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분야 외국인 노동자 수급 문제와 개선방안
축산분야 외국인 노동자 수급 문제와 개선방안
  • 김재민 기자
  • 승인 2021.09.07 10:05
  • 호수 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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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인사이트=김재민 기자] 2019년 8월 31일 tvN 예능 프로그램인 ‘일로 만난 사이’는 그동안 우리 미디어가 외면해 왔던 우리 농촌의 외국인 노동자 실태를 여과 없이 보여주었다.

그동안 우리 미디어는 우리 농촌과 농업에 종사하는 농민들의 고단한 삶을 조명하는 프로그램이 주를 이루었다.

가장 농촌을 자주 소개하는 지상파 방송의 ‘6시 내 고향’ 부류의 프로그램은 스타들이 농촌을 찾아 농작업을 체험하며 농민들과 소통을 하고 지역 농특산물을 홍보하는 식으로 구성되는데, 정작 우리 농촌에 깊숙하게 들어와 있는 외국인 근로자의 존재는 감추는 게 공식처럼 이어졌다.

하지만 우리 농촌에는 2006년 이후부터 외국인 노동자들이 농업 노동을 상당한 부분을 감당하기 시작했고, 농촌이 고령화되고 또 규모화되어가면서 외국인 노동자 의존도는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2019년 8월 31일 tvN의 ‘일로 만난 사이’에서는 외국인 근로자를 고구마 농장의 일원으로 소개하면서 실제 농촌의 모습과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줬다.

우리 사회가 저출산에 고령화로 이어지면서 2000년대까지 농업인들을 도왔던 고령의 농업노동자들이 대부분 은퇴하였고, 그 빈자리를 외국인 노동자들이 바통을 이어받은 상황이다.

 

일로 만난 사이라는 예능프로에서 우리 농촌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가 자연스럽게 조명되었다.

코로나19 우리 농업 노동의 민낯 보여

2020년에 이어 2021년에도 우리 농촌은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외국인 근로자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나마 상시 고용을 하는 축산농장이나 대규모 시설원예 농장의 경우 기존에 고용했던 인력을 유지하며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노지 농업의 경우 특정 계절에 일손 대부분이 필요한데 그에 맞춰 외국 인력이 국내로 들어오지 못하면서 노임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등 부작용을 드러냈다.

기계화가 상당한 수준에 올라와 있는 벼농사와 달리 대부분의 노지 농업은 기계화율이 매우 낮은데, 농민들이 적은 농지만을 확보하고 있고, 작목전환도 수시로 이어져 특정 품목에 대응하는 전용 농기계의 보급이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고령화되고, 기계화도 쉽지 않은 품목의 경우 노동력에 의존해야 하는데, 그 빈자리를 외국인 노동자가 대신하고 있으며, 외국인 근로자가 없이는 농사가 아예 불가능한 상황에 놓여 있다. 여기에 경직된 외국인 고용 관련 법률로 인해 숙련된 농업노동자 대부분은 불법 체류자인 경우가 많은 상황이다.

농업 분야 외국인 노동자 제도

국내 운영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 정책은 고용허가제와 계절근로자제로 이원화되어 운영되고 있다.

고용허가제는 2004년부터 시행된 제도로 1년 이상 근무를 하는 상용근로자 대상 제도다. 고용허가제의 취업 기간은 3년으로 제한되며 사업주가 원하는 경우 1년 10개월까지 연장할 수 있다. 외국인 고용허가제에 따라 국내로 취업하는 외국인은 E-9 취업 비자가 발급된다.

농업 분야에서는 축산, 시설원예, 버섯처럼 상시 근로를 필요로 하는 품목이다.

계절근로자제는 특정한 계절에 일손이 집중적으로 필요한 노지 농업을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계절근로자제는 괴산군에서 시범사업으로 처음 시행하였고 2017년 본사업으로 확대되었다. 75일 이상 90일 이하 동안만 일하고 출국하는 제도로 주무 부처는 법무부이지만 실질적으로 지방자치단체체가 관리하고 있다.

축산분야 외국인 노동자 제도 문제점

축산분야 외국인 노동자 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수요와 비교해 배정되는 인력 쿼터가 매우 적다는 데 있다.

아래 표는 국회입법조사처와 한국농촌사회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농촌 지역의 외국인 근로자 고용 실태와 과제’라는 토론회에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엄진영 박사의 발표 자료로 농업 부문에 할당되는 외국인 근로자 쿼터가 증가하고 있기는 하지만 수요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축산부문 외국인 근로자를 가장 많이 고용하는 품목은 양돈인데 국내 6,000여 호 양돈농가 대다수가 중소규모의 경우 2~3명, 중대형 농장의 경우 5명 이상을 상시 고용하고 있으나 농업분야 전체 배정된 인원이 2014년 되어서 6000명을 넘어선 것을 보면, 양돈 한 품목 수요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임을 알 수 있다.

