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칼럼] 젖소에 한우수정란 이식 논란에 대한 소고
[편집자 칼럼] 젖소에 한우수정란 이식 논란에 대한 소고
  • 김재민 기자
  • 승인 2021.07.23 11: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팜인사이트= 김재민 편집장] 몇몇 언론에서 한우 수정란을 젖소에 이식하는 것과 관련해 문제를 제기하고, 이와 관련해 한우자조금 민경천 위원장이 수급조절에 해가 된다고 반발하면서 급기야 농림축산식품부가 지자체에 지원사업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하는 등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한우협회가 한우자조금을 활용해 수급조절 차원에서 미경산 한우 비육 지원사업을 하는 상황인데, 한편에서는 낙농가들이 한우 수정란을 이식해 사육두수를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우 사육두수는 2021년 2분기 기준 330만 두를 돌파하면서 한반도에 한우가 사육된 이래 가장 많은 사육두수를 기록하고 있다. 한우의 경우 소의 번식 특성상 수급조절 사업을 시행하더라도 그 효과는 3년 뒤에 나타나기 때문에 한우협회는 2019년부터 조금씩 사육두수를 줄이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한우업계의 수급조절 노력과 사육두수 등을 고려할 때 충분히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상황이다.

 

줄이기도 늘리기도 어려운 복잡한 한우 수급 상황

수급조절 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지만, 현재 한우고기와 한우 송아지 수급 상황을 고려하면 만약 실제로 젖소에 한우 수정란 이식 건수가 축소하거나 중단된다면, 가뜩이나 높게 형성되어 있는 송아지 가격을 더 높이는 요인이 되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

2011~2015년 한우 공급량 증가와 구제역 장기화에 따른 이동금지 조치가 겹치면서 3~4개월 동안 출하를 하지 못했던 송아지가 일시에 쏟아져 나오면서 송아지 가격이 폭락했고, 송아지 가격이 좋지 못하자 중소규모 농가들이 폐업을 결정하면서 번식우가 대거 도축장으로 몰리면서 한우고기 가격도 하락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약 5년여간 지속된 가격 하락에 밑소 기반이 무너지는 경험을 했다.

20만 호 가까이 되었던 한우농가는 소규모 번식농가의 폐업 영향으로 절반으로 감소하였고, 소규모 번식 농가들이 폐업하면서 지금은 한우 송아지 가격이 600만 원대까지 형성되는 상황에 놓여 있다.

한우 가격이 좋지 못했던 2011~2015년 한우 큰 소 가격은 650만 원~700만 원대 형성했는데, 송아지 가격이 600만 원, 큰 소 가격이 1,200만 원에 거래가 되는 어찌 보면 사상 최대 호황을 현재 누리고 있다.

현재 송아지 가격이 높게 형성되면서 60개월 이상 노산우 비중이 매우 높아 가격이 하락 반전되면 시장으로 쏟아져 나올 수 있는 암소 물량도 사상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은 매우 큰 불안 요소 중 하나다.

 

수정란 이식사업의 '득과실'

수정란 이식사업은 한우 암소가 1년에 1마리밖에 후대를 생산하지 못한다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우량 한우의 난자를 수정해서 저능력우에 이식해 우량 송아지 여러 개체를 생산해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를 통해 번식우의 개량을 촉진할 수 있고, 우량 송아지를 많이 확보할 수 있어 개량을 촉진하는 기술로 이용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장기간 개량의 효과로 번식우의 능력 편차가 예전처럼 크지 않아 한우 수정란을 한우에 이식해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매우 제한적이다.
또한 외부에 송아지를 판매하는 농가보다 자체 조달을 하는 일관사육농가가 더 많아지면서 시장에 우량송아지가 유통되는 것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와 달리 낙농의 경우 저출산의 영향으로 국내산 원유 소비가 감소하고 있어서 젖소 송아지의 수요가 많지 않다. 젖소는 약 2.6회분만을 하는데 현 목장 수준을 유지하려면 젖소 한 마리가 1마리의 암송아지를 생산하면 되는 상황이다.

이후 태어나는 송아지는 외부에 판매해야 하는데 모든 낙농가가 사육두수를 유지하는 수준에서 목장을 운영하는 상황에서 젖소 송아지의 외부판매가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가격이 매우 낮고, 결국 잉여 송아지는 육우로 사육되는 경우가 많은데 값이 한우에 비해 낮다 보니 일부 농가들이 한우 수정란을 이식해 수요가 많은 한우 송아지 공급자 역할을 하는 상황이다.

 

수정란 이식 사업의 한우산업 영향 평가

문제가 제기됐으니 이참에 수정란 이식과 관련한 실태조사가 이뤄지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본다.

한우에 한우 수정란을 이식해 생산되는 한우 숫자와 젖소에 한우 수정란을 이식해 생산되는 한우 숫자 등을 파악하고, 국내 수정란 이식을 하는 업체(수의사, 수정사 등) 등은 얼마나 있고, 이들이 연간 어느 정도 수정란을 이식하고 있는지 파악이 되면, 한우 수급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고 있는지도 파악이 될 것이다.

만약 한우 개량 효과는 미미하고, 한우 공급량만 과도하게 늘리는 문제가 있다면 적정한 수준에서 수정란 이식이 이뤄질 수 있도록 연간 쿼터를 도입하는 등의 조치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

이참에 수정란 이식을 하는 업체를 한우 수급조절 사업에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지금처럼 한우 송아지가 부족할 때는 쿼터를 늘려 수정란 이식을 독려해 송아지 공급량을 늘리고, 공급과잉이 우려되면 쿼터를 감축해 생산량을 수급조절에 활용하는 것이다.

한우 수급조절은 결국은 번식을 할 수 있는 암소를 도축하는 사업인데, 암소 도축은 자칫 시장에 쇠고기 공급량을 늘려 가격을 하락시키는 부정적 영향을 항상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수정란 이식을 제한하더라도 암소 도축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으니 홍수 출하와 같은 부작용도 일어나지 않는다.

젖소를 부족한 한우 밑소로 활용하면서 비상시에는 부작용 없는 수급조절 사업이 시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시행하고 있는 미경산 한우 비육 지원사업은 3~4년 뒤에 일어날 수 있는 공급과잉을 대비하는 프로그램이라면 수정란 이식 조절사업은 실제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쓸 수 있는 카드가 될 수 있다.

 

공존‧상생할 수 있는 방안 마련 가능

수급조절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한우업계 입장에서 낙농가들의 한우 수정란 이식이 달갑지 않은 모습이지만, 소규모 번식농가가 사라지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 낙농가와 적절한 협업도 전혀 나쁘지 않다.

다만 지금처럼 무제한으로 수정란을 이식하는 것은 언제 얼마만큼 송아지가 쏟아져나올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만큼, 실태조사, 수정란 쿼터, 수급조절에 협조한다는 전제하에 낙농업계와 한우업계가 공존하는 방법을 찾는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