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인터뷰] 진경만 전국배합사료가공조합협의회장
[포커스 인터뷰] 진경만 전국배합사료가공조합협의회장
  • 옥미영 기자
  • 승인 2021.02.19 0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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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부터 인상된 곡물 가격 반영…사료값 인상 더는 미루기 어려워

ASF로부터 회복한 중국 사료 수요 증가 전망

남미 라니냐 현상까지 겹쳐 곡물가격 급등 우려

원료가격 인상 부담 크지만 '사료품질' 타협 있을 수 없어
진경만 전국배합사료가공조합협의회장(서울축협조합장)
진경만 전국배합사료가공조합협의회장(서울축협 조합장)

 

[팜인사이트= 옥미영 기자]

사료용 국제 곡물 가격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파른 상승곡선을 이어가던 국제 곡물 가격은 미국 농무부(USDA)의 1월 수급 전망 보고서 발표를 기점으로 가격 상승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미 농무부는 옥수수의 단위당 수확량이 감소를 배경으로 기말 재고량을 전월에 비해 또다시 하향 조정했다. 특히 옥수수 선물은 미 농무부의 수급 전망보고서 발표 직후 일일 거래 상한선까지 치솟았고, 대두가격까지 덩달아 폭등했다. 이같은 영향에 따라 곡물가격은 6년 반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불안한 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더욱이 올 한해는 한우와 돼지 모두 공급량 증가로 인해 가격 조정시기가 본격 도래할 것이라는 예측이 잇따르고 있어 축산 업계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본지는 전국배합사료가공조합협의회 진경만 회장(서울축협 조합장)으로부터 세계 곡물 수급 시황 동향과 사료 가격 조정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진경만 회장은 “축산농가와 고통분담 차원에서 가격 인상을 최대한 보류하고 있지만 2월부터 인상된 곡물 가격을 원료로 한 사료(제품) 생산이 본격화하고 있어 가격 인상을 더 이상 미루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다음은 진경만 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옥수수를 비롯한 주요 사료용 국제 곡물 가격이 올해 도착 분부터 크게 상승한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농협 계통사료공장의 경영 여건과 전망은 어떠한가.

민간과 농협사료 및 계통사료 공장 할 것 없이 올해 모든 사료회사의 경영 여건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의 예측 불허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더욱이 양계사료 비중이 높은 일부 계통사료 공장의 경우는 AI로 인한 살처분과 생산량 감소 여기에 곡물가격 상승까지 더해져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2월에 들어서면서 사료가공 조합의 대부분이 인상된 원료 분으로 사료 생산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 금년 하반기까지 국제 곡물가격 상승세가 우상향 그래프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계통사료 공장들 모두 긴장하고 있다.

―농협 계통사료 공장들의 경우 단순히 사료를 생산‧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신용사업부문을 함께 추진하고 있는 만큼 곡물 가격 인상의 충격을 분산하고 완화하는 데 다소의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충격 완화에) 완전히 도움이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곡물가격 인상폭이 워낙 커서 이를 상쇄하는데 한계가 있다. 저금리 시대를 맞아 신용 사업 부문 사업 여건도 이전과 크게 달라져 전통적인 수익원이었던 예대마진으로 벌어들일 수 있는 이익도 늘리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지금의 상황은 민간사료와 농협사료, 계통사료 공장의 경영 여건 모두 누구 하나 녹록치 않다.

―진단한 것처럼 곡물가격 인상분은 사료회사 및 공장들의 내부 긴축경영과 흡수만으로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민간 OEM 사료의 경우 이달 초부터 가격 인상이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 농협 계통사료의 가격 조정은 언제로 고민하고 있나.

현재 축산업계는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와 아프리카 돼지 열병 발생 등 질병 발생의 위험의 상존 속에 각종 환경 규제 강화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 등을 감안해 농협 계통사료 공장들은 가격 인상을 최대한 보류하고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현재 생산되고 있는 사료들은 인상된 원료를 이용해 사료를 생산하고 있어 무작정 가격 인상을 미루는 것은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 2월 하반기를 기점으로 가격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농협 계통사료 공장들은 모두 독립된 경영체이기 때문에 각 사료공장의 경영 여건에 따라 가격 조정 시기가 상이할 수 있다.

