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행정으로 보는 농식품부의 복지부동
우유 행정으로 보는 농식품부의 복지부동
  • 김재민
  • 승인 2021.05.06 20:44
  • 호수 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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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차원 우유 자급률 목표는 있으나 수단은 없는 이상한 행정
농림축산식품부 인력 운영 방식, 공직자 복지부동 주된 원인

[팜인사이트=김재민]  본 기사는 월간낙농육우 2021년 4월호에도 동시 게재되었습니다.

농어업ㆍ농어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이하 농업기본법)은 농축수산 및 식품 분야의 헌법과 같은 법률로 이 기본법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관련 법률과 제도 그리고 정책이 수립된다.

농업기본법의 제1조 목적을 살펴보면 첫째, 농어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의 도모, 둘째, 국민에게 안전한 농수산물과 품질 좋은 식품의 안정적 공급, 셋째 농어업인의 소득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으로 이를 법률로 보장하기 위해 제정된 법률이다.

농업기본법은 법 제정 목적을 이루기 위해 정부에게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 계획에는 농어촌과 식품산업의 발전 전략, 식량의 자급 목표, 식품의 안전성 확보, 농식품의 안정적 공급 방안 등의 내용이 담기게 된다.

가장 최근에 수립된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계획’은 2018년 2월에 발표되었으며 직전에 발표된 2013년~2017년 기본계획에 대한 평가와 2018년~2022년까지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정책 기본 방향 그리고 농정과제 실천계획이 담겨있다.

우유 자급률 하락에 관해 이야기하는데, 거창하게 농업기본법과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계획’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이 계획에 정부의 식량자급률과 관련한 목표가 설정되고 목표를 이루기 위한 전략 등이 담기기 때문이다. 

무상 학교급식 운동이 결실을 맺으면서 농축수산물 대부분이 학교급식사업 혜택을보고 있으나, 우유는 학교급식 품목에서 제외되면서 축발기금에서 매년 300억원넘는 비용이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무상 학교급식 운동이 결실을 맺으면서 농축수산물 대부분이 학교급식사업 혜택을보고 있으나, 우유는 학교급식 품목에서 제외되면서 축발기금에서 매년 300억원넘는 비용이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진은 우유 학교급식을 활성화하기 위해 낙농진흥회가 실시하는 사진공모전 입상작
우유 학교급식을 활성화하기 위해 낙농진흥회가 실시하는 사진공모전 입상작

자급률 목표의 설정

우리 정부는 식량 자급 목표를 어떻게 설정했는지 그중에서도 우유 및 유제품 자급률은 얼마로 설정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2018년 2월에 발표된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계획’에는 2022년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기존 60%에서 55.4%로 설정하였다. 사료용을 포함하는 곡물자급률은 32%에서 27.3%로, 또 쌀과 밀, 보리 등을 중심으로 하는 주식자급률은 72%에서 50%로 각각 하향 조정하여 설정하였다.
쌀은 수급균형 수준 등을 고려하여 조정했고, 수입의존도가 높은 작물의 자급률을 높이는 등 목표치를 현실화 했다는 게 식량자급률 목표치 조정의 이유다.

우유 및 유제품 자급률 목표도 64%에서 54.5%로 하향 조정되어 설정되었다. 우유 및 유제품 자급 목표를 10%나 하향 조정하게 된 이유에 대해 국내산을 원료로 하는 유가공 제품 수요 증가 노력 등을 고려해 자급률 하락추세가 완화되고 있으나, TRQ 분유 수입 증가 등 현 추세 지속 시 우유와 유제품 자급률이 크게 하락할 것을 전망해 54.5%로 자급률 목표치를 세웠다는 것이다.

 

우유 및 유제품 자급률 추이

2010년대 초 발효된 미국. EU. 호주, 뉴질랜드 등 주요 유가공품 수출국들과의 자유무역협정은 국내 낙농산업을 무한 경쟁으로 내몰았다.
이미 1990년대 초 치즈시장을 개방했고 탈지분유와 전지분유 등 국제 교역이 많은 품목의 경우는 고율 관세로 수입을 어렵게 하였다며 낙농산업의 보호장치가 매우 잘되어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2010년대 초 주요 수출국과의 FTA 체결과 엄청난 양의 TRQ 물량 설정과 증량 계획은 사실상 낙농 유가공시장을 완전히 개방하는 효과를 가져다주었다.

이로 인해 우유 자급률은 2010년대 들어 급격히 하락하게 되는데, 자유무역협정 발효 전인 2008년 우유 자급률은 71.8%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였으나, 10년 뒤인 2018년은 50% 선이 무너진 49.3%를 기록하였다.
무려 10년 만에 우유 및 유제품 자급률이 22.5%가 감소한 것이다.

