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온실가스 감축방안 마련한 ‘당진낙농축협’
20년 전 온실가스 감축방안 마련한 ‘당진낙농축협’
  • 옥미영 기자
  • 승인 2021.05.04 13:00
  • 호수 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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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계 최초 ‘탄소중립모델’ 마련…자연순환농업 실현

[팜인사이트=옥미영 기자] 기후위기에 대한 심각한 인식과 우려가 커지면서 ‘탄소중립’이 국제적인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탈퇴한 파리기후변화협정에 취임과 동시에 복귀하며 기후위기 대응을 본격화하고 나섰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해 전국 226개 지방자치단체에서 ‘2050 탄소중립 선언’을 요청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이에 대한 대응과 동시에 전영역에서의 ‘탄소중립’을 선포하는 등 온실가스 감축은 전 산업의 영역은 물론 농업계에서도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됐다.

‘Our World in Data’ 누리집의 식량 생산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Environmental impacts of food production)에 따르면 축산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은 농식품 분야의 48%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축산업의 온실가스 절감 요구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특히 다른 가축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젖소와 한우 등 축우 분야의 경우 탄소 저감에 대한 압박 강도는 더욱 심화될 공산이 크다.

국내 배출 탄소 중 87%를 차지하는 에너지 산업은 물론 철강, 항공, 건설 등 국내 산업경제의 주축을 이루는 각 업계가 탄소중립 방안을 놓고 다양한 대책을 추진 중인 가운데 국내 축산업계에서 이미 20여년 전부터 ‘탄소중립 모델’을 마련, 현실화한 곳이 있어 주목받고 있다.

국내 최초로 자연순환농업을 실현하고 있는 당진낙농축협이 그곳이다.


규모 조사료 재배단지 조성…탄소 흡수원 역할 ‘톡톡’

당진낙협의 탄소저감 사업은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사료라 하면 외국에서 수입하는 값 비싼 조사료와 영양가치가 낮은 저가 사료인 볏짚 사료 로 양분되는 등 자가 조사료 재배에 대한 인식이 싹트기도 전이었던 2000년대 초반, 당진낙협은 조합이 직접 나서 조사료 생산 사업에 뛰어들게 된다.

2001년 당진 부곡공단 간척지(50ha)에서 사료작물 재배 사업을 시작한 것이 첫 걸음이다.

평소 젖소의 건강과 고품질 우유 생산을 위해선 양질의 조사료 급여가 관건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던 이경용 조합장은 미국으로 축우산업 시찰을 다녀온 뒤 이같은 신념을 더욱 확고히 다지게 됐다. 결국 이 조합장은 국내에서 조사료를 직접 생산·급여해 생산비 절감과 고품질 우유 생산이라는 두 마리 토기를 모두잡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부곡공단에서 시작된 조사료 재배 사업은 3년 뒤인 2004년 대호만 간척지(20ha)로 영역을 확대 했다.

국내산 조사료를 급여한 낙농가 조합원들의 만족도가 예상보다 높아 수요량은 크게 증가했지만 수확량이 충분치 않자 재배 면적을 확보하는 데 집중한 결과였다.

하지만 국내산 자급 조사료를 연중 공급하는 데 한계가 있었던 데다 염분이 높은 간척지의 작물 재배에 대한 품질 논란이 끊이질 않자 당진낙협은 자체 시험 재배에 돌입했고, 결국 간척지의 조사료 재배 가능성을 재확인시켰다.

당진낙협이 조사료 재배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한 것은 2010년대에 진입하면서 부터였다.

국내 최대 규모의 간척지인 석문·송산 간척지에 대형 조사료 재배단지 조성 사업이 현실화 된 것이다.

2010년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매립지등의 관리처분 계획을 승인받은 당진낙협은 전국 최초로 300ha에 달하는 대규모 간척지에서 사료작물 파종을 현실화했다.

옥수수와 수단, 연맥 등 하계 작물은 물론 이탈리안 라이그라스 등 동계사료작물 재배를 시작한 당진낙협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 동안 1차 조사료 재배 사업에 이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2차 사업을 마친 이후 지난해부터 다시 2024년까지 3차 조사료 재배 단지 조성에 돌입한 상태다.

당진낙협의 조사료 재배사업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사육두수 규모화에 따라 조사료 수요량이 늘어나면서 조합원들의 급여가 충분치 않자 2017년에는 대호 간척지 266ha를 임대해 5개년 계획에 돌입했다.

석문과 송산, 대호 간척지 면적을 모두 합할 경우 총 규모는 무려 425ha가 넘는다.

이는 축구장 면적의 무려 600배 규모에 달하는 엄청난 수준이다.

당진낙협이 간척지를 활용해 조사료 사업을 추진하게 된 데는 양질의 우유 생산을 위한 고품질 조사료를 국내에서 재배해 농가들의 경쟁력을 높이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기후 환경 위기에서 탄소저감 방안이 가장 중요한 이슈로 부상하고 있는 지금, 당진낙협의 사료작물 재배 사업은 유휴 간척지 활용은 물론 조사료 재배를 통한 탄소흡수원으로서 역할을 다하며 친환경 사업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이렇게 생산된 조사료는 산소공급이 제한되는 수직형 밀폐저장 공간인 하베스토에서 효과적인 발효를 거쳐 농가에 공급된다. 저장능력이 2천톤 규모에 달하는 하베스트에서는 일일 필요량만을 보급하며 원료품질관리의 최적화를 도모하는 동시에 탄소발생을 최소화함으로써 ‘탄소중립’을 실천하고 있다.

