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업체의 생존 전략…최신 트렌드 따라 잡기
유업체의 생존 전략…최신 트렌드 따라 잡기
  • 김재민 기자
  • 승인 2021.01.11 09:35
  • 호수 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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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로 끝일까?
좋은 상품과 마케팅은 기본

[팜인사이트=김재민 기자] 낙농‧유가공산업이 위기다.

저출산에 따른 영유아와 학령인구 감소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국내산 원유의 주 소비방법인 신선우유와 영유아를 위한 분유 등의 시장이 축소하였고,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치즈와 버터, 제과 제빵, 빙과 등의 원료용 우유는 수입 분유가 잠식하면서 국내산 유가공품 시장이 급격히 축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장 상황을 탈피하고자 국내 유업체들은 신제품 출시와 새로운 마케팅을 상품에 접목하는 등 제품 차별화에 집중하고 있으며 소비자에게 한발 더 다가서기 위해 새로운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금은 레트로…새로운 트랜드에 집중

2020년 대한민국의 평균 연령은 42.6세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800만명을 돌파하며 14세 이하 유소년 인구보다 156만명이나 많은 세상을 우리는 살고 있다.

1990년대 평균 인구가 20대 후반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대부분의 기업 그리고 그 기업의 마케티들이 주목하고 있는 시장은 젊은 층이 아닌 40대 이상 성인이라는 것을 금방알 수 있다.

2018년 김연자의 아모르파티가 대 히트를 치고, 2019년 미스트롯에 이어 2020년 미스터트롯이 엄청난 흥행을 한 것은 대부분의 인구가 몰려 있는 이 40대 이상의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우유 레트로 굿즈
서울우유 레트로 굿즈
서울우유의 우유방울 디자인을 적용한 레트로 기념팩
서울우유의 우유방울 디자인을 적용한 레트로 기념팩

이뿐인가 1990년대 대중문화계를 주름 잡았던 옛 가수들을 불러 올리는 슈가맨, 히든싱어, 불후의 명곡 등이 예능의 주류로 자리잡은 것도 이들 1990년대 인구의 중심이었던 그 젊은 세대가 지금은 40대 중반~50대 중반의 나이에 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구구조의 변화에 맞게 주요 유업체들의 마케팅의 주요 타깃도 40대 이상 장년층에 있다.

요즘 유업체들은 레트로 마케팅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40~50대가 우유를 소비하던 시절의 감성을 담은 서울우유의 굿즈인 유리컵, 서울우유 창립 83주년 레트로팩 제품 출시가 여기에 속한다.

 

매일유업의 레트로 컵
매일유업의 레트로 컵
빙그레의 레트로 바나나 우유
빙그레의 레트로 바나나 우유

빙그레도 여기에서 빠질 수 없다.

빙그레의 효자상품인 항아리단지 모양의 바나나우유의 레트로 기념 상품을 출시하는 등 우유가 귀했던 시절 우유를 접했던 지금의 장년층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

이러한 마케팅에 국내 메이저 유업체인 매일우유도 빠지지 않는다. 매일유업도 한정판 레트로컵을 출시하며 이러한 상황에 동참하고 있다.

 

누구도 따라서 올 수 없는 차별화

본질이 없는 마케팅은 말장난이고, 언제든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는 사상누각과 같다.

그래서 경쟁이 치열한 유업계에서는 누구도 따라 올수 없는 차별화, 한발 빠른 제품 개발 없이는 생존하기가 어렵다.

조합운들이 생산한 원유를 어떻게든 제품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 최우선인 서울우유는 원유 소비를 가장 많이 하는 백색시유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 백색 시유에 있어서는 경쟁사들이 따라오지 못할 높은 장벽을 쌓는데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가정에 냉장고도 완벽히 보급되기 이전인 1984년 목장에서 판매장까지 이어지는 콜드체인시스템 구축은 기념비적인 역사다.

 

서울우유의 제조일자 병행표기는 정부의 정책으로까지 활용되는데, 계란의 산란일자 의무표기가 그 사례다.
서울우유의 제조일자 병행표기는 정부의 정책으로까지 활용되는데, 계란의 산란일자 의무표기가 그 사례다.

