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리포트] 축산농장 가장 필요로 하는 서비스 1순위는 출하
[경영리포트] 축산농장 가장 필요로 하는 서비스 1순위는 출하
  • 김재민
  • 승인 2021.03.04 09:40
  • 호수 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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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합사료회사, 농가 유통 부담 덜기 위해 돼지·소 유통 서비스 제공
카길애그리퓨리나 ‘한이음’, 다양한 육류유통 주체 공존 생태계 구축에 기여

 

 

[팜인사이트=김재민] 

축산농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농장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 양축농가 스스로 해결했던 농장 내 여러 업무나 작업은 더는 농장주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고, 농장 내 전문관리인을 두고 있는 중대형 농장들도 가축의 영양 관리뿐만 아니라, 백신접종, 방역, 분뇨처리, 악취관리, 출하 등의 업무가 과거보다 더 전문성이 요구되고 있어, 결국은 외부 전문가나 전문기업에 의존이 불가피해졌다.

정부도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방역·환경·위생·수의 등의 전문기업 육성을 위한 제도개선에 나서는 등 이제 농장에서의 업무도 세분되고 전문화되는 추세가 되고 있다.

특히 출하 문제는 축산농가뿐만 아니라 농업 전체에서 늘 어려움을 겪는 부분으로 전문 출하 업체나 도매업자, 대형소매유통업체들과 거래 과정에서 여러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이 농업경영체 대상으로 벌인 경영 애로요 인 조사에서 판로확보를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을 만큼 유통은 농가들이 해결하기 가장 어려운 분야 중 하나이다. 

 

배합사료 공급으로 농장의 규모화 실현

가축사육이 산업화하고, 전업화 할 수 있었던 것은 배합사료의 공급으로 축산농장에서 가축의 먹이를 구하는 일이 줄어들면서 같은 노동력으로 더 많은 가축을 사육할 수 있게 되면서부터다.

19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양축가 대부분은 가축 사료로 남은 음식물을 인근 도시나 군부대 등에서 얻어야 했고, 젖소나 한우 사육 농가는 산야초를 베어야 하는 등의 수고를 반복해야만 했다.

이 사료의 제약이 농장의 규모를 결정지었다.

1960년대 후반 고기 수급에 어려움을 겪던 정부는 축산진흥정책을 잇달아 발표하는데 그 핵심 중 하나가 배합사료공장의 건설이었다. 정부가 대규모 외자를 도입해 농협 등에 배합사료공장을 짓도록 유도했고, 카길과 퓨리나 등 글로벌 배합사료 업체들도 한국 내 직접 투자를 통해 공장을 건설하면서 1970년대 서서히 배합사료가 농가들에게 공급되기 시작됐다.

이때만 하더라도 농가들이 자가 조달 사료와 배합사료의 가격을 비교해 가며 어떻게 가축을 사육할 것인지 판단했던 시기였는데, 이후 가축사육으로 얻는 이익이 크다는 결론이 내려지면서 양돈과 양계를 중심으로 배합사료 이용은 일반화되기 시작했다.

 

농장의 규모화로 축산물 판로 확보 어려움 가중

농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농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분은 출하이다.

출하 문제는 축산뿐만 아니라 작물재배업에 종사하는 농가들도 비슷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데, 좀처럼 만족할만한 출하처를 찾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특히 축산물은 도축이라는 처리를 거쳐야 소비할 수 있는 상품이 되기 때문이다.

농축협은 이러한 농가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계통출하 사업을 통해 농축협이 운영하는 공판장에 출하해주는 사업을 하고 있다. 공판장이나 도매시장은 농가의 수탁을 거부할 수 없도록 제도화되어 있었기 때문에 마땅한 출하처를 찾지 못한 농가들에는 매우 유용한 경로다.

문제는 농장의 규모가 커지다 보니, 가격 형성에 있어 불확실성이 크고 유통비용이 많이 드는 공판장이나 도매시장보다는 실수요자인 육가공업체와의 직거래를 선호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한우의 경우 양돈 대비 농장의 규모가 작고, 품목의 특수성으로 인해 공판장과 도매시장 이용 선호도가 높지만, 돼지의 경우는 도매시장보다는 비용 절감이 가능한 직접거래에 대한 욕구가 더 강한 상황이다.

