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물 수급조절협의회 합리적 운영 방안
축산물 수급조절협의회 합리적 운영 방안
  • 김재민 기자
  • 승인 2021.09.07 10:15
  • 호수 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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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물 수급조절협의회 메신저 역할 충실해야!
한육우 수급조절 소협의회, 잇따른 ‘비공개회의’는 잘못된 결정
수급조절 시기, 수단, 재원 등에 관한 사항 담은 후속 입법도 필요

[팜인사이트=김재민 기자] 그동안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훈령에 따라 운영되었던 축산물 수급조절협의회가 2020년 3월 24일 축산법 개정을 통해 법제화가 이뤄졌다.

위원회의 법적 근거가 마련된 만큼 축산업계에서는 실효성 있는 협의회로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동안 법적 근거 없이 협의회가 운영되다 보니 축산물 수급조절 사업은 정부의 재량에 의해 실시되면서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선제적으로 수급조절 사업을 실행하면 축산물 가격 진폭을 낮출 수 있지만, 축산물 가격이 크게 하락한 이후에 실시되는 경우가 많아 비효율을 낳았고, 법적 지위를 갖지 못하다 보니, 협의회를 통해 결정된 사안도 몇몇 품목의 경우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제19조 부당한 공동행위 금지 조항에 저촉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였다.

수급조절협의회의 구성 및 목적

축산물 수급조절협의회는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소속으로 가축 및 축산물의 수급조절과 가격안정과 관련된 중요 사항에 대해 장관 자문이 가장 큰 역할이다.

주요 자문 내용을 살펴보면

1. 축산물의 품목별 수급 상황 조사ㆍ분석 및 판단에 관한 사항

2. 축산물 수급조절 및 가격안정에 관한 제도 및 사업의 운영ㆍ개선 등에 관한 사항

3. 축종별 수급 안정을 위한 대책의 수립 및 추진에 관한 사항

4. 그 밖에 가축과 축산물의 수급조절 및 가격안정에 관한 사항으로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자문하는 사항 등이다.

수급조절협의회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한 15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하며, 위원은 가축 및 축산물의 수급조절 및 가격안정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과 관계 공무원 중에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임명 또는 위촉한다. (축산법 제32조의4 축산물 수급조절협의회의 설치 및 기능 등)

또한 효율적인 심의를 위해 축종별 소위원회를 둘 수 있도록 하였다. (축산법 시행령 제16조7)

기대효과

축산물 수급조절협의회가 2021년 3월 25일부로 공식발족하게 되면서 가장 기대가 되는 것은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식의 대책이 세워지는 일은 줄어들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축산법 제1조에는 ‘가축과 축산물의 수급조절, 가격안정’을 축산법 제정 목적으로 설명하고 있으나 실제 수급조절과 관련한 구체적인 법률 내용은 담겨 있지 않았다.

이는 1999. 1. 29 축산법 전부개정 되는 과정에서 축산물의 수급조절을 위해 유지해오던 규제들이 축산업의 경쟁력을 약화한다며 폐지하였기 때문이다.

당시 주요 법률 개정 내용을 보면 가축의 교배 제한 및 거세, 일정 규모 이상의 축산업에 대한 등록·허가제, 사육두수의 감축 명령 및 초과 사육 부과금의 부과, 수매비축사업자의 지정 및 가축 도살의 제한제도 등을 폐지하였으며, 이를 축산농가의 자유로운 양축 활동을 보장하고 축산물 수입 개방 등의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당시 축산법 제8조, 제12조, 제27조, 제30조, 제33조 및 제34조 삭제하게 된다.

축산물이 부족할 때는 가축사육을 장려하고, 늘어났을 때는 가축 사육두수를 감축할 수 있는 여러 수단이 사라지면서 축산물 수급조절 사업은 정부의 재량에 의해 실시될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 공급이 과잉되어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거나, 공급이 부족하여 축산물 가격이 비정상적인 수준까지 올랐을 때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게 되는데, 이미 수급 상황이 시장에 반영된 이후 정부가 개입하면서 수습하는 데 큰 비용이 들고, 개입 효과도 매우 제한적이거나 오히려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시장의 실패 어떻게 막을 것인가?

