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가격 최고가’ 이 손안에 있소
‘한우가격 최고가’ 이 손안에 있소
  • 옥미영 기자
  • 승인 2021.01.15 08:50
  • 댓글 1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넘버 나인(NO.9)의 사나이’ 우렁찬한우 원영덕 대표

지난해 투플러스(1++) 9번만 1166마리 146억 원어치 구매…‘원 톱’

30년 한우유통인생 외길…오직 ‘고급육’으로 승부

[팜인사이트= 옥미영 기자]

“65번이다!”

2020년 9월 3일, 음성축산물공판장 경매장 안 곳곳에선 나지막한 탄식이 흘러나왔다.

kg당 경락단가 3만4670원. 총 지육대금 1823만원. 한우 두 마리 가격 분이다.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고선 쉽사리 쓸 수 없는 가격, 65번이 또 ‘일’을 낸 것이다.

이날 65번 중매인이 구매한 한우가격은 국내 최대 축산물공판장인 농협음성공판장의 지난해 ‘최고가’로 기록됐다(일반한우 출하 기준, 품평회 출품축 제외).

‘넘버 나인(NO.9)의 사나이’, 65번 중매인 우렁찬한우 원영덕 대표를 만났다.

우렁찬한우 원영덕 대표.
우렁찬한우 원영덕 대표.

 

오로지 NO.9만…음성공판장 ‘큰 손’

우렁찬한우 원영덕 대표는 음성축산물공판장에서 NO.9에 관한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원톱(ONE TOP)’으로 꼽힌다.

지난해 원 대표가 음성공판장에서 구매한 한우는 모두 1++(9)번으로 무려 1166두에 달한다. 1++(8)번이나 1++(7)번은 단 한 마리도 섞여 있지 않은 오로지 NO.9뿐이다.

일주일 구매 마릿수만 평균 22~25마리로, 구매 금액만 146억 여원이다.

2020년 원 대표가 구매한 NO.9 한우 지육 가운데 kg당 경매가격 3만원이 넘는 소도 60마리나 된다.

농협 음성축산물공판장 김욱 경매 실장은 “중매인들의 특성상 좋은 소를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까하는 습성이 있지만 원 대표는 조금 다른 면이 있다”면서 “3만원이 넘는 낙찰가가 나오는 날, 구매자는 거의가 65번이다. 좋은 품질의 소가 나오면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무조건 (3만원 이상을)찍는다. 한우농가 입장에서도, 우리공판장 가격 형성에 있어서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농협음성축산물공판장 김욱 경매실장(왼쪽)과 원영덕 대표가 포즈를 취했다.
농협음성축산물공판장 김욱 경매실장(왼쪽)과 원영덕 대표가 포즈를 취했다.

칼잡이부터 시작한 외길 인생 ‘30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마장동 축산물 시장에서 사회생활 첫 발을 내딛은 원영덕 대표는 당시 막 붐이 일기 시작한 수입육의 해체와 골발, 가공은 물론 식육 운반과 운송에 이르기까지 마장동 시장 밑바닥부터 모든 일을 몸소 체험하며 시간을 쌓아나갔다.

육류 유통 시장의 가장 낮은 곳부터 최고의 칼잡이로 성장하기까지 20여년간 다양한 경험을 축적하며 경력을 쌓은 그는 2008년 결국 자신의 이름을 내건 육가공업체를 마련하게 됐다.

수도권 육류 유통의 허브로 불리는 마장동 축산물 시장 안에만 3천여개의 육가공업체들이 경쟁을 벌이는 치열한 시장에서 그가 살아남기 위해 내린 결론은 ‘차별화 전략’에 있었다.

남들과 똑같아선 약육강식과도 같은 육류유통업계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결국 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 원 대표는 한우의  최고등급인 ‘1++’만을 취급하기로 결심하고, 사업을 밀어붙였다.

