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낙농제도 개편방향 생산비 절감, 의사결정 방식 개선 방점
정부 낙농제도 개편방향 생산비 절감, 의사결정 방식 개선 방점
  • 김지연 기자
  • 승인 2021.11.09 10:35
  • 호수 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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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진회 이사회 기능 강화, 공공기관 운영방식 도입
생산비 절감 위해 조사료 수입 확대 추진
낙농육우협회, 낙농진흥회 개편안 민간자율 정신 훼손
생산비 절감 대책, 원유가격 인하 대책 되어서는 안돼

낙농진흥회를 공공기관에 준하는 수준으로 운영하고 우유 생산 단가를 낮추기 위한 시설 개선과 사료 가격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2일 박영범 차관 주재로 제2차 낙농산업발전위원회 회의를 개최하고 ‘낙농진흥회 의사결정체계 개편 및 우유생산비 절감 방안’에 대해 발표하며 우유가격 안정을 위해서 이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농식품부는 낙농산업 중장기 발전방안을 마련하고자 지난 8월 25일 첫 회의에 이어 관계부처, 생산자, 수요자, 학계, 소비자 등이 참여한 가운데 두 번째로 머리를 맞댔다.

 

낙농산업발전위원회 제2차 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낙농진흥회 이사회 인원 25명으로 늘릴 것

박영범 차관은 모두 발언에서 “낙농업계 종사자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가 관련되어 있어 국회도 관심이 많은 상황”이라며 “낙농산업의 경쟁력 부분과 자급이 낮아지는 부분을 함께 우려했다”고 밝혔다.

이어 박 차관은 “낙농진흥회 의사결정 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며 “생산비를 절감하기 위해서는 생산비의 절반을 차지하는 사료비 절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범수 축산정책국장은 낙농진흥회 의사결정 체계 개편방안과 우유생산비 절감방안을 설명하면서 “지난 20년간 우유생산비는 373원/ℓ 상승했고 사료비의 비중이 6.7%p 증가했다”며 “이로 인해 우리나라의 생산비가 일본 다음으로 높고 증가율도 높아 생산비 격차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국장은 낙농진흥회 의사결정체계 개편방안과 관련해 이사회 인원을 정부 3개 부처, 학계 3명, 소비자단체 대표 3명, 변호사 1명, 회계사 1명 등을 추가해 총 23명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기존 이사회 의결조건은 재적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의결할 수 있는데 이사회 중 절반 이상이 찬성하는 것으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박영범 농식품부 차관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박영범 농식품부 차관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낙농진흥회를 공공기관에 준하는 수준에서 합리적으로 운영하자는 소리다.

이사회는 일반국민(소비자)‧전문가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구성하고 지나치게 엄격한 이사회 개의 조건을 완화하되 의결조건은 강화하고 이사 선임 절차를 총회에서 이사회로 위임하자고 설명했다.

또한 정관 제‧개정을 이사회 의결사항으로 조정하자고 전했다.

조사료 생산 예산 및 유통 지원 확대

이와 함께 원유생산비를 절감하기 위해서는 생산비의 55% 이상을 차지하는 사료비 비중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정부는 사료비 단가를 낮추기 위한 방안으로 조사료의 저가 공급‧할당관세 배정량 확대를 제안했으며 조사료 수입도 단계적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범수 농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이 ‘낙농진흥회 의사결정 체계 개편방안’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박범수 농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이 ‘낙농진흥회 의사결정 체계 개편방안’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또한 국산 조사료 생산 기반 확대와 고품질화를 이룰 것이며, 전문 생산지를 기존 2만5000ha에서 3만ha 이상으로 단계적으로 늘려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ICT 장비 보급과 조사료 품질 등급제를 통해 좋은 조사료에 지원을 추가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며 내년 조사료 생산 예산과 유통 지원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국산 조사료의 생산기반 확대 및 고품질 지원 △낙농가 사료구매 및 사료회사의 원료구입 지원 △수입 조사료를 포함한 안정적 조사료 공급망 구축 등을 통해 사료가격 안정화를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젖소 사양표준 개정, 사료분석센터 운영 등 정밀 사양 환경 조성 및 인센티브 포함한 가격구조 개편을 통해 사료 투입량을 절감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젖소 급여량을 1% 감축하면 연간 사료비가 56억원 절감할 수 있다며 최적의 사료급여 모델을 찾고 현장에 적용하면 사료 투입량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ICT 장비 보급을 확대하고 △스마트 축산 단지 및 가축분뇨 공동자원화시설 지원 확대 △육성우 전문 목장 등 공동사육시설 설치 및 지원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낙농진흥회 의사결정구조 개편 긍정적

