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재협상 결과 공개되자 한우업계 반발
한미 FTA 재협상 결과 공개되자 한우업계 반발
  • 박현욱 기자
  • 승인 2018.09.05 14: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우협, 세이프가드 물량감축 등 재협상 수정 촉구
난 2018년 1월 31일 소공동 롯데호텔 앞에서 한미 FTA 개정 협상이 벌어지자 FTA 대응대책위가 FTA 폐기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2018년 1월 31일 소공동 롯데호텔 앞에서 한미 FTA 개정 협상이 벌어지자 FTA 대응대책위가 FTA 폐기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산업통상자원부가 9월 3일 한미 FTA 재협상 결과를 공개하자 한우업계가 ‘미국 비위만 맞춘 결과’라며 재협상 수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한우협회는 정부의 FTA 재협상 결과 발표 다음날인 4일 ‘한우만 내준 한미 FTA, 재협상을 다시 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이 같이 밝혔다.

성명서에서 협회는 "당초 체결된 한미 FTA는 미국의 4대 선결조건 제시에 따라 관세 40%와 발동될 수 없는 세이프가드로 한우만 내어준 꼴이 됐다"며 재협상 수정을 요구했다.

협회는 △ 쇠고기 관세 40% 환원(불가피할 경우 현 수준[25%] 동결, 철폐기간 20년 재설정) △ 세이프가드 발동 물량 대폭 감축 △ 수입 위생조건 30개월 → 20개월령 미만으로 조정 △ 한우산업 피해 추가 지원체계 구축 △ 무역이익공유제 현실화 등 5가지 요구사항을 정부에 촉구했다.

한우 농가들이 재협상 수정을 요구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한미 FTA 발효 이후 한우 농가수가 큰 폭으로 줄어들 정도로 충격이 컸기 때문이다. 2012년 발효 시점을 기준으로 2년 간 약 4만 농가가 설자리를 잃었고 2011년부터 2017년까지 6년간 한우농가 절반이 사육의 꿈을 접고 폐업했다.

한우 농가수 변화 (기준 : 2/4분기, 단위 : 농가, 출처 : 통계청)
한우 농가수 변화 (기준 : 2/4분기, 단위 : 농가, 출처 : 통계청)

협회에서는 한우업계의 어려움을 호소하기 위해 재협상 과정에서도 수차례 협상단 문을 두드리고 물밑 접촉을 시도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특히 쇠고기 수입이 일정물량을 넘어서면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긴급수입제한조치(ASG) 기준을 대폭 낮춰달라고 요구했으나 재협상 테이블에도 오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 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기준은 30만 톤으로 쇠고기 수입량인 16만8천 톤에 2배에 가깝다. 매년 6천 톤씩 ASG 발동물량이 늘어나는 점을 감안하면 쇠고기 수입량이 지금보다 2배 이상 늘어야 세이프가드가 발동된다. 현실적으로 한우농가들을 보호하는 장치가 될 수 없는 이유다.

연도별 한우 세이프가드 발동 기준과 쇠고기 수입량 비교.(출처=외교통상부, 농촌경제연구원)
연도별 한우 세이프가드 발동 기준과 쇠고기 수입량 비교.(출처=외교통상부, 농촌경제연구원)

업계에서는 한미 FTA로 관세가 제로가 되는 시점인 2027년을 걱정하고 있다. 이미 한우산업은 대내외적인 위기상황으로 번식농가 중 상당수가 산업에서 이탈하고 비육농가가 번식을 병행하는 일관사육체제로 전환 중이다. 번식농가 점유율이 높은 20두 미만 농가수는 2011년 12만6천 농가에서 6년 후인 2017년, 5만1천 농가만 살아남아 약 60%의 폐업률을 기록했다. 10곳 중 6곳은 문을 닫은 셈이다.

축산업계 관계자는 “현재 한우산업에 지각변동이 관찰된다. 과거 예상했던 패턴과는 다른 패턴이 발생하고 있어 앞으로의 산업예측이 더욱 어렵다. 또 한번 가격이 폭락하는 충격을 경험하면 한우산업의 미래는 장담할 수 없다”면서 “관세가 철폐되는 2027년 한우산업이 수입산과 경쟁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지금부터 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김홍길 한우협회장은 "한미 FTA재협상 결과는 우리 정부의 농업에 대한 철학을 여실히 보여준 협상이었다"면서 "정부는 해마다 관세가 낮아지며 가시화되는 한우산업과 농가 피해를 인정하고, 한우농가 경영화 안정 대책 마련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