당시 낙농가들은 알루미늄 우유통에 우유를 담아 목장 근처로 오는 트럭에 이를 싫어주었는데, 이 과정에서 우유의 품질저하가 일어났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낙농목장에 냉각기 설치를 지원하고, 냉장고가 없는 동네 슈퍼마켓에 우유를 진열할 수 있는 냉장고를 넣어주는 등 엄청난 투자를 하게 된다.

서울우유의 이러한 노력은 타 유업체들을 자극했고, 1990년이 되기 이전 우유의 콜드체인시스템은 일반화가 되며, 육류산업에도 영향을 미쳐 1990년대 얼리지 않은 냉장 돼지고기, 쇠고기를 앞세운 신선 마케팅이 이어지게 된다.

이어 세균수 기준 1등급 이상 원유만을 원료로 하는 우유, 1등급보다 더 높은 등급인 1A등급 원유만을 원료로 하는 우유를 잇따라 내 놓으면서 유질 경쟁을 촉발시켰고, 2010년대 들어서는 백색시유에 제조일자 표기, 세균수 기준, 체세포수 기준 모두 최고 등급의 원유를 사용하는 ‘나100%’를 출시하며 유질 경쟁의 종지부를 찍는다.

매일유업은 친환경인증우유 즉 유기농우유에 총력을 기울인다. 상하라는 유기농 전문브랜드를 만들고 직영농장과 유기농협력농장을 육성해 고가의 유기농시장을 선점하며 친환경 이미지 구축에 성공하게 된다.

 

서울우유는 콜드체인에서 시작한 유질경쟁에서 제조일자 병행표기에 이어 체세표 1등급 원유 적용제품을 출시하며 유질경쟁에 마침표를 찍게 된다.
서울우유는 콜드체인에서 시작한 유질경쟁에서 제조일자 병행표기에 이어 체세표 1등급 원유 적용제품을 출시하며 유질경쟁에 마침표를 찍게 된다.

한국야쿠르트는 기능성 요구르트 시장에서 발 빠른 제품 개발로 이 시장을 선점했고, 빙그레는 바나나우유와 함께 요플레라는 떠 먹는 요구르트 시장에 먼저 진입하면서 시장 선도자로써 역할을 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분유시장의 최강자이면서, 액상요구르트, 기능성요구르트, 백색시유, 컵커피 등 여러 제품에서 1~2등 제품을 보유하며 매출액면에서는 서울우유에 뒤지지만 영억이익면에서는 서울우유를 앞도하며 승승장구해 왔었다.

 

기능성 발효유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한국야쿠르트의 제품들.
기능성 발효유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한국야쿠르트의 제품들.

치열한 식음료 시장에서 서울우유, 남양유업 등 전문 유업체들은 제품력, 기술력, 발 빠른 신제품 개발을 바탕으로 살아남았고, 롯데, 동원, 해태, 삼양 같은 종합식품회사들이 전문 유업체들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였다.

 

진심이 통하는 사회 공헌 활동

새로운 트렌드에 마케팅은 고객들에게 재미를 선사하고 있지만, 고객에게 더 강력한 메시지를 주는 사회 공헌 활동은 충성고객을 불러오는 기폭제가 되곤 한다.

매일우유의 선청선 대사질환을 갖고 태어난 아기들을 위한 특수분유 생산 사례는 때마다 소개되며 많은 이들의 감동을 주고 있다.

선청선 대사질환을 가지고 태어난 아기들의 몸 안에 단백질을 소화시키는 효소가 부족해 분유뿐만 아니라 모유도 소화시키지 못해 단백질 함량이 낮은 특수 분유를 먹어야만 한다. 모유나 일반 분유를 먹게 되면 평생 장애를 갖게 되거나 목숨을 잃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희귀질환을 가지고 태어난 아기들에게는 생존에 꼭 필요한 분유이지만, 1999년 이전까지는 해외에서 고가의 특수분유를 구해 먹여야만 했다.

 

하지만 이러한 딱한 상황에도 국내 분유회사들은 특수 분유를 생산하지 못했다. 한번 생산하면 수만개를 생산해야만 하는 대형 분유공장에서 수만명 중 한명꼴로 태어나는 아기들을 위해 분유를 생산하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안타까운 사연들은 매일유업 창업주의 김복용 회장은 특수 분유 개발을 지시했고,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제품을 생산할 수 없다는 직원들의 반대에도 생명을 구하는 일이라며 밀어 붙였다. 1999년 매일유업의 특수 분유 개발에 성공했고 당시 해외에서 들여오는 특수분유보다 90% 이상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면서 이윤을 추구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렇게 1999년 시작된 매일유업의 사회공헌은 삼성, LG, 현대와 같은 대기업들이 하는 엄청난 규모의 사회 공헌 활동에 미치지 못하지만 자신들의 주업인 분유생산을 통해 사회에 공헌한다는 의미가 더해지면서 착한기업의 반열에 올라서게 된다.