최근 한육우소위원회는 한우 경산우비육 지원사업 추진을 의결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우 사육두수가 320만 두를 돌파하고 암소의 도축 비율이 하락하면서 2022년, 2023년 공급 예정 물량이 시장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우 송아지와 큰 소 가격이다. 한우 수요의 증가로 한우 공급량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매시장 경락가격과 우시장에서의 송아지 경매 가격이 사상 최대치를 계속 갈아치우고 있기 때문이다.

농가들이 미래의 소득을 포기하고 전체 한우 가격을 안정을 위해 지금의 이익을 포기해야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때 문에 수급 조절사업에 참여하는 농가에 소정의 지원금이 지급되는데, 워낙 소액이다 보니 농가들의 협조가 말처럼 쉽지 않다. 2년 전부터 시행 중인 미경산우(한우 암송아지)비육 지원사업도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암소나 암송아지를 비육해 도축하면 1,000만 원 내외의 소득을 올리게 되지만, 송아지를 번식용으로 계속 사육할 때 경산우의 경우 매년 500만 원 내외의 소득을 계속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한우 가격안정을 위해서는 농가들이 수급 상황을 자세히 검토해 번식우 숫자를 적절히 조절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통 쇠고기의 경우 10~12년 주기로 공급량이 정점을 달하게 되는데, 반복된 수급 상황을 고려해 농가들이 번식 가능한 암소 숫자를 조절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 농촌경제연구원 관측센터에서 수급 상황 등을 고려한 정보제공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정보제공에도 불구하고 사육 숫자가 조절되지 않으면 정부의 시장개입이 적절한 시기에 이뤄져야 한다.

시장에 신호를 보내야!

농촌경제연구원이 시행하는 관측사업을 통해 한우농가를 비롯한 한우 유통경로에 있는 수많은 유통 주체들은 앞으로의 행동을 결정할 것이다.

예측 자료를 고려해 사육두수를 늘릴 것인지, 감축할 것인지, 비육농가는 지금이 송아지를 들여다 키울 타이밍인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수급조절 위원회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이번에 의결한 것처럼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시기나 방법 등을 의결하는 일도 매우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장에 앞으로 어떻게 각 주체가 행동해야 하는지 신호를 보내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

은행 금리를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진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 매월 둘째, 넷째 목요일에 정기회의를 개최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수시로 임시회의를 개최하는데, 금리의 인상과 인하 등을 갑작스럽게 단행하는 일은 거의 없으며, 보통은 1~2년 전부터 앞으로 언제쯤 금리를 인상하거나 인하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발표하면서 시장 참여자들이 이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한다.

만약 6월 금통위 회의에서 금리 인상 필요성이 처음 제기됐다면, 금리는 이르면 내년 6월 늦으면 내년 연말쯤 금리 인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신호이다.

이처럼 수급조절협의회의 활동도 마찬가지다. 아무런 신호도 시장에 보내지 않고 가축 사육두수를 늘리거나 줄이는 결정을 하는 게 아니라 1~2년 전부터 꾸준히 시장에 신호를 보내는 역할을 협의회가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얼마나 중요한 결정을 하길래 ‘비밀’

5월과 6월에 개최된 한육우소위원회는 비공개로 진행되었다.

보통 비공개 진행은 외부에 의사결정 과정이나 결정된 내용이 알려지면 안 되는 경우로 한정해야 한다.

그런데 한육우소위원회는 한육우 사육두수를 감축을 추진하고 있으므로 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할 게 아니라 공개해 농가들이 향후 일어날 수급 변동에 따른 가격 변동 위험을 알려야 한다.

한육우소위원회는 회의 자체를 비공개로 하였을 뿐만 아니라 회의 결과도 공개하지 않았다.

구체적 의사결정 과정을 공개하는 게 부담스럽다면, 회의 전 위원장 등 주요 인사들이 모두 발언 형식으로 수급 상황을 알 수 있도록 하고, 이후 회의 내용을 브리핑하거나 보도자료로 공개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축산물의 수급과 관련된 사항도 결국은 경제주체들의 행동에 따라 악화하기도 하고 완화될 수도 있다. 축산물 수급조절협의회는 경제주체들이 합리적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메신저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수급조절 사업의 정책시차

정책시차(policy lag)란 어떤 경제정책을 시행해야 하는 원인이 발생해 이에 대응한 정책을 수립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과 이후 수립된 정책이 실제로 집행되어 정책효과가 나타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한다. 전자를 내부시차(inside lag)라 하고 후자를 외부시차(outside lag)라고 한다.

