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ㆍ쇠고기 가격 세계 최고 수준일까?
돼지고기ㆍ쇠고기 가격 세계 최고 수준일까?
  • 김재민
  • 승인 2021.02.23 17: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유는 조사 10개국 중 4위 저렴한 편에 속해
소시모 조사, 각국의 식문화ㆍ사육여건 등 고려하지 않은 기계적 비교 한계

우리나라 식품 물가 수준이 세계 주요국과 비교해 과도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시민모임(회장 백대용)이 우리나라의 식품 물가 수준을 알아보기 위해 2020년 8월부터 12월까지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독일, 프랑스, 호주 등 세계 10개국 주요 도시에서 판매되고 있는 축산물, 수입과일, 가공식품, 주류 등에 대해 각국의 주요 유통매장에서 판매하는 소비자가격을 조사 비교한 것이다.

정육 중심의 쇠고기를 소비하는 유럽, 호주 등은 비육기간이 짧은 반면, 맛을 들이기 위해 장기 비육하는 한우고기와의 단순 가격 비교는 무의미 하다.
정육 중심의 쇠고기를 소비하는 유럽, 호주 등은 비육기간이 짧은 반면, 맛을 들이기 위해 장기 비육하는 한우고기와의 단순 가격 비교는 무의미 하다.

 

축산물 가격 10개국 중 가장 비싸

세계 10개국 국제물가 조사 결과, 쇠고기, 돼지고기 등 축산물 가격 한국이 가장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산 쇠고기(등심 1kg)는 한국이 14만8029원으로 가장 비싼 것으로 나타났고, 그 다음으로 일본 12만7723원으로 나타났다. 10개국에서 조사된 국내산 쇠고기(등심 1kg)의 평균 가격은 52,247원으로 한국은 10개국 평균 가격에 비해 2.8배 더 비쌌다.

수입 쇠고기(호주산 등심 1kg)도 한국이 6만5023원으로 가장 비싼 것으로 나타났고, 그 다음으로 일본 6만230원으로 나타났다. 10개국에서 조사된 수입 쇠고기 평균 가격은 4만1707원으로 한국은 10개국 평균보다 1.6배 더 비쌌고, 호주 현지 쇠고기 가격인 2만5632원에 비해 2.5배 더 비쌌다.

국내산 돼지고기(삼겹살 1kg)는 한국이 10개국 중 3만7158원으로 가장 비싼 것으로 나타났고, 다음으로 일본 2만8653원, 중국 1만9858원 순으로 나타났다. 돼지고기 가격이 가장 싼 국가는 스페인으로 1kg당 8137원이었으며, 돼지고기의 10개국 평균 가격은 1만6261원으로 한국은 10개국 평균보다 2.3배 비쌌다.

2015년 국제물가 조사결과 대비 국내산 쇠고기(한우)는 38.8%, 국내산 돼지고기 가격은 33.0% 올랐다. 지난 해 우리나라는 코로나19로 국내산 쇠고기(한우)와 돼지고기의 가정 소비가 늘면서 가격도 크게 상승했는데, 국제물가 조사 결과에도 이와 같은 가격 상승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우유 1리터 가격의 경우 미국이 가장 비싼 3069원으로 조사됐고, 일본이 3051원, 캐나다가 2697원, 우리나라가 2631원으로 10개국 중 4번째를 기록해 다른 축산물 대비 국산 흰우유 가격은 저렴한 편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 : 소비자시민의모임

 

수입과일 망고, 포도 특히 비싸

수입과일 8개 품목(바나나, 파인애플, 자몽, 망고, 수입포도(레드글로브), 레몬, 오렌지, 키위) 모두 10개국 중 한국이 1, 2위로 비싼 것으로 나타났고, 바나나, 파인애플, 자몽, 망고는 한국이 10개국 중 가장 비쌌다.

바나나 1다발의 가격은 10개국 중 한국이 1만3200원으로 가장 비쌌고, 다음으로 일본(12,405원), 중국(10,988원), 독일(8,028원), 호주(7,973원)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이는 2015년 국제물가 조사결과와 비교해 99.1% 오른것으로, 바나나의 경우 조사국가 10개국 모두 2015년 가격 대비 26.2%~99.1% 상승했는데, 한국은 10개국 중 가장 가격이 많이 올랐다.

파인애플 1개의 가격은 한국이 6381원으로 가장 비쌌고, 프랑스(6332원), 스페인(4262원), 캐나다(3,932원), 일본(3,730원)의 순으로 나타났다. 파인애플의 10개국 평균 가격은 4,041원으로 한국은 해외평균에 비해 1.6배 비쌌다.

