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배합사료 산업 성장전략은
위기의 배합사료 산업 성장전략은
  • 김재민 기자
  • 승인 2021.01.07 16:57
  • 호수 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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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물의 보완재 배합사료, 시장개방 위기 딛고 지속 성장
축산업 성장에 배합사료 생산량 2000년 → 2019년 37% 증가
농산물 재배면적 감소에 비료 46% 감소, 농약은 36% 감소

[팜인사이트=김재민 기자] 국내 배합사료 산업은 축산업과 함께 성장한 산업이다.

1970년대 중반 이후 가축의 주된 사료가 남은음식물이나 농산부산물, 산야초에서 배합사료로 전환되기 시작하였다.

배합사료의 공급증가는 축산농민들이 사료자급을 위해 쏟아부어야 했던 고된 노동을 줄일 수 있게 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축산업은 전업화가 가능해졌다.

가축의 생리에 맞는 영양공급이 가능해져 생산성 향상되었고, 축산물의 품질 또한 좋아지면서 축산물의 소비증가로 이어지게 되었다.

축산업은 시장개방, 구제역과 AI와 같은 악성 가축질병 등 여러 위기상황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왔으며, 1978년 2693만3105톤에 불과했던 배합사료 생산량은 매년 100만톤 이상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2019년 2053만6065톤으로 늘어났는데 무려 662% 증가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우게 된다.

 

희비 교차한 농축산자재 산업

국내산 농산물 생산량 대부분이 수입증가와 소비감소 등으로 재배면적이나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축산업의 성장 그리고 더불어 배합사료산업의 성장은 독보적이라 할 수 있다.

 

젖소가 시장개방과 저출산의 영향으로 사육두수가 감소하기는 하였으나 한우, 돼지, 닭(산란계, 육계)등 나머지 축종 모두 사육두수가 비약적으로 증가하였다.

가축사육 두수 증가로 배합사료 생산량도 함께 증가하였고, 축산업생산액도 2000년 8.1조원에 불과하였던 것이 2019년 19.8조원으로 증가했다. 농업 내 축산비중(생산액 기준)도 같은 기간 25.3%에서 39.8%로 40%에 육박하게 되었다.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축산업과 달리 경종농업부문은 주요 품목의 재배면적 감소가 두드러지고 있다.

최대 작목인 벼의 재배면적은 지난 20년간 무려 57%가 감소하였고 채소 중 가장 많은 재배면적을 자랑하는 무, 배추, 고추, 마늘도 44~58%가 감소하는 등 주요 품목의 생산이 위축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주요 품목의 재배면적 감소는 이를 뒷받침하는 농자재 산업의 축소로 이어지고 있으며 비료의 경우 46% 감소, 농약은 36%가 감소하였다.

대체재가 없는 배합사료 산업

경쟁 관계에 있는 상품은 한 상품의 소비가 다른 상품의 소비를 감소시키게 된다. 믹스커피와 녹차티백 편의점 커피와 커피전문점 커피 등이 이러한 경쟁 관계가 성립된다. 국내산 축산물과 수입축산물도 경쟁관계로 하나의 품목이 다른 품목을 대체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상품의 소비가 다른 상품의 소비 욕구를 불러오는 일도 있는데, 스마트폰 판매량에 따라 스마트폰 케이스가 많이 팔리기도 하고, 데스크탑 컴퓨터 판매 증가가 모니터나 키보드, 마우스와 같은 컴퓨터 주변 기기 판매량을 증가시킨다. 이를 보완재라 하며 어느 한쪽의 상품이나 서비스의 수요가 증가하면 다른 한쪽의 상품과 서비스 수요도 같이 증가하는 관계를 말한다.

배합사료, 비료, 농약 등 농자재산업은 전방 산업인 농업이 성장하면 함께 성장하고, 농업이 축소되면 함께 축소되는 보완재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경쟁관계에 있는 대체재 또한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화학비료는 유기질비료가 대신할 수 있고, 농약은 친환경농업을 하는 농가들 사이에서는 사용을 하지 않는다. 동물약품의 경우도 가축의 질병이 아니면 되도록 사용하지 않으려 하고 예방과 천연물질, 생균제 등으로 대체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배합사료는 국내 축산업에서 사실상 대체재가 존재하지 않는다.