―사료용 원료곡들의 가격 상승률이 크게 상승했지만 상승분을 가격에 그대로 반영하는 것도 쉽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농협 계통사료 공장들의 경영 전략과 대응 방안이 있는가.

지난 1월 옥수수의 선물가격 동향에 따르면 톤당 200불로 전년 같은 기간 152불 대비 31.2%, 대두의 경우 톤당 507불로 2020년 1월 339불 대비 무려 49.6%가 뛰었다.

여기에 미국의 단위당 옥수수 생산량 감소, 남미의 고온‧건조한 기상 여건으로 작황 악화까지 우려되면서 국제곡물 가격 상승을 더욱 부채질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사료가격에 모두 반영할 경우 최소한 kg당 50원의 가격 인상과 하반기 추가적인 가격 인상도 고려되어야 한다. 하지만 축산농가의 경영에 엄청난 타격이 예상되고 있어 사료공장들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닌 상황이다. 국제곡물 상승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예견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원료 재고확보와 신규 경제성원료 발굴, 원료 구매 경쟁 입찰을 비롯해 고정투자를 효율화 하고 관행적인 예산집행은 근절하는 등 원가와 비용을 우선적으로 절감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료공장의 긴축경영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 역시 현실이다.

곡물가격 인상분을 가격에 적절히 반영하지 못할 경우 배합비 조정이 불가피 한데, 이 경우 사료 품질에 이상이 생길 수밖에 없고, 결국 최종 축산물의 품질 하락과 농가들의 수익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본다. 사료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할 경우 이를 적절히 반영하고 반대로 하락요인이 발생하면 이를 다시 반영하는 등 농가와 계통사료 공장의 윈윈 전략을 최우선해야 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하되, ‘사료의 품질’ 부문에 있어선 타협이 있을 수 없다는 게 평소 철학이다.

―국제 곡물 가격 상승은 ASF 피해를 회복한 중국내 돼지 사육두수 증가와 이로 인한 사료 수요 증가 전망, 여기에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로 인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글로벌 투기 자본까지 합세하면서 올 하반기까지도 곡물가격 안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분위기이다. 한우와 돼지 등 주요 축종들의 올해 가격 전망역시 불투명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축산농가들은 올 한해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한우사육두수는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320만두를 넘어서는 등 고점을 지속하고 있지만 코로나 19로 인한 소비여건 변화 등에 힘입어 소비와 가격이 탄탄히 뒷받침해 주고 있다. 이같은 영향으로 산지 송아지 구매와 입식 열기가 식을 줄 모르면서 사육두수가 지속적으로 증가추세에 놓인 것은 여러모로 위기의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위기는 한 꺼 번에 도래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나비효과처럼 부정적 시그널이 시장에 전달될 경우 여러 악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불안한 농가 심리를 더욱 부추기는 등 감당하기 어려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과거에도 되풀이 되어 왔던 한우 파동의 역사를 돌이켜봐도 사육두수가 급격히 늘어 가격이 하락하면 급하게 암소를 내어 팔고, 수매하는 상황이 반복되어 왔다. 하지만 사육기간이 긴 한우의 경우 가격 하락 시기에 급조되는 정부 정책은 가격 지지에 아무런 효과를 주지 못하고 오히려 역효과를 내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까지는 소비 호조로 한우산업과 한돈산업 역시 호황의 시기를 지냈지만, 호황일수록 위기에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무작정 사육두수를 늘리기 보다는 농가들 스스로 미래에 대비하며 사육두수를 조절하는 지혜와 노력이 필요하다.

국제곡물 가격 폭등 등의 외부 요건 위험이 더욱 큰 상황에선 적정한 수준의 두수와 경영 안정으로 위기에 대비해 나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새해를 맞아 양축가 조합원들에게 덕담 한마디 부탁드린다.

지난해는 코로나, 거리두기, 언택트, 비대면 등 생소한 단어들로 어수선한 한 해를 보냈다. 올해는 이 모든 것을 훌훌 벗어버리고 모두 행복과 기쁨으로 가득한 2021년 새해가 되길 희망한다. 올 한해 어려운 시기가 예상되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슬기롭게 난관을 극복해 지속가능한 축산업, 희망찬 축산업을 함께 열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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