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업의 긴 그림자가 남겨준 유산
축산업의 긴 그림자가 남겨준 유산
  • 김재민
  • 승인 2021.07.03 10:51
  • 호수 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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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인사이트=김재민] 


15년 전 이 보고서가 처음 발표되었을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많이 인용되며 축산업계를 곤란에 빠뜨릴지는 상상하지 못했다.

‘축산업의 긴 그림자(livestock’s long shadow)’는 당시 꾸준히 제기된 축산업이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연구를 집대성한 결과물이다.

식량농업기구가 2006년 발표한 livestock’s long shadow(축산업의 긴 그림자) 보고서 이후 축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해로운 영향이 많이 강조되어왔다.

가축은 유럽의 수질 오염, 남미의 벌목, 아프리카와 몽골 등의 사막화, 그리고 전 지구적 차원의 온실 효과를 높이고 생물 다양성을 감소시키고, 인간에게 급여되어야 할 곡물을 가축에서 먹이며 기아를 부추기는 등 지속 불가능한 방식으로 발전되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러한 해로운 영향은 미국과 남미의 기업화된 축산 농가부터, 아프리카와 몽골의 유목 축산 농가까지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려 없이 단기 이익에 따라 행동했기 때문이라는 비판을 거세게 받고 있다.

하지만 이 보고서에는 ‘지속 가능한 축산업’으로의 전환을 위해 분야별 대응책, 완화하는 방안도 담겨 있다. 실제로 이 보고서에 담겨 있는 방안들은 여러 국가들에서 제도화 하고 있고, 이 보고서가 발표되기 이전부터 환경규제를 도입해 환경부하를 줄이고 있었다.


잘못된 인용

하지만, 이 보고서는 잘못 인용되고 있다.

‘축산업의 긴 그림자’ 보고서를 홍보하기 위한 요약본을 FAO가 보도자료로 공개한 이후 환경의 부정적 측면만을 강조하는 인용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국지적으로 일어나는 축산문제를 모든 국가의 축산문제로 인식하거나 호도하고 있다.

가축 사육이나 작물 재배를 위해 일어나는 화전이나 벌목은 브라질 등 남미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산림의 훼손은 도시건설, 공장건설이 주된 이유다.
사막화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몽골 지역, 미국 일부지역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지하수 오염 문제는 유럽에서 집중적으로 일어나는 문제다.

각 나라가 처한 상황이 다르기에 축산문제 또한 달리 발생하고 대응 책도 각 나라 상황에 맞게 만들어져 적용되고 있다.

2010년대들어 교통의정서 만료가 다가오자 2020년부터 새롭게 적용될 기후위기 대응책 마련을 위한 국제적 논의가 새롭세 시작되면서 축산관련 환경 논쟁은 온실가스 문제로 넘어간 상황이다.

FAO보고서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요량으로 축산업과 연결된 전후방산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8%라고 발표하고 이를 도로운송분야와 비교하였는데, 이 때 발표한 18%에 집중하며 축산부문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쪽으로 논의가 발전하고 말았다.
연관산업의 제외하고 축산업계가 순수하게 대응할 수 있는 분야 온실가스 배출 비중은 높지 않은 상황이다.

공정하지 못한 비교

400페이지가 넘는 엄청난 보고서에 비유로 쓰인 이 한 문장은 축산업이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주범이라는 오명을 낳게 하였다.

도로 운송 분야 온실가스 발생량은 자동차의 1km 주행거리 당 온실가스양에 자동차 운행 대수와 평균 주행거리를 곱해    산출한다. 자동차의 종류와 사용하는 연료에 따라 온실가스양이 달라서 이를 고려해 산출한다. 전기자동차나 수소자동차는 주행 중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혀 없어서 이런 자동차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이들 자동차가 운행되기 위한 연료의 제조 과정은 엄청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에너지 분야는 전 세계 온실가스의 2/3를 배출하고 있는데, 석유의 정제, 유전의 개발 그리고 원유의 운송 등 가치사슬마다 발생하는 온실가스양은 도로 운송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에 합산되지 않았다.

발전산업도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수력, 풍력, 태양광)처럼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분야가 있지만, 화력발전처럼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분야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전기자동차가 주행 중 온실가스 배출은 없지만, 실질적으로는 전 생애주기를 고려할 때 전기차가 내연차 보다 탄소배출이 많은 상황이다. 1)

이 같은 비교는 공정하지 않은 비교이다. 아래 그림은 축산업과 도로 운송 분야 온실가스 배출량 비교를 위해 사용된 요인들을 비교한 것이다. 축산물은 전 생애주기 가치사슬 내의 모든 온실가스 배출량을 추정해 산출한 것이고, 도로 운송 분야는 자동차의 주행 중 온실가스만 이용하였다.