같은 기간 우유생산량은 2008년 214만 톤에서 2018년 204만 톤 약 10만 톤이 감소하였고, 같은 기간 유제품 수입량(원유환산기준), 89만 톤에서 230만 톤으로 141만 톤이 늘어났다.
수입량이 증가해 상대적으로 국내 생산량이 적어 보이는 게 아니라, 수입 유제품이 국내 낙농 시장을 잠식하면서 국내 원유생산량이 감소한 것이다.

돼지고기와 쇠고기 등 다른 육류의 경우 시장개방에 따른 육류의 수입이 급격히 증가하였지만, 같은 기간 국내산 돼지고기와 쇠고기의 공급량도 증가한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목표 있으나 대책 빠진 이상한 ‘자급률 설정’

우유 및 유제품의 자급률은 물론이고 생산량까지 감소하고 있는 상황은 분명 좋지 못한 신호다.
우유와 유제품의 수요감소로 인해 원유생산량이 감소하고, 유제품의 수입량도 정체하거나 감소세에 있다면 문제가 다르겠으나 매년 유제품 수입량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은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으로 위기신호가 아닐 수 없다.

정부도 이 같은 위기 상황을 감지하고, 우유 및 유제품 자급률 목표치를 54.5%로 낮춰 설정했지만, 실제 자급률은 2019년 기준 48.5%까지 하락해 2022년 달성키로 한 자급률 목표치보다 6%나 낮은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위기를 감지한 정부는 우유 및 유제품 자급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수단들을 확보했을 지가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2022년까지 식량자급률 목표치가 담긴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계획’안에는 우유 및 유제품의 자급률 제고 방안은 들어 있지 않다.
아니 우유뿐만 아니라 축산물은 목표만 설정되어 있을 뿐 구체적인 자급률 제고 방안은 수록되어 있지 않다.

시장개방으로 매년 막대한 양의 유제품이 쏟아져 들어오는 상황을 고려해 상대적 지표1)인 자급률을 상승시키는 것이 어렵다면, 최소한 국내산 원유의 생산량은 어느 수준에서 안정시키겠다거나 국내산 원유의 소비기반을 어느 수준까지 확대하겠다는 내용이 나와야 하지만 그러한 내용은 찾아볼 수가 없다.

이는 농림축산식품부 내 축산국 공무원들의 직무유기라 표현하려 한다.
5년마다 수립되는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계획’에 설정된 자급률 제고 목표를 제시하는 과정에서 이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을 함께 수립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업무 진행방식이다. 목적, 목표 없는 전략이 없듯이, 전략을 세우지 않을 거라면 목표도 설정할 필요가 없게 된다.

수입이 늘고 있으니 자급률 목표를 반복해서 낮추는 행태는 인디언 기우제2)와 다를 바 없는 행동이다.
목표 설정이 필요하다면 양곡이나 밭작물과 같이 최소한의 방향성이라도 담은 자급률 제고 방안, 구체적인 국내산 유제품의 소비 촉진 방안 등을 담아냈어야 한다. 자급률 제고 정책 없는 목표 설정이 축산국의 무능력 때문인지, 윗선의 지시에 의한 것인지 또는 축산국의 의지 박약 때문인지를 알 길이 없다.

 

복지부동 어디에서 왔을까?

복지부동의 원인을 현행 농림축산식품부 공직자의 인력 운영의 문제에서 기인하지 않았나 추론하여 보았다.

200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축산전문 관료가 농림부 안에 존재했지만, 2010년대 들어 전문관료들을 채용하지 않고 기존 인력도 과거처럼 운용하지 않으면서, 축산업에 애정을 가지고 정책을 수립하는 공직자나, 최소한 산업을 이해하는 공직자의 수는 계속 감소해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예상되는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행정은 고사하고, 정책대상자, 정책수요자들의 요구도 번번이 뭉개거나 무시해 버리는 일이 반복해 일어나고 있다.

과거 축산전문 관료가 있던 시절에는 순환근무를 하더라도 농림축산식품부 축산국, 농림축산검역본부, 농촌진흥청 축산과학원 정도 기관에서 근무할 수 있었고, 축산국에서 근무하다 외청이나 산하기관에서 근무하다가도 결국은 다시 축산국으로 돌아와야 하므로 주어진 현안을 해결하지 않으면 결국 돌아 돌아 다시 그 문제를 직면해야 하므로 웬만하면 해결을 하려는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축산 전문관료제도가 사라진 지금은 축산국에서 근무를 하다가 순환근무 때문에 다른 부서로 이동을 한 이후 다시 축산국으로 돌아오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결국 2~3년 정도 축산국에서 근무하다 다른 부서로 이동하기 때문에 업무의 연속성도, 전문성도 기대하기 힘들고, 더더욱 책임감도 사라져서 쏟아지는 현안이나 제도 개선이 필요한 사안이 있더라도 조금만 버티면 다른 부서로 이동하기 때문에 공직자 처지에서 골치 아픈 문제들은 대부분 책상 서랍에 밀어두는 일이 비일비재해졌다.

