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분석] 한우사육 밀도 기준 무엇이 문제인가?
[현안분석] 한우사육 밀도 기준 무엇이 문제인가?
  • 옥미영 기자
  • 승인 2021.11.12 10:10
  • 호수 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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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사육밀도 기준 유럽‧일본과 비교해보니
번식우, 유럽의 3.7배 비육우‧송아지는 2배
일본과 비교하면 번식우 1.2배, 비육우‧송아지 2배

[팜인사이트=옥미영 기자] 축산농가에 대한 정부의 환경 규제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올 상반기부터 사육밀도 기준과 관련해 본격 점검 및 과태로 처분 조치에 나서면서 한우농가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현재 정부가 기준으로 삼고 있는 사육밀도는 당초 우사의 표준설계도를 위해 정해진 것이어서 현실과 거래감이 큰데, 이를 과태료의 기준 두수로 잡고 해당 농가를 적발하면서 마찰음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사육 밀도 기준을 유럽 및 일본과 비교해 보고 문제점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사육밀도 규제,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지난 4월 30일 농림축산식품부는 현장점검을 통해 사육밀도를 초과한 농가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동물복지단체는 물론 일반 소비자들까지 가축의 사육환경 등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데다, 축산농장에 대한 지역 민원이 가장 빈발하고 있는 냄새를 둘러싼 갈등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선 과잉사육을 방지하고 적정사육두수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사육밀도 규제와 관련한 정부의 입장이다.

한우농가들 역시 정부의 적정사육두수를 점검하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는 입장이다.

공간이 과밀할 경우 소에게 스트레스를 발생시켜 각종 이상행동이나 질병, 투쟁 등이 발생할 수 있어 생산성 저하의 원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다 최근 정점을 훌쩍 뛰어넘은 한우 사육두수 역시 우려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업계가 자율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수급조절 노력은 한계가 있는 만큼 사육밀도 점검이 향후 장기적인 한우가격 안정에도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기 때문이다.

사육밀도 규제, 무엇이 문제인가

하지만 문제는 정부의 사육밀도와 관련한 사육두수 기준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말을 기준 해 전국 12만 1218호의 축산농가 중 의심 농가 9789농가를 대상으로 상반기(1~6월) 동안 3차례에 걸쳐 현장점검을 실시했다.

점검 결과 위반농가는 2011호(20.5%)로 조사된 가운데 한육우 농가는 1627호로 점검 대상 농가의 19.6%를 차지했으며, 과태료 농가는 189농가로 이 중 한육우 농가는 가장 많은 168농가(88%)가 처분받았다.

이처럼 사육밀도 점검 및 규제에서 한우농가들이 가장 많은 과태료 처분 등을 받게 된 상황에 대해 농가 및 한우업계 관계자들은 정부의 적정사육두수 기준이 한우농가의 현장과 거리감이 크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정부가 기준으로 삼고 있는 ‘표준설계도’는 축사 설계를 위한 하나의 예시 기준으로 정한 것인데, 이를 토대로 사육밀도를 규제하고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농가들을 범법자로 전락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 농가들의 입장이다.

더욱이 까다로운 동물복지 기준 등을 적용하고 있는 유럽은 물론 일본 등의 사례와 비교해서도 과도하게 설정되어 있어 사육밀도 기준을 맞추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농가들은 입을 모은다.

한우의 사육밀도는 번식우의 경우 10.0m2, 비육우의 경우 7.0m2, 송아지 2.5m2로 우리와 사육여건이 비슷한 일본은 물론 환경에 민감한 유럽에 비해서도 매우 강화되어 있다.

실제로 번식우의 경우 유럽과 비교하면 3.7배나 넓어야 하고, 비육우와 송아지는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일본과 비교해서도 번식우의 경우 1.2배, 비육우 및 송아지는 2배 정도 차이가 날 정도로 우리나라의 사육밀도 기준은 과도하다.

송아지를 직접 생산하는 일관사육농가들의 경우 사육밀도를 준수하기란 더욱 어렵다. 일반적으로 어미소와 송아지를 한 곳에서 키우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송아지를 낳게 되면 일시적으로는 적정사육두수를 초과하는 등 모두 과태료 처분 대상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50두 미만의 소규모 농가의 비율이 77.5%(2021년 2/4분기 기준)를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서 대부분의 농가들은 축사규모를 확대하기란 쉽지 않은 데다 별도의 육성칸을 갖고 있지 않아 사육밀도를 준수하기란 더더욱 쉽지 않다.

미경산우의 경우 사육밀도 기준은 더욱 애매하다.

성별로는 암소로 번식우에 해당하지만 비육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비육우 기준 적용이 맞지만 별도의 기준이 명확지 않아 현장에서 혼선이 야기되고 있다. 암소기준이 적용될 경우 적정사육밀도에서 벗어나 위반농가에 해당하게 된다.

한우 사육밀도 재산정 해야

한우농가들은 정부가 정한 사육밀도 기준은 현실적으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면서 현재 표준사육설계도 상의 마리당 면적기준을 현실에 맞게 재산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의 사육밀도 기준과 관련해 한우협회는 번식우의 경우 현재 10.0m2의 마리당 면적을 5m2로, 비육우의 경우 현재 7.0m2에서 3.3m2로, 송아지와 육성우는 2.5m2와 3.5m2에서 1.1m2과 2.1m2로 현실에 맞게 재산정 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최소한 우리와 국토 총 면적 등 사육여건이 비슷한 일본 및 유럽과 비슷한 수준으로 재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번식우와 함께 사육하는 송아지의 경우도 기준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것이 한우협회의 요구다.

송아지 포유 기간 등을 고려할 경우 송아지는 같은 우사에서 사육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송아지가 외부에 판매되거나 육성기에 접어들기 이전까지는 한시적으로 사육밀도가 초과될 수 있는 만큼, 이같은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대부분의 한우농가들이 계절번식이 이뤄지는 현실을 감안하면 특정시점에선 사육밀도 점검과 과태료 처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송아지 기준 역시 현실적인 판매 기준에 맞춰 월령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우업계에선 송아지 판매가 7~8개월령에서 대부분 이뤄지고 있는 만큼 현행 축산법상의 송아지 기준을 6개월에서 8개월로 개정하고, 육성우 역시 6개월 이상~14개월령 미만으로 되어 있는 것을 8개월 이상~14개월령 미만으로 확대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최근 장기적인 한우가격 안정을 위한 수급조절 사업이 진행중이 미경산우와 비육암소에 대해선 비육우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현장에선 미경산우의 경우 번식우 혹은 비육우에 대한 구분이 어려운 만큼 ‘고기소로 이용하기 위해 사육되는 소’로 한정된 비육우 기준에 ‘미경산우’와 ‘비육암소’도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삼주 한우협회장은 “축산농가의 과잉 사육 방지를 위해 적정사육두수를 점검하는 취지에 대해선 공감하지만, 축산법령의 사육밀도는 한우농가의 현장과 괴리감이 커서 준수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면서 “유럽 및 일본과 비교해 사육밀도의 기준을 재산정하는 한편, 실제 현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송아지의 출하 개월령을 6개월에서 8개월로 확대하는 등 게절번식과 실제 판매기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2021년 9~10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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