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천마을은 어떻게 바이오가스발전소를 건립하게 되었나?
원천마을은 어떻게 바이오가스발전소를 건립하게 되었나?
  • 김재민
  • 승인 2021.07.08 16:39
  • 호수 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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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메스
바이오메스

[팜인사이트=김재민 편집장] 


기후변화와 탄소중립, 온실가스 감축, 에너지 전환 등이 새로운 국가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지금 농업 분야도 이러한 새로운 질서에 편입을 준비해야 할 때이지만 막상 농업 분야는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명확히 이야기해 주는 이들이 없는데 현실이다.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수립한 ‘2050 장기저탄소 발전전략(LEDS)’과 ‘2030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NDC)’ 정부안이 2020년 12월 15일 국무회의를 통과했고, 이를 동월 30일 UN에 제출했지만, 농업 분야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 그리고 농업 분야 감축 방안은 무엇인지를 미리 알리지 않았다.

농업 분야 온실가스는 크게 가축의 장내 발효, 가축의 분뇨처리, 벼의 재배과정에서 배출되는데, 이 세 부문에서 어떤 식으로 온실가스를 줄일지에 대한 사전적 논의가 농업계에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상 벼 재배과정 중 온실가스 저감은 작목을 전환하지 않고서는 온실가스 감축이 쉽지 않고, 장내 발효도 가축의 생리와 관련된 것이기에 단기적으로 이를 줄이기는 쉽지 않지만, 분뇨처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온실가스는 처리 공법에 따라 이를 극복할 방안은 여럿 존재하고 있다.

특히 가축분뇨를 혐기성 처리해 바이오가스를 생산하고 이를 활용해 발전하는 바이오가스발전이 유럽에서는 대안이 된 지 오래지만, 국내에서는 각종 민원과 낮은 효율성 등으로 인해 성공사례보다는 실패사례가 많고 진입장벽도 높아 대안으로 제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바이오매스 발전사업 제약 조건 많아

탄소중립을 위한 핵심 인프라로 주목받는 가축분뇨와 음식쓰레기를 활용하는 바이오매스 발전은 이명박 정부 이후 꾸준히 시도되고 있으나 대부분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가동 중단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 많다.

분뇨를 6개월 이상 보관하며 혐기성 발효를 해야 하는 공법상 많은 공간이 필요하지만, 국내 축산농장은 대규모의 설비를 할 만한 부지 확보가 어렵다 보니 농장 단위 설치보다는 공동자원화 시설로 설치 운영되어야 하는데, 대규모 똥 공장이라는 부정적인 인식과 기후 여건에 따른 낮은 발전효율, 낮은 전기료 때문에 일반화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여건을 반전시킨 것은 2015년 시행된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도로 바이오매스 발전을 통해 감소한 탄소를 판매할 수 있게 되면서 낮은 전기수가로 인한 경제성 부분을 조금이나마 극복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 있다.

이제 남은 것은 바이오매스 발전소가 대규모 똥 공장이라는 부정적 인식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할 축산분야 핵심 인프라이지만, 반대로 비 축산농가 입장에서는 혐오시설일 수밖에 없어 농장이 아닌 별도의 부지에 이를 조성하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많은 지자체, 축협, 민간업체 등이 가축분뇨 자원사업을 추진하다가 주민 반대에 부딪혀 좌초한 사업이 수없이 많은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해 양돈장이 밀집된 충남 홍성군에서 가축분뇨를 활용한 바이오매스 발전소가 건립 운영에 들어가면서 새로운 사업 모델로 조명되고 있다.

홍성군은 악취 민원 다발 지역 중 하나로, 가축사육 제한 조례가 강화되는 등 축사 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어느 지역보다 강한 곳이라 바이오매스 발전소 건설 추진 자체가 어려운 지역으로 손꼽히고 있다.

 

결성면 원천마을 주민 에너지 자립마을을 꿈꾼다.

지금까지 바이오매스 발전은 축산농가의 분뇨처리에 방점이 찍혀 있다.

당연히 돼지똥이 모이는 바이오매스 발전소는 경종농가 입장에서는 혐오시설에 불과하다.

1990년대 이후 우리 농축산업은 전문화, 규모화의 길을 걸으면서 공간만 지역 내에 함께 있을 뿐 교류도 점차 줄어들고 공통분모를 찾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 되었고, 축사 등에서 풍기는 불쾌한 냄새로 인한 민원은 매우 오랫동안 누적되어 있어서 축산농가들이 아무리 필요하다 해도 관련한 공공인프라는 물론이고, 신규로 축사를 건설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마을 공동체의 회복에 있었다.

홍성군 결성면 원천마을에서 돼지농장을 운영 중인 이도헌 대표는 홍성 출신이 아니다. 그렇다고 오래전 홍성에 자리 잡은 양돈농가도 아니다. 2011년 양돈장에 재무 투자자로 참여했다가 부도가 난 양돈장을 2012년 얼떨결에 떠맡아 지금까지 그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바이오매스발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이도헌 대표
바이오매스발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이도헌 대표
원천마을 회의는 마을 발전을 위한 여러 결정을 해왔다.
원천마을 회의는 마을 발전을 위한 여러 결정을 해왔다.

외지인이고 어찌 보면 귀농인인 이도헌 대표는 마을 주민들과 원만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오랫동안 도시에서 살아온 이 대표는 원천마을 주민들로부터 받은 환대 그리고 조언 때문에 양돈장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었다. 그렇게 외지인이지만 마을 주민들과 소통하고 또 존중하고 그들 속에 녹아들면서 원천마을의 잠재력을 발견하게 된다.

원천마을 주민들도 상생 의지가 있는 축산인들 때문에 마을 발전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고, 기후변화, 에너지 전환이 필요한 시기 에너지자립 마을로 또 공동체가 회복되는 마을로 발전해 나가자는 종합계획을 수립하기에 이른다.

