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플랜 특집3] 에필로그: 푸드플랜의 성공과 가능성
[푸드플랜 특집3] 에필로그: 푸드플랜의 성공과 가능성
  • 박현욱 기자
  • 승인 2018.09.03 10:22
  • 호수 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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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싣는 순서
1. 푸드플랜이란 : 먹거리 공공성 강화
2. 주요 국가 푸드플랜과 우리 정부의 지향점
3. 에필로그_ 푸드플랜의 성공과 가능성

[팜인사이트= 박현욱 기자] 푸드플랜은 먹거리 순환(생산, 소비, 폐기)과 관련된 포괄적 관리체계다. 푸드플랜이 필요한 이유는 그동안 농식품 정책에 상충적인 요소가 많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학교급식의 최저가 입찰은 좋은 품질의 먹거리와 상충되며, 영양학적 관점에서 나트륨과 당류 저감화 정책은 우리나라 전통 식문화 가치에 반한다. 이처럼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힌 먹거리 순환고리에서 각 주체 간 가치와 정책 간 갈등이 터져 나올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 갈등을 중재하고 농식품 발전이라는 하나의 목표로 수렴시킬 먹거리 컨트롤타워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다.

푸드플랜 성공 포인트 ‘거버넌스’

먹거리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해야 할 관계부처는 너무나 많다. 농식품 생산과 공급은 농림축산식품부, 수산물 생산은 해양수산부, 식품안전은 식품의약품안전처, 영양 관리는 보건복지부, 급식관리는 교육부와 국방부, 먹는 물 및 음식물쓰레기는 환경부가 관여한다.

푸드플랜의 밑그림을 그릴 관계부처가 많다는 것은 정책 추진에 걸림돌이 많다는 뜻이며 성공 가능성이 크지 않은 이유다. 해외의 수많은 성공사례에 거버넌스 구축이 1순위로 거론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푸드플랜의 스타트라인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국가 푸드플랜의 구성요소를 살펴보면 5가지로 요약된다. ‘식량안보’, ‘산업발전’, ‘식품안전’, ‘식품영양’, ‘농식품환경’ 등이다. 사실 지금까지 추진해 온 농식품 정책과 비교해 볼 때 새롭게 도출된 목표는 없다. 지난 수십 년간 정부에서 추진한 정책 목표를 망라한 수준이다.

또한, 성공을 거뒀다고 할 만한 분야도 손에 꼽는다. 그만큼 쉽지 않은 숙제들이다. 이러한 당면과제들이 서로 충돌하지 않고 융합할 수 있는 조정자가 필요하다. 버릴 건 버리고 집중할 건 집중할 수 있는 추진력도 필요하다. 푸드플랜 역할의 스타트라인은 바로 이 지점이다.

섣부른 정책 추진 경계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먹거리 정책과 농업정책은 개인의 이기심보다는 철학과 대의, 여론에 기대온 측면이 크다. 정치적 수사도 개입한다. 언론이 개입하면서 산업을 바라보는 냉철한 통찰력은 사라진다. 농식품 안전이 대표적이다.

‘안전’은 우리나라 국민들이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요소지만 안전에만 매몰된 섣부른 정책은 ‘산업’을 괴멸시킨다. 근본적인 대처방안과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기존 체제와 융합 필요

푸드플랜 정책 중 중요한 요소 중 또 하나는 먹거리 지역 순환이다. 이는 로컬푸드와 비슷한 개념으로 푸드마일리지 감소와도 연관돼 있다. 먹거리 정책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소비다. 구매력이 뒤따르지 않으면 어떠한 산업도 생산 동력이 떨어진다. 농민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문제 중 하나도 판로문제다.

대도시에서 로컬푸드가 성장하는 것만 봐도 구매력이 중요한 이유를 쉽게 알 수 있다. 외국의 사례에서도 대도시에서 푸드플랜의 성공사례가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구매력은 유통과 관계가 깊다. 기존 유통채널은 우리나라 구매력과 농식품 지형에 맞도록 발전해 왔다. 기존 유통채널에 반하는 푸드플랜은 성공하기 힘들다.

푸드플랜, 먹거리 순환고리 가늠자 역할 기대

고전 경제학에서 모든 개인은 ‘합리적 개인’이란 가정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최근 ‘합리적 인간’을 부정하고 인간의 실제 행동을 관찰하는 행동경제학이 조명받는 건 현실에 가장 들어맞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는 기존 경제학을 근간으로 정책적 접근을 펼쳐왔다. 개인의 이기심을 이용한 적절한 인센티브, 농식품 지형을 고려한 현상적 접근이 필요한 때다.

푸드플랜은 농식품 정책의 뿌리를 만들고 먹거리 순환고리의 가늠자가 된다는 의미에서 필요하다. 취지와 목표는 좋지만, 자칫 허울에 그칠 단편적인 계획은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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