축우분야에서 TMR사료 또는 건초 등이 사료를 대신할 수 있지만, 이들 품목도 어쩌면 배합사료의 보완재라 할 수 있다. 이들 풀사료만으로 생산성이나 축산물의 품질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상호의존적인 축산업과 배합사료산업

국내 축산업은 1970년대 들어 부족한 공급량을 늘리기 위한 방편으로 자급사료의 비중을 낮추고 전문 배합사료공장을 통해 손쉽게 사료를 공급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게 된다. 이는 단시간에 축산농장의 전업화를 가능하게 했고, 가축 생리에 맞는 영양공급 등이 가능해지면 축산물의 품질도 개선되는 긍정적 효과가 일어난다.

이러한 축산농장의 전업화, 축산물의 품질고급화는 축산물 소비 증가로 이어지며 다시 축산물 생산량을 증가시켰고, 배합사료산업도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데 성공하게 된다.

양 산업은 협력적 관계로 어느 한쪽이 문제가 발생하면, 나머지 한쪽 바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배합사료업계는 축산업계에 약 8조5천억 원 규모의 배합사료를 판매한다. 수산분야에 3000억 원 정도의 사료를 판매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수입이 축산업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배합사료업계의 돌파구… 해외진출, 수직계열화

배합사료업계는 변화하는 시장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2000년 이후 배합사료업계는 크게 사료회사 간 인수합병을 통해 독점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고, 해외 진출로 활로를 모색하는 기업도 등장했다.

중국과 동남아 등 축산물 소비가 늘고 있는 국가에 직접 진출하며 성공신화를 잠시 써나가기도 했다.

또한 일부는 축산계열화업체 인수를 통해 안정적 사료 판매채널 확보에 나서기도 하였고, 2010년대 들어서는 직영농장 확보 등을 통해 사육업에 직접 진출하기도 하였다.

사료공장 인수합병, 해외진출, 계열화업체 인수, 직영농장 확보 등의 전략을 하나만 사용하지 않았다. 대부분이 2~3가지 전략을 동시에 사용하고 있으며, 어떤 기업은 사용할 수 있는 전략 모두를 시도하기도 했다.

 

돌파구 마련에 여념 없을 때 카길애그리퓨리나는

배합사료업계가 변화하는 시장에서 생존을 위한 적응 노력을 한창 하고 있던 시절 3대 배합사료업체 중 하나인 카길애그리퓨리나는 남다른 전략을 보여줬다. 바로 고객에 집중하는 전략이었다.

3년 전인가 치열한 배합사료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카길의 전략을 몇몇 임원분들에게 물었던 적이 있었다. 그 때 돌아왔던 이야기가 전문성이었다. 예상치 못한 대답이었다.

경쟁사들이 인수합병, 해외진출, 사육분야에 투자하며 전통적인 배합사료 생산과 농가컨설팅이라는 전략에서 이탈하고 있을 때 전문성 확보에 방점을 찍고 동물영양분야 선도기업으로 역할을 고수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이다.

카길이라고 다른 전략을 검토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CJ제일제당의 베트남 배합사료공장 전경 모습.
CJ제일제당의 베트남 배합사료공장 전경 모습.

해외 진출의 경우 카길 자체가 글로벌기업이기 때문에 한국카길에서 사용할 수 있는 카드는 아니다.

인수합병도 이미 충분한 생산설비를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에 고려되지 않았다.

나머지 하나의 카드가 사육 분야 진출이었는데 2010년대 초 사육 분야 진출을 놓고 치열한 내부 논의가 있었다고 한다.

