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계계열화 사업 병아리 소유권 논쟁 진실은...
육계계열화 사업 병아리 소유권 논쟁 진실은...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7.12.27 16:05
  • 호수 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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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의무 회피 보다는 부가세·면세유류 혜택 때문

육계와 오리부문에 활성화 되어 있는 축산계열화사업 그중 계열주체와 농가와의 계약방법 중 하나인 위탁사육부문은 오랫동안 뜨거운 감자처럼 농업계를 달구는 이슈중 하나다. 국정감사 단골메뉴처럼 올라오고 있는 축산계열화 문제로 인해 하림그룹 김홍국 회장은 2008년 이후 거의 매년 국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지난 2017 국감에서 축산계열화 이슈는 하림, 참프레, 마니커와 같은 회사들이 육계농가와 계약을 맺고 실시하는 병아리위탁사육과 관련해 생물인 닭의 소유주가 농가인지 아니면 계열주체인지와 관련한 사항이었다. 20여 년 동안 한 번도 다뤄지지 않았던 닭의 소유권 문제를 이번 국감에서 집중 질의됐던 내용보다 한걸음 더 깊이 들여다본다.

지난 10월 열린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홍국 회장에게 김현권 의원이 질의를 하고 있는 모습.
지난 10월 열린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홍국 회장에게 김현권 의원이 질의를 하고 있는 모습.

질병 위험 회피 위한 꼼수 위탁사육

이와 관련해 문제를 제기한 김현권 의원(민주 비례, 농해수위)은 AI가 상시 발병하고 있는 가운데 방역 등의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닭의 소유를 농가로 설정했다며 맹공을 퍼 부었고 공정거래위원회도 이와 관련해 기업의 갑질이 없었는지 살펴보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사태는 크게 확산되고 있다.

김 의원의 비판은 살처분 보상금에 있다. 하림 등의 계열사들이 병아리의 실제 소유자이면서도 사육기간 동안 소유권을 농가로 설정함으로써 질병이 발생했을 때 책임을 농가가 모두 지도록 하고 살처분 보상금 중 상당 금액은 계열사들이 가져가는 모순적 행동이 책임은 농가가 이익은 계열사가 가져가는 행태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국감에 출석한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병아리의 소유는 농가가 맞으며 병아리와 사료를 외상으로 공급한 만큼 그에 대한 담보설정을 함으로써 재산권을 확보한 것이 뿐이라며 방역의 의무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위탁사육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축협과 하림의 비슷하면서 다른 위탁사육

하지만 병아리를 농가 소유로 설정하는 육계위탁사육과 달리 일부 농축협이 실시하고 있는 한우송아지위탁사육은 소의 소유를 농가가 아닌 농축협으로 설정하고 있어 하림의 변명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같은 위탁사육 방식인데 농축협은 소의 소유를 농축협법인 소유로 하고 하림 등 계열화업체는 농가소유로 설정했을까를 곰곰이 따져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하림은 방역 등의 책임을 회피하려 했고, 농축협은 질병에서 오는 책임까지 모두 짊어지는 훌륭한 모습을 보여준 것일까?

이 부분에 도달했을 때 김현권 의원의 문제 제기에 혼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축산계열화사업은 1990년대를 전후해 급조된 사업으로 시행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법률적인 문제에 대해 명쾌한 해석 없이 사업이 진행 되면서 지금도 논쟁이 되고 있는 세금과 관련한 문제가 폭탄처럼 잠재하고 있다.

질병 위험 회피보다 각종 면세 혜택 우선

내막을 설명하면 농축협은 생산자 단체이기 때문에 배합사료나 송아지를 거래할 때 부가세 등이 부과되지 않으나 일반기업법인인 축산계열화사업자는 농가도 생산자단체도 아닌 일반 영리법인이기 때문에 병아리를 자사 소유로 설정을 하면 병아리 구매나 사료구매 시 부가세를 납부해야만 한다. 또 기업은 농업용 면세유류, 농업용 전기 등을 사용할 권리가 없기 때문에 병아리를 농가소유로 설정함으로써 이러한 부담을 피할 수 있게 된다.

하림이 2013년 개최한 전국 계육인 상생전진대회.
하림이 2013년 개최한 전국 계육인 상생전진대회.

여기서 부가세의 면세 등은 접어두더라도 면세유와 농업용전기의 계열사 독식은 문제가 된다고 본다. 면세유 공급 취지가 농가의 생산비를 절감시켜 소득을 보전해 주겠다는 것인데 현실은 위탁사육농가가 난방용 등으로 면세유류를 사용하면 계열업체는 경비 정산 시 석유류 비용을 면세유류 가격으로 정산해 주고 있다. 면세유류의 혜택을 농가가 아닌 기업이 가져가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위탁사육은 기업입장에서 사료나 병아리와 같은 원자재의 안정적 판매, 원료가축의 안정적 조달을 위해 축산물 가격 변동에서 오는 위험을 부담하는 방식이지만 면세유나 농업용 전기 사용에 따른 혜택, 부가세 등의 세금도 피하는 여러 부수적 이익까지 함께 가져가고 있다.

기업이 가져가는 혜택 공론화 필요

하지만 이런 식으로 농가에게 주어지도록 도입된 면세유류, 농사용전기, 부가가치세 면세 혜택까지 기업이 가져가는 것은 농어민을 위해 만들어진 세금 감면 혜택의 누수라는 지적을 농민단체들은 여러 차례 지적해왔다.

위탁사육 되는 가축의 소유권을 농가로 설정하는 것이 방역의무를 회피하려는 꼼수는 아니지만 그 이면에는 더 큰 혜택이 숨어 있어 공론화를 통해 어느 정도까지 기업이 혜택을 보게 할지에 대해 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유인즉 면세유나 농사용전기, 부가가치세혜택은 농어민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도입됐지만 농축산물 생산비를 절감시켜 소비자에게도 이익을 주는 만큼 축산계열화업체에 모든 혜택을 누리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물가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농가에 혜택을 주면서 소비자 이익도 보장될 수 있는 절충점을 찾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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