원천마을은 2013년부터 마을 발전 종합계획에는 지역자원을 활용한 자원 순환농업, 가축분뇨를 비롯한 에너지 작물 등을 활용한 재생에너지 생산, 상업용 태양광의 도입, 발전 과정 중 발생하는 폐열을 활용한 유리온실, 부녀회 중심의 방목돼지 사육, 조롱박 축제 등 지역자원을 상품화하는 6차산업과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을 두루 담고 있다.

2013년부터 다듬기 시작한 마을 발전 계획은 하나둘 현실화 되어, 실제로 에너지자립을 위해 농가주택 등에 태양광이 전 가구에 보급되었고, 상업용 태양광 발전소가 먼저 건설되었다. 원천마을의 다양한 요소들을 경험할 수 있는 조롱박 축제, 마을 부녀회의 소득 사업인 방목돼지, 마을학교 등의 결과물이 만들어졌고 지난해에는 가장 까다로운 양돈분뇨를 활용한 바이오가스 플랜트도 건설을 마쳤다.

지역마다 태양광 발전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나부끼는 지금, 원천마을에서는 상업용 태양광 발전은 물론이고, 더 지역 민원이 많은 바이오가스플렌트 건설을 추진하면서 경종농가와 축산농가와의 갈등을 찾아볼 수 없었다.

같은 시설 다른 목적 다른 주체

지금까지 축산분뇨를 활용한 바이오가스 플랜트 건설은 축산농가의 분뇨처리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당연히 돼지똥이 모이는 발전소는 지역 주민으로서는 혐오시설에 불과해 충돌이 불가피하였다.

하지만 원천마을에서는 바이오가스 플랜트가 기후변화 시대, 가장 시급한 문제 중 하나인 에너지 전환이라는 마을 비전의 일부로 계획되었다.

같은 인프라이지만 목적이 달랐기에 이를 바라보는 시선 또한 우호적일 수밖에 없었다.

추진 주체 또한 달랐다. 바로 마을총회가 사업 전반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리고 주민이 운영 주체가 되었다.

원천마을의 바이오가스 플랜트는 많은 고민의 흔적이 묻어나 있다.

경제성이 없다고 판명 났던 기존 플랜트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기술의 총아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건설비용 또한 다른 플랜트 보다 더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이는 운영 효율을 높여 장기적으로 비용을 낮춰 경제성을 확보하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기술적인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마을이 중심이 되고, 마을 구성원들이 의사결정의 중심이 되었다는 것이다.

농촌지역 신재생에너지와 관련하여 갈등이 많은 곳에서 표출되고 있다. 비단 가축분뇨를 활용하는 바이오가스 플랜트뿐만 아니라. 태양광, 풍력 발전 단지 조성에도 주민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환경친화적 에너지 인프라가 이러한 갈등이 누적되면서 이제는 전혀 환경친화적이지 못한 인프라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핵심은 이러한 인프라가 마을과 마을 주민이 중심이 되지 못하고, 외지인과 기업자본이 중심이 되고, 이러한 인프라를 통해 얻어지는 열매가 마을과 주민들에게 별다른 이익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계획단계부터 마을과 마을 주민이 중심이 된 원천마을의 발전계획수립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누가 주도하느냐가 이 사업의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

 

축산업도 농업이고, 축산농민도 마을 주민이다

축산업은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농업 일부로 여겨졌다.

하지만 시장개방을 앞두고 실시된 경쟁력 강화대책은 농민들이 특정 품목에만 집중하는 전문화 그리고 전업화로 이어지게 하였고, 자연스럽게 경종농업과 축산업으로 다시 경종농업과 축산업도 여러 단일 품목 중심으로 더욱 세분화 전문화 되어갔다.

농업 발전 과정에서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 할 수 있지만, 이러한 전문화, 전업화가 농민 간 공통분모를 축소시키고 이로 인한 연대 의식이 사라지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농지라는 제약을 크게 받는 경종농업과 달리 축산농장은 1980년대 젊은 청년농부들이 중심이 되어 시작되다 보니 자본을 빠르게 축적한 이들이 많지만, 경종농업 대부분은 소규모 영농을 이어가는 연로한 분들이 대부분으로 세대 차이에 빈부격차까지 나면서 더욱 소통을 어렵게 하고 있다.

양돈이나 양계 등 규모화된 품목의 경우 여러 환경문제로 마을 주민들과 갈등까지 겪으면서 마을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인식이 상호 낮아졌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축산업의 발전도, 또 경종농업의 지속가능성도 답보하기 힘들 수밖에 없다.

재생에너지사업, 바이오가스 플랜트 등을 설치하기 위해 주민과 연대해야 한다고 조언을 한다면 이 또한 너무 1차원적 접근일 수밖에 없다.

이 글을 읽고 이러한 결론을 내렸다면 겉만 보고 실체에는 접근하지 못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더 중요한 것은 내 농장의 발전, 내 농장의 분뇨처리가 아니라 마을 전체의 발전, 한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존중이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원천마을 축산농가와 지역 주민 간의 상생과 연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러한 연대와 상생이 모든 지역에서 곧바로 시작되리라 보지 않는다. 상생 의지가 있는 축산농민들이 지역 주민과 꾸준히 교류하며 지역과 마을의 발전을 도모해야 하며, 이러한 공동체에 대한 지자체와 중앙정부의 지원이 곁들여져야 한다.

이러한 자세와 철학이 바탕이 되지 않는다면 결국 누군가가 커다란 경제적 인센티브로 마을 주민을 설득해야만 에너지 전환도, 농촌에 신재생에너지 시설도 설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본 기사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통권 41호) 2021년 6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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