결론은 본업에 더 충실하고, 경쟁력을 확보하는 쪽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카길애그리퓨리나는 이러한 방침에 따라 앞서 소개한 고객 중심, 본질에 충실한 경영, 구성원들의 전문성 확보 등 여러 경영 방침을 실천하며 성과를 낼 수 있었는데, 여기에 더불어 평택 신공장 준공이라는 대규모 투자가 더해지며 더 큰 성과로 이어질 수 있었다.

 

과감한 설비투자 그리고 시사점

평택신공장은 2012년 착공돼 2015년 완공됐으며, 전 세계 카길 사료공장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이 엄청난 규모를 두고 배합사료업계로부터 무모한 투자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많이 받았다.

배합사료 시장이 축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생산능력 확대가 달가울 리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카길도 신공장 준공에서 단지 규모만을 고집했다면 리스크가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평택공장은 생산성 향상으로 인한 비용 절감, 품질향상을 통한 고객 만족이라는 두 가지 경영 목표를 모두 달성하는데 목표를 두었다.

이를 위해 축종별로 전 공정을 완전히 분리했고, 7개의 컨트롤타워가 각 공정을 별도로 제어하도록 했다.

업계 최초로 저장과 출고 과정의 완전 자동화를 통해 배합사료 분야 국내 유일의 스마트공장(Smart Factory)을 지향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축종별로 전 공정을 완전히 분리했다는 데 있다.

국내 배합사료 공장 중 복수의 배합라인을 가지고 있는 곳은 손에 꼽힐 정도로 적다.

사료공장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농협사료도 청주지사 정도가 배합기를 두 개 운영하고 있을 뿐 대부분이 하나의 배합라인만을 가지고 있다.

당연히 하나의 배합기로 여러 사료를 만드는 공장은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품질 관리에도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한우 비육 사료를 만들다가 낙농 사료를 만들기 위해 배합기 청소를 해야 하고, 다시 양돈 사료를 제조하기 위해 라인을 세우고 배합기 청소를 반복하면서 공장을 가동하고 세우기를 반복해야 하는 비효율이 존재한다.

만약 특정 축종의 사료 생산량이 적으면 주력 생산품을 다 만들고 제품을 생산해야 해서 품질도 적기 납품을 위한 생산관리에도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동물성 사료 지원을 사용할 수 있는 양돈과 양계 사료와 달리 축우사료는 동물성 원료를 사용할 수가 없다.

광우병이 전 세계를 강타한 이후 초식 가축에게 동물성 사료 자원의 급여가 원천적으로 금지되었기 때문이다.

 

축우사료와 양돈, 양계 사료를 함께 생산하는 공장의 경우 교차오염을 막기 위해 더 세심한 라인 청소가 필요하다.

다른 업체들이 농장을 사들이고 계열화 사업에 집중하는 등 판매시장 확보를 위한 노력보다 공급시장을 구축하는데 투자하고 있을 때 배합사료의 품질을 높일 수 있는 생산설비에 대한 대대적 투자는 이후 카길애그리퓨리나의 제품 경쟁력을 더 높여주었고 판매량 증대라는 성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준공 원년 87만 톤 생산을 시작으로 2020년 102만 톤으로 생산량을 끌어 올렸고 공장 준공 5년 만에 누적 생산 420만 톤 생산을 기록했다.

카길애그리퓨리나 평택공장이 연간생산 87만 톤 규모로 지어졌기 때문에 공장의 설비능력을 초과한 상황이며 카길애그리퓨리나의 성장세를 고려할 때 평택공장도 비좁다는 의견이 내부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과도한 투자라는 외부의 부정적 시선은 기우에 불과했다.

축종별 라인 분리는 제품 품질만 높인 것이 아니다.

생산 효율이 높아지면서 원가 경쟁력에서도 앞서기 시작하면서 절감된 비용을 고객 농장에 환원하는 프로그램을 지속해서 개발할 수가 있었다.

고객 농장에서 생산한 가축의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유통사업본부를 신설하고 축산농장의 가장 큰 어려움인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환경솔루션 개발과 인적자원 확보에 박차를 가하는 등 축산농장이 지속해서 성장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내게 된다.

*본 기사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2020년 1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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