문제는 공판장과 도매시장에서는 유통비용은 많이 들지만, 거래비용(탐색, 협상, 계약체결, 가격결정, 계약유지 등에 들어가는 비용)은 감소하는 특징이 있다. 이와 달리 육가공업체와의 직거래는 대면 거래이다 보니 유통비용은 절감할 수 있지만, 거래비용이 많이 들면서 양측 모두 스트레스가 많을 수밖에 없다.

비용 절감이라는 장점 이면에 거래비용 증가라는 단점이 동전의 양면처럼 존재한다.

국내 육류유통의 기본적인 룰이 원료가 되는 가축의 판매는 바로 현금으로 정산을 하고, 육가공업체는 소매업체나 식당 등에 납품하면서 외상거래를 한다는 데 있다. 즉 육가공업체가 경기변동 등으로 거래하는 업체로부터 대금 회수가 안 되면 지금은 거의 없지만 농가에 정산을 못 해주는 경우가 발생하고, 정산에는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육가공업체가 갑자기 도산하면서 납품처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유통 마진을 줄여 더 높은 수준의 이익을 보겠다고 도소매 유통과 외식업까지 진출하는 농가들도 있는데, 사육뿐만 아니라 유통, 마케팅, 외식, 조리, 인력관리와 자금관리 등을 위한 각종 지식과 전문성이 필요하기에 쉽게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만큼 쉽지 않다는 것이다.

 

배합사료 업계 축산물 유통에 관여한다

이 때문에 배합사료업체들은 농가들이 사육한 가축의 출하를 돕기 시작했고, 농축협처럼 유통 관련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곳은 농가의 가축 일부를 직접 매입해 판매하는 브랜드사업, 공판장에 출하하는 계통출하 사업 등을 실시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농축협처럼 도소매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각 경영체의 역량이 소속 조합원의 가축을 모두 판매하기는 쉽지 않다는 데 있다.

결국 조합원들이 생산하는 가축을 팔아줄 역량이 되지 못하면서 협동조합들은 여러 가지 조건을 붙여서 이를 매입해 주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사료의 이용이다. 조합에서 취급하는 전용 사료를 이용하는 조합원의 가축을 책임지고 팔아주는 방식으로 사업이 만들어지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농축협의 사료나 서비스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기업과 거래를 하는 농가들이 전업농 사이에서 일반화되기 시작했다.

규모가 너무 큰 농가의 경우는 조합의 역량으로는 전부 판매가 어렵다 보니 자연스럽게 농축협과 같은 역할을 해주는 사료 회사들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일정 규모 이상의 농장들은 출하 서비스의 품질이 사료 이용에 결정적 요소가 되었다.

배합사료 회사들이 양돈을 중심으로 출하에 뛰어들면서 육가공업체들도 이제 농장이 아닌 배합사료 회사들과 거래가 일반화됐고, 사료 회사는 원료 가축 공급의 큰손이 되기 시작한다.

육가공업체와 직거래가 부담스러운 농가들은 사실상 배합사료 회사를 딜러로 내세워 거래하기 시작했고, 사료 회사가 거래비용을 흡수하면서 농가들은 유통비용 절감에 이어 거래비용까지 절감하면서 유통에 대한 부담을 완전히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다.

문제는 전문성이다. 사료 회사들은 사료 생산이나 가축사양에 있어서는 전문성이 있지만, 유통에 있어서는 전문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육가공업체와 협상에서 물량 때문에 우위에 설 수는 있지만, 육류와 관련한 전문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손실을 보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카길, 농가와 유통을 연결한다

2020년 카길애그리퓨리나는 축산유통 서비스인 ‘한이음’을 론칭한다.

드디어 카길이 농가의 돼지를 직접 매입해 육가공사업에 나선다고 생각했지만, 사업방식은 농장에서 생산된 원료 돈을 육가공업체와 매칭해 주는 사업이 전부였다.

이전 다른 사료업체들의 방식과 큰 차이가 없는데 카길은 ‘한이음’이라는 브랜드까지 만들었는지 궁금해 더 자세히 들여다보니, 농장과 유통인 상호 간에 가지고 있는 불신, 정보의 부족 등을 해소해 주는 플랫폼과 같은 역할을 해주고 있었다.

카길은 유통 전문인력을 대거 영입하였고, 역량이 검증된 육가공업체들을 ‘한이음 맴버스’로 가입시키고 이들이 원하는 물량 그리고 스펙의 돼지고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해 주어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지원한다.

