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대비 농산물 비축사업의 현주소
기후변화 대비 농산물 비축사업의 현주소
  • 김지연 기자
  • 승인 2021.11.12 10:00
  • 호수 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식량자원 확보 및 안전한 농산물 제공 기여
aT, 비축기지 광역화 완료… 농산물 비축능력 10만톤으로 업
지방 8개기지 4개 권역 통합, 전국 14개 비축기지 운영
수매·수입비축, 탄력적 운영으로 가격안정 도모

[팜인사이트=김지연기자] 기후변화에 따른 식량위기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최근 기상이변 등 기후변화에 의한 애그플레이션이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등 국제곡물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이에 보다 안정적인 먹거리를 확보하고 기초 생활의 기준이 되는 식재료 물가를 안정시키는 일은 점차 더 중요해지고 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는 지난 14일 발표한 ‘기후변화 위험평가 2021’을 통해 2050년 전 세계 곡물 생산량이 30% 감소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탄소배출량을 줄이지 못해 지구온난화가 가속화했을 때를 가정한 추정치다.

 

최근 40년간 옥수수와 콩 생산량은 각각 5.6%, 4.8% 줄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기후변화로 가뭄과 폭염이 더욱 잦아지면서 곡물 생산량도 급감할 것으로 전망됐다. 기후변화가 곡물 생산 감소와 식량 가격 상승, 폭동, 기아 확산, 국제 갈등, 사망률 상승 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될 것으로 보여진다. 이미 세계 곳곳에서 기후변화로 인해 농업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다.

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식량안보에 대한 중요성이 커진 상황에서 비상시에 대비한 ‘국가 곡물비축제’ 도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김춘진)는 급변하는 해외 농산물 시장의 충격을 완화하고 발생하는 위험으로부터 국내시장을 보호하는 방파제 역할을 하기 위해 비축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더불어 기상이변, 곡물메이저의 영향력 확대 등으로 수급 불안이 심화된 국제 곡물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 곡물 모니터링 체계를 운영해 비축사업 등 정책 수립에 활용하고 있다.

14개 비축기지, 연 10만톤 보관능력 갖춰

또한 aT는 국민 식생활의 기초 품목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가격 안정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수매, 수입 비축을 통해 식량 수급을 관리하고 있다.

TRQ 물량을 관리하여 농산물을 비축 공급하는 한편, 해외 식량자원을 조달하기 위한 수입 정보망을 확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 중 aT가 진행하는 농산물 비축사업은 국민 생활과 밀접한 주요 농산물 수급관리로 국내 농산물을 수매비축 또는 수입비축을 통해 시장가격 동향에 따라 탄력적으로 방출해 수급 및 가격안정을 도모하는 것이다.

수매비축 농산물은 고추, 마늘, 양파, 땅콩, 콩, 배추, 사과, 배, 무 등 9개 품목이며 수입비축 농산물은 고추, 마늘, 양파, 생강, 참깨, 땅콩, 콩(콩나물콩), 팥(녹두) 등 8품목이다.

 

aT는 전국에 연간 약 10만톤의 보관능력을 갖춘 14개 비축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농산물 비축기지는 2015~2018년 1075억원을 투입, 4대 권역의 광역화와 현대화 완료 후 보관능력이 10만톤으로 늘어났다.

정부는 농산물의 수급조절 및 가격안정사업의 안정적 수행을 위해 정부 비축기지의 현대화와 광역화로 인프라를 강화하고자 했다. 이에 12개 비축기지를 5대 권역으로 물류거점 지역에 토통‧폐합 분산 배치하고 수도권(4개소)을 제외한 지방의 8개 비축기지를 4개 권역(충청·호남·대구경북·부산경남)으로 통합 건설했다.

또한 농산물의 수급조절 및 가격안정사업의 안정적 수행을 위해 비축기지의 광역화와 현대화로 비축물자 보관 및 물류 효율성을 제고하고자 한 것이다.

