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화우산업 탐방기1] 한우산업과 닮은 듯 다른 일본의 화우산업
[일본 화우산업 탐방기1] 한우산업과 닮은 듯 다른 일본의 화우산업
  • 옥미영 기자
  • 승인 2018.09.17 1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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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우산업 농가수·사육두수 급감... 日정부 대책 마련 부심

[농장에서 식탁까지 옥미영 기자] 가깝지만 먼 나라. 이웃 일본을 말할 때 가장 흔하게 쓰는 말이다. 지리적 여건으로 볼 때 우리와 가장 가깝게 위치해 있으면서도 역사적 진실들이 뒤엉켜 마냥 가깝지만은 않은 나라. 일본이다.

일본에 대한 한국인의 정서는 '불편하다'는 것이 사실이지만 간혹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일본은 GDP 규모가 4조8412억 달러에 달하는 세계 3위의 경제 대국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애당초 우리를 훨씬 앞서 있는 일본과 한국의 여건, 제도 등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일지 모른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일본을 통해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얻어내고자 부단히 애를 쓰고 있다.

일찌감치 세계 각국에 화우고기를 수출하고 2중, 3중의 농가 소득 보장 안정장치가 마련된 화우산업도 마찬가지다.

알려진 것처럼 우리 고유의 소인 칡 소가 일본에 건너가 검은색 화우(和牛)의 조상이 되었다는 점에서도 한우산업과 화우산업에서 공통분모를 찾곤 한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일본의 화우산업은 한우산업과는 대내외여건과 현실이 매우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국회 농어업정책포럼 한우분과소위원회(위원장 이근수) 주관으로 9월 3일부터 7일까지 4박 5일간 돌아본 일본 화우산업의 현황과 제도를 소개하고 한우산업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일본 화우의 대표적 품종인 흑모화우.
일본 화우의 대표적 품종인 흑모화우.

 

한우산업과 닮은 듯 다른 일본의 화우산업

일본의 육우산업은 일본의 고유 품종인 화우를 비롯해 교잡종(F1)과 홀스타인 숫소 등 유용종 육우로 생산기반이 조성되어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와 사육규모가 엇비슷한 비육우산업과 달리 젖소 사육두수가 우리의 2.5배 가까운 130여 만두에 달하면서 적지 않은 양의 젖소 수소고기가 생산되고 있기 때문인데 현재 홀스타인 육용우(젖소 수소)는 화우에 이어 일본에서 두 번째로 많은 양의 쇠고기를 생산하고 있다.(2017년 기준 국내 쇠고기 생산량의 28% 점유).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2018년 2월 현재 육용우 사육두수는 총 251만4천두로 이 가운데 화우 사육두수는 170만1천두로 전체 사육두수의 67%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는 젖소에 화우정액을 넣어 생산한 교잡종과 홀스타인 수소가 각각 51만7천두, 29만5천두 등 81만 3천두가 사육되고 있다.

일본의 육용우 총 사육두수는 2010년 289만두 수준에서 화우와 육우 모두 감소해 2016년 247만9천두까지 하락했다.

다행스럽게도 암소를 중심으로 최근 3년간 증가세를 나타내면서 일본 정부가 크게 고무된 모습이다.

일본은 65세 이상 농가가 차지하는 고령화 비율이 우리보다 10%P 높은 66%에 달하면서 해마다 사육농가수가 감소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대부분의 육용우 사육농가가 전업 규모에 해당하면서 2018년 2월 현재 농가의 호당 사육규모는 52마리로 증가했지만 사육농가는 우리의 절반 수준인 4만8천호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번식농가는 4만1천농가로 역대 최소 수준까지 감소한 상태다.

규모가 작고 영세한 번식우 농가의 감소는 송아지 공급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2016년 10월 흑모화우의 평균 송아지 거래 가격이 우리 돈으로 무려 851만4천원까지 뛰었고, 교잡종 송아지 가격역시 같은 기간 419만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송아지 생산기반 위축으로 2015년 번식우 사육두수가 58만두까지 감소했기 때문이다.

결국 일본 농림수산성의 육용우 정책은 번식기반 강화에 집중됐고 2015년 바닥을 찍은 암소 사육두수는 증가세로 반전돼 2018년 61만두 수준까지 회복했다.

호시노 와쿠 농림수산성 축산경영안정대책실장은 “생산기반을 안정화하기 위해 지자체와 연계한 송아지 생산 외부 공급 시스템 구축과 젖소의 수정란 이식 사업, 번식농가 입식 지원 사업 등을 도입했고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암소 사육두수가 2015년 최저점을 찍은 이후 3년간 증가세로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자료:일본 농림수산성. 2018년 2월 1일 현재. 번식암소와 비육우를 함께 사육하고 있는 경우(일관사육)도 있기 때문에, 양자의 사육호수는 육우사육호수와는 일치하지 않는다. 비육우는, 육용종의 비육용 소와 유용종의 합계이다.
자료:일본 농림수산성. 2018년 2월 1일 현재. 번식암소와 비육우를 함께 사육하고 있는 경우(일관사육)도 있기 때문에, 양자의 사육호수는 육우사육호수와는 일치하지 않는다. 비육우는, 육용종의 비육용 소와 유용종의 합계이다.

