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성축협 조합원 제명 무효 판결…의미&과제는
횡성축협 조합원 제명 무효 판결…의미&과제는
  • 옥미영 기자
  • 승인 2021.01.22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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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 제명건 일단락 됐지만 갈등의 불씨 여전 ‘우려’
축협, 축산농가 포용하는 큰 그릇으로 거듭나야 

2년 반여 동안 지속됐던 ‘횡성축협 조합원 제명 논란’이 지난 1월 14일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무효 판결 나며 일단락됐다. 

하지만 1심 재판은 축협이, 2심은 한우농가(조합원)들의 승소로 판결나는 등 거듭된 항소심과 법원 판결까지 이어진 과정에서 양측 모두 적지 않은 상처를 입게 되면서 남은 갈등을 봉합하는 것이 과제로 남게 됐다.

횡성축협 조합원 제명의 발단과 소송과정 그리고 과제를 짚어본다.

 

횡성축협 조합원 제명, 대법원 판결까지 

횡성축협이 지난 2018년 4월 임시총회를 통해 20명의 조합원을 제명한 사유는 크게 4가지였다. 

횡성축협은 횡성한우협동조합에 동시 가입한 이들이 홍콩 수출과 관련해 횡성축협 수상 등을 홍보에 활용했다는 것과 횡성한우 명칭을 사용했다는 것, 조합의 브랜드 정책 운용 의무 및 중점사업 이용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을 문제 삼았다.

‘1년 이상 지역농협의 사업을 이용하지 아니한 경우’ 또는 ‘2년 이상 경제사업을 이용하지 아니한 경우’ 조합원을 제명할 수 있도록 한 농협법 제30조 제1항에 해당한다고 해석한 것이다.
20명의 조합원은 즉각 ‘조합원 제명결의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2019년 8월 1심에선 횡성축협이 승소했다. 

1심 재판부는 횡성축협과 20명 조합원들은 한우의 생산, 판매 등 주요사업이 동일해 경쟁관계에 있다고 해석했다. 

브랜드 운용 및 중점사업 이용 문제에 대해서도 횡성축협의 사료를 사용하지 않고 횡성한우조합의 사료를 사용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서로 다른 사료를 이용함으로써 사료가 통일되지 않아 한우 브랜드 사업 목정 달성에 차질이 예상된다는 것이다.때문에 이들 조합원들에게 각종 우대 및 지원 혜택을 주고 의결권 행사를 하는 것은 실질적 하자가 있다며 조합의 손을 들어줬다.

20명의 조합원은 즉각 항소했다.

항소심이 열린 지난해 9월 고등법원은 ‘횡성축협의 조합원 제명은 무효’라며 1심 재판결과를 뒤집었다. 

횡성축협은 이에 불복, 다시 대법원 상고를 결정했다.

 

조합원 제명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지난 1월 14일 대법원은 이번 사건에 대해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는 고등법원 판결(2심) 판결을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2심 재판은 횡성축협의 조합원 제명은 "절차적, 실체적 하자가 있어 무효"라고 판결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임직원 및 대의원이 아니라 일반 조합원의 경우 지역축협의 사업과 경쟁관계에 있는 사업을 경영하는 협동조합에 소속해 있다는 사실만으로 조합원 제명 사유가 되기 어렵다.

조합의 중점 사업 이용과 관련해선 ‘사료 및 출하사업’을 주요 내용으로 간주하고 이를 들여다봤다. 
횡성축협이 공급하는 사료를 사용할지 다른 사료를 사용할지 여부는 조합원 개인의 선택에 맡겨져 있고, 조합원이라는 이유만으로 강제로 조합의 사료를 구입해 사육해야할 의무를 부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조합 사료를 이용하지 않고 한우를 출하하지 않았다고 해서 조합의 중점사업 이용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2심에선 농림축산식품부의 의견과 농식품부의 현행 브랜드 관련 규정 등도 영향을 미쳤다.

농식품부는 서로의 사업이 경쟁관계에 있다는 것으로 조합원 제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법원에 제출했다. 농식품부의 우수축산물브랜드 인증과 관련한 현지 실사 자료에 따르면 사료를 생산한 공장이 다르더라도, 특정 성분 함량이 동일할 경우 동일 사료로 인정하거나, 감정되지 않도록 하고 있는데 2심 재판에선 이 사례를 인용했다.  

 

표면적 갈등은 일단락 됐지만

한우 대표브랜드인 횡성한우의 고장 횡성에서 조합원 제명을 둘러싸고 불거진 횡성축협과 한우농가의 갈등은 대법원 판결까지 나며 표면적 갈등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항소심을 거듭하며 치열한 법리다툼까지 벌어진 양측의 갈등과 상처의 골은 쉽사리 봉합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명의 한우농가는 조합원 자격을 다시 회복하게 됐지만 조합의 일방적인 결정 이후에 겪을 수밖에 없었던 직·간접적 피해를 보상받기 위한 후속 대책 등을 논의 중이다. 

횡성축협 역시 공식적으로는 법원 판결을 존중한다는 입장이지만 앙금은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엄경익 횡성축협 조합장은 “대법원 판결에 따라 20명의 조합원 자격 회복을 위한 절차를 숙고하고 있다”면서도 “제명했던 20여명의 조합원들이 우리 조합 사업과 발전을 가로막는 상황이었던 만큼 조합원 제명사유는 분명하다고 보았다. 하지만 (법원에선)조합의 입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축협, 축산농가 포용하는 큰 그릇으로 거듭나야 

업계전문가들은 횡성사태가 축산업의 발전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는 성장통으로 해석하고 있다. 

영세한 소규모 한우농가들이 최근 전업화하면서 지금까지 지역축협이 제공해온 상품과 서비스가 달라진 규모에 맞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게 됐고, 주인의식과 주관이 뚜렷한 농가들은 서비스 개선을 요구하다 갈등을 빚거나 혹은 새로운 조직체들을 속속 결성하는 사례로 이어지고 있다.   

횡성축협처럼 한우농가들과 축협 간 극한의 갈등으로 이어지며 회복하기 힘든 상황에까지 치닫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축산업의 여건을 종합해 볼 때 앞으로 지역축협은 한우축협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의견을 가진 한우농가들을 배제하기보다 축협이 지역 내 여러 조직과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협동조합 한 전문가 “지역축협이 협동조합이 지닌 역사와 규모, 설립이념 등을 종합해 볼 때 작은 조직체로 전락하는 것보다는 지역 축산업을 포용하는 큰 그릇이 되어야 더욱 큰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면서 “지역축협은 농가들과 극단의 갈등이 아니라, 크고 작은 조직과 협력해 조합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농가들에게는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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