 수상축에 많이 포함된 배경 중 하나로 분석할 수 있다"면서 "반대로 950과 1009번 후대축들은 하위권에도 많이 포진되어 있는 등 종모우의 성적이 후대축 성적을 절대적으로 좌우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제23회 한우능력평가대회 출품축들의 종모우(아비) 분포도. 1009번이 26마리로 전체의 10.2%를, 950이 21마리로 8.2%에 달했다. 1009와 950의 출품우 숫자가 18.2%를 차지하는 등 월등히 높아 입상할 확률 또한 높았다는 얘기다(자료: 한국종축개량협회 한우개량부).
제23회 한우능력평가대회 출품축들의 종모우(아비) 분포도. 1009번이 26마리로 전체의 10.2%를, 950이 21마리로 8.2%에 달했다. 1009와 950의 출품우 숫자가 18.2%를 차지하는 등 월등히 높아 입상할 확률 또한 높았다는 얘기다(자료: 한국종축개량협회 한우개량부).

 

제23회 한우능력평가대회 대통령상 수상축의 등심단면적 사진. KPN950의 유전적 특성인 등심단면적과 마블링침착의 우수성이 후대축에 전달됐다.

 

맞춤형 계획교배로 유전능력 극대화 도모해야

전문가들은 수소의 유전적 개량에 매진해온 한우개량사업의 오랜 관행에서 시각을 넓혀 암소에 맞는 맞춤형 계획교배를 통해 체계적인 개량에 집중해 나가는 것이 우량 밑소와 고급육 생산의 지름길 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정 정액에 대한 선호와 쏠림현상'은 결국 내 농장의 성적과 암소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교배방식이어서 아무리 좋은 정액을 넣는다 해도 종모우가 가진 유전능력을 발휘하기 어렵고 오히려 농장 개량에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용호 전무는 "무조건적으로 인기 있는 정액, 1등급 정액을 확보하는 노력보다 내가 보유한 암소의 외모와 후대축 생산을 통한 능력을 평가해 유전형질을 보완하거나 능력을 최대화 할 수 있는 '계획교배'를 꾸준히 실행해 나가는 것이 좋은 소를 만드는 기본이자 핵심"이라고 조언했다.

농장과 암소에 맞는 계획교배 집중과 함께 '가계도'를 염두에 둔 교배방식을 보완할 경우 우량 한우 생산은 물론 고질적인 정액 수급 불균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정용호 전무는 "기록관리를 통한 철저한 계획교배를 우선으로 하되, 종모우의 가계도를 따져 내가 원하는 종모우 정액 수급이 어렵다면 후대축들을 찾아 교배에 활용할 경우 기대했던 유전적 개량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하위그룹에 해당하는 종모우라 할지라도 높은 유전능력을 입증받은 종모우인 만큼 가계도를 고려한 계획교배는 정액 수급에 영향 받지 않고도 개량효과를 누릴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애기다.

하지만 현재 한우농가들은 당장의 성적이나 입소문에 근거한 정액의 호불호 현상이 극심해지고 있어 개량에 대한 농가교육을 활성화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실제 현장에서 950은 농가들 사이에서 선풍적 인기를 누렸지만, 반대로 950의 후대축인 1302와 1332, 1337번 종모우들은 일체 주목받지 못하는 등 종모우의 가계도를 활용한 정액 선택 방법은 거의 활용되지 못하고 있어 종모우 선발에 투입되는 막대한 정부 자금이 효율적으로 쓰이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도 적지 않다.

14마리의 수상축 가운데 KPN950이 5마리, 1009번이 3마리를 차지했다. 하지만 950과 1009번의 경우 전체 출품두수 255두 가운데 아비의 비율이 각각 2위와 1위를 차지하는 등 18.4%로 월등히 높아 수상권에 들어갈 확률이 높았다는 분석이다(자료:한국종축개량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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