수급조절 사업도 한우 가격안정을 위한 경제정책으로 당연히 정책시차가 발생한다.

이 정책시차를 고려하지 않으면 적기에 수급조절 사업이 시행되지 못하면서 많은 비효율과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다.

정책시차를 단축하는 게 좋겠지만, 최소한 단계별로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는지 알고 있어야 수급조절 사업의 적절한 시행 시기를 정할 수 있게 된다.

내부시차 줄이기

내부시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언제 시장에 개입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과거 수급조절 사업은 가격을 기준으로 삼았는데, 가격은 수급 상황의 결과이기 때문에 가격만을 놓고 실시했던 수급조절 사업은 큰 비용을 쓰고도 비효율과 여러 부작용을 가져왔다.

가격보다는 사육 마릿수, 공급량 및 전망 자료, 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게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보인다.

즉 사육 마릿수는 어느 정도, 공급량은 어느 수준일 때 수급조절 사업을 시행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매년 이를 소비수준을 고려해 새롭게 설정한다면 공감대 형성에 많은 시간을 허비할 이유가 없다.

내부시차를 줄이는 데 수급조절 방법의 확립도 중요하다. 공급 과잉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암소 숫자를 적절한 수준에서 머무르도록 해야 하는데 과잉일 경우 미경산우비육 지원사업, 경산우비육 지원사업이 여기에 포함될 것이다.

만약 공급이 부족하다면, 다산우 지원사업, 극단적일 때 암소 도축 제한과 같은 프로그램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각 상황에 따라 어떤 프로그램을 사용할지 미리 정해 놓는다면 내부시차를 상당량 줄일 수 있게 된다.

외부시차 줄이기

미경산우비육이나 경산우비육을 통해 사육두수를 감축하는 사업의 경우 수급조절을 결정한다고 해서 바로 집행이 되는 것은 아니다.

수급조절 사업에 참여할 농가를 모집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이 수개월 동안 이어지고, 또 암송아지의 경우 30~35개월, 경산우도 3~6개월 정도 비육을 하는 기간이 필요하므로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여기서 비육기간은 상품화 과정이기 때문에 줄이는 것은 물리적으로 어려운 만큼, 사업 참여 농가를 모집하는 시간을 줄이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수급조절 사업 대상 농가를 미리 선정하는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

무·배추 수급조절 사업은 수급조절위원회 운영, 계약재배, 수매비축, 산지 폐기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계약재배를 통해 무·배추가 적정량 이하로 재배되는 것을 막고, 확보된 물량 중 일부를 수매비축함으로써 2~3개월 뒤 발생할 수 있는 공급 부족을 대비한다.

또한 작황이 좋아 공급이 과잉될 때 수매 및 비축물량을 확대해 산지와 격리되는 물량을 증가시키고 그래도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측되면 산지 폐기 사업을 진행한다.

여기서 핵심은 계약재배이다.

농협과 aT 등이 농가와 계약을 통해 물량을 어느 정도 확보해 두었기 때문에 신속한 집행이 가능하다. 외부시차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우도 수급조절 사업에 참여할 농가를 상황 발생 때 매번 모집하는 대신 미리 수급조절 사업 참여 농가를 지정함으로써 집행 속도를 높여야 한다.

제언 및 시사점

한육우 수급 변화는 다른 품목과 달리 장기간 사육을 해야 하고, 번식 특성 때문에 장기 간에 걸쳐 천천히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

즉 수급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와 가격에 반영되는 시기가 달라 가격만을 가지고 수급조절 사업을 진행했다가는 큰 비효율이 발생함을 그간 경험을 통해 터득했다.

이러한 특성을 고려해 관측사업, 수급조절협의회 등을 통해 장기 수급 전망을 시장에 지속해서 전달하고, 시장 참여자들이 합리적 행동을 유도해야 한다.

또한 수급조절 사업에서도 정책 시행 시차가 크게 나타나기 때문에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서 시차를 표준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급조절 시기, 방법, 대상 등을 미리 확정해야 한다.

정부의 재량에 맡겨져 있는 사항을 법제화를 통해 불확실성을 제거해야만 한다.

마지막으로 수급조절 사업이 시행되기 위해서는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뒤따라야 한다. 수급 조절용 자금을 어떻게 조성하고 어떻게 집행할지에 대한 합의가 없다면, 앞에 수많은 제언도 공염불에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본 기사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2021년 7~8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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