카길은 자사 거래 농가들이 생산한 돼지의 품질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어서 누구보다 각 육가공업체의 필요에 맞는 돼지를 선별해 공급할 수 있다.

농가는 카길애그리퓨리나와 협업을 통해 품질을 향상에 집중할 수 있게 되는데, 특히 육가공업체들의 피드백을 최대한 받아들여 농가에 전달하고 배합사료 설계와 사양 프로그램에 이를 적용하면, 최고 품질의 돼지고기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게 되었다.

단순히 돼지를 육가공업자에 매칭해 주는 사업이 아니라 육가공업체에서 수집한 돼지 품질 등의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이다.

이게 가능한 것은 카길애그리퓨리나가 50여 년간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만든 돼지고기 품질관리 프로그램(PQM)과 원료 돈 품질 분석 프로그램(SPC)이 있어서 가능하다.

PQM은 고품질 한돈 생산을 위한 돼지고기 품질관리 안내서(PRK Quality Manual)로 지육율(도체중), 등 지방, 등급출현율, 화농/결함육 관련 가이드라인과 돼지 단계별 성장 급여프로그램, 사육 프로그램을 제공해 농장에서 돼지고기 품질을 관리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분야별 부족한 부분을 개선할 수 있는 도구라 하겠다.

SPC는 SAB Pro-Check으로 기존의 팜 체크 프로그램을 한층 더 개선한 것으로 출하 등급판정서, 생체중 등 출하 데이터를 바탕으로 카길애그리퓨리나 고객 농가의 비육돈 성적을 한 번에 확인하고, 출하 성적 개선을 위한 지표로 활용하는 분석 툴이다. 

이는 돼지고기의 품질 개선뿐만 아니라. 수요자인 육가공업체의 요구에 맞는 돼지고기 생산이 가능하게 하고 또 원하는 스펙의 원료용 고기를 선별해 공급하는 힘이 된다.

 

수직계열화 트렌드 속 수평적 협력모델 고수

지금까지 국내 배합사료업체들은 핵심역량이 집중해야 할 동물영양 분야뿐만 아니라 돼지고기의 생산(농장), 돼지의 가공과 유통까지 모두 진출하며 수직계열화로 가닥을 잡고 있다.

수평적 협력모델을 지향하는 협동조합들도 위탁이라는 형태로 사육업에 진입하고, 도축과 육가공사업을 하는 등 별반 다를 게 없는 사업 형태를 가지고 있다.

즉 전후방산업을 내부화함으로써 이윤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카길애그리퓨리나가 한이음 브랜드 론칭 소식을 접했을 때도 다들 카길도 육가공사업에 진출한다고 생각을 했을 정도니, 사료 회사들의 영역확장은 별스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한이음 서비스는 철저한 파트너십 모델을 추구한다. 유통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육가공업체의 영역에는 발을 들여놓지 않았고, 경쟁기업들이 앞다투어 사육업에 진출할 때도 핵심역량인 동물영양 서비스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쪽으로 의사결정을 하였다.

한이음 유통 서비스는 농장의 돼지 유통에 대한 어려움을 해결해 주고, 육가공업체들이 원료 돈 조달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역할로 국한함으로써 파트너들의 경쟁력을 향상해주고 있다.

국내 축산농가들에 가장 이로운 유통환경은 많은 플레이어가 우리 축산농가들이 생산한 축산물을 판매하려고 경쟁하는 것이다.

몇몇 대형유통업체가 독점력을 행사하는 시장으로 전환되는 순간 축산물 유통 경로에서 파워가 육가공업체에 쏠리게 된다.

대표적인 품목이 육계와 오리다.

카길애그리퓨리나는 축산유통 서비스를 통해 농가와 육가공업체가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로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양측에 여러 도움을 주고 있지만, 어떤 비용도 받지 않고 있다.

성과도 컸다.

한이음 서비스 출범 첫해 약 40여만두의 비육돈이 출하되었다.

2025년까지 한이음 서비스는 더 많은 육가공업체를 한이음 멤버십에 참여시켜 2025년까지 120만두를 유통시킨다는 계획이다.

농가는 출하 걱정이 사라지고, 육가공업체는 원료육 조달에 어려움이 줄어드는 거래비용이 사라지는 유통모델을 카길애그리퓨리나가 만들어 가고 있다.

 

*본 기사는 농장에서 식탁까지(통권39호) 2021년2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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