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의 선택 유통인의 선택- 농축산물 등급제
소비자의 선택 유통인의 선택- 농축산물 등급제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7.12.26 14:10
  • 호수 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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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에서 식탁까지 2017년 12월호 특집
공공비축미 수매 현장
공공비축미 수매 현장

소비자들은 식품을 구매할 때 어떤 기준으로 구매를 결정할까?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은 상품을 구매할 때 두 가지 기준을 가지고 접근을 한다. 먼저 자신의 예산을 고려하고 다음 해당 예산으로 구매 가능한 제품이나 서비스의 품질을 저울질 하게 된다.

소스타인 베블런(Thorstein Bunde Veblen)의 대표저서인 유한계급론 속의 무한계급이라면 돈이 한없이 많기 때문에 예산보다는 제품의 품질이나 가치만을 따지는 드문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격과 품질을 가지고 상품과 서비스를 평가하고 구매로 이어지게 된다.

미시경제 이론에서는 이를 소비자이론으로 설명하는데 소비자이론에서는 품질과 같이 측정하기 힘든 변수 등은 일정하다고 가정을 하고 가격만을 가지고 소비자의 선택을 측정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래서 소비자의 소득의 변화, 구매하고자 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 화, 대체재나 보완재의 가격변화에 따른 소비자들의 상품구매 패턴을 설명한다.

하지만 가격이 상품 선택에 있어 매우 중요한 변수이기는 하지만 가격만이 상품 구매의 핵심적인 기준이라고 말할 수 없다. 필수적인 재화는 상품의 가격과 상관없이 구매를 하는 경우도 있고 또 기호품의 경우 아무리 가격이 저렴해도 품질이 좋지 않으면 구매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품질이 상품 거래에 영향을 주는 품목 중 하나가 과일인데 밥상에 오르는 대부분의 농수축산물은 가격과 상관없이 일정량이 판매가 이뤄지지만 과일은 기호품이기에 맛이 없으면 소비자로부터 선택을 받기가 어려워진다.

국내산을 선호하는 소비자라면 가격이 낮은 수입 농축산물을 구매를 꺼리게 될 것이고, 브랜드를 중시여기는 소비자라면 아무리 저가의 상품이 진열 되어 있더라도 선호하는 브랜드를 구매할 것이기 때문이다.

쇠고기의 경우 1등급 이상의 높은 등급만을 선호하는 소비자라면 낮은 등급의 쇠고기가 저렴하더라도 높은 등급의 쇠고기를 구매할 것이다. 이 소비자들이 가지고 있는 기준을 알아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명목의 가격뿐만 아니라 소비자는 각자가 가지고 있는 마음속 기준을 가지고 해당 상품의 가치를 측정하기 때문에 마음속 가치의 크기가 명목가격보다 높다면 구매로 이어지고 반대로 낮다면 상품의 가격이 아무리 낮다 하더라도 소비자로부터 외면받기 일쑤다.

최근 많이 회자되는 ‘가성비’라는 말처럼 소비자들은 가격과 성능, 가격과 품질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품을 선택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어떤 기준으로 상품을 구매하는지 알아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또한 천차만별인 상품의 품질기준 때문에 상품구매에 어려움을 겪는 소비자를 위해 상품의 품질을 알려주는 등급제가 여러 품목에서 사용되고 있다. 공인된 기관에서 상품이나 서비스의 품질 기준을 정하고 그에 따라 등급을 부여하게 되는데 소비자는 이 등급을 보고 해당 상품과 서비스의 질을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쇠고기 등급 판정
쇠고기 등급 판정

경험하기 전까지 품질을 알 수 없는 상품이 거래되는 시장은 정보의 비대칭성이 생기게 마련이고 이 정보의 비대칭성이 큰 시장일수록 공급자의 도덕적 해이가 만연하게 된다. 생산자의 도덕적 해이 때문에 기대 이하의 가치를 경험한 소비자들은 차츰 역선택을 하게 되는데 정보의 비대칭성이 큰 상품에 높은 금액을 지불하려 들지 않게 되고 해당 시장은 싸구려 상품만 돌아다니는 저가 시장으로 전락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정보의 비대칭성을 줄여주기 위해 우리 정부는 등급제도를 활용해 왔다. 국내에서 역사가 오래된 등급제로는 1971년 도입된 ‘호텔업 등급제’를 들 수 있다. 지금까지 국내 호텔은 서비스평가를 통해 무궁화 개수로 해당 호텔의 서비스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해왔으며 최근 국제관례에 따라 '5성 체계' 호텔등급 방식으로 전환이 이뤄져 계속 시행되고 있다.

농축산물에서는 ‘쇠고기 도체 등급제’, ‘우유의 위생 등급제’가 대표적인 등급제도로 해당 등급 기준은 소비자의 선택의 기준은 물론이고 가공, 유통, 생산단계까지 영향을 주는 절대적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다.

등급제도가 정착되면서 소비자들은 특정 등급의 제품을 더 선호하게 되고 생산자들은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등급의 축산물을 더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유통이나 가공업자들은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스펙의 쇠고기나 원유를 더 확보하려고 노력하면서 등급에 따른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

이 등급제도는 호텔이나 쇠고기, 낙농유가공분야와 같이 잘 활용되고 있는 것이 있는가 하면, 어떤 분야나 품목에서는 소비자가 인지하지 못하는 등급제도 또한 많이 있다.

2017년 송년호 특집 주제는 ‘농축산물의 등급제도’이다. 이번 호에서는 농축산업계에서 공식적으로 활용되는 등급제도를 살펴보고 해당 등급제가 시장에서 준용되는지 여부와 그 원인을 다각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소비자의 선택, 유통인의 선택, 생산자의 선택”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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