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한돈산업의 혁신 이끌어 갈 ‘한돈혁신센터’
[탐방] 한돈산업의 혁신 이끌어 갈 ‘한돈혁신센터’
  • 옥미영 기자
  • 승인 2020.11.13 0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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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첨단 환기·분뇨처리 시설 갖춘 ‘냄새 없는 양돈장’
한국 양돈산업의 친환경 양돈장 모델 구현 박차

[팜인사이트=옥미영 기자] 2019년 양돈부문 생산액은 6조 3924억 원으로 쌀(8조 3507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는 같은 해 농림업 생산액의 12.2%, 축산물 총 생산액 중 32%를 차지할 만큼 한돈산업은 국내 농업의 중추 산업으로 자리매김 했다.

하지만 단기간 내 이룬 괄목할 만한 성장 뒤엔 그늘도 있다.

올해 FTA 폐업지원금 신청에서 350여 양돈 농가가 폐업을 신청한 것만 봐도 한돈산업의 미래가 결코 녹록치 않다는 것을 반증한다.

관세 제로화 시대를 앞둔 가운데 갈수록 강화되는 각종 환경 규제 속에서 ‘차라리 양돈을 포기겠다’는 선택을 할 정도로 많은 농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한돈산업에 대한 희망과 우려가 공존하는 가운데 내년 1월 첫 출하를 앞둔 ‘한돈혁신센터’의 여러 시험이 본격화되며 국내 양돈산업의 새로운 구원투수의 역할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한돈협회가 전문언론지 기자들을 대상으로 지난 11월 4일 실시한 한돈혁신센터의 팸투어 현장을 소개한다.

 

▲ 한돈혁신센터의 동물복지분만사. 방문객들의 견학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실험동이다. 복도를 지나가며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도록 유리창이 나있다.
▲ 한돈혁신센터의 동물복지분만사. 방문객들의 견학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실험동이다. 복도를 지나가며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도록 유리창이 나있다.

대한한돈협회가 경남 하동에 건립한 한돈혁신센터는 ‘친환경양돈장’의 실천 가능한 혁신모델을 구현해낸다는 목표로 지난해 6월 건립됐다.

경남 하동군 진교면 예전 제2 종돈능력검정소 부지(33,187m2,1만230평)에 모돈 300두(혁신동 40두, 창조동 260두) 규모로 지어졌다.

총 건립비용 75억 가운데 국고보조금 18억 원을 제외하곤 한돈농가와 관련업계의 모금액으로 지어질 만큼 미래 한돈산업에 대한 농가들의 희망의 마중물로도 상징된다.

현재 한돈혁신센터는 한돈농가들의 목표인 ‘냄새 없는 친환경 농장’은 물론 질병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한 각종 실험과 연구들을 착실히 진행해나감으로써 지속가능한 양돈장의 표준모델을 정립하기 위한 노력들이 한창이다.

냄새 없는 ‘친환경 양돈장’ 만들기

혁신센터에 어미돼지가 입식된 건 올해부터다.

지난 1월부터 4월초 순까지 모돈 300두가 입식되어 8월 초순 첫 새끼를 분만했다.

당초 내년 2월 첫 출하를 목표로 했었는데 예정보다 한 달 정도 앞당겨진 1월경 첫 출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돈혁신센터에서 가장 ‘혁신적인 부분’은 전연 냄새가 없다는 것이다.

아직 돼지가 완전히 채워지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냄새 없는 친환경 양돈장 구현은 한돈혁신센터의 중요한 설립목적이기도 한만큼 목표에 성큼 다가선 셈이다.

가장 핵심 목표인 냄새제어를 위해 ‘중앙집중배기시스템’과 연계한 공기정화시스템을 도입했다.

세계적인 축산기자재업체인 네덜란드의 팬컴(Fancom)사 제품이 설치됐다.

굳이 외국제품이어야 했느냐는 얘기들도 있었지만 아직 국내 환기시스템 중에는 중앙 집중식 음압시스템을 구현하기엔 부족한 측면에 있기 때문이라는 게 김인한 한돈혁신센터 고문의 설명이다.

‘중앙집중식 배기시스템’은 공기에 일정한 압력을 가하는 ‘음압시스템’을 통해 각 돈방에서 나온 배기를 모아 중앙에서 한꺼번에 공기를 당겨내는 방식이다.

계절의 변화에 맞게 적정한 음압을 유지시키는 등 한국 기후의 특징인 뚜렷한 사계절 기후에 맞춘 최적의 환기 시스템을 설계했다는 게 특징이다.