정부의 낙농진흥회 의사결정구조 개편에 대해 들은 참석 대부분의 위원들은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김천주 한국여성소비자연합 이사장은 “낙농진흥회 이사 구성은 합리적인 방안이 마련된 것 같다”고 평가했고 홍연금 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 본부장은 “이사회 구성은 주체별로 공평하게 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정동영 한국소비자원 상임이사는 “이사회 갈등 구조 완화를 위해 참여를 확대하는데 공감한다”며 “생산비는 조사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핵심이니 수입에 너무 의존하지 말고 국내에서 확고한 공급망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성식 연세대학교 교수는 낙농진흥회를 특수법인에서 공기업이나 공사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안하며 “쿼터가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우려되는 상황인 만큼 주요 낙농국들이 채택하고 있는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동국대학교 지인배 교수는 “낙농산업은 계절편차로 인해 수급불균형이 발생하다 보니 현재의 상황이 초래된건데 서울우유 형태가 바람직하다”며 “주체 내에서 해결이 가능한 축산계열화 형태로 가야 하고 낙농진흥회 이사회의 책임과 권한의 균형을 맞출 필요 있다”고 조언했다.

이창범 한국유가공협회장은 “낙농진흥회 이사회에 공익성을 갖춘 측이 참여하여 갈등 상황에서도 의사를 결정할 필요 있다”며 “배합사료를 확대해 유량을 증가시키면 조기 도태를 초래하므로 배합사료 투입을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임근생 매일유업 상무는 낙농진흥회 출범 이후 “20년이 지난 지금은 낙농진흥회 이사회 구성도 현실에 맞게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고 서경민 남양유업 실장은 “생산비 절감은 생산자, 수요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혁 서울우유 상무는 “낙농진흥회 의사결정 개편은 매우 중요하며, 추후 낙농산업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이므로 의견수렴을 통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며 “수입 조사료 쿼터 증량과 쿼터를 연초에 모두 배정해 구매 교섭력을 높일 수 있도록 조치가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낙농진흥회 공공기관처럼 운영하면 안된다

반면 생산자를 대표하는 위원들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이승호 한국낙농육우협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이승호 한국낙농육우협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이승호 한국낙농육우협회장은 “과거 이사회나 총회 개최가 문제가 된 사례가 없었다”며 “사단법인인 낙농진흥회를 공공기관에 맞게 의사구조를 개편하는 것은 낙농진흥법에 맞지 않고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것도 낙농진흥법에 위반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동안 낙농진흥회의 의사결정 체계에는 문제가 없었고 원유가격연동제가 도입되기 전 생산자, 수요자, 정부가 협의점을 찾아 제도를 개선했다”며 “정부의 생산비 절감대책이 원유가격을 인하하는 명분으로 활용되서는 안된다”고 못박았다.

조재철 농협경제지주 상무는 “낙농진흥법 개정 취지 고려 시 공공기관 운영법 준용은 맞지 않다”며 “낙농진흥법이 진흥회 운영을 민법의 사단법인 부분을 준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공공기관 운영법에 따라 개편할 경우 법적 충돌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맹광렬 전국낙농관련조합장협의회장은 “수입 조사료 쿼터를 줄일수록 농가는 피해를 입고 중간 유통업자와 외국 회사만 이익이 남게 된다”며 “수입 조사료 쿼터 증량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경용 당진낙농축협 조합장은 “최초로 육성우목장을 운영 중인데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며 “권역별로 육성우 목장을 조성하고 분뇨처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한다면 생산비를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희종 낙농진흥회장은 “과거 낙농진흥회 설립 취지는 당시의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과거의 진흥회 운영을 지나치게 불합리하게 볼 것만은 아니다”며 “낙농진흥회가 낙농산업 발전방안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정하고 그에 맞춰 운영방식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낙농산업발전위원회 논의방식, 이대로 좋은가!

