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농산물 가격의 비밀’ 도매시장 개혁 필요성 지적
KBS ‘농산물 가격의 비밀’ 도매시장 개혁 필요성 지적
  • 김재민
  • 승인 2020.12.22 1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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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도매인 도입 필요하지만, 제기된 문제 해결 만능 해결책은 안됨

도매시장 가격 결정체계 및 거래방법 다양화 도매시장 발전 위해 필요

도매시장과 경매제도 악의 축인 것처럼 보도한 것은 문제

 

KBS 탐사프로그램 ‘시사기획 창’이 농수산물도매시장 개혁 방안으로 20년 넘게 도입이 추진되고 있는 ‘시장도매인제’ 문제를 다뤘으나 본질보다는 감성에 호소하는 내용으로 보도해 아쉬움이 남는다.

 

보도 내용 뜯어보니

공영방송인 KBS 시사기획 창이 보도한 ‘농산물 가격의 비밀 누가 돈을 버나?’ 편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농민과 산지유통인이 큰 피해를 보고 있는데, 그것이 도매법인이 경매를 공정하게 진행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그동안 불공정 사례들을 나열하였다. 또한 이러한 일련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도되는 도매시장 개혁이 관피아와 일부 농업계 언론이 도매법인과 결탁하였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서술하였다. 이외에도 가락시장 도매법인의 주주구성을 살펴보았더니 도매시장 대 주주가 영리만을 추구하는 건설회사, 사모펀드 등과 같은 농업과 관계가 없다는 내용도 함께 보도하였다. 마지막으로 도매시장 개혁 좌절에 농식품부의 계속된 반대가 있었고, 현 농림축산식품부 김현수 장관도 연루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50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도매시장 문제 전체를 다루려다 보니 지금까지 도매시장과 관련한 문제를 주욱 나열하기는 하였으나 핵심은 찌르지 못했다.

정말 중요한 문제는 현행 도매법인 중심의 유통구조가 합리적인지, 효율성은 있는지, 유통 경로상에서 특정 주체가 독점력을 발휘해 이익을 독식하는 것은 아닌지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보고 대안을 제시하여야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도 내용은 도매법인에 여러 문제가 있고, 그 문제 때문에 농민, 중도매인, 산지유통인이 손해를 보고 최근 그 중 몇몇은 자살을 한 것처럼 몰아갔다.

그렇다면 경매를 통한 이 제도는 정말 나쁜 것일까. 사실 경매 의무화는 과거 중간유통상인들의 농간에 생산 농민과 소비자가 입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개혁 조치로 도입된 것이다.

과거의 개혁 모델이 이번 보도에서는 개혁 대상으로 그리고 악으로 묘사된 것이다.

도매시장 개혁 이슈와 관련한 전문신문의 보도 성향 문제도 시장도매인 도입을 비롯한 개혁 조치를 찬성하는 쪽은 선한 언론이고 반대하는 쪽은 문제가 있는 것처럼 표현한 것도 문제다.

어떤 이슈에서든 변화를 주장하는 쪽과 현 상황을 지키고자 하는 쪽으로 나뉘기 때문이다.

KBS가 보도한 내용 중 문제라고 지적한 상당한 부분은 도매시장이 해결해야 하는 핵심 문제가 아니다.

농민들의 농산물 출하의 어려움은 도매시장보다는 정부와 지자체, 농협 등이 함께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농산물 가격 문제는 전체 수급과 관련한 것이기 때문에 수급 조절프로그램, 적정한 사육과 재배면적 유지, 농가들의 경영안정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쪽으로 이야기되어야 한다.

그런데 가격이 농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을 도매시장 시스템의 문제로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

 

소매가격과 도매가격 차이 무시

쌀, 우유, 육류 등은 소비자에게 판매하기 위해서는 상품화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농민이 직접 자신이 생산한 농산물을 판매하는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에 반해 채소, 과일, 계란과 같은 품목은 수완만 좋으면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도 가능하고, 도매상을 거치지 않고 소매상, 외식업체 등에 납품할 수도 있다.

소매 채널, 소비자와 직거래에 발을 들여놓으면, 도매시장 출하는 극도로 꺼리게 된다.

