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영양 분야 혁신 아직 끝나지 않았다
동물영양 분야 혁신 아직 끝나지 않았다
  • 김재민 기자
  • 승인 2021.09.06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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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현장 중심 경영철학 축산농장과 동반성장으로 이어져
[인터뷰] 박용순 카길애그리퓨리나 대표

[팜인사이트=김재민 기자] 카길을 관찰하며 느낀 것은 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규모의 경제, 시장점유율 확대와 같은 물리적 영향력(hard power) 확대보다는 문화적 영향력(soft power)을 중시하는 기업이라는 것이다.

카길애그리퓨리나는 글로벌 카길의 한국 자회사로 애그리브랜드퓨리나와 합병을 통해 태어났다.

글로벌카길의 사업 영역 중에서도 카길애그리퓨리나는 국내에는 동물영양분야에 먼저 진출하면서 오랫동안 국내 축산업계와 협업관계를 이어오고 있고 축산농민들도 배합사료 회사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만큼 동물영양 분야에서 많은 성과를 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국내 배합사료 시장은 치열하다 못해 혼탁하다고 할 정도로 레드오션으로 불류되고 있다. 농장의 규모가 커지며 농가들의 배합사료 유통시장에서 파워가 강해지고 있고, 축산계열화, 브랜드화 등이 추진되면서 배합사료를 내부화하는 경영체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좋지 못한 영업환경 속에서도 국내 배합사료 시장에서 꾸준히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카길애그리퓨리나의 박용순 사장으로부터 치열한 국내 사료시장에서 카길애그리퓨리나 경쟁의 원천에 대해 들어본다.

 

박용순 카길애그리퓨리나 대표.
박용순 카길애그리퓨리나 대표.

영업현장에서 익힌 현장 중심 고격 중심 경영

박용순 카길애그리퓨리나 사장은 대표적인 사료 영업통으로 통한다.

서울대 축산학과를 졸업하고 1993년 애그리브랜드 퓨리나코리아에 입사한 박용순 대표는 영업부서에서 업무를 배우기 시작해 카길과 합병 이후에도 배합사료 영업 관련 업무에 집중해 왔기 때문이다.

고객과의 접점에서 그의 경험은 카길애그리퓨리나가 현장 중심, 고객 중심으로 발전하는 데 크게 이바지한다.

박용순 사장은 영업부서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 영업부장, 전략판매부장, 영업이사, 영업 총괄과 영업본부장 등을 역임하면서 고객농장이 전업화, 규모화로 안착하는데 전사적 역량을 발휘하도록 힘을 기울였고, 2014년 전략마케팅부를 총괄하던 당시 지금은 카길애그리퓨리나의 상징이 된 ‘고객 중심’ 문화를 확장하고 정착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고객 중심이라는 말이 이제는 광고에도 쓰일 정도로 흔한 개념이 되었지만, 배합사료업계는 경영학 전공자보다는 박용순 사장과 같이 이공계인 축산학 전공자들이 중심이 된 조직문화로 인해 이러한 경영 프로그램을 흡수하는데 다른 산업에 비해 뒤처지는 경향이 있는데, 오랫동안 카길이 시행해 온 고객중심 활동을 한 단계 끌어 올려, 고객의 필요를 채우는 것을 넘어 고객이 감동하는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데 역할을 하게 된다.

 

ESG 경영, 사료산업 자체가 환경친화적 산업

박용순 사장은 올 초 사회적 책임 강화를 위한 ESG 경영 프로젝트팀을 출범시켰고, 환경 등 사회적 책임 강화를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질적으로 카길이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것들 중심으로 로드맵을 수립할 예정이고, 적용할 수 있는 것들은 이미 적용을 완료한 상태다.

박용순 사장은 ESG 경영이 기업문화를 한 단계 끌어 올리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사료 사업 자체가 매우 환경친화적인 사업이라는 것을 알리는 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카길애그리퓨리나를 비롯한 배합사료 회사들은 식품 제조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들을 재활용하는 데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식용유를 제조하고 남은 부산물인 대두박, 유채박, 팜박, 옥수수 전분과 요리용 물엿을 만들고 남은 부산물인 단백피, 맥주 등 술 제조과정에서 나오는 주정박, 바이오에탄올 제조 부산물인 DDGS 등을 사료 원료로 활용하고 있다.

배합사료 회사와 축산농장들이 식품산업에서 발생하는 부산물들을 가치있게 재사용하며, 축산물이라는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이다. 배합사료업계와 축산업계의 이러한 역할만으로도 요즘 강조되고 있는 ESG 경영의 주요 축인 환경경영, 녹색경영에 크기 기여하고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고객이 성장하면 카길도 함께 성장

카길애그리퓨리나가 1960년대 한국에 진입한 이후 계속해서 견지하고 있는 것은 ‘고객과의 동반성장’이다.