이는 공정하지 않은 비교이다.

1) 전 생애주기 고려땐 전기차가 내연차보다 탄소배출 많아. 서울경제. 반한신. 2020.12.14.

이득과 손실

코로나19 대유행의 종지부를 찍기 위해 대규모 백신 접종이 진행되고 있다. 백신 접종으로 전염병만 퇴치되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백신의 부작용으로 고통받거나 사망에 이르는 사례도 적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백신 접종으로 인한 이득과 손실을 비교했을 때 접종 시 이득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백신 접종 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을 반복해 밝히고 있다.

축산업에 대한 환경 문제도 마찬가지다.

‘축산업의 긴 그림자’에 집대성된 축산업이 가져다주는 환경에 대한 부담도 있지만, 축산업이 가져다주는 이익 또한 크기 때문에 축산업은 계속 존치한다 볼 수 있다.

고기, 우유, 치즈, 육가공품, 달걀, 가죽 등이 인류의 식탁을 풍성하게 하고, 가축 사육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농민들이 다수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축산식품의 제공과 농민의 생계유지만으로도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지만, 축산업이 고도화되면서 많은 산업과 연결되게 되고 그 과정에서 환경에 이로운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가축은 곡물 소비 기아 문제 촉발

전 세계 인구의 9%인 6억8천만 명이 식량부족으로 굶주리고 있다고 한다.2)

그런데 국제적으로 거래가 되는 곡물의 절반 가까이가 가축의 사료로 이용된다는 이 주장은 결국 축산업 때문에 인류 중 굶주리고 있는 이들이 생겼다는 주장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식량 부족 문제는 인류의 오랜 역사 동안 해결하지 못한 문제다. 잉여 식량은 미국, 호주, 브라질 등 남미 국가 일부에서 일어나는 일이고, 대부분의 국가들이 곡물을 수입하고 있다.

만약 축산부문이 곡물을 사들이지 않는다면, 국제 곡물 가격은 하락해 곡물 생산량은 급감하게 될 것이다.

즉 축산업이 곡물을 이용해 식량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축산업계가 곡물 이용으로 곡물 생산을 촉진했다 볼 수 있다. 이들 저개발 국가와 기아선상에 놓인 사람들이 식량을 조달하지 못하는 이유는, 구매할 충분한 소득을 올리지 못하고 있거나 해당 지역의 농업 생산성이 매우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도 식량자급률이 매우 낮지만, 이를 구매할 충분한 경제력이 있기에 식량수급에 있어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결국 식량 위기 해결을 위해 축산물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논리는 실제 곡물이 생산되고 분배되는 시스템에 대한 몰이해의 산물이다.

2) UN. 세계 식량안보 및 영양상태‘보고서(2020)

 

유기성 폐자원을 집중적으로 재활용하는 축산업

‘축산업의 긴 그림자’에는 브라질에서 생산된 대두박이 유럽으로 장거리 수출되며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고 적시하였다. 대두박은 콩기름 공장에서 트럭으로 항만으로 이동하고 다시 배에 선적되어 유럽으로 이동하며, 다시 사료공장에서 배합사료로 제조되어 낙농 목장에 도착한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에서 적시하였듯이 축산업계는 유기성 폐자원을 적극적으로 재활용해 환경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

동물 사료로 활용하지 않으면 짚, 밀기울부터 기름을 짜고 남은 부산물(콩, 유채, 올리브, 팜유 해바라기 씨 등), 설탕을 제조하고 남은 찌꺼기, 술을 제조하고 남은 찌꺼기, 버섯 베지, 주스를 생산하고 남은 찌꺼기(오렌지, 파인애플, 사고 등) 대량으로 생산되는 농업 식품 부산물은 거의 100%가 가축 사료나 유기물 비료로 재활용된다.

도축장 폐기물(가금류 찌꺼기, 뼈, 혈액), 치즈 제조 후 남는 유청, 부화장 부산물, 어류 및 새우 폐기물은 모두 수거되어 단미사료로 제조되어 돼지와 가금류, 애완동물 사료 원료로 재활용된다.

