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이 모두 필수재는 아니다"
"농산물이 모두 필수재는 아니다"
  • 김재민 기자
  • 승인 2021.01.06 09:10
  • 호수 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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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력성 개념으로 살펴보는 농축산물의 세계
사치재, 정상재, 필수재, 열등재 그리고 보완재에 대해
한국인의 주식인 쌀밥은 필수재일까 열등재일까?  2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소비감소를 볼때 열등재화가 된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인의 주식인 쌀밥은 필수재일까 열등재일까? 2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소비감소를 볼때 열등재화가 된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팜인사이트=김재민 기자] 경제학 이론에서는 소득이 증가하면 대부분 상품과 서비스의 이용량이 증가한다고 보았다.

하지만, 상품이나 재화의 종류에 따라 소득이 증가해도 소비가 늘지 않거나 오히려 감소하는 때도 있으며 이를 열등재라 한다.

우리 가까이에 열등재로 분류될 수 있는 상품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 보았는데 ‘연탄’을 들 수 있겠다. 과거 난방용 연료로 많이 사용되었던 연탄은 자주 갈아줘야 하는 불편함과 연탄가스 중독이라는 위험성 때문에 소득이 증가하고 주거환경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면서 연탄을 이용한 난방은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이렇게 소득의 변화 또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경제학에서는 탄력성 개념으로 설명하는데 어떤 조건을 줬을 때 잘 변화면 탄력적, 잘 변하지 않으면 비탄력적이라 이야기한다.

소득이라는 변수가 증가했는데 소비가 증가했으니 양의 탄력성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또 소득이 증가해도 소비가 증가하지 않거나 조금밖에 증가하지 않는 품목이 있다. 그렇다고 감소하지도 않는다. 이는 비탄력적인 품목인데 이러한 품목은 보통 필수재라 한다.

탄력성도 잠시 설명하자면 탄력성 1이란 소득이 100원 증가하며 소비량도 100원 증가하는 것을 이야기한다. 필수재는 1보다 작고 0보다 큰 상품을 이야기한다. 소득이 100원 증가해도 소비량은 50원어치 증가하는 식이다.

밥 한 공기가 격이 1,000원이라면 소득 1,000원이 증가했을 때 밥을 한 공기까지는 먹을 수 있으나 2,000원, 1만 원 증가했다고 두 공기, 열 공기를 먹을 수 없기에 증가율이 정체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탄력성이 1 이상인 품목이 있다. 이를 사치재라 하는데, 소득이 100원 증가했는데 소비는 200원 증가하는 식으로 소득증가보다 소비증가가 많은 품목을 말한다.

명품소비, 최근의 자동차 소비행태를 보면 고가의 상품이 더 많이 팔리는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

정상재, 열등재, 필수재, 사치재를 이야기하였다.

이들을 탄력성을 기준으로 배열하고자 한다. 변화는 진보의 몫이기에 가장 탄력적인 것을 좌측에 변화보다는 가치를 지키려는 비탄력적인 것은 우측에 배열한다.

사치재, 정상재, 필수재, 열등재가 될 것이다.

 

사치재는 소득이 오를수록 구매가 더 늘어나는 상품, 필수재는 늘어나기는 하지만 늘어나는 폭이 소득증가에 비례하지 않는 것이고, 정상재는 소득이 오른 수준에서 구매도 같은 비율로 늘어나는 것, 마지막으로 열등재는 소득이 증가할 때 소비가 줄어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농축산물 중 사치재는

농식품 산업에서 사치재에는 어떤 품목이 있을까?

2011년~2014년 한우 업계는 공급량이 증가하면서 큰 폭의 가격하락을 경험했다.

이때는 약간 필수재와 같은 성격을 보였는데, 2016년이 되자 상황이 바뀌었다. 2016년 한우 공급량은 2011년보다 3만두 정도 많았는데 가격은 두당 200만 원 이상 비쌌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은 2017년, 2018년, 2019년 그리고 코로나 상황인 2020년까지 이어졌다.

한우고기 도매가격이 1kg에 16,000원이 안 되었으나 2016년 이후에는 1만8,000원을 가뿐히 도달했고, 2020년 재난 기본소득과 정부의 재난지원금이 풀렸던 5~6월에는 2만 원을 찍는 일까지 벌어졌다.

소득이 증가하면서 쇠고기의 소비가 큰 폭으로 늘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대표적인 사치재와 같은 성격을 보여주었다.

국내산 음식 재료 중 한우보다 비싼 품목은 많지 않지만, 찾자면 자연산 송이가 여기에 속할 것으로 보인다. 자연산 송이는 kg당 20만 원을 넘고 1등품의 경우 60~80만 원대 형성되고 2009년에는 135만 원을 기록한 적도 있고 2017년에는 1등급 송이 1kg이 104만 원을 기록한 적도 있다.

이처럼 송이의 공급량에 따라 가격이 오르내리지만, 최고 등급의 한우고기 1++no9 쇠고기도 1kg에 3만 원대에 육박하지만, 자연산 송이는 한우 최고 등급의 20~30배 가격에 거래돼도 완판된다는 것은 사치재 중에서 사치재라 할 수 있다.