농산물의 경우 보통 도매가격과 소매가격의 차이는 두 배 내외다. 만약 생산 농민이 소비자와 직거래를 하게 되면 시중 가격보다 10~20% 싸게 판매할 수 있는 여력이 있게 된다. 그래도 도매가격보다 30% 정도는 높은 금액을 받은 것이기에 할 수만 있다면 직거래를 선호하게 되는 것이다.

보도에서 제주도 여성 농민이 등장하는데, 학교급식으로 납품하던 농산물을 코로나19 때문에 급식이라는 유통경로가 막히면서 도매시장에 출하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고, 도매시장 낙찰 가격은 학교급식으로 출하하던 가격의 절반밖에 되지 않아 실망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최종 소비자인 학교에 납품하는 가격과 도매시장 출하 가격의 차이는 당연하다. 도매시장 가격 기준으로 보면 학교급식 납품으로 농민들이 큰 이윤을 노릴 수 있게 된 것이다.

 

경매 중심 도매시장 누가 이용하나?

현재 도매시장의 도매법인 중심의 농산물 유통구조는 물량을 많이 가지고 있는 중대형 전업농가, 농협, 영농조합, 농업회사법인, 산지유통인에 적합한 경로다.

감자 100상자 정도를 생산하는 농민이라면 일부는 주변 네트워크를 통해 100상자는 충분히 판매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해당 농민이 감자를 1,000상자, 2,000상자를 수확했다면 말은 달라진다. 네트워크를 통해 판매는 전체 물량의 10~20%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도매시장을 통해 판매를 해야 한다.

보관하면 할수록 가치가 떨어지는 농산물의 특성상 직거래보다 가격은 낮지만 재고를 보유하고 있을 때의 손실이 크기 때문이다.

농민 한 명이 한 달에 100만 원 정도를 벌어야 생활할 수 있다고 가정할 때 한 달에 감자 100상자를 출하는 농민은 한 상자에서 10,000원 정도의 이윤은 건져야 한다.

만약 한 달에 1,000상자를 출하하는 농민은 100만 원의 소득을 얻기 위해 한 상자에서 1,000원 정도의 이윤만 건져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즉 도매시장 출하 농민은 낮은 이윤에도 견딜 수 있는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농가야 한다는 것이다.

소규모 농가는 최대한 직거래할 수 있는 경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2010년대 들어 정부와 지자체는 전통 먹을거리 매장, 학교급식 등이라는 직거래 모델을 만들어 내고 있어 중소농가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배추 등 채소류의 높은 유통비 원인은

10월 21일 평균 2만3,800원/20kg에 낙찰된 감자는 당일 소매가격은 5만8,000원/20kg에 판매가 되면서 소비자들은 비싼 값에 구매하고 있다는 자극적인 내용도 등장했다.

하지만 도매가격과 소매가격을 단순비교하는 것은 옳지 않다. 도매가격과 소매가격이 이렇게 나니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농민들도 소비자와 직거래를 통해 비싼 가격에 농산물을 판매할 수 있는 것이다.

농산물의 농민 출하 가격과 최종가격의 차이가 크게 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농산물 원물 자체의 가격이 낮기 때문이다.

한우 1kg 도매가격은 1만8,000원 정도에 거래가 되고 있으며. 등급에 따라 3만 원/kg에 거래되는 것도 있다. 1만8,000원짜리 한우나, 3만 원짜리 한우 모두 유통비용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만약 운송비, 냉장 보관비, 인건비 등의 비용이 8,000원이 도매가격에 추가로 붙게 된다면 1만8,000원짜리 한우는 2만6,000원이 되고 3만 원짜리 한우는 3만8,000원이 되며, 각각 유통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31%와 21%로 10%나 차이가 나게 된다.

채소류는 한우보다 가격은 싸고 부피는 매우 크다. 한우나 배추 모두 산지에서 도매시장으로 운반할 때 5t 트럭을 주로 이용하는데, 배추는 한차에 실려 있는 배추가 400~500만 원에 불과하지만, 한우는 한차에 6,000만 원~1억 원 정도가 실려 있다. 같은 거리를 이동했다고 가정했을 때 당연히 운송료 절대 금액은 같지만, 소비자가 체감하는 유통비용은 가격이 싼 배추에서 더 크게 느껴질 것이다.

 

도매시장 경락가격 결정 주요 변수는?

도매시장 경락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강력한 변수는 무엇일까?