 

▲ 양돈장의 냄새와 미세먼지 발생을 최소화하는 탈취탑.
▲ 양돈장의 냄새와 미세먼지 발생을 최소화하는 탈취탑

중앙집중식으로 배출된 오염된 공기는 ‘에어 탈취시스템(에어워싱)’으로 완벽하게 냄새가 제어된다.

외부로 나온 공기에 압력을 떨어뜨린 뒤 하부노즐에서 물을 분사해 먼지등과 같은 오염입자들을 걸러낸 뒤, 상층부에서 다시 5단 바이오필터를 통과하며 워싱이 이뤄지는 구조다.

돈사에서 나오는 배출가스는 물론 미세먼지를 소화할 수 있도록 설게됐다.

냄새없는 양돈장을 실현한 또 다른 배경은 분뇨의 100% 정화방류 처리 시스템을 완비했다는 점이다.

양돈분뇨 처리는 고액 분리와 미생물 발효 과정을 거쳐 액비화하는게 일반적이지만 혁신센터에선 미생물 발효액을 슬러리피트 내부로 순환시키는 ‘가축분뇨 발효액 순환시스템’이 가동 중이다.

하루 약 17톤의 분뇨가 발생되는 이곳에선 저농도 발효액 1200톤이 매일 돈사를 순환하며 냄새를 제거하고 있다. 발효액의 순환처리로 악취성분을 물에 녹이는 원리를 적용한 것인데, 현재 T-N 농도는 법적기준인 리터당 120mg를 너끈히 충족하고도 남는 17.29mg 수준이다.

이렇게 처리된 분뇨는 방류수 수질로 완전 정화돼 배출된다.

 

▲ 한돈혁신센터의 분뇨처리 시설 전경 모습
▲ 한돈혁신센터의 분뇨처리 시설 전경 모습
▲ 한돈혁신센터의 분뇨처리 시설 폭기조 모습
▲ 한돈혁신센터의 분뇨처리 시설 폭기조 모습

ICT 활용한 질병 조기 발견·대응 시스템 구축

한돈혁신센터는 가축분뇨 처리·환기·질병 제어 등 각 부문별로 다양한 전문가들과 협업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질병부문에선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함께하는 구제역대응(SDF) 융합연구단이 ICT를 적용한 구제역과 ASF 등 가축전염병 대응 방안을 개발 중이다.

융합연구단은 ‘구제역 발생 이후’의 매뉴얼 대응이 아니라 각종 데이터를 기반으로 농장을 다녀간 차량, 사람, 농가들을 분류해 각각의 영역에서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 방역이 될 수 있을지 궁극적인 대응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이밖에 양돈장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각종 소모성 질병을 ICT를 활용해 발견하고 대응하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현재 국내 양돈장에서의 ICT는 보편화 되어 있지 않아 영상, 음성, 열감지 센서 혹은 CO2 와 암모니아 측정기 등 데이터축적에 가장 필수적인 장비가 어떤 것이 혹은 필요치 않은지 조차검증되지 않은 게 현실이다.

유한영 ETRI 융합연구단장은 “ICT를 기반으로 조기에 질병을 발견해 대응하기 위해 양돈장에 어떠한 센서들이 필요한지, 이를 활용해 어떻게 질병을 제어할 것인지 물론 환경 변화에 따른 질병 발생 추이 등을 분석할 계획에 있다”면서 “국내 양돈장의 생산성을 저하시키는 환경과 시설부문에서도 연구를 진행해 국내 양돈장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겠다”고 말했다.

 

▲ 유한영 SDF융합연구단장이 ICT를 활용한 질병 조기 발견 및 대응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유한영 SDF융합연구단장이 ICT를 활용한 질병 조기 발견 및 대응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돈산업 기초 역량 키우는 ‘요람’

한돈혁신센터는 그동안 전형적인 연구수준에 머물렀던 연구 및 실험을 ‘현장형’으로 새롭게 탈바꿈 시키고 있다.

앞으로 양돈분야의 최대 골치 거리인 환기와 분뇨처리는 물론 각종 기자재와 사료 및 첨가제에 대한 실증연구 등을 차근히 진행할 계획에 있다.

한돈혁신센터의 등장으로 해외의 실험 데이터와 특정 업체의 연구에 의존했던 연구가 상당부문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외국인 직원교육부터 축산대학의 현장 위탁 교육까지 양돈장에서 필요로 하는 각종 교육과 전문가 양성 교육도 실시해 이들을 전문요원으로 육성한다는 그림도 세웠다.

여기에 2세 청년 양돈인들의 돼지 사육에 대한 기본을 익힐 수 있는 교육과정을 마련해 실시하는 등 한돈산업의 기초역량 배가를 위한 요람으로서의 역할 등 한돈인들의 기대가 이곳으로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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