송아지 생산 기반을 사수하라

큰 소 및 송아지 가격의 동반 상승으로 한우산업의 과잉 열기를 우려하고 있는 우리와 달리 일본은 생산기반 유지와 확대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송아지생산안정제나 비육우 경영안정제 등 2중 3중의 견고한 안전장치가 마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령화 등 산업에서 자연 이탈하는 농가의 감소분은 정부에서도 손을 쓸 수 없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번식을 전담으로 하는 농가 수는 2010년 6만3900호로 정점을 찍은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2015년 결국 5만호 선이 무너졌고, 2018년 2월 현재 4만1800호까지 감소했다.

후계 농업인과 청년들을 농업분야로 유입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청년 농업인들을 대상으로 취농 및 교육과 연수프로그램 등 다양한 지원정책을 추진하면서 나름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지만 축산분야로의 유입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본 농림수산성 취업·여성국에 따르면 40세 이하의 농업분야 종사자는 2010년 30만6천명에서 2016년 31만6천명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2023년 목표치를 40만명으로 늘려잡았다.

하지만 신규 농업인들의 취업인구는 대부분 쌀농사에 국한되어 있다. 일본 정부에 따르면 신규 유입 인구의 약 58%가 미작에 집중된 반면 축산인구로의 유입은 4%에 불과하다.

때문에 현재 일본 정부는 생산기반 유지를 위해 외부에서 송아지를 생산·공급할 수 있는 축산 클러스터 사업 시스템 구축과 젖소의 화우 수정란 이식 사업, 빈 우사에 송아지를 입식하는 대부 사업과 임대사업 등을 활발히 추진 중이다. 특히 ICT산업을 축산에 접목시켜 고령화에 따른 사육 농가 감소에 대응한 생산기반 유지를 위해 적극 활용되고 있는 가운데 번식우들의 공태일수를 최소화하고 송아지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암소 자동 발정감지기와 분만감시기, 송아지 자동 포유급이기 등을 개발, 농가의 보급을 확대하고 있다.

늦은 시간의 소 발정은 감지가 어려웠으나 발정발견기기는 소 발정이 자동적으로 PC나 스마트폰에 통지되기 때문에 수태율 향상에 도움을 준다. 기기 도입후 분만간격이 349일까지 줄었다는 게 농림수산성의 설명이다. (사진자료: 농림수산성)
늦은 시간의 소 발정은 감지가 어려웠으나 발정발견기기는 소 발정이 자동적으로 PC나 스마트폰에 통지되기 때문에 수태율 향상에 도움을 준다. 기기 도입후 분만간격이 349일(전국평균 405일)까지 줄었다는 게 농림수산성의 설명이다. (사진자료: 농림수산성)

 

 

 

분만감시기 역시 24시간 분만우 동태를 감시할 수 있어 감시 업무를 줄일 수 있고 분만 사고율도 기기 도입전 2.2%에서 0.3%로 크게 낮추는 효과가 있다. (사진자료: 농림수산성)
분만감시기 역시 24시간 분만우 동태를 감시할 수 있어 감시 업무를 줄일 수 있고 분만 사고율도 기기 도입전 2.2%에서 0.3%로 크게 낮추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사진자료: 농림수산성)

 

 

 

 

 

송아지 자동포유기기는 포유시간과 관련한 노동시간을 줄이고 송아지 발육 향상에 도움을 주기 위해 개발됐다. (사진자료: 농림수산성)
송아지 자동포유기기는 포유시간과 관련한 노동시간을 줄이고 송아지 발육 향상에 도움을 주기 위해 개발됐다. (사진자료: 농림수산성)

 

 

 

 

 

 

 

 

일본의 쇠고기 수급 동향

홀스타인과 교잡종 등 유용종 육우는 사육두수로 보면 전체의 약 34%를 차지하지만 화우에 비해 사육 기일이 짧기 때문에 실제 공급량 측면에선 지난해 기준 전체 국내산 쇠고기 공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유용종 숫소 28.4%, 교잡종 26.3%).

고품질·고가격 전략의 프리미엄 시장을 고수하고 있는 화우고기와 수입육 시장에서 가격 및 품질 면에서 중간 수준의 포지셔닝을 차지하면서 화우고기와 수입육 사이에서의 완충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 육우산업을 둘러싼 외부 여건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일본 역시 1991년 쇠고기 시장 개방 이후 쇠고기 수입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전체 쇠고기 소비에서 국내산 쇠고기가 차지하는 자급률이 2017년 36%선 까지 하락했다.

지난해 일본의 쇠고기 공급량은 총 90만2천 톤으로 외국산 쇠고기는 전체 공급량의 60%가 넘는 총 57만2천톤이 수입됐다. 수입국 1위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호주산이며 총 29만8천톤으로 전년대비 7% 늘었다.

일본내 미국산 쇠고기의 약진은 우리의 쇠고기 수입 동향과 흡사하다.

지난해 23만1천 톤으로 호주산에 이어 2위를 차지했지만 수입량은 전년대비 11% 늘어났다. 2003년 12월 광우병 발병으로 수입량이 곤두박질 쳤던 미국산 쇠고기는 지난해에는 광우병 발생 이전까지 수입량을 회복하는데 성공했다.

쇠고기 주요 수입국가인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미국의 공격적 마켓팅 그리고 무역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한 게 주효한 셈이다.

자료:일본 농림수산성. 2017년 기준.
자료:일본 농림수산성. 2017년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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