지난해 원영덕 대표가 음성에서 구매한 한우는 1166마리로, 모두 근내지방 9번이다. 이 가운데 60마리가 kg당 경매가격 3만원 이상이었다. 소 등급판정확인서를 들어 설명하고 있는 모습.
지난해 원영덕 대표가 음성에서 구매한 한우는 1166마리로, 모두 근내지방 9번이다. 이 가운데 60마리가 kg당 경매가격 3만원 이상이었다. 소 등급판정확인서를 들어 설명하고 있는 모습.

 

불모지 같았던 고급육 시장에서도 ‘한 우물만’

2008년 당시만 해도 1++등급의 인기는 지금처럼 열광적이지 않았다.

등급간 가격차가 있긴 했지만 2008년 1++등급 평균거래가격이 1만7298원으로 1+등급(1만5532원)과의 가격차는 1700원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소를 유통하고 가공해온 원 대표의 고집은 변함이 없었다.

오로지 ‘1++등급’만을 고집했다.

“주위에선 모두 저를 보고 미쳤다고 했어요. 적당한 가격의 소를 사서 적당한 마진을 팔고 넘기면 될 것을, 높은 등급의 소만 고집하니 사업 초창기엔 자금 회전도 쉽지 않았던 데다 미수가 될 경우에도 타격이 훨씬 컸으니까요. 하지만 오랫동안 수입육과 육우, 한우 할 것 없이 소라는 소는 모두 취급하고 먹어본 제 경험상 ‘한우 고급육’은 분명히 시장에서 차별화가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와 믿음이 있었습니다.”

2013년 느닷없이 제기된 한우 마블링에 대한 공격 때문에 그의 사업도 잠시 부침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30여년간 한우와 함께 해온 원 대표는 마블링에 대한 공격 역시 왜곡된 인식과 잘못된 정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판단하고 사업방식에 변화를 주지 않았다.

“한국인의 소고기 소비량은 선진국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은 데 잘못된 사실을 일반화해버리면 안되죠. 저의 경우 수십년간 한우를 얼마나 많이 먹었봤겠습니까. 건강엔 전혀 이상이 없었습니다. 그냥 ‘생트집’이라고 생각했어요.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는 생각에 사업에만 집중했습니다.”

우렁찬한우 사무실 벽엔 한우협회와 한국종축개량협회로부터 수여받은 '고급육 구매점' 상패가 즐비하다. 해마다 열리는 한우능력평가대회에서도 우수한 출품축을 고루 구매하고 있다.
우렁찬한우 사무실 벽엔 한우협회와 한국종축개량협회로부터 수여받은 '고급육 구매점' 상패가 즐비하다. 해마다 열리는 한우능력평가대회에서도 우수한 출품축을 고루 구매하고 있다.

 

대한민국 0.1% 한우…‘초고급 식당’에서 알아보다

그의 믿음처럼 마블링의 잘못된 정보와 오해들은 차츰 불식됐고, 여기에 국민소득 증가와 함께 고급육을 중심으로 한우고기 소비가 특화되면서 그의 사업도 빛을 발하게 됐다.

좀 더 특별하고, 특화된, 나만의 소비방식을 찾기 시작한 소비자들을 타깃으로 사업화된 ‘한우 오마카세’ 식당과 먹거리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수년전부터 ‘원영덕의 우렁찬한우’를 시장에서 먼저 찾기 시작한 것이다.

원 대표가 구매한 대한민국 0.1% 한우는 한우 오마카세 시초로 불리는 ‘모퉁이우’를 비롯해 웨스틴 조선호텔과 메리어트 호텔, 르네상스 호텔 등 국내 최고급 호텔의 레스토랑에 납품되고 있다. 지난 연말 신세계그룹이 호텔 사업의 승부수를 띄우기 위해 판교에 오픈한 그래비티 호텔에도 원영덕 대표의 고집이 통했다. 여기에 수도권의 내로라하는 최고급 한우 식당에도 원 대표의 한우가 들어간다.