고객농장이 좋은 성적을 유지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울 때 카길애그리퓨리나도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용순 사장은 많은 배합사료 회사들이 동물영양 분야 혁신은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고 이로 인해 사료 부분의 투자보다는 축산인들의 영역인 가축사육에 진입하거나, 축산물 가공과 유통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분위기와 다르게 박용순 대표이사는 “동물영양 분야 혁신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동물영양 분야 신기술의 개발과 현장 적용을 통해 고객농장의 성장을 도울 수 있고, 사업을 다각화하지 않고 동물영양 분야에 집중하면서도 카길은 성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구제역과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하고, 축산농장의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과거처럼 농장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없는 게 현실이지만, 현장을 중히 여기는 박용순 사장의 경영철학은 확고하여 더욱 농장에 들어가 관찰하도록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대표이사 취임 이후부터 ‘농장 속으로 2.0’이라는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는데, 이러한 노력은 고객농장의 문제를 찾아내 개선하는 성과로 이어지면서 오랫동안 거래처를 바꾸지 않는 장기거래 고객의 수가 늘어나는 결과로 돌아오고 있다. 즉 사육분야 등 연관산업 진출 없이 본질에 충실한 전략은 고객 성장과 함께 카길의 동반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제 곡물가 상승 리스크 생산성 향상으로 극복

국제 곡물 가격, 해상운임, 환율 등 사료 가격을 결정하는 요인들이 모두 상승하면서 사료 가격을 계속 인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와 있다.

카길애그리퓨리나는 앞서 서술한 것처럼 고객과 함께 성장한다는 경영철학을 고려한다면 생산비 상승으로 어려움에 부닥친 농가들에 어떤 식으로든 극복할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보통 국제 곡물 가격이 상승하면 대부분의 기업이 어떻게 하면 가격을 낮출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지만 그렇게 접근하면 결국 저가 원료를 사용하면서 사료의 품질을 낮출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박용순 사장의 전략은 사뭇 다르다.

원료가격 상승기에는 사료 가격을 낮출 방법이 없는 만큼, 그럴수록 기본에 충실한 제품을 생산하고, 농장도 기본에 충실한 농장 운영을 통해 이를 극복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사료 가격 상승이 전망될 때마다 카길애그리퓨리나는 전사적으로 고객농장의 생산성 향상을 통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컨설팅을 강화한다고 한다.

이를 위해서 사료 회사가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사료의 품질을 어떤 식으로든 유지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미국산 옥수수 품질이 좋지 않아 사료 품질이 크게 낮아지는 현상을 국내 양축가들 전체가 경험한 바 있다. 카길은 이러한 위험을 낮추기 위해 주요 사료 원료 구매처를 미국으로 한정하지 않고 있다.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남미 등 다른 수입처를 유지함으로써 사료 품질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힘을 쓰고 있다.

2019년~2020년 미국산 옥수수가 문제가 됐을 때는 미국산 도입물량을 축소하고 남미 등에서 도입물량을 늘려 품질 문제를 극복한 바 있다.

박용순 대표는 과거 20~30년간의 곡물 가격 변동과 돈가 흐름을 분석을 해 보았더니, 사료 가격이 오르면 시차를 두고 돈가 등 축산물 가격이 상승하는 패턴을 보여왔다고 밝혔다.

최근 20~30년간 사료 가격과 돼지고기 가격 추이를 살펴본 결과 사료 가격은 매달 kg당 1.18원 상승했지만, 돈가는 8.59원이 상승하였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단기적 사료 가격 조정은 위험 요인이 아니라고 밝혔다.

농가들이 사료 가격 조정기에 생산성 향상을 통해 조금만 버텨내면 더 큰 수익을 올릴 수 있고, 실제 카길애그리퓨리나 고객들은 그렇게 더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인재 양성 동반 성장의 핵심

카길은 고객농장과 상생을 기본으로 하는 기업문화가 결국 매출 증대로 이어졌다. 고객과의 동반 성장이라는 전략은 고객 감동으로 이어지며 기업의 성장까지 이뤄내는 선순환을 이뤄냈다.

여기에 카길애그리퓨리나 문화재단을 통해 축산업과 사료 연관 산업 기술 발전을 지원하고, 축산인재 양성을 위한 여러 지원과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08년 출범한 환경 솔루션 팀을 중심으로 녹색경영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축산을 위한 친환경 기술 개발, 온실가스 감축 등 친환경 사업 컨설팅 등에서 국내 축산 관련해 어떤 기업보다 앞서 나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박용순 사장은 지금까지 해온 녹색경영에 더해 환경 관련 전문가 양성에 더욱 힘을 쏟고 있다. 이를 위해 동물사양 관리에 특화된 컨설턴트 중 일부를 선발해 환경 관리 전문가 과정을 운영해 축산 환경전문가로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2019년 11월부터 2020년 6월까지 7개월여 동안 과정을 운영했고, 환경 컨설팅이 고객들로부터 호평을 받으며 신청자가 늘어나며 2020년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2기 수료생을 배출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환경규제에 농가들이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 속에 카길은 농가들과 접점에 있는 컨설턴트들이 환경 대응 능력을 갖추도록 함으로써 신속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처럼 카길애그리퓨리나의 소프트 파워의 원천은 고객 만족이라는 경영철학을 실천할 수 있는 인재에 있었다.

과거 동물영양 분야 독보적 기술력과 컨설팅 능력으로 고객 감동을 끌어냈다면, 이제는 농가들이 필요로 하는 유통, 환경 등으로 컨설팅 영역을 확대하면서 동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본 기사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2021년 7~8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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