이에 따라 비축기지 건축물의 생애주기비용 고려 시 수선 및 유지관리비 감소로 예산이 절감되고 보관물량 증가 및 정부비축물자 품위 관리의 효율성을 제고했으며 식량자원 확보 및 양질의 안전한 농산물 제공에 기여했다는 평이다.

비축기지 TRQ 의무수입 농산물 관리에도 이용

더불어 WTO 협정에 의한 주요품목의 의무 수입 물량을 국내 시장 동향을 감안한 적기, 적량 도입을 통해 국내 농산물의 가격 안정을 도모하고 있다.

비축기지는 WTO, FTA(자유무역협정) 등 세계 국가들과의 협정에 따라 TRQ(저율관세)로 의무수입한 농산물을 관리하는 데도 이용된다.

aT는 21개 품목 TRQ 50만8000톤을 국영무역, 수입권 공매, 실수요자 배정 등의 방식으로 수입관리해 비축사업의 효율화를 도모하고 시장동향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하며 세액심사 기준가격 제공을 통해 저가 수입신고 등 민간의 불법, 편법 수입 단속을 지원하고 있다.

국영무역은 국가가 수입물량이나 시기, 수입권자 등을 제한하는 것이다. aT는 주요 농산물의 수급조절 및 민간기업의 독점, 가격인상을 견제하기 위해 품목별 특성을 반영해 국영무역 비중을 일정하게 유지한다. 한국은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에서 쌀 등 97개 품목을 국영무역 대상으로 인정받았다.

 

쌀은 UR 협상에서 2004년까지 10년간 시장 개방(쌀 관세화)을 유예받았고 또 다시 10년을 추가 연장한 이후 2015년 개방에 이르렀다. 정부는 WTO에 쌀 관세율 513%를 담은 양허표 수정안(개방계획서)을 2014년 9월 제출했고 미국·중국·호주·태국·베트남 등 5개국이 이의를 제기한 바 있다.

이에 aT는 쌀 관세화 이후에도 5% 관세화율로 수입되고 있는 40만8700톤 의무수입물량을 전담 관리하고 있으며 국내 쌀 시장영향의 최소화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aT는 지난 7월 1일 식량안보 강화를 위한 자문위원회를 출범하고 ‘제1회 식량안보 CEO 자문위원회’를 개최한 바 있다.

안정적인 식량공급에 필요한 전략 비축기지를 조성하기 위해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댄 것이다.

회의에서는 새만금 식량기지 확보와 이용 방안에 대해서 논의했고 식량‧식품 콤비나트의 구체적 설치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의견도 나눴다.

콤비나트는 식량위기에 대응해 안정적인 식량 공공비축을 위한 물류‧저장 시설과 식품가공공장 등을 집적하는 시설을 말한다.

모바일 기반 ‘스마트 비축기지 시스템’ 구축

또한 aT는 코로나19 확산 및 정부뉴딜정책인 비대면 산업 집중 육성을 계기로 기존 대면이나 수기방식의 고객 출고 서비스를 비대면화 구현을 진행했다.

비축 농산물의 체계적 보완관리 운영 및 현장 업무가 많은 비축기지 업무특성을 반영한 모바일 기반 QR코드 시스템인 ‘스마트 비축기지’를 구축한 것이다.

지난해 8월 QR코드를 활용한 모바일 기반 ‘스마트 비축농산물 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QR코드 모바일 출고증 도입 및 비축기지 현장 키오스크 설치를 통한 비대면 ‘원스탑 출고 서비스’를 구현했다.

기존 호실별 보관현황판을 QR코드로 대체하고 모바일 스캔을 통해 실시간 보관정보 조회 및 수정이 가능하게 했다.

 

장성비축기지 전경 모습.
장성비축기지 전경 모습.

향후 전국 비축기지에 모바일기반의 ‘스마트 비축기지 시스템’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시범운영 중인 장성비축기지를 제외하고 13개소 비축기지에 QR코드 활용한 출고증 및 보관현황판 관리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본 기사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2021년 9~10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