요즘 포도 신품종 샷인 머스킷도 사치재 성격을 보여주고 있다. 포도보다 월등히 비싼 가격이 책정돼도 판매에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필수재, 정상재

사실 식품 중에 소득증가에 비례해 무한정 소비가 증가하는 품목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어느 구간에서는 소득증가와 함께 소비량이 큰 폭으로 증가하며 지금의 한우고기처럼 사치재처럼 보일 때도 있지만, 어느 구간을 지나면 식품은 무한정 소비할 수 없으므로 결국은 정상재를 지나 필수재의 성격을 보여줄 수밖에 없다.

채소류의 경우는 가장 필수재의 모습을 보인다.

채소 중 가장 많이 소비되는 배추의 경우 부족하면 가격이 큰 폭으로 올라가고, 공급이 과잉되면 큰 폭으로 하락하는 패턴을 반복해 보인다.

이는 배추의 탄력성이 매우 경직되어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생각해 보시라 배추 가격이 싸다고 해서 배추김치를 두 배, 세배 소비하는 사람은 없다.

사이드 메뉴 즉 반찬은 주메뉴의 소비량에 따라 소비량이 연동될 수밖에 없다.

배추 가격이 하락하거나 소득의 증가보다는 돼지고기 가격이 하락해 삼겹살구이나 돼지수육 소비가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배추김치의 수요가 늘어나게 될 것이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보완재라 부른다.

계란은 대표적인 필수재이자 정상재이다. 계란의 소비가 많이 증가하지도 또 많이 감소하지도 않고 있는 것은 증거다. 계란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는 것은 매우 비탄력적인 소비행태를 보인다는 증거로 적정량을 공급하면 계란 가격은 금방 정상화 될 것으로 보인다.

열등재

소득이 증가하면 소비가 감소하는 품목 이를 열등재라 부른다.

열등재가 되어버리면 가격이 하락해도 소비는 많이 증가하지 않는다. 국내 농식품 중 대표적 품목이 쌀이다.

1970년대까지 쌀밥과 고깃국은 한반도에 살고 있던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로망이었다.

하지만 쌀소비와 쌀생산량은 1990년대 정점을 찍은 이후 계속해서 감소해 이제는 국민 1인당 50kg을 조금 더 먹는 수준까지 내려왔다.

1인당 쌀 소비량을 살펴보면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1인당 쌀소비량은 100kg을 훌쩍 넘겼다. 가히 주식이라 할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100kg대가 무너지더니 2019년에는 59.2kg으로 30년 만에 쌀 소비량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그 사이 국민소득은 1990년대 1만 달러 돌파 이후 2019년 3만 달러를 돌파하며 명목상이지만 1인당 소득이 3배나 증가했으나 쌀 소비증가는 없었다. 대신 한우고기를 비롯한 축산물의 수요, 채소, 잡곡의 수요는 크게 늘었다.

국민소득 3만 달러가 되기 이전에 이미 쌀은 필수재를 넘어 열등재가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 되었다.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밀의 경우 몸에 좋지 않다는 건강 이슈 때문에 소비량은 정체되어 있지만, 쌀과 같이 큰 폭의 소비 감소는 경험하지 않고 있다.

잡곡류의 소비량은 쌀에 비할 바가 아니지만, 건강에 좋다는 인식 속에 소비량이 소폭 증가하거나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돼지고기 가격이 크게 하락했던 2008년 양돈 관련 세미나에서 돼지가 열등재가 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는 발표를 하였다. 당시 소득증가에도 불구하고 돼지고기 가격은 하락하고 있어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는 징후가 포착됐기 때문이다.

시사점

가장 행복한 품목은 사치재화로 분류되는 품목일 것이고 가장 불행한 품목은 열등재로 분류되는 품목일 것이다.

사치재화는 가성비를 따지며 소비하는 품목이 아니다.

해당 상품의 여러 가치를 구매하는 것이기에 각 품목의 가치를 높이는 활동이 필요하다.

한 때 쌀밥의 고깃국이라는 말이 있었던 것처럼 가장 먹고 싶었던 쌀밥이 어느 순간 열등재가 된 것은 쌀밥이 줄 수 있는 가치가 낮다는 데 있다.

기본적으로 가치는 희소성에서 나오며 여러 스토리들이 덧붙여 질 때 힘을 발휘한다.

그런 의미에서 자조금의 판매촉진을 위한 다양한 활동은 의미가 있다.

각 품목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가치를 발굴하고 알리는 활동이 필요하다.

과거 시장이 개방되기 이전 모든 재화가 부족하던 시절에는 생산만 하면 모두 판매가 되었기에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시장이 개방되고 물자가 풍족한 시대에는 생산으로 그쳐서는 생존할 수가 없다.

최소한 각자의 품목이 어떤 재화로 시장에서 평가받고 있는지 알아야 하며 열등재화로 분류되지 않도록 대응할 필요가 있다.

시장이 개방이 되어 대체재가 풍부한 만큼 수입 농축산물과 시장에서 다른 상품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차별화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그 바탕 위에 희소성을 띨 수 있도록 적정한 양만큼 생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본 기사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2020년 1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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