산지 작황, 재배면적 등 총 공급물량도 중요하지만, 각 도매시장에 당일 출하되는 물량의 차이는 단기 가격 변동에 중요한 변수다.

매일 배추 200차만큼 수요가 있는 시장이 있는데 만약 주산지에 비가 내려 배추 수확이 되지 못해 20대 분량밖에 반입되지 못했다면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이다.

반대로 200대보다 많은 300대가 출하되면 배추 가격은 크게 하락하고 만다.

당일 필요한 물량이 적절히 공급되면 가격이 적정선을 유지하지만, 물량이 수요를 초과하거나 밑돌게 되면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5개 청과법인이 운영되는 가락시장에서는 법인마다 1일 소화할 수 있는 물량이 있는데 어떤 법인은 적절히 들어오고, 어떤 법인은 초과해서 들어오고, 어떤 법인은 부족할 수도 있어 당일에만 법인별로 가격 차이가 크게 나기도 한다.

이번 보도에서는 도매법인별로 가격의 차이가 나는 것을 공정하지 못한 것으로 보았다,

 

 

시장도매인 왜 필요할까?

이번 보도에서 시장도매인제도를 도매시장 개혁을 위한 주된 프로그램으로 제시하였다.

하지만 시장도매인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설명은 부족했다.

단지 유통단계가 축소되어 농가의 비용은 감소하고, 소비자 가격도 저렴해진다는 논리를 펴는 것은 시장도매인 제도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다.

소매가격 책정은 소매상의 권한이기에 소비자 가격을 낮춘다고 일반화 하는 것은 오류다. 설사 유통단계가 줄었다 할지라도 유통과정 중 발생하는 비용은 대동소이하기 때문에 비용 감소에 의한 편익 증가는 크지 않다. 만약 정말 시장도매인제가 경매보다 비용을 낮출 수 있다면, 경매를 통한 거래는 금방 사라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시장도매인은 규모가 도매법인에 비해 작아 상대적으로 독점력이 약하다는 것, 경매나 전자입찰이 아닌 출하자와 구매자가 협의해 가격을 결정한다는 차이가 있다.

경매가 구매자 간 경쟁을 유도하고 중매인이 제시한 최고가로 가격 그리고 계약이 신속하게 결정되는 특징이 있다.

반면에 시장도매인제도는 출하 농가와 구매상인이 원하는 가격을 제시하고 각자 근거를 가지고 서로를 설득해 정하게 되어 있다. 경매가 출하 농가의 의사가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라면 시장도매인제는 출하자와 구매자 두 주체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어서 가격 결정에 시간은 걸리지만, 만족도는 올라간다.

출하자와 구매자 서로가 누구인지 모른 상태에서 거래가 이뤄지는 경매제와 달리 시장도매인은 서로가 신뢰를 쌓아가며 거래를 하므로 가격을 너무 높게 부르거나 또 낮게 부르는 이기적 행태가 감소하게 된다. 농산물 가격의 급등락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구매자와 출하자가 만날 수 없는 경매제도와 달리 출하자와 시장도매인은 소통도 가능하여서 상품개발과 맞춤형 상품을 구매하기에 적합하다.

현재 농수산물도매시장은 가격과 품질 두 가지 속성만 가지고 거래를 하고 있다. 시장도매인은 가격과 품질 이외에 좀 더 다양한 평가 기준을 도입할 수도 있다.

시장도매인제 도입은 경매제가 가지고 있는 단점을 보완하는 거래 방법이고 점차 농업경영체의 규모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농산물 유통 경로상 힘이 분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시사점

농산물 시장은 지구상 가장 오래된 시장이다.

농산물에서 시작된 시장은 이제 수많은 상품과 서비스에도 적용되고 있고, 농산물 도매시장 제도를 다듬어 나가는 과정은 다른 시장에도 영향을 미쳐 다양한 시장제도가 만들어 졌다.

도매시장 유통구조 개선사업은 1970년대 논의가 시작되어 1980년대 인프라가 조성되었고 1990년대 지금의 거래 방법이 확립되었다.

도매시장은 1980년대 1990년대 경험한 새로운 변화에 직면해 있다. 현 도매시장은 생활양식의 분화와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담아내기에는 너무 경직되어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거래 방법의 다양화, 가격 결정 체계의 다양화, 거래주체의 다원화가 필요하며, 시장도매인제도가 이를 담아내는 훌륭한 도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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