 

공정성, 정직 중히 여기는 세태 반영

최근 서울우유와 매일유업은 남양유업 불매운동의 영향으로 매출 증가라는 호재를 누리고 있다.

남양유업이 올해 하반기 기존 집유물량의 10% 가까이를 감축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달리 저출산 고령화 여파로 어려운 시기에 서울우유와 매일유업은 매입하는 원유의 감산 계획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남양유업의 잇따른 헛발질은 2010년대 초반까지 서울우유를 위협하던 기세를 꺽기게 만들었고 만년 3위인 매일유업이 남양유업을 앞지르게 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남양유업이 공정성과 도덕성에 큰 흠집을 낸 사건의 시작은 2013년 1월 대리점에 대한 본사직원 갑질에서 시작했다. 어린 본사 영업사원이 대리점에 물건을 강매시키고 이를 거부하자 폭언은 물론 욕설과 비하를 했고 이 통화 내용은 고스란히 녹위되어 녹음화일이 공개되면서 불매운동이 시작되게 된다.

 

2019년 남양유업 창업주 황모씨의 마약 투약, 2020년 5월 남양유업의 경쟁사 매일유업, 동원 등을 비방글 유포 등이 연이어 터지면서 남양유업의 성공신화는 하루아침에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매일유업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착한기업으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지지를 받고 있고, 서울우유는 사회적 경제의 한 축인 협동조합으로써 낙농가들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기업으로 이미 오래전 소문이 나 있으므로 자연스럽게 남양에 실망한 소비자들을 두 회사가 거의 흡수하고 있다.

 

시사점-디지털 시대 생존 전략

최근의 마케팅 트렌드, 서울우유 등 유업체들의 치열한 차별화 노력, 매일유업의 사회공헌, 남양유업의 갈질 사태까지 우유의 판매를 촉진하려는 눈물 나는 노력은 우리 낙농유가공산업을 발전시킨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치열한 경쟁이 있었기에 우리나라 원유의 품질은 세계최고 수준으로 올라섰고, 산업의 볼륨에 비해 정말 다양한 상품이 나와 소비자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하지만 식음료는 대체 되기 쉬운 시장이다.

반도체, 전자기기, 디스플레이 같은 하이테크 산업의 경우 대체할 수 있는 업체가 별로 없기에 공정성에 문제가 있는 행동을 하더라도 1위를 수성하는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식음료 산업은 다르다. 남양유업을 좋아하다가도 문제가 있으면, 서울우유, 매일우유로 갈아타기가 쉽고, 사조참치를 먹다가도 사조라는 그룹에 문제가 있으면, 동원이나 오뚜기 참치로 갈아탈수가 있다. 대체제가 풍부한 시장이라는 것이다.

이 치열한 시장에서 제품개발과 마케팅을 통해 쌓아온 명성도 갑질 뉴스나 오너일가의 헛발질에 한순간에 무너지는 시대가 됐다.

과거 미디어가 디지털화되기 이전에는 신문이나 방송에 며칠 나간다 해도 이를 다시 찾아볼 수가 없어서 언론사들이 이를 지속해서 보도하지 않는 이상 불매운동은 사그라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미디어가 디지털화되고 SNS를 통해 쉽게 확산하는 시대에는 한번 나쁜 기업으로 낙인찍히면 벗어날 길이 없어진다.

해당 기사는 검색과정에서 얼마든지 다시 회자할 수 있고, 깨어 있는 시민들은 블로그와 SNS를 통해 불매운동을 지속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시대 이전 조금 나쁜 기업일지라도 제품을 잘 만들고 마케팅을 잘하기만 하면 승승장구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그렇지 못하다.

특히 쉽게 대체될 수 있는 식음료 시장에서는 제품 개발과 마케팅은 기본이고, 이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 정직한 기업만이 지속해 성장할 수 있다.

*본 기사는 월간낙농육우와 팜인사이트 자매지 '농장에서 식탁까지' 2020년 1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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