자몽 1개의 가격은 한국이 3015원으로 가장 비쌌고, 일본(2,495원), 캐나다(1,738원), 중국(1,693원), 호주(1,643원) 순서로 나타났다. 자몽의 10개국 평균 가격은 1683원으로 한국은 10개국 평균에 비해 1.8배 비쌌다. 특히 올해 한국의 자몽가격은 7월~8월에 유통되던 남아공산이 품절되고 미국산이 수입되기까지 공백이 생기면서 가격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망고 1개의 가격은 한국이 6834원으로 다른 수입과일이 다른 나라와 근소한 차이로 비쌌던 과 달리 두 번째로 비싼 국가와 가격차이가 크게 났다. 호주(3,515원), 독일(3,350원), 프랑스(2,601원), 네덜란드(2,465원) 순으로 나타났다. 망고의 10개국 평균가격은 2635원으로 한국은 10개국 평균에 비해 2.6배 비쌌다.

수입포도(레드글로브), 레몬, 오렌지, 키위 국제물가 조사 결과, 4품목 모두 10개국 중 한국이 2번째로 비싼 것으로 나타나, 한국의 수입과일 가격은 국제물가와 비교해 전반적으로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국제물가 조사결과, 국내 생산량이 적거나 낮아 수입에 의존하는 과일의 경우 우리나라의 가격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 : 소비자시민의모임
자료 : 소비자시민의모임

 

시사점

이번 소시모의 축산물 가격 비교는 기계적인 비교로 각국의 식문화, 사육환경을 고려하지 않아 국내산 축산물이 터무니없이 비싼 것처럼 조사되었다.

먼저 우리나라와 일본의 경우 쇠고기의 맛을 높이기 위해 장기 비육이 일반화되었지만, 정육 위주 소비를 하는 유럽, 호주 등의 쇠고기는 단기 비육을 하기 때문에 생산 원가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특히 유럽의 쇠고기는 전문 비육우가 아닌 젖소 품종의 수소를 비육하는 방식인데, 쇠고기의 부드러운 맛을 위해 대부분 송아지 고기로 사육이 되기 때문에 일반 쇠고기의 경우는 가격이 저렴하고, 경제수명을 다한 젖소도 상당한 양이 섞여 있어 유럽의 쇠고기 가격은 저렴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와 비교대상 국가 중 호주나, 미국은 비육우 사육이 매우 많아 수출을 하는 나라이고, 고기 소비가 많은 국가들이다 보니 쇠고기 가격이 저렴하고, 유럽은 쇠고기 보다는 돼지고기를 많이 소비하는 식문화를 가지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쇠고기는 매우 희소한 상황이어서 국내산 뿐만 아니라 수입 쇠고기의 가격도 상대적으로 높게 형성된다.

일본도 와규의 경우는 장기비육에 희소성이 더해지면서 가격이 높지만, 교잡종과 젖소 수소를 비육하는 비중이 우리나라 육우 시장보다 커 소비자가격 조사 때 한우만을 조사하는 우리나라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게 조사되었다.

돼지고기의 경우는 문제가 더욱 심각한데, 우리나라에서 수요가 많아 가장 비싼 값에 거래가 되는 삼겹살은 다른 나라에서는 특별히 다른 부위보다 비싸게 거래가 되지 않는 품목이다. 유럽의 경우는 뒷다릿살 가격이 상대적으로 삼겹살 부위보다 높게 형성되는데, 기계적으로 삼겹살 가격을 비교하면서 국내산 돼지고기가 터무니없이 비싼 것처럼 비취어지는 오류를 범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수요가 많은 삼겹살 하지만 유럽, 미국, 호주 등은 삼겹살 수요가 우리나라처럼 많지 않아 다른 부위에 비해 특별히 비싸지 않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삼겹살 가격 비교는 무의미 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수요가 많은 삼겹살 하지만 유럽, 미국, 호주 등은 삼겹살 수요가 우리나라처럼 많지 않아 다른 부위에 비해 특별히 비싸지 않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삼겹살 가격 비교는 무의미 하다.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고 소문이 난 백색 우유의 경우는 조사국 가운데 4위를 기록해 저렴한 편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의 물가 비교는 이른바 빅맥지수라 하여 세계 어느 나라에서는 똑같은 스펙의 상품을 비교해 살펴본다. 백맥이나 스타벅스 커피 같이 여러나라에 진출해 있는 글로벌 외식브랜드의 상품이 비교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신선식품의 경우는 식문화 자체가 다르고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식품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