가축분뇨 자원화로 또 한 번의 탄소배출 ZERO화

당진낙협 경제사업에서 중요한 사업의 하나인 ‘가축분뇨자원화’ 사업은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또다른 사업으로 분류된다.

2020년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보고서에 따르면 소들의 배출하는 온실가스(CO2)는 장내발효과정에서 약 60%를 차지하고, 약 37%가 분뇨처리 과정에 발생한다.

당진낙협이 가축분뇨자원화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은 2012년부터 가축분뇨의 해양투기 전면금지에 따라 농가들의 효율적인 분뇨처리를 돕기 위해 시작됐다.

가축분뇨를 자원화하기 위한 노력은 이후 축산업계를 중심으로 본격화되긴 했지만 당시만 해도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획기적인 사업이었다.

하지만 가축분뇨자원화 사업은 결코 만만한 사업이 아니었다.

‘똥공장’ 설치를 반대하는 지역주민들의 반발과 반대가 너무 극심했기 때문인데, 이경용 당진낙협 조합장은 무려 5년간 주민들을 직접 만나 설득하며 차분히 준비해 나갔고 결국 2012년 가축분뇨공동자원화 시설을 준공해냈다.

당진낙협의 자원화 시설에선 낙농가 조합원뿐만 아니라 양돈과 양계 등 축산농가의 축분을 수거해 자원화하면서 1일 200톤 분량(퇴비 100톤, 액비 100톤)의 분뇨처리를 통해 연간 4만여톤의 퇴·액비를 각각 생산해내고 있다.

농장에서 수거한 가축분뇨는 1~2개월의 발효과정을 거쳐 후숙장으로 옮긴 뒤 약 6개월의 후속과정을 거치는 등 약 8개월에 걸친 후숙과정을 거쳐 고품질 퇴비로 생산된다.

이렇게 생산된 양질의 퇴비는 당진낙협의 조사료재배단지와 경종농가에 공급되어 양질의 거름으로 활용되면서 자원순환농업을 완성해 내고 있다.

국내 최초로 당진낙협이 새롭게 도전하고 있는 축분을 활용한 ‘친환경 바이오플라스틱’ 사업은 탄소 저감의 획기적 모델로 꼽힌다. 논경지 감소와 점차 강화되는 환경규제로 가축분뇨처리에 대한 부담이 가중되는 가운데 당진낙협은 건조·분쇄한 가축분퇴비에 PP(폴리프로필렌)를 결합시켜 일찌감치 ‘바이오 플라스틱 파렛트’를 생산하는 제조기술을 개발했다.

당진낙협에 따르면 26kg들이 파렛트 생산시 온실가스 배출량은 38.2kgCO2eq 인데 반해 바이오매스를 원료로 한 파렛트 생산시 배출량은 28.6kgCO2eq으로 바이오매스 원료 사용시 9.6kgCO2eq 저감 효과가 있다.

파렛트 1개당 가축분뇨 104kg 처리효과를 지니고 있어 기존의 합성수지 함량은 저감시키고 온실가스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저감하면서 정부의 탄소중립정책을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향후 당진낙협은 가축분퇴비공장에서 생산된는 연간 축분수거량의 35% 이상을 바이오매스 플라스틱 파렛트로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최초 ‘자원순환농법’ 역사 쓴 당진낙농축협

당진낙협의 유휴간척지를 활용한 조사료 재배 사업과 가축분뇨자원화 사업은 당초 조합원과 지역 축산농가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시도된 사업이었지만 전 세계적인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탄소중립’ 사업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특히 다른 축종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축우산업은 자원순환농업, 경축순환농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것이 현실인 상황에서 당진낙협은 20여 년 전부터 사료작물을 재배하며 탄소흡수와 순환에 기여한 셈이다.

여기에 당진낙협의 가축분뇨공동자원화 사업은 2010년 이전부터 본격화했지만 5년이 지난 2012년에서야 공장을 준공하는 등 적지 않은 우여곡절을 겪은 상황에서도 이에 좌절하지 않고 끈질기게 주민들을 설득, 결국 현실화 했다.

특히 단순한 가축분뇨 자원화 사업을 뛰어넘은 ‘친환경 바이오플라스틱 사업’은 시장 규모가 지속 성장하고 있는 파렛트 시장의 대체재로 떠오르며 온실가스 감축의 또 다른 모델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전 세계가 탄소중립을 최우선 경영과제로 삼고 모든 인식을 빠르게 전환하고 있는 지금 국내 농업계, 특히 축산업계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일찌감치 미래를 준비한 당진낙협의 경제사업은 단순히 조합원을 위한 협동조합의 역할을 뛰어넘어 농업계 최초로 탄소흡수와 순환에 기여한 획기적인 사업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전 산업계과 업계가 탄소중립을 위해 다양한 활동과 계획을 수립해 나가고 있는 만큼 축산업계 역시 장기적 안목의 치밀하고 계획적인 사업 계획 수립, 국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을 얻기 위한 농정활동과 다양한 아이디어 발굴 및 현실화를 위한 사업들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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