한우의 경우 300두 이상 농가, 낙농의 경우 착유우 50두 이상 농가의 경우 농장 주 이외의 노동력이 적어도 1명 이상 필요하고, 이외에도 양계와 오리 등의 품목까지 합한다면 축산부문만 어림잡아 최소 3만 명 이상의 상시 고용인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2016년 기준 고용허가제를 통해 합법 고용하는 농업쪽 외국인 근로자가 3만 명 미만이고 축산뿐만 아니라 시설원예와 버섯 등의 품목에서도 고용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축산분야만 2~3만 명의 외국인 노동력은 불법 체류자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외국인 근로자가 수요보다 턱없이 부족한 이유는 정부가 일력의 수급에 따라 외국인 노동력 쿼터를 정하는 게 아니라 국내 노동력의 취업 시장까지 함께 고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랜 기간 저출산으로 노동가능인구가 계속 감소하고 있어 농업분야 취업을 꺼려하고 있고, 더군다나 농촌의 경우 농민의 고령화로 고강도의 농작업은 외부인력에 의존해야 상황이다. 또한 농장의 규모는 점점 대형화 추세여서 외국인 근로자의 안정적인 확보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숙련 외국인 노동자의 수급 문제다.

E-9 취업 비자를 받고 들어온 농업 부문 외국인 노동자의 경우 최대 4년 10개월밖에 합법적으로 일할 수 없어서 어느 정도 일의 숙련도가 올라가면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다. 농장 입장에서는 업무 숙련도가 높은 노동자를 이제는 합법적으로 고용할 수가 없으므로 결국은 불법체류 외국인을 고용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로 인해 축산부문은 많은 수요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근로자 신청 건수는 다른 품목에 비해 크지 않은 상황이다.

 

외국인 근로자의 업무 숙련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취업 당시 농업 노동 경력이 있는 사람을 우대해야 하는데 그러한 조건이 없고, 그렇다면 국내 입국시 곧바로 농장으로 보내는게 아니라 어느 정도 소양교육은 실시해야 하는데, 교육도 매우 형식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현재 농협중앙회가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노동자에 대해 취업 교육을 시행하고 있으나 16시간 한도로 언어교육, 근로조건, 안전수칙 정도의 교육을 하고 있을 뿐 실제로 직무와 관련한 영농작업 교육은 따로 실시하지 않고 있다.

최소한 농업 관련 노동자로 입국했다면, 농업 취업 경험 등이 있는 사람으로 한정을 하고, 필요하면 품목에 맞는 영농교육이 시행되어야 하는데 결국은 배정된 농가에서 교육을 시행하고 있으며, 이 같은 비전문성으로 인해 실제 현장에서는 영농경험이 풍부한 불법 체류 외국인 근로자가 선호되고 있다.

시사점 및 제언

현재 우리 농촌 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는 내국인 농업노동자를 대신하는 보완적 존재가 아니다. 고령화된 농업인, 점점 규모가 커지는 농장에서 주된 고용인력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 인력이 모자라 해외 인력을 채용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현재 고용허가제는 축산 현장의 인력 수요에 대응할 수 없는 구조이기에 불법 체류자가 중심이 되는 음성적 고용시장으로 변질하고 말았다.

현행 법무부는 중소기업과 농업계 등의 인력수급 문제를 고려해 불법 체류자, 불법 취업 외국인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도 운용에 있어 현실을 반영해 불법 체류자를 적극적으로 찾아내어 본국으로 송환시키는 일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의 정책 기조에 따라 자칫 축산 인력수급 전체가 흔들릴 수 있는 사항으로 현실을 반영한 고용허가제 제도를 손볼 필요가 있다. 정부가 노지 농업의 특수성을 반영한 계절노동 비자를 발급하고 있는 것처럼 축산분야 고용허가제 또한 손볼 필요가 있다.

축산분야 고용허가제 인력의 체류 허용 기간을 최대 5년으로 늘리고, 숙련 노동자의 경우 취업 이민(미국의 영주권 제도)을 가능하게 하는 등의 제도 도입이 필요해 보인다.

고용허가제 입국 노동자의 경우 영농경력 등의 조건을 부여해야 하며, 또한 형식적인 교육에서 벗어나 각 축종에 맞는 축산기술 교육을 받고 현장에 투입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현재 농업인 교육을 담당하는 농업기술센터, 농협연수원 등을 교육기관으로 지정할 수도 있고, 농촌진흥청이나 시도농업기술원 등이 개도국과 농업 기술협력 차원에서 연수생들을 모집해 교육하고 영농 현장으로 파견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축산분야 또는 농업 관련 인력을 전문적으로 관리하고 중계하는 인력회사를 축산단체 또는 농업단체 중심으로 설립해 운영하는 방안도 고민해 볼 수 있겠다.

*본 기사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2021년 7~8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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