이후 한국낙농육우협회(회장 이승호)와 전국낙농관련조합장협의회(회장 맹광렬)는 낙농가단체 공동입장문을 발표하고 제2차 낙농산업발전위원회에서 정부가 제시한 낙농진흥회 의사결정체계 개선방안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낙농가단체는 낙농제도 개선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도 전에 ‘생산자 반대 프레임’을 씌워 원유가격 인하를 추진하겠다는 것이 농식품부의 의도로 보인다며, 의사결정체계의 문제가 아니라 ‘갑질농정’이 문제라고 농식품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이들은 원유가격 결정과 관련된 사항은 정부중재 하에 생산자와 수요자 합의하에 제도를 개선해 왔다고 밝히며 생산자들은 개방화의 피해당사자로, 낙농기반 유지를 위한 낙농제도개선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의지와 자세가 되어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생산자 측 이사들이 전원 불참하여 이사회개의를 하지 못해 안건을 처리하지 못한 것은 1999년 낙농진흥회 창립 이래 지난 8.17일 낙농진흥회 이사회가 처음이며, 농식품부가 이사회를 통해 법과 원칙(합의정신)을 위반한 원유가격 21원 동결 및 92원 삭감안을 동시에 추진했기 때문에, 정부의 불법적인 직권남용을 막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었다고 강조했다.

낙농가단체는 원유가격과 관련된 원유기본가격 결정, 원유가격산정체계 개선은 정부 주도하에 학계, 생산자, 수요자로 구성된 소위원회 합의를 거쳐 이사회를 통해 결정해 왔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낙농가단체는 “정부든, 생산자든, 유업체든 누구든 반대하면 안 되는 것이 제도”라며 “제도개선을 본격 논의도하기 전에 ‘생산자 반대 프레임’을 씌워 낙농진흥회 의사결정체계를 개편하겠다는 것은 결국 낙농진흥회를 정부의 ‘수족’으로 공공기관화 하겠다는 것”이라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농해수위 내 ‘낙농특위’ 구성 시급

농식품부의 낙농산업발전위원회 운영계획에 따르면 실무추진단 및 자문단, 연구용역을 통해 마련한 초안을 마련, 낙발위 논의결과를 장관에게 보고하고 정책에 반영한다고 밝히고 있다.

낙농가단체는 정부안 초안을 마련하는 실무추진단, 자문단, 연구용역 추진을 밀실에서 진행되고 있다며 농식품부가 생산자를 배제한 채 초안을 마련하는 것은 낙발위를 단순 ‘거수기’로 활용할 우려가 큰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2일 제2차 낙발위에서도 실무추진단 및 자문단 회의를 거친 논의과제(낙농진흥회 의사결정체계 개선, 생산비 절감방안)와 관련해 농식품부는 회의자료를 사전에 배포하지 않고 의견수렴은 커녕 생산자 등 위원들이 제기한 의견을 반박하는 불통의 자세를 보여줬다.

특히, 낙발위 논의과제들은 국회 심의가 필요한 낙농진흥법 및 정부예산 편성 등과 관련있는 사항으로 농식품부는 결국 언론플레이를 통해 여론을 조작하고 ‘낙농가 패싱, 국회 패싱’ 의도가 농후하다는 것이 낙농가단체의 주장이다.

이승호 회장과 맹광렬 회장은, “농식품부가 낙발위를 여론수렴의 장으로 가장하면서 ‘깜깜이’ 제도개선을 추진하는 것은 낙농말살을 위한 계략”이라며 “국회 차원에서 행정부가 편법적으로 시행령 개정 등 일방통행을 통해 낙농제도개선을 밀어붙이지 않도록, 농해수위 내 ‘낙농특위’ 구성이 시급하다”고 한 목소리로 국회에 요구했다.

*본 기사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2021년 9~10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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