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썰] 젖소의 한우 수정란 이식, 줄일 수 있을까
[팜썰] 젖소의 한우 수정란 이식, 줄일 수 있을까
  • 옥미영 기자
  • 승인 2021.07.23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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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인 문제 없는 현실에서 ‘침소봉대’ 우려

[팜인사이트= 옥미영 기자] 농식품부가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젖소 농가의 한우 수정란 이식과 관련해 지자체에 이식비 지원을 자제하고, 낙농육우협회엔 수정란 이식 자제를 지도해 달라며 공식 요청에 나섰다. 하지만 이미 일부 낙농가들을 중심으로 '부수입원'으로 자리매김한 한우 수정란 이식 사업이 중단되거나 혹은 줄일 수 있을 것인지는 분명치 않아 보인다.

최근 낙농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한 학교우유급식 물량 감소 등 우유소비 감소 영향으로 쿼터가 줄어드는 등 목장의 규모를 늘리는데 한계에 달한 상황에서 원유생산량을 조절하고 다른 한편으론 한우 송아지 매매를 통한 부수입원을 얻기 위해 한우 수정란 이식을 선호하고 있어 정부의 '자제요청'이 받아들여질지 의문이다.

한우농가들 사이에선 사육두수 과잉 기조 속에 업계가 자조금 등을 활용해 미경산우 수급조절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젖소농가들의 한우 수정란 이식 사업이 향후 수급안정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와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수정란’ 자체가 고능력우의 우량 형질을 갖고 있다는 점 그리고 법적테두리 안에서 문제가 없다는 점에서 축산업계 내부에선 무조건 '하지말아야 한다'는 식의 강요나 비난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라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젖소의 한우 수정란 이식은 대부분 수정률이 가장 높은 초산우에서 수정란 이식 사업이 진행되는데, 분만 위험이 높은 초산일지라도 한우에 비해 골격이 크고 비유능력이 좋은 유전 형질을 고려할 때 우량 밑소 생산 등을 주목적으로 생각한다면 한우 수정란 이식은 외려 젖소에 적합하다는 의견 등에 기반한 것이다. 

최근 10년간 수정란 및 수정란 이식 증명서 발급내역(자료: 연도별 종축개량사업보고서 기준, 한국종축개량협회)
최근 10년간 수정란 및 수정란 이식 증명서 발급내역(자료: 연도별 종축개량사업보고서 기준, 한국종축개량협회)

더욱이 현재 축산법에 따르면 한우의 수정란 혈통 및 이식 증명서 발급을 위한 공란우 기준은 '부모대 이상이 혈통등록된 씨암소'로 대상이 매우 편협한 데다, 인공 수정에 비해 많은 비용과 시설을 필요로하고 농가별로 수정란 이식 수태율에 차이가 커서 한우농가들의 대부분은 인공수정을 선호하는 등 수정란 이식은 보편화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종축개량협회가 발급한 수정란 이식증명 건수는 지난 10년간 10만9천여건에 그친다. 이는 대부분의 낙농가들이 선택하고 있는 방식인, '후대성적(등급출현율 등)이 뛰어난 어미소의 난소를 도축장에서 채취해 만든 수정란'과는 분야가 거의 중복되지 않는 사례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우의 수정란 이식 사업은 좀처럼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한우사육농가의 구조 변화로 일관사육농가가 크게 늘어 실제 시장에 출하되는 송아지 두수가 해마다 감소하면서 비육농가들의 송아지 구입이 어려워진 현실 등을 고려할 때 젖소의 한우 수정란 이식을 자제 또는 중단시키는 노력은 송아지 수급 여건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전상곤 경상대 교수가 조사한 가축시장의 한우 송아지 거래두수 현황 및 거래비율에 따르면 한우 송아지 생산 두수는 2019년 기준 90만5889두였지만, 시장에 나온 송아지 거래두수는 35만4천여두로 39.1% 수준이다. 10마리의 송아지가 생산되면 6마리는 자가 밑소로 활용하고 나머지 4마리만 시장에 나온다는 의미다.

이는 2014년 44.5%에서 꾸준히 감소한 것으로 한우농가들의 일관사육 비율이 늘어난 추세를 감안할 때 최근엔 이보다 훨씬 낮아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송아지 가격이 나날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이유는 높은 가격의 한우 지육가격이 절대적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이처럼 실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물량이 줄어든 것도 또 다른 배경으로 꼽힌다.

한우 송아지 생산 및 시장 거래 비율
한우 송아지 생산 및 시장 거래 비율

이같은 상황을 감안해 학계에선 젖소농가의 한우 수정란 이식 사업을 보다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시각으로 들여야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오히려 한계에 달한 한우개량을 농가단위에서 촉진시키는 등 젖소의 한우 수정란 이식의 순기능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최성호 충북대 교수는 "한우농가의 수급조절 사업과 젖소의 한우 수정란 이식 사업이 단편적으로 보면 배치되는 사업으로 인식할 수 있지만, 전체 한우산업적 측면에서 크고 넓게 볼 필요가 있다. (젖소의 한우 수정란 이식으로)한우사육두수는 늘어날 수 있지만, 젖소의 사육두수가 고정된 것 등을 고려하면 고깃소 사육두수는 크게 변화하지 않고 오히려 송아지 가격이 안정화 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같은대학 김관석 교수는 "한우 수정란이식은 종축의 능력 검증과 보급, 두가지 목적을 위한 번식기술인데, 현재 대부분의 한우농가들이 현장에서 제대로 활용하고 있지는 못하고 있다" 면서 "지금의 한우정액 생산과 보급체계에선 농가 단위에서의 한우개량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수정란 이식을 높이는 비법을 알고 있는 젖소농가와 한우농가 협업체계는 한우개량사업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만, 이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닌 고도로 전문성이 요구되는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낙농가의 한우 수정란 이식 사업에 대한 정확한 실태 조사가 없고,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부분에 대한 감정적 대응은 자칫 농가간 갈등을 부추길 수 있고, 자신이 속한 산업의 이기주의로 비쳐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비난과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 보다 실태조사 등을 기반으로 보다 신중하게 문제에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낙농목장의 경우 일정한 쿼터를 납유해야 소득을 얻는 상황에서 전두수를 한우 수정란 이식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위법 행위를 한 것처럼 침소봉대하는 태도는 함께 공존해야 할 축산업계에서 갈등만 깊어질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아산에서 낙농목장을 경영하고 있는 이모 사장은 "한우 수정란을 이식하는 낙농목장이라도 전두수를 작업(수정란)하는것도 아닌데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분위기는 아니라고 본다"고 토로했다.

축산업계 한 관계자 역시 "수정란이식 목적은 개량이고, 젖소농가의 목적은 젖을 짜는것인데 이 둘의 목적이 맞기 때문에 수정란 이식 사업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면서 "수정란 이식은 우량 송아지 생산이라는 상당한 장점을 가졌기 때문에 두수에만 초점에 두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전국한우협회 등 생산자단체는 젖소의 한우 수정란 이식 사업을 예의주시하며 정부에 대책을 촉구하면서도 자칫 농가간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는 부분을 감안,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한우협회 관계자는 "최근 한우사육두수의 공급과잉 기조로 미경산우 비육지원 사업이 진행되는 가운데 젖소의 한우 수정란 이식 사업에 대한 지자체 지원사업이 수정란 이식 사업의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 농식품부에 협조를 요청했다"면서 "젖소의 수정란 이식 사업이 공론화될 경우 농가간 갈등으로 비화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합리적인선에서 사안을 풀어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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