원 대표는 주문이 오면 지육을 사는 것이 아니라, 주문이 들어오기 전에 지육을 미리 구매하고 있다. 

그는 “가격대를 정해 놓지 않고 좋은 소가 있으면 무조건 구매한다. 내 맘에 드는 소가 거래처로부터도 만족감이 크더라. 그게 최고급 한우를 유통하는 나의 보람”이라고 말했다.

농협 음성축산물공판장에서 지육을 살펴보고 있는 원영덕 대표(KBS 유튜브 캡쳐).

우렁찬 원영덕 대표가 말하는 kg당 3만원 이상 한우는?

원 대표의 마음을 움직이는 우리나라 0.1~0.2% 한우는 어떤 소일까.

그는 단순히 근내지방 9번만 가지고는 3만원 이상을 찍지 않는다고 말했다.

근내지방은 빗살무늬처럼 거칠지 않고, 굵은 소금을 뿌려놓은 것처럼 촘촘하고 미세한 것, 여기에 등심 모양과, 육색, 육량까지 최고점이면 3만원 이상 소에 ‘낙점’이란다.

원영덕 대표에게 오로지 NO.9만을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물었다.

그는 “제가 넘버 나인만을 산다고 해서, 1+ 등급이나, 1등급 소가 나쁘다는 건 절대 아닙니다. 한우는 그 자체로 브랜드이며, 가치가 있죠. 다만, 구이문화에 특화된 한국인 입맛의 특성상 한우고기 지방의 풍미와 연도를 조금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을 뿐입니다. 조그만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고 하듯이 한우농가들이 정성들여 출하한 한우는 모두가 명품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우사육두수가 증가하며 가격 하락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앞으로의 한우 시황에 대한 그의 전망이 궁금했다.

원 대표는 국민소득 3만불 시대 소득이 증가하는 현실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이 가정용 소비 증가 등으로 이어져 현재 한우시장은 선방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모임과 식당의 영업규제로 등심・채끝・안심의 소비가 둔화되는 부분은 걱정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NO.9을 중심으로 한 고급육 가격은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까지 오면서 적지 않은 어려움도 있었지만, 한우의 초고급육 시장을 개척하고 만들어냈다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NO.9(넘버 나인)은 한우농가들에게도, 30년 한우유통인생 저에게도 ‘자존심’입니다. 공들여 쌓아올린 자존심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입니다.”

원영덕 대표는 근내지방은 빗살무늬처럼 거칠지 않고, 굵은 소금을 뿌려놓은 것처럼 촘촘하고 미세한 것, 여기에 등심 모양과, 육색, 육량까지 최고점이면 3만원 이상을 매긴다고 말했다. 사진은 그가 구매한 한우지육. 3만원 이상의 등심 사진이다(우렁찬한우 제공).
원영덕 대표는 근내지방은 빗살무늬처럼 거칠지 않고, 굵은 소금을 뿌려놓은 것처럼 촘촘하고 미세한 것, 여기에 등심 모양과, 육색, 육량까지 최고점이면 3만원 이상을 매긴다고 말했다. 사진은 그가 구매한 한우지육. 3만원 이상의 등심 사진이다(우렁찬한우 제공).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3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윤민수 2021-01-25 21:09:51
저도 이 곳 1++한우 먹어보고 싶습니다

이유경 2021-01-23 18:16:33
한우 최고등급만 고집하시는 대표님 정말 멋있으십니다~~ 우렁찬한우 더욱 번창하세요~~

Ch 2021-01-15 19:44:03
원탑 맞네요~^^

호임 2021-01-15 17:56:40
여기가 그 유명한 저희에게 납품해주세요 하고 줄 선다는 그곳이군요~ ㄷㄷ 마인드가 너무 멋지십니다

박병이 2021-01-15 17:33:02
먹어본 고기중에 단연최고~~대표님이 직접 구매 관리 하셔서 맛있었나봐요~안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 먹은 사람은 없을꺼에요~우렁찬 한우 항상 대박 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