실제로 200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축산과 낙농 관련 수많은 제도와 정부의 정책이 쏟아져 나왔으나 지금은 10년 이상 된 묵은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비단 낙농분야만 그런 것이 아니다. 축산부문 전체가 그러한 상황이다.

환경 관련 제도와 정책 변화가 많았지만 대부분 환경부의 법과 제도 변화에서 기인한 것이고, 위생이나 안전성 관련한 사안도 농림축산식품부의 정책 때문이 아니라 식약처의 정책 변화에서 기인한다.
그 사이 축산국 내 전문 관료체제가 유지되어온 수의 및 방역 관련 조직은 축산국에서 독립하여 방역정책국으로 확대되었고 조직과 예산 등에서 축산국을 압도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현재 축산국에서 가장 업무량이 폭주하는 과는 축산환경자원과로 환경부의 정책이 시시각각 변하면서 대응해야 할 일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크게 관여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돌아가는 자조금 사업 관리에 목을 매고 있다.

축산 주요 품목별로 2~3명의 6급~4급 고위 공무원들이 배치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농가경영 안정, 축산물 수급 조절, 축산물 유통구조 개선, 자급률 제고와 안정적 공급과 같은 중요한 임무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물가 관리처럼 범정부 차원에서 관심을 가지는 사안에 대해서만 어느 정도 흉내를 내는 수준에서 신속성을 보여준다.

앞서 말한 축산공직자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주요 임무들은 국회, 예산부처 등에 동의를 얻어야 하는 까다로운 절차를 통과해야하기에 애써 일을 만들지 않는다.
어차피 2~3년 근무하다 순환근무 때문에 축산국을 떠나면 그만이기에 이러한 주요한 일 처리는 정책대상자들의 요구가 있어도 검토하고 있다는 말만 반복하다가 자리를 떠나는 상황이 반복해 일어나고 있다.

이로 인해 축산 관련 주요 정책 방향은 1990년대 시장개방을 앞두고 도입된 정책들이 대부분이다.
이후 정책들은 공직자들의 아이디어가 아닌 축산농민과 관련 단체들 농정활동의 결과물이다.
의무자조금제도의 도입, 음식점 원산지표시제 도입, FTA 피해보전 직불제 등등이 그러하다.

 

낙농분야 해묵은 과제 10년 이상 방치된 사업 수두룩

이로 인해 낙농분야만 하더라도 해묵은 과제가 수두룩하다.

잉여원유 문제만 하더라도 2000년대 중반 이뤄진 긴급한 수급 조절 사업 이후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서 매년 수백억 원의 수급 조절 자금이 계속해서 투여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전국단위 쿼터제 도입, 집유체계 개편, 유가공품 시장 확대 등 산적한 일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내어 이를 해결해보겠다 나서는 공직자는 아직 만나지 못했다.

우유수급에 영향을 끼칠 만큼 낙농문제에 있어 중요한 학교우유급식 문제만 해도 그렇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나서 적극적으로 교육부를 설득하지 않으면서 축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사용되어야 하는 축발기금이 일회성 예산인 우유급식 예산으로 사용되고 있는 상황이 십수 년째 지속되고 있다.
시민사회 단체들의 학교무상급식 운동의 결과로 이제 학교 급식용 농산물 등 식재료는 교육부와 지방교육청, 각 지역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이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농식품부가 우유를 의무급식 품목으로 편입시키기 위해 교육부 등을 적극적으로 설득하지 않으면서 낙농유가공업계만 무상급식 운동의 혜택을 보고 있지 못한 상황이고, 축발기금을 활용해 임시방편으로 운영되어온 우유급식 지원 예산이 십수년째 축발기금에서 빠져나가면서 축발기금의 탄력적 운영을 어렵게 하고 있다.

농식품부가 타부처를 상대로 적극적인 움직여야 할 일들이 참 많다.
멋들어진 구호만 무성한 농식품부의 비젼은 이제라도 현안을 대하는 철학을 겸비함은 물론, 일선 현장을 고려해 정책이 도입되도록 지속적인 고심과 소통의 노력들이 뒤따라야 진정성을 전할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이면 궁극적으로 무엇을 봐라보고 누구를 위해서 일해야 하는지 인식을 재점검해야 한다.
비로소 누가 무슨 문제로 고통을 받고 있는지, 그래서 지금이라도 무엇을 해야 할지 보일 것이다.


1) 자급률 제고를 위해 국내 생산량을 확대하더라도 수입량이 더 증가하면 지표에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하락할 수 있는 문제를 말함. (필자 주)

2) 비가 올때까지 기우제를 지내기 때문에 기우제는 비가 오게 하는 효과가 있다는 결과로 이어지듯 자급률 목표를 계속 낮게 수정하면 언젠가는 비슷한 수준에 도달하게 되기에 목표에 도달했다는 자화자찬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필자 주)

 

*본 기사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통권 40호) 2021년 4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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