가축분뇨도 90% 이상이 유기질 비료로 제조되어 작물 비료로 재활용되고 있고, 인도 등에서는 소똥이 연료로 활용되기도 하고, 유럽에서는 메탄가스 제조용 원료로 활용되어 전력이나 열에너지를 만들기도 한다.

유기성 자원과 사료 작물의 축산이용은 이들 작물의 안정적인 판로 역할을 하며 지속 가능한 생산을 유도하며 탄소순환 과정에서 대부분이 작물에 의해 재 흡수된다.

식품산업은 유기성 폐자원을 축산업계에 돈을 받고 판매한다. 축산업의 유기성 폐자원의 재활용은 식품업계의 유기성 폐자원을 처리하는 비용을 낮추는 수준을 넘어 새로운 이익을 발생시켜 궁극적으로 인간에게 제공되는 식품가격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축산업은 이들 유기성폐자원을 활용해 고기와 우유, 알 등 새로운 부가가치가 있는 상품을 만들어 수익을 창출하고 일부를 분뇨로 배출한다.

배출된 분뇨도 90% 이상이 유기질 비료로 재활용됨으로써 화학비료 생산량을 줄이게 되고 농작물 생산비용을 낮추게 되는 것이다.

 

시사점

축산물은 인류가 지구상에서 존재하기 시작하였을 때부터 섭취하여 온 식품이며, 농업의 발전 과정에 따라 야생 동물을 사냥해 획득하였던 것에서 야생 동물을 가축화해 사육함으로써 얻는 방법으로 전환되었다. 또 유기물의 순환과 재활용 과정에서 각 산업에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시키거나 비용을 절감시켜 준다.

축산업이 환경 중립적 산업이라는 것은 아니다. 보고서에 실려 있는 것과 같이 환경에 부담을 주는 부분은 있으며, 보고서에 담겨 있는 것처럼 완화하기 위한 여러 대안과 규제가 계속 만들어지며 완화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손실만을 부각해 작성된 이 FAO의 보고서는 지속적으로 반 축산진영이 축산업을 비판하는 근거로 활용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우리가 살펴본 온실가스 부문과 관련하여 가치사슬 내에서 발생량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한 것은 훌륭한 성과다.

하지만 가치 사실 내에 있는 여러 분야의 온실가스는 농업계, 축산업계가 접근할 수 없는 분야이고, 실제 감축을 위한 노력은 다른 주체가 맡아야 하기 때문에 축산농가 입장에서는 큰 의미는 없는데, 부담만 지게 된 상황이다.

예를 들면 사료 작물의 운송, 축산물의 운송 중 화석연료 사용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 축산물을 냉장, 냉동 보관할 때 전력 사용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 추정을 생각해 보자.

이 분야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 축산업계는 자동차 등을 활용하지 않거나, 냉동, 냉장 물류 시설을 없애는 것이 아니다.

자동차의 에너지 이용 효율을 높이거나 친환경 에너지를 이용하도록 전환하는 것이 궁극적 방법이다. 냉장고와 냉동고도 마찬가지다. 이들 기기의 효율을 더욱 높이고 사용되는 전기도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하는 방법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는 축산업계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수송 분야, 보관 등 냉동, 냉장기술은 범용 기술인 만큼, 관련 산업이 효율화되거나 친환경 기술이 개발하여 해소할 문제라는 것이다.

축산업과 연관산업의 에너지 이용도 마찬가지다. 신재생에너지 기술이 더 발전하고 관련 에너지의 보급이 늘어나면, 화석연료의 사용은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될 것이다.

연관산업의 온실가스 발생량을 축산 분야 발생량으로 합산해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축산업은 사육 분야와 분뇨 처리 과정 중 일어나는 환경 문제에 대응해 어떻게 감축할지를 고민해야 하고 그에 따른 책임도 지도록 하는 게 합리적이다.

축산업은 지역마다 직면한 환경 문제 또한 제각기 다르다. 이를 모든 축산업의 문제로 몰아가는 것도 문제다.

축산업은 보고서를 잘못 인용하는 이들로 인해 실제 환경에 미치는 영향보다 더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를 극복하는 일은 실제 축산농민들이 담당할 수 있는 분야에 있어서는 자구노력에 더욱 힘을 기울이고, 확대 인용되고 있는 부분과 관련하여서는 커뮤니케이션 확대를 통해 해소해 나가야 한다.

 

